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11)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11화(111/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11화
111. 구출 작전
인적이 없는 캄캄한 새벽.
민도준과 황의철이 이름 모를 산을 찾았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안광현이 알려준 목적지가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산속에 우리 다연이가 붙잡혀 있단 말이지…….”
“너무 걱정 마세요. 선생님. 곧 있으면 구할 겁니다.”
“어떻게 걱정이 안 되나. 그 어린 것이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벌벌 떨고 있을 걸 생각하면…….”
황의철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딸 생각만 하면 자기도 모르게 목이 메었다.
‘이게 다 못난 애비 때문이지…….’
죄책감에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지금은 감상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었다.
“선생님, 여기에 세우시죠. 너무 붙으면 들킬 수 있습니다.”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운 황의철이 민도준을 쳐다봤다.
“정말 자신 있는 거지? 우리 다연이 안 다치게 구할 수 있는 거지?”
“네, 그러려고 사전에 던전도 돌고 왔잖아요.”
민도준은 이곳에 오기 전에 던전 하나를 돌았다.
전장의 화신 버프를 받기 위해서였다.
“그 괴수를 잡아야 받을 수 있다는 버프 말이지?”
“네.”
“그래. 버프는 미리 받고 가는 게 좋지.”
황의철에게 자세한 건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저 버프를 받아야 하기에 사전에 괴수를 잡아야 한다고만 말했을 뿐.
‘덕분에 전장의 화신을 풀 스택으로 쌓을 수 있었어.’
버프를 받은 민도준은 현재 모든 스탯이 3,000을 넘은 상태였다.
누가 와도 이길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이기도 했다.
‘상대가 신경민이라 해도 말이지.’
때문에 적진에 혼자서 들어가는 데도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2,400레벨이 조금 넘는 안광현 정도야 이기는 건 어렵지 않지.’
그와 비슷한 레벨인 김베드로를 한 번 죽인 경험이 있었기에 이길 자신은 있었다.
그것도 지금보다 낮은 1,400레벨 때 죽였으니.
‘비록 지금은 1,700레벨이지만 전투력만 보면 S급은 넘어섰다고 봐야 돼.’
그것을 가능케 해 준 것이 전장의 화신 특성이었기에 작전에 앞서 버프를 포기할 순 없었다.
“버프 지속시간이 다하기 전에 빨리 가보겠습니다. 30분밖에 안 남아서요.”
“잠깐만. 정말 내 도움은 필요 없는 거야? 혼자서 괜찮겠어?”
“걱정 붙들어 매세요. 제 전투력이 얼마나 높은지 말씀드렸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전투력이 80만이 넘는다고 했을 때 황의철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재차 물었었다.
그때마다 민도준은 확신을 담아 말했다.
80만이 맞다고.
‘도준이가 이 상황에서 장난을 칠 리는 없을 테니 거짓말은 아니겠지만…….’
좀처럼 믿기지가 않았다.
1,700레벨의 전투력이 80만을 넘는다는 게 어디 믿기 쉬운 일인가?
2,000레벨이 넘는 자신만 해도 전투력이 35만이지 않은가.
‘나보다 레벨도 낮으면서 2배 이상 높은 전투력이라니…….’
믿긴 힘들지만 정말로 80만이 넘는다면 안광현 따위는 위협거리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민도준이 혼자서 딸을 구하러 가겠다는 말에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그로선 강자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으니까.
“도준아,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도움도 못 되는 주제에 이런 말 하긴 염치없지만 우리 다연이 좀 잘 부탁하고…….”
“알겠습니다. 선생님은 여기서 기다리고 계세요. 언제든지 떠날 수 있게 준비하시고요.”
“알았다.”
“그리고 전설의 보검은 저한테 넘기세요. 혹시나 거래해야 될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마.”
여태껏 한 번도 꺼내지 않은 전설의 보검을 황의철이 주저 없이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검신이 은빛으로 반짝이는 것이 확실히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이것이 전설의 보검…….’
민도준도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는 처음 보는 아이템이었다.
[전설의 보검]-분류 : 무기
-등급 : S
-공격력 : 3,000~6,000
-효과 : 모든 괴수에게 30% 추가 대미지
-내구력 : 무한
-사용 제한 : 레벨 3,000 이상
-설명 : 전 세계에 얼마 있지 않은 전설의 무구. 마력의 핵과 조합하면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
떠오르는 정보창에 민도준이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역시 전설 템이라 그런지 대미지만큼은 어마어마하군.’
내구력도 무한이라 흠집이 생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듯하다.
‘레벨 제한 때문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게 흠이지만…….’
보검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흑해 길드 따위는 얼마든지 괴멸시킬 수 있다.
보검을 인벤토리에 넣고 차에서 내린 민도준이 장비를 착용했다.
“그럼 다연이 데리고 올게요.”
그 말을 끝으로 민도준의 신형이 사라졌다.
투명화를 사용함과 동시에 자리를 박찬 것이다.
[남은 시간 : 12분 47초]밤이라 그런지 삼위일체 효과로 순발력과 마력이 100 증가됐다.
거기다 전장의 화신으로 뻥튀기되니 마력만 3,900에 육박했다.
‘마력도 높은 데다 중급 은신술 특성까지 있으니 거의 13분의 지속시간이 나오는군.’
짧으면 짧고 길면 길 수도 있는 시간.
‘이 정도면 충분해. 13분 안에 다연이를 찾는다.’
작전은 간단했다.
투명화를 사용한 뒤 최대한 빨리 다연이를 찾아서 빼내오는 것.
‘어차피 나보다 전투력이 높은 녀석은 없을 터. 투명화가 발각될 위험은 없어.’
어쩌면 국내 랭킹 1위라는 신경민조차 민도준의 투명화를 못 볼지도 모른다.
그만큼 80만이라는 전투력은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투명화의 이점을 살려서 다연이 부터 구해야 돼.’
애당초 놈들의 거래에 순순히 응할 생각은 없었다.
놈들을 믿을 수 없으니 다연이의 안전부터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3,000이 넘는 근력으로 지면을 박차며 빠르게 달렸다.
그럼에도 유령 걸음 장화 덕택에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사람이 있다. 총 두 명.’
시야에 들어오기도 전에 인기척을 감지했다.
기척 감지 특성 덕분이었다.
나무들을 지나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별장 한 채가 보였다.
앞서 예상한 대로 두 사람이 별장 앞을 지키고 서 있었다.
모두 흑해 길드원이었다.
‘이제 막 1,500레벨을 찍은 A급 헌터들이군.’
약점 간파 특성으로 정보들이 낱낱이 보였다.
‘정보가 보인다는 건 나보다 약하다는 의미지.’
말마따나 가까이 갔는데도 민도준이 있는 쪽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전혀 모르는 눈치.
그도 그럴 게 투명화를 간파하려면 전투력이 80만은 넘어야 하니 당연했다.
‘이 자리에서 싹 다 죽이고 싶지만 참아야 해. 일단은 다연이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민도준은 그대로 헌터들을 지나쳐 주변을 탐색했다.
‘건물 내부에 한 명이 더 있어.’
기척 감지에 누군가 걸렸지만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아우!’
[컹!]‘2층에 사람이 있다. 안에 들어가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확인하고 남자라면 냄새를 기억하고 와라.’
[컹!]아우가 벽을 통과하며 사라졌다.
그러더니 메시지가 떠올랐다.
[소환수가 추적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소환수가 냄새를 기억했습니다.] [실시간으로 위치를 탐지합니다.]잠시 후 나타난 아우에게 민도준은 구태여 성별을 묻지 않았다.
남자임을 확인했으니까.
‘안에 있던 사람은 안광현이었나 보군.’
별장에 혼자 있는 걸로 보아 흑해 길드장일 확률이 높았다.
‘일단 냄새를 기억했으니 만에 하나 놈이 도망가더라도 추적해서 죽일 수 있어.’
행여나 다연이를 구출하는 사이에 놈이 사라질까 봐 취한 조치였다.
‘다연이는 어디 있는 거지?’
여기 있는 인원은 A급 헌터 둘과 흑해 길드장이 전부.
‘다른 건물에 가둔 건가?’
주변을 둘러보니 조금 떨어진 곳에 오두막 하나가 보였다.
금세 거리를 좁히자 그의 레이더망에 세 명이 걸렸다.
‘문 앞에 두 명, 오두막 지하에 한 명.’
문 앞에 있는 놈들은 흑해 길드원이었지만 지하에 있는 사람은 누군지 알 수 없었다.
‘아우. 지하로 가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확인하고 오도록.’
[컹!]오두막 안으로 사라진 아우가 잠시 후 돌아왔다.
‘남자면 한 번, 여자면 두 번.’
그러자.
[컹컹!]기대했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여자라면……?’
다연이일 확률이 높았다.
오두막에 침입하기로 마음먹은 민도준이 문 앞에 서 있는 전력부터 파악했다.
‘둘 다 1,300레벨의 B급 헌터야.’
어려운 상대는 아니었다.
기습한다면 순식간에 처치할 수 있을 정도.
‘마음 같아선 지금 죽이고 싶지만 그랬다간 별장에 있는 헌터들이 눈치채고 만다.’
별장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몰래 죽이기는 힘들었다.
‘싸우더라도 다연이부터 구한 뒤에 싸워야 해.’
괜히 소란을 벌였다간 다연이를 구할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다.
그렇게 오두막에 침입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는 와중에.
“화장실 좀 다녀올게.”
“그래. 빨리 갔다 와.”
침입할 기회가 찾아왔다.
끼익-
오두막 문이 열리자 민도준이 재빨리 길드원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부딪치지 않게 조심한 터라 들킬 일은 없었다.
탁-
문을 닫고 화장실로 향하는 길드원을 뒤로하고 민도준이 지하실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노란 전등 아래에 손발이 결박된 채로 의자에 앉아 있는 여성이 있었다.
황의철의 딸, 황다연이었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어 보이네.’
살짝 안심한 민도준이 투명화를 해제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다연아.”
“히익!”
“쉿!”
놀라는 황다연의 입을 민도준이 황급히 손으로 막았다.
“나야, 도준이. 알아보겠어?”
몸부림치려던 황다연이 뒤늦게 민도준을 알아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 진정된 듯하자 민도준이 손을 뗐다.
“미안. 많이 놀랐지?”
“다, 당연하지.”
별안간 눈앞에서 사람이 나타났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으랴.
“정말 내가 아는 도준이 맞아?”
“어. 맞아. 오랜만이지? 언제 한 번 집에 찾아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보게 될 줄은 몰랐네.”
“아…….”
황다연은 민도준과 별로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5년 전에 아빠가 집으로 데려와 사정상 머물게 됐다며 하루 정도 같이 지낸 것이 전부였다.
그때는 모르는 남자애와 같이 지내기 싫다고 불만을 토로했었지만 부모님을 잃은 사정을 듣고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곤 했었다.
그 이후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아빠로부터 간간이 소식을 듣긴 했지만 얼굴을 본 건 그때 하루뿐이었다.
때문에 친해질 틈은 없었다.
나이가 같다는 이유로 친해지기에는 하루라는 시간은 짧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민도준의 등장이 반가웠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아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이렇게 반가울 줄은 그녀도 몰랐다.
황다연이 다시 한번 민도준을 살펴봤다.
5년 전이었지만 기억 속의 그가 확실했다.
“그,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야?”
“어쩐 일이긴.”
민도준이 안심하라는 듯 미소 지었다.
“구해주러 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