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06)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06화(106/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06화
106. 장석현
집으로 돌아온 민도준이 추적 스킬로 황의철과의 거리를 확인했다.
[대상과의 거리 48.68㎞]‘여기서 48킬로미터면 집에 계시나 보군.’
새로 이사한 민도준의 집은 서울의 성수동.
황의철이 거주하는 인천까지의 거리를 재면 얼추 맞다.
‘선생님께 이러는 게 왠지 죄스럽긴 하지만 던전에 들어가는지만 확인하려는 거니까…….’
미행할 필요는 없다.
그저 지금처럼 추적 스킬을 켜놓고 거리가 잡히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던전에 들어간다면 추적 불가라고 뜰 테니까.
‘일주일만 감시해 보자. 그럼 선생님이 정말로 활동을 안 하고 계시는지 알 수 있겠지.’
* * *
일주일이 흘렀다.
그동안 민도준은 집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던전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황의철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사냥도 포기했다.
‘일주일 정도는 쉬어도 괜찮아.’
황의철과 관련된 일이라면 뭐든 제쳐놓을 수 있었다.
그 결과, 원하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던전에 들어가지 않으셨어.’
던전에 들어가면 대상과의 거리가 멀다며 추적 불가라고 떠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메시지는 뜨지 않았다.
일주일 내내 던전에 들어가지 않은 것이다.
알아낸 정보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거리의 변동이 극히 적어. 즉, 집에서만 행동한다는 거지.’
그간 지켜본 결과 황의철의 행동반경은 3킬로미터를 벗어나지 않았다.
한마디로 동네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소리.
‘뭔 일이기에 던전도 나가지 않고 집에서만 생활하시는 거지?’
황의철이 은퇴했으면 그러려니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지 않은가?
자기 입으로 평생 일할 거라고 못을 박기도 했고.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도경원의 말로는 공무원 헌터들은 휴가도 없고 던전 투입도 빠질 수 없다고 한다.
한데 황의철은 예외다.
특혜라도 받은 것처럼 일도 나가지 않고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나한테 굳이 거짓말까지 하면서 말이지.’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왜 그랬는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때였다.
‘응?’
황의철과의 거리가 변하기 시작했다.
[대상과의 거리 35.90㎞]……
[대상과의 거리 24.32㎞]……
[대상과의 거리 13.18㎞]처음이었다.
황의철이 3킬로미터 이상 벗어난 적은.
‘속도로 보아하니 차를 탔나 본데.’
어디로 외출하는 것일까?
‘게다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거리가 4킬로미터 이내까지 좁혀지자 민도준은 황의철의 목적지가 자신의 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멀어지는 걸 보고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7킬로미터에서 변동 폭이 줄었다. 차에서 내린 거야.’
7킬로미터면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
‘한 번 미행해 봐?’
거리도 가깝고 일주일 만에 집을 나선 이유도 궁금했기에 미행 생각이 절로 들었다.
‘선생님을 의심하고 싶진 않지만 너무 수상하잖아?’
잠깐 확인하는 것뿐이라며 자신을 합리화한 민도준이 결국 외출 준비에 나섰다.
* * *
‘뭐야…… 여기에 계신다고?’
민도준이 서 있는 곳은 서울의 한 놀이공원.
황의철의 목적지이기도 하다.
‘가족들이랑 오신 건가?’
유령 가면으로 40대 아저씨의 얼굴로 변장한 민도준이 유령 늑대의 안내를 따랐다.
[컹컹!]도착했다고 짖는 소리에 민도준이 전방을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황의철과 가족들이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단순히 놀러 오신 거였군.’
놀이공원에 왔으니 당연한 소리지만 문제는 왜 일을 나가지 않느냐다.
그걸 또 민도준에게 숨기려 한 이유는 뭐고.
‘누가 보면 은퇴라도 하신 줄 알겠어.’
황의철이 민도준을 쳐다봤지만 금세 가족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변장을 눈치채지 못하는 걸 보니 예상대로 전투력이 낮은 모양이다.
‘목적지를 확인했으니 이걸로 됐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봐야 말씀해 주시지도 않을 테고. 이만 돌아가야…….’
몸을 돌리던 민도준이 못 볼 걸 봤다는 듯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은 한 남자에게 꽂혀 있었다.
‘흑해 길드……?’
약점 간파로 우연히 보게 된 남자의 정보.
거기엔 250레벨의 흑해 길드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흑해 길드가 여긴 어쩐 일이지?’
물론 흑해 길드라고 놀이공원에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암살에 특화된 녀석들이 한낱 놀이기구나 타려고 이곳에 들리진 않았을 터.
아니나 다를까 놈이 누군가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그 시선의 끝엔 황의철이 있었다.
‘선생님을 감시하고 있어.’
단순한 추측이 아니었다.
놈의 시선은 계속해서 황의철을 따랐다.
황의철이 시야에서 안 보이면 잘 보이는 자리로 옮기고, 다른 놀이기구로 이동하면 녀석도 따라 움직였다.
‘확실해. 선생님을 미행하는 거다.’
그 사실을 깨닫자 민도준이 자연스럽게 주위를 둘러봤다.
황의철에게 다른 미행이 붙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정보를 확인하면서 크게 주변을 둘러봤다.
‘400레벨짜리 한 명이 더 있어.’
총 두 명.
그 외에 다른 흑해 길드는 찾을 수 없었다.
‘어째서 선생님을 미행하는 거지?’
황의철은 1년 6개월만 있으면 흑해 길드에 의해 살해당한다.
그 사실을 알기에 흑해 길드의 등장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선생님의 목숨을 노리는 건가?’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일렀다.
아직 1년 반이나 남아 있지 않은가.
‘설마 미래가 바뀐 건 아니겠지……?’
혹시 모른다.
자신의 행동 때문에 미래가 바뀌거나 앞당겨졌을지도.
여태까지 저지른 일들이 있으니 그럴 가능성은 충분했다.
‘어쨌거나 벌써부터 흑해 길드가 붙었다는 건 좋지 않은 징조야.’
민도준이 이를 악물었다.
자신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 위험할지도 모른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거야 흑해 길드에게 직접 들으면 될 터.
민도준이 티 나지 않게 길드원 한 명을 미행했다.
* * *
장석현은 250레벨의 D급 흑해 길드원이다.
비록 말단이라 위에서 시키는 대로 감시나 하는 처지였지만 불만은 없다.
‘F급 특성인 나를 어느 길드에서 받아주겠어.’
운 좋게 각성해서 2년 만에 어찌어찌 D급까지 올리긴 했으나 그것뿐.
성장의 한계를 느끼고 길드를 구하려고 했지만 재능이 없다며 문전박대당하기 일쑤였다.
F급 특성임을 숨겨도 느린 레벨업 속도는 숨길 수가 없었으니.
‘그러던 차에 흑해 길드를 만났지.’
흑해 길드를 만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길드를 구하지 못해 열등감에 시달리던 어느 날.
파티원과 시비가 붙었고 결국엔 죽여 버렸는데 지켜보고 있던 파티원이 흑해 길드원이었던 것이다.
‘그때 내 독기를 인정받지 않았더라면 흑해 길드에 들어올 수 없었을 거야.’
사람을 죽인 장석현은 흑해 길드에 들어올 것을 제의받았다.
하지만 입단 테스트가 따로 있었는데 바로 무고한 사람을 한 명 죽이는 것.
‘이미 살인을 저질렀는데 그 정도쯤이야.’
자신과 같은 범죄자로 만들어 배신하지 못하게 하려는 길드의 의도였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길드에 들어갈 수 있다면야.
‘지금은 감시직에 있지만 레벨이 올라서 경력도 쌓이고 은신도 배우면 선배님들처럼 암살도 할 수 있어.’
암살 길드라는 건 흑해 길드에 들어와서 알게 됐지만 뭐 어떠랴?
사람도 두 명이나 죽이고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는데.
흑해 길드엔 오히려 감사했다.
오갈 데 없는 자신을 받아줬으니.
‘이곳에선 실력이 낮다고 무시 받지 않아.’
다들 살인을 저지르고 들어와서인지 말단이라도 가벼이 보지 않는다.
게다가 감시만 잘해도 길드에서 돈이 꾸준하게 들어온다.
다른 곳은 헌터의 수익을 빼먹기 바쁜데 오히려 봉급을 주는 길드라니.
이 얼마나 좋은가?
‘비록 이름도 모르는 아저씨를 감시하고 있지만…….’
길드에 들어온 걸 후회하지 않는다.
‘아, 화장실.’
아침 댓바람부터 감시하느라 화장실 갈 새도 없었다.
톡톡-
또 다른 감시원에게 문자를 보냈다.
[선배님. 저 장실 좀.] [ㅇㅇ.] [큰 거예요.] [어후 씨. 빨리 갔다 와.]황의철에게서 시선을 뗀 장석현이 화장실을 찾았다.
뿌지직-
“아흐…… 살았다.”
시원하게 볼일을 본 뒤 문을 열고 나오려는데…….
툭-
투명한 뭔가에 막혀 나갈 수가 없었다.
“응? 뭐…… 흡!”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자신의 입을 막고 밀어붙였다.
화장실 칸막이 문이 도로 닫혔다.
달칵-
문이 잠김과 동시에 괴한의 모습이 드러났다.
은신이 풀린 것이다.
‘누, 누구야, 너!’
그렇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목젖도 움직이지 못하게 꽉 틀어쥐고 있어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은신을 한 시점부터 상대가 B급 이상의 헌터라는 건 파악했지만…….
‘힘이 이렇게나 세다니……!’
같은 헌터인 자신이 아무런 힘도 못 쓸 만큼 아귀힘이 대단했다.
‘도움을 요청해야…….’
화장실은 크기도 컸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이 들락날락거렸다.
소란이라도 피운다면 목숨을 건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때 괴한이 핸드폰을 보여줬다.
미리 써놓은 건지 문자가 보였다.
[소리 내거나 스킬 쓰려고 하지 마라. 허튼짓하면 죽는다.]그러면서 손아귀에 더욱 힘을 주자 코로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이때 머릿속에 드는 생각이 있었다.
이 사람은 아귀힘만으로도 날 죽일 수 있겠구나, 하는.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이자 괴한이 또 다른 문자를 보여줬다.
[대신 묻는 말에 대답만 잘하면 목숨은 살려준다. 선택은 네 몫이다.]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고개를 한없이 끄덕이자 괴한이 또 문자를 보여줬다.
[고갯짓으로만 대답해라. 너희가 놀이공원에 온 이유. 어떤 아저씨를 미행하기 위해서인가?]장석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타깃을 미행하는 이유는 알고 있나?]장석현이 이번엔 고개를 저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아는 만큼 문자로 적어봐라.]괴한이 내민 핸드폰에 장석현이 한손으로 문자를 쳤다.
[저는 말단이라 아무것도 몰라요. 그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에요. 살려주세요.]애처로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목숨 구걸이라도 하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았다.
조용히 고개를 주억이던 괴한이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장석현의 기억은 여기까지였다.
뿌득-
목이 꺾이며 축 늘어졌다.
시체가 사라진 자리에 장석현의 옷과 핸드폰만 남았다.
주섬주섬 옷을 벗은 민도준이 장석현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마지막으로 핸드폰까지 챙긴 그의 얼굴이 스르륵 바뀌었다.
‘가볼까?’
장석현으로 변신한 민도준이 화장실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