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05)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05화(105/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05화
105. 삼위일체
민도준의 눈빛이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드디어 삼위일체 효과를 볼 수 있다.’
원했던 달의 반지를 얻었다.
이로써 세트 효과를 받을 세 개의 아이템이 모두 모였다.
체력을 100만큼 올려주는 태양의 목걸이.
마법 대미지를 5% 올려주는 별의 반지.
마력을 100만큼 올려주는 달의 반지 등.
옵션만 보면 평범한 A급 아이템들이었지만 세 가지가 모였을 때 상상 이상의 세트 효과를 받을 수 있다.
‘전부 귀속 템이라서 세 가지를 갖고 있기가 쉽지 않지.’
때문에 삼위일체 효과에 대해 모르는 헌터가 대부분일 것이다.
‘착용.’
[세트 효과가 발동합니다.] [적용 아이템]-태양의 목걸이
-별의 반지
-달의 반지
[세트 효과 – 삼위일체]-올 스탯+100
-모든 대미지+20%
-장비 방어력+20%
-모든 속성 저항력+20%
-낮에는 근력, 체력+100
-밤에는 순발력, 마력+100
가히 사기적인 효과에 민도준이 만족스레 미소 지었다.
‘기존에 받던 효과보다 삼위일체 효과가 더 좋군.’
민도준은 그동안 써 왔던 해방된 루비 반지와 에메랄드 반지 세트를 꺼냈다.
‘참 오래도 썼네.’
C급일 때부터 지금까지 쭉 써온 반지들.
중간에 무엇이든 녹일 수 있는 독으로 봉인도 해제하며 등급을 높였었는데 이제는 버릴 때가 됐다.
‘내구력도 거의 닳았으니 바꿀 때가 됐지.’
이제는 쓸 일이 없는 해골 목걸이와 함께 반지들을 인벤토리에 처박아 놨다.
공간을 차지할 걱정은 하지 않았다.
인벤토리는 헌터 아이템이라면 무한정으로 보관할 수 있었으니까.
지이잉- 지이잉-
그때 주머니에 넣어놨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 표시에 엠페러 길드 영업팀이라고 써 있었다.
무슨 일인지 짐작은 가지만 확실히 해둬야 했기에 받았다.
“예.”
-아, 안녕하세요! 엠페러 길드의 영업팀장 조현기라고 합니다. 민도준 헌터님 되시죠?
“그렇습니다만.”
-며칠 동안 집에 방문했었는데 안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부득이하게 전화로 말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용건이 뭐죠?”
-아, 다름이 아니라 저희 길드에서 헌터님께 좋은 제안을 드리려고 하는데…….
“관심 없습니다.”
-예? 아니, 들어보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계약금이 얼마든 길드에 들어갈 생각은 없습니다. 그럼 이만.”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미 길드를 창설하기로 마음을 먹었기에 들어볼 것도 없었다.
‘다른 길드에 들어가면 행동에 제약이 생긴다. 길드라는 게 기본적으로 단체 행동을 중시하니. 게다가 계약서에 얽매여야 하고.’
뿐만 아니라 수입의 일정 비율도 떼 가기 때문에 계약금을 많이 받더라도 장기적으론 손해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신경민과 강혁수가 있는 길드에 들어가고 싶지도 않고.’
국내 랭킹 1, 2위이자 엠페러 길드인 두 사람은 민도준이 최종적으로 복수해야 할 대상이다.
‘길드에 들어가면 만나기야 쉽겠지만 아직은 암살할 준비가 안 됐어.’
민도준이 현재 S급에 육박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지만 어디까지나 평범한 S급 헌터의 기준일 뿐.
현재 S급인 신경민과 동급이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신경민을 만나 봐야 알겠지만 놈의 성장 속도로 봤을 때 나보다 강한 건 확실해.’
하지만 민도준도 만만치 않은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기에 격차가 좁혀지는 건 시간문제.
‘어쨌거나 아직은 일러.’
복수는 일단 뒤로 미루는 편이 좋았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도 아니고.’
착용했던 헌터 장비를 해제하자 민도준이 슈트 차림으로 돌아왔다.
그가 이렇게 옷을 빼입은 데엔 이유가 있었다.
오랜만에 황의철을 만나러 왔으니까.
딸랑-
약속 장소인 카페로 들어선 민도준이 자리를 잡고 황의철을 기다렸다.
얼마 후, 그가 반가운 표정으로 나타났다.
“도준아.”
“여깁니다, 선생님.”
“많이 기다렸냐? 일단 뭐라도 시키자.”
“드시고 싶으신 거 고르십시오. 제가 사겠습니다.”
“인마, 너만 돈 있냐? 나도 돈 많아.”
“오늘은 저한테 양보해 주세요.”
계산대에서 서로 내겠다고 옥신각신하는 끝에 황의철이 돌아섰다.
“하여간 고집도 세.”
민도준의 승리였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한 뒤에 자리에 앉는 민도준을 보며 황의철이 물었다.
“뭘 그렇게 차려 입고 왔어? 편하게 입고 오지.”
“선생님을 만나는데 격식은 차려야죠.”
“얘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다 보니 내가 진짜 지 선생인 줄 아나 보네? 가르쳐 준 것도 없는데 무슨 선생이야?”
“저한테 삶의 의미를 가르쳐 주셨잖아요.”
“하여튼 말은 잘해요.”
혀를 차면서도 황의철의 입가엔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도 민도준이 고마움을 표현하는 게 싫지 않았다.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갑작스레 선물을 꺼낼 때는 조금 싫었다.
지금처럼.
“이건 또 뭐야?”
“선생님 주려고 산 벨트입니다.”
“이런 거 안 줘도 된다니깐.”
“선생님 만나는데 빈손으로 올 순 없죠.”
“쯧, 아무튼 잘 받으마. 근데 다음부턴 이런 거 안 사와도 된다.”
“알겠습니다.”
말은 알겠다고 했지만 또 사올 것이 분명했다.
주문한 커피를 마시며 두 사람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너 랭킹 보니까 A급으로 올랐더라?”
“네, 얼마 전에 찍었습니다.”
“6개월 전만 해도 C급이었던 녀석이 나랑 같은 A급이라니…….”
“A급이라고 다 같은 A급인가요, 뭐.”
“그 말, 내가 더 아래라는 의미지?”
“그럴 리가요.”
“내가 널 구해줬을 때가 1,000레벨쯤이었는데…… 그때의 날 뛰어넘었구나.”
그때만이 아니었다.
지금도 민도준은 황의철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약점 간파로 정보가 보이는 게 그 증거였다.
“도준이 네가 사냥에 재능이 있는 줄은 몰랐네? 아님 직업이 좋은 건가? 이참에 나도 마검사로 전직해 봐?”
“하하…… 그랬다간 오히려 더 약해지실 겁니다.”
“그래? 그럼 안 되겠네. 이 나이에 공무원직에서 잘리면 큰일이니…….”
“요즘 공무원 헌터 분위기는 어때요?”
“말도 마라. 전에 던전 브레이크 일으키려고 했던 양승현인가 하는 그놈 때문에 일거리도 늘어나고 여러 가지로 더 빡세졌어. 공무원 헌터 이미지 깎인 건 덤이고.”
“던전에 2인 체제로 투입시키기로 한 건 확정된 거예요?”
“어. 근데 채용률은 고작 20%만 늘리겠단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전보다 더 바쁘시겠네요.”
“뭐…… 그렇지.”
살짝 얼버무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민도준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사모님이랑 다연이는 잘 있죠?”
“그럼, 잘 있지.”
“5년 전에 처음 보고 한 번도 못 봤네요. 얼굴 까먹겠어요.”
“언제 한 번 집에 놀러 와. 재미없게 사냥만 하지 말고.”
“생일 파티할 때 갈까요? 열흘만 있으면 다연이 생일이잖아요.”
“네가 그걸 어떻게 아냐?”
“예전에 말씀해 주셨잖아요.”
“몇 년 된 거 같은데………… 그것도 기억하냐?”
“네. 근데 긴장되시겠어요.”
“뭐가?”
“다연이 이제 만으로 스무 살 되잖아요. 혹시라도 각성하면 어쩌나 걱정하고 계실 거 같은데…….”
“으휴.”
황의철이 한숨을 쉬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네가 내 심정을 꿰뚫고 있구나.”
“그럼요. 제가 선생님 성격도 모를까 봐요?”
“마음 같아선 각성하지 않았으면 하지. 헌터가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아니까. 근데 그게 마음대로 되겠냐?”
한숨을 푹푹 내쉬는 황의철을 보며 민도준이 조용히 웃음을 삼켰다.
회귀한 그로선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기 때문.
“그런데 선생님은 던전 사냥 다니고 계세요?”
“……그게 무슨 소리냐?”
“랭킹 보니까 한동안 레벨이 안 오르셨더라고요.”
“……공무원 헌터가 그렇지 뭐.”
공무원 헌터는 일주일에 두 번밖에 던전을 돌지 않는다.
그것도 혼자서 공략할 수 있을 정도의 하위 던전을 돌아야 한다.
물론 업무 시간 외에 개인 사냥을 할 수 있지만 대부분 힘들어서 하지 않는 헌터가 더 많다.
이러니 공무원 헌터의 특성상 레벨업이 느릴 수밖에.
‘그렇다 해도 두 달 동안 1도 안 오른 건 이상한데…….’
현재 황의철의 레벨은 2,020.
두 달 전에 봤을 때에 비해 달라진 게 없다.
레벨이 년도와 같아서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동안 일 쉬셨어요?”
“뭔 소리야? 쉬긴 누가?”
목소리에서 살짝 당황하는 느낌을 받았지만 민도준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선생님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으니까.
“혹시 저 몰래 은퇴하셨나 해서요.”
“은퇴는 무슨. 평생 일하고 살 거다.”
“하하, 그럼 다행이고요. 아 참, 저 이사했어요.”
“그래? 어디로?”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자마자 황의철의 얼굴이 한결 편해졌다.
‘역시 뭔가 있어.’
아까 전에 얼버무리는 것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어딘가 수상했다.
민도준의 의심이 더욱 깊어졌다.
어느 정도 대화를 끝내고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연이 생일 때 한 번 찾아뵐게요, 선생님.”
“그래. 너 온다고 하면 가족들도 좋아할 거다.”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헌터한테 조심히는 무슨. 먼저 간다.”
황의철이 떠나자마자 민도준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루-
한참의 신호 끝에.
-민도준 씨?
도경원이 받았다.
“안녕하세요, 도경원 헌터님.”
-오랜만입니다, 도준 씨. 최근에 본 게 황 선배님이랑 봤을 때니까…… 반년만인가요?
“네.”
-혹시 공무원 헌터가 되고 싶어서 연락하신 거라면 안타깝게 됐습니다. 벌써 티오가 다 차버려서…….
“아, 그런 건 아니고 공무원 헌터에 대해 뭣 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아,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혹시 공무원 헌터도 휴가가 있나요? 그때 설명하기론 일이 널널한 편이라고 하셨는데 휴가도 주어지나 해서요.”
-휴가요? 저희는 그런 거 없어요. 있어도 월차로 하루 정도 쉬는 거지 남들처럼 여름휴가로 일주일씩 쉰다거나 하는 건 꿈같은 일이죠. 대신 할 일 없이 대기하는 시간이 기니까 이해해야죠.
“그럼 던전을 빠질 수도 없나요?”
-던전은 무조건 들어가야죠. 일주일에 두 번밖에 투입 안 되는데 그것도 빠지면 안 되잖아요. 월차도 대기하는 날에만 쓸 수 있고 던전 투입되는 날은 불가능해요.
“그러니까 던전은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는 거죠?”
-그럼요.
“A급 헌터라도 예외는 없나요? 황의철 선생님처럼.”
-물론이죠. 황 선배님도 일주일에 두 번은 공략하셔야 해요. 일정이 그렇게 짜여 있어요.
“말이 나와서 말인데 요즘도 선생님과 자주 만나세요? 모임에도 나가고?”
-아니요. 선배님 얼굴 뵌 지는 좀 됐고…… 전화로 가끔 안부만 묻고 있죠. 모임에는 안 나오시던데요?
“설마 은퇴하신 건 아니죠?”
-그럼요. 은퇴하시면 저희가 모를 리가 없죠.
“그래요? 알겠습니다.”
-궁금증이 좀 풀리셨나요?
“네,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뭘 이런 걸 가지고. 언제든지 물어보세요. 저야 시간은 많으니까. 기왕 물어볼 거 얼굴 보면서 얘기하면 더 좋고요.
“알겠습니다. 언제 한 번 뵙도록 하죠.”
통화를 마무리한 민도준이 이내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이상해.’
도경원의 말에 의하면 던전 공략은 빠질 수가 없다.
그렇다고 두 달 동안 휴가를 낼 수도 없다.
은퇴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어째서 황의철의 레벨은 그대로일까?
‘쉰다면 쉰다고 말하면 될 텐데 굳이 숨기려고 하셨단 말이지.’
선생님은 자신의 이익 때문에 뭔가를 숨길 분이 아니다.
숨긴다면 오히려 타인을 위해서 숨길 분이시다.
그런 점 때문에 마음 한구석이 석연치 않았다.
‘정말 던전에 들어가지 않는지 확인해 봐야겠어.’
따로 미행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아우를 통해 황의철에게 추적 스킬을 걸어 놓은 상태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