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04)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04화(104/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04화
104. 검증 완료
“아…… 그렇군요.”
김지훈은 컨디션이 안 좋았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럼에도 딴지 걸지 않고 고개를 주억였다.
‘숨겨야 할 사정이라도 있으신가?’
그렇게만 생각했다.
중요한 건 민도준이 힘을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스도 잡았으니 이제 공략을 끝내야겠네요.”
“그래야겠어요. 빨리 나가서 초희 씨도 치료를 받아야 하니.”
두 사람이 안초희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그녀가 앉아 있는 상태에서 고개를 숙였다.
“두 분 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어요.”
“아, 아닙니다. 제가 한 게 뭐 있다고요. 전부 도준 씨 덕분이죠.”
김지훈이 손사래를 쳤지만 안초희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절 구해주러 여기까지 들어오신 거잖아요. 보스도 다른 곳으로 유인하려 하셨고…….”
“초희 씨야말로 절 구하려고 보스의 시선을 끌어주셨잖아요. 저도 감사드립니다.”
서로에게 신세를 졌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감사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었다.
“민도준 헌터님.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헌터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이 세상에 없었을 거예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는 안초희의 모습에 민도준이 고개를 까딱였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 뭘.”
“정말 감사합니다.”
보스라는 위협이 사라지니 그녀의 얼굴에 다시금 미소가 떠올랐다.
김지훈도 이참에 정식으로 감사 인사를 올렸다.
민도준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나저나 초희 씨, 몸은 어떠세요?”
김지훈의 물음에 안초희가 웃음을 거두고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독이 허리까지 진행된 것 같아요……. 그 아래로는 움직이질 못하겠어요.”
김지훈이 심각한 얼굴로 공략창을 열었다.
-공략 달성도 : 거대 지네의 푸른 등껍질(미획득), 거대 지네의 붉은 등껍질(획득)
-남은 시간 : 5시간 1분 5초
제한 시간은 많이 남아 있었지만 안초희의 상태를 보아하니 한시라도 빨리 던전을 나가야 할 것 같았다.
“더 굳기 전에 저희 둘이서 빨리 공략해야겠네요. 다행히 이전 팀이 등껍질 하나를 구해놔서 나머지 하나만 구하면 되니 초희 씨는 죄송하지만 여기에…….”
“아니요, 지훈 씨도 여기 계세요. 제가 구해오겠습니다.”
도중에 말을 끊은 사람은 민도준이었다.
“지훈 씨도 다치셨잖아요. 차라리 이곳에서 초희 씨를 지켜주세요.”
“저도 싸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둘이서 잡는 게 아무래도 더…….”
“그러다 초희 씨가 위험해지면 어떡하려고요?”
“…….”
“여기가 보기엔 안전한 것 같아도 괴수가 나타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습니다. 아시잖아요?”
김지훈도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남한산성 때처럼 그리마를 닮은 괴수가 또 나타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안초희를 계속 업고 다닐 수도 없으니 민도준 혼자서 움직이는 편이 나았다.
“알겠습니다. 초희 씨는 제가 지키고 있을 테니 다녀오십시오.”
“네, 그럼.”
혼자서 괜찮겠냐며 걱정하는 말 따위는 하지 않았다.
보스를 솔로킬 낸 사람한테 할 말이 아니었으니까.
민도준이 사라진 방향을 가만히 쳐다보던 김지훈이 문득 떠오른 생각에 중얼거렸다.
“음? 근데 왜 왔던 길로 가셨지?”
* * *
민도준은 본래 진행 방향이 아닌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한 마리씩 상대하는 것보다 갈림길에 있는 지네 굴에서 몰이 사냥하는 편이 더 빠를 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역순으로 지네 굴을 소탕하는 와중에 푸른 등껍질이 나왔다.
[공략에 성공하였습니다!] [던전 브레이크 시간이 120시간으로 초기화됩니다!]등껍질을 구하러 떠난 지 30분 만에 이룩한 결과였다.
‘좀만 늦게 얻었으면 지네를 더 잡을 수 있었을 텐데.’
남아 있는 지네들을 잡지 못하고 강제로 던전을 나와야 한다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도준 씨!”
배경이 바뀌고 던전을 나오고 나서야 김지훈 일행과 재회했다.
“갑자기 공략됐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엄청 빨리 구하셨네요?”
“운이 좋았죠.”
그때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던 소망 길드의 매니저 박현식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초희야!”
“매니저 오빠!”
평소에 친했던 사이인지 상봉한 두 사람이 눈물을 글썽였다.
“살아남은 길드원이 너였구나!”
“응…….”
“정말로 다…… 죽은 거야?”
“그렇게 됐어…….”
“대체 어떻게 된 일…… 그나저나 어디 다쳤어?”
김지훈에게 부축 받고 있는 모습을 보던 매니저가 깜짝 놀랐다.
“다, 다리가 왜 이래?”
“독에 걸렸어.”
“어쩌다?”
까맣게 변해버린 다리에 대해 안초희가 간략하게 설명했다.
치유 능력자라면 고칠 수 있다는 말을 듣고서야 매니저가 조금 안심했다.
능력자가 있는 병원에 가면 쉽게 해결될 문제니까.
안초희가 말하는 김에 안에서 벌어졌던 상황까지도 설명했다.
“역시 보스가 나타났던 거구나…….”
“여기 두 분이 안 계셨다면 꼼짝없이 보스에게 당했을 거야.”
매니저가 본능적으로 김지훈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고레벨인 그가 보스를 잡는 데 크게 공헌했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헌터님. 덕분에 초희가 살았습니다.”
“저는 별로 한 것도 없습니다. 저보다는 여기 민도준 헌터님한테 인사를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보스를 단독으로 잡으신 분이니까요.”
“예?”
매니저가 황당한 눈초리로 민도준을 쳐다봤다.
‘보, 보스를 단독으로 잡아?’
김지훈이 솔로킬을 냈다고 해도 놀라울 판국에 1,700레벨의 이름 모를 헌터가 잡았다고 하니 믿기 어려웠다.
“정말…… 입니까?”
“정말이야, 오빠. 나도 직접 보기 전까지는 안 믿겼어.”
안초희의 말에 매니저가 놀란 표정을 짓더니 민도준에게 허리를 굽혔다.
“가, 감사합니다, 헌터님! 감사합니다!”
“네.”
하도 감사 인사를 들어서인지 민도준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럴 게 아니라 빨리 병원에 데려가셔야 할 겁니다. 독이 벌써 허리까지 진행된 상태니.”
“네! 그러겠습니다.”
매니저가 안초희를 부축하는 사이 민도준이 발길을 돌렸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김지훈 씨도 수고하셨고요, 몸 좀 괜찮아졌다고 소홀히 하지 말고 병원 한 번 가보세요. 안초희 씨도 치료 잘하시고요.”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헌터님! 언제 또 뵙겠습니다!”
민도준은 가볍게 묵례를 한 뒤 박동윤의 차에 올라탔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김지훈이 남긴 말을 떠올렸다.
‘또 만날 일이 있을까?’
민도준이 좌우로 고개를 흔들었다.
보스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만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아니지.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어쩌다 가끔 던전에서 마주칠지도 모른다.
이 바닥이란 게 은근히 좁았으니까.
* * *
민도준은 가끔 만날지도 모른다고 여겼지만 김지훈의 생각은 달랐다.
‘가끔이 아니라 자주 볼 거야.’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민도준은 곧 있으면 엠페러 길드원이 될 테니까.
‘길드장님께 오늘 본 사실을 말한다면 말이지.’
그래서 헤어질 때도 그리 아쉽지 않았다.
어차피 같은 식구가 될 테니 볼 날이야 많을 것이다.
‘그때 돼서 친해져도 늦지 않아.’
처음엔 공돈을 바라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김지훈의 새로운 계획은 민도준이라는 인맥을 얻는 것이었다.
강한 헌터와 인맥을 쌓는 것은 물질적인 것 이상으로 가치 있는 일이었으니까.
‘길드에 대해 알려주면서 같이 던전도 돌다 보면 친해지는 건 어렵지 않을 거야.’
물론 이 모든 건 민도준 헌터가 엠페러 길드의 영입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의 경우지만…….
‘거절할 리가 없지. 엠페러 길드인데.’
김지훈은 확신하고 있었다.
돈 앞에서 장사 없다고.
달칵-
엠페러 길드에 도착한 김지훈이 차에서 내려 본관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김지훈 헌터님…… 어머! 괜찮으세요?”
안내데스크의 여직원이 지저분한 옷 상태를 보더니 놀랐다.
“전 괜찮습니다. 길드장님 안에 계시죠?”
“네. 근데 무슨 일로…….”
김지훈은 대답도 않고 곧장 길드장실로 올라갔다.
한시라도 빨리 민도준의 활약상을 전하고 싶었다.
잠시 후 길드장인 강혁수가 놀란 얼굴로 김지훈을 맞이했다.
“지훈이! 보스 잡으러 간다더니 꼴이 말이 아니구만. 괜찮은 거야?”
“한 대 맞긴 했는데 어디 부러지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왕지네한테 맞았으면 몸이 성치 않을 텐데? 잠깐 있어 봐. 내가 치료사 불러줄 테니.”
잠시 후 길드에서 대기 중이던 치료 각성자를 통해 완치한 김지훈이 한결 편해진 얼굴이 되었다.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치료도 받지 않고 달려온 거야?”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김지훈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게 말이죠, 저도 보기 전까진 믿기 어려웠는데요…….”
김지훈이 한껏 들뜬 목소리로 민도준의 활약상을 늘어놓았다.
강혁수의 반응은 예상한 대로였다.
“1,700레벨이 보스를 솔로킬했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역시 믿지 못하실 줄 알았어…….”
“검은 빛깔 왕지네는 A급 보스야. 놈을 혼자서 잡으려면 스탯이 전부 1,500은 넘어야 할 거다. 최소 S급은 돼야 가능하다고.”
“그래서 대단하다는 거예요. 그걸 민도준 헌터가 해냈으니까요.”
“그럼 그 헌터가 S급은 된다는 소리냐?”
김지훈이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최소 S급. 그 이상일지도 모르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 경민이도 그렇게는 못 했어.”
강혁수가 말하는 사람은 신경민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핫한 헌터이자 엠페러 길드 최고의 자랑.
그런 신경민조차도 1,700레벨 때 S급에 비견된다는 평은 받지 못했다.
그런데 어디서 굴러왔는지 모를 민도준이라는 헌터가 S급에 필적하거나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고?
그 말은 랭킹 1위인 신경민의 재능을 뛰어넘는다는 소리가 아닌가?
한순간에 길드의 자랑이 폄하됐으니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똑똑히 본 거 맞아?”
“그렇다니까요? 별다른 스킬도 안 쓰는 거 같던데 보스를 아주 여유 있게 잡더라고요.”
“보증할 수 있어?”
“네. 제 눈이 잘못된 게 아닌 한 거짓말은 아닙니다.”
강혁수가 그제야 믿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이렇게까지 강력히 주장하는 걸 보면 거짓말은 아닌 게 확실하다.
“그 정도로 강하다면 레벨이 낮았을 때도 장난 아니었을 거야. 아마 여태까지 보스를 솔로킬했다는 소문이 거짓은 아니었던 모양이군.”
“그러면 이제 영입하실 거죠?”
강혁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검증도 끝났으니 고민할 것도 없었다.
“당연하지. 그 정도의 인재라면 우리 엠페러 길드에 들어올 자격이 충분하지. 당장 전화…… 아니, 다른 길드처럼 전화로 부를 순 없지. 영업팀에 얘기해서 집 앞에 찾아가라고 말해 놔야지.”
“저어 근데…….”
김지훈이 조심스레 물었다.
“계약금은 얼마 생각하시는데요?”
실력 검증을 완수한 헌터는 계약에 일조한 만큼 계약금의 2%를 보상으로 받는다.
얼마 되지 않는 공돈이라지만 자신의 몫이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계약금? A급 보스를 솔로킬할 정도의 헌터라면 1,000억은 제시해야지.”
“헉!”
상상도 못 한 액수였다.
역대급으로 높은 계약금이기도 했고.
‘그럼 나한테 20억이나 들어온다는 소리잖아?’
많아야 10억이라고 생각했던 김지훈으로선 기대 이상의 공돈을 번 셈이었다.
어디까지나 계약이 성사되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지만.
‘1,000억을 제시하는데 안 들어오고 배기겠어?’
김지훈은 민도준의 가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집 앞을 찾아가기로 한 영업팀이 다음날 예기치 못한 소식을 가져왔다.
아무리 기다려도 민도준 헌터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몇 날 며칠을 기다려도 마찬가지였다.
아닌 게 아니라 그들이 찾은 곳은 이사 가기 전의 집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