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12)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12화(112/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12화
112. 고통의 저주
구해주러 왔다는 말에도 황다연은 안심할 수 없었다.
‘아빠한테서 각성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래 봐야 자신과 같은 21살.
각성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1년 동안 올릴 수 있는 헌터의 레벨은 200이 고작이라는 것까지도.
때문에 이런 위험한 곳까지 들어온 민도준이 걱정됐으나 그것도 잠시일 뿐이었다.
남을 걱정할 처지는 아니었기에.
“아빠는? 아빠도 왔어?”
그녀에게 믿을 만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황의철뿐.
2,000레벨이 넘는 그라면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민도준의 입에서는 기대와 다른 대답이 나왔다.
“선생님은 산 아래에서 기다리고 계셔.”
“아래에서……? 그럼 여기까진 너 혼자 온 거야?”
“응. 둘이서 오긴 위험해서 혼자 왔지.”
“…….”
황다연의 얼굴에 수심이 깊어졌다.
“걱정 마. 내가 선생님보다 강하니.”
“넌 이 상황에서 농담을…….”
“할 리가 없잖아?”
그리 말한 민도준이 황다연의 손발에 묶인 끈들을 풀어줬다.
투두두두둑-
칼을 쓴 것도 아니고 오로지 힘으로만 뜯어버리자 황다연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헌터는 헌터라 이건가……?’
민도준이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사람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가자.”
“응.”
손발이 자유로워진 황다연이 의자에서 일어나 걸어가려고 할 때.
“잠깐.”
민도준이 막아섰다.
“최대한 빨리 도망쳐야 하니까 실례 좀 할게.”
“그게 무슨…… 앗!”
뭐라고 할 새도 없이 민도준이 황다연을 번쩍 안아 들었다.
“앞은 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 말의 의미를 파악하기도 전에 민도준이 황다연을 든 채로 지하실을 올라갔다.
그러자 막 화장실에서 나오던 흑해 길드원이 깜짝 놀란 얼굴로 쳐다봤다.
“웨, 웬 놈이냐!”
민도준은 대답 대신 파이어 블래스트를 날려줬다.
[선수필승 효과로 대미지가 2배 증가합니다.] [헌터 사냥꾼 특성 효과로 대미지가 2배 증가합니다.]도합 4배로 증폭된 대미지가 길드원의 얼굴에 작렬했다.
화르르륵!
“으아아아악!”
얼굴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바닥을 뒹구는 장면을 무심코 보게 된 황다연이 눈을 질끈 감았다.
앞은 보지 않는 게 좋다는 민도준의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갔다.
특성과 장비를 빼앗음과 동시에 전장의 화신 버프 지속시간도 초기화가 됐다.
‘좋았어. 이걸로 버프가 끊길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군.’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
“무슨 일이야!”
문밖에서 대기하던 길드원이 비명 소리를 듣고 들어온 것이다.
황다연을 안고 있느라 양손이 자유롭지 못했지만 민도준에겐 마법이 있었다.
‘거스트 블레이드.’
위이이잉!
순식간에 생성된 열 개의 칼날이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곡예를 부리며 쏘아졌다.
서걱! 서걱!
팔다리가 토막 나며 문 앞의 길드원이 힘없이 허물어졌다.
뭔가가 썰리는 끔찍한 소리에 황다연은 민도준의 가슴에 고개를 파묻었다.
[헌터 서진호를 죽였습니다.] [특성 ‘강철의 의지’를 빼앗았습니다.] [장비 8개를 빼앗았습니다.]특성과 장비가 들어왔지만 확인할 틈은 없었다.
‘오두막에 있던 병력은 모두 처치했다.’
이제 무사히 빠져나가는 일만 남았다.
민도준이 빠르게 오두막을 나섰다.
별장에 있던 병력들이 소란을 듣고 뒤늦게 쳐다봤지만 민도준은 이미 산을 내려가고 있었다.
전력으로 달리자 수풀과 나무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으읏!”
얼마나 빠른지 안겨 있던 황다연이 공기 저항에 못 이겨 신음을 흘릴 정도였다.
“조금만 참아, 거의 다 왔어.”
사람을 안고서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데도 민도준은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었다.
잠시 후 황의철이 기다리는 장소에 무사히 도착했다.
민도준이 황다연을 내려주는 사이 차 문이 벌컥 열렸다.
“다, 다연아!”
차에서 내리는 황의철을 본 황다연이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아, 아빠! 흐흐흑!”
부녀가 서로를 껴안으며 재회의 시간을 만끽했다.
누가 많이 우나 대결이라도 하는 듯 서로의 눈물은 그칠 줄을 몰랐다.
“미안하다, 다연아. 아빠가 미안해.”
“흑흑, 나 진짜 무서웠어. 아빠.”
“어디 다친 데는 없는 거니? 그놈들이 해코지를 했다거나…….”
“그러진 않았어.”
“휴우, 다행이다. 다행이야.”
민도준이 둘 사이에 나선 건 그때였다.
“선생님. 이제 그만 가시죠. 곧 있으면 놈들이 쫓아올 겁니다.”
좀 더 부녀간의 시간을 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래, 알았다. 다연아, 어서 타라.”
그렇게 차에 타고 출발하려는 그때.
“악!”
황다연이 별안간 비명을 질렀다.
“다연아! 왜 그래?”
“으으…… 아, 아니야. 갑자기 머리가 아파서…… 아아악!”
황다연이 다시금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했다.
“다연아! 어디 다친 거야?”
황의철이 황급히 딸의 머리를 살펴봤지만 상처는 없었다.
“아악! 아아아!”
그럼에도 황다연은 두통이 심한지 머리만 부여잡고 있었다.
“아아아악! 아파! 아빠!”
“아이고, 다연아…….”
연신 고통스러워하는 딸의 모습에 황의철이 발만 동동 굴렀다.
두통이 심하다고 하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때였다.
지이잉- 지이잉-
황의철의 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다연아, 조금만 참아. 빨리 병원으로 갈게.”
걸려오는 전화를 무시하고 황의철이 차를 출발시키려 했다.
지이잉- 지이잉-
“아이 씨, 이 와중에 누구…….”
전화를 끊으려고 발신자를 본 황의철이 동작을 멈췄다.
발신자에는 ‘사랑스러운 딸’이라고 쓰여 있었다.
‘딸의 핸드폰을 갖고 있는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었다.
황의철이 즉시 전화를 받았다.
“안광현.”
-뭔 전화를 이렇게 늦게 받아?
“너 이 새끼, 우리 딸한테 무슨 짓 했어.”
황의철은 딸이 고통스러워하는 게 안광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아파할 리가 없었다.
“약이라도 먹였냐?”
-크흐흐, 먹이긴 뭘 먹여. 물 한 모금도 안 줬구만.
“대체 뭘 먹였길래 이러냐고!”
“아아악!”
황의철이 소리치는 와중에도 딸은 계속해서 아파하고 있었다.
-좋은 비명 소리다.
“너 이 새끼…….”
-너무 열 받아 하지 마. 먼저 약속을 깬 건 너잖아? 혼자 오라고 불렀더니 웬 듣보잡 헌터랑 같이 오질 않나, 상품을 가로채질 않나. 그 과정에서 우리 길드원들도 죽이고 말이야. 오히려 화내야 할 사람은 나라고.
“내가 말했지. 우리 딸 털끝이라도 건들면 죽여 버린다고.”
-그래. 근데 날 죽이기 전에 딸이 먼저 죽지 않을까?
“…….”
황의철이 조수석에 앉은 딸을 쳐다봤다.
식은땀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아버지로서 마음이 찢어졌다.
-우리 길드원을 죽이고 딸년을 데려간 건 눈감아 줄게. 아직 거래는 유효하니까.
“거래는 없다.”
그 말을 끝으로 황의철은 전화를 끊으려 했다.
이럴 시간에 한시라도 빨리 병원에 데려가는 게 나았다.
안광현이 무슨 약을 먹였는지는 몰라도 치유 능력 각성자라면 어떻게든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아아, 설마 병원에 데려가면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네 딸은 나밖에 못 살려.
“개소리.”
-너는 모르겠지만 나한텐 특별한 능력이 있거든. 자세히는 말할 수 없고 대충 원격으로 고통을 주는 능력인데…… 네 딸이 아파하는 것도 다 이 능력 때문이지. 치유 각성자? 장담하는데 절대로 못 풀어. 오직 나만이 해제할 수 있지.
“그건 가 봐야…….”
-뭐, 후회하고 싶으면 내 말 무시하고 병원이나 가던가. 하지만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네 딸이 버틸 수 있을까? 안 그래도 여기가 촌구석이라 병원까지는 못해도 1시간은 걸릴 텐데.
“…….”
-난 지금 네 딸을 살릴 기회를 주는 거야. 괜히 고집부렸다가 딸이 죽으면 평생 후회할 거잖아? 안 그래?
“……그래서 뭘 어떡하라는 거냐?”
-약속대로 이곳에 와서 보검을 내놔. 그럼 딸을 살려주지.
“네 말을 어떻게 믿지? 이상한 약을 먹여놓고 거짓말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믿건 말건 자유지만 너한테 선택권이 있던가?
“…….”
-뭐, 그렇다고 증명하지 못하겠다는 건 아니고.
그리 말한 안광현이 잠시 침묵했다가 말을 이었다.
-방금 네 딸의 고통을 중단시켰다. 확인해 봐라. 그렇다고 아예 해제한 건 아니니 안심하진 말고.
그 말에 고개를 돌린 황의철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조금 전까지도 비명을 지르던 황다연이 얌전하게 숨을 고르고 있었다.
“저, 정말 원격으로 고통을 조작한다고……?”
-이제야 믿겠나?
“……저주 같은 건가?”
-그런 건 알 필요 없고. 이제 약속한 대로 별장까지 오시지. 대신 반드시 혼자 오도록. 만약 우리 길드원을 죽인 그 듣보잡 헌터를 대동하는 날에는…….
“아아악!”
황다연이 다시금 비명을 질렀다.
-네 딸년은 고통 속에서 죽어갈 테니까.
그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
고통이 다시 시작됐는지 황다연이 연신 신음을 흘렸다.
황의철에겐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도준아, 내가 갈 테니 넌 여기서 다연이를…….”
“선생님.”
말을 끊은 민도준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시면 안 됩니다. 그게 바로 놈이 원하는 거예요.”
“그럼 나보고 여기서 지켜보고 있으라고? 내 딸이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데?”
“보검을 건네준다고 놈이 약속을 지키리라 보십니까? 보아하니 녀석은 원격으로 고통을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고통을 멈춘 뒤에 해제했다고 거짓말할 수도 있어요.”
“그럼 어떡해? 방법이 없는데, 방법이!”
“저한테 맡기십시오. 제가 놈을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그때 다시금 전화가 울렸다.
안광현이었다.
-옆에 듣보잡 헌터 있지?
“…….”
-바꿔 봐.
민도준이 전화를 받자 비웃음 소리가 먼저 들렸다.
-크흐흐, 어린놈의 새끼가 자신감 하나는 대단해? 뭐? 날 처리하겠다고?
“……!”
민도준이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어떻게 안 거지? 차 안에 몰카라도 달아뒀나?’
당황스러운 감정을 추스르기도 전에 안광현이 말했다.
-내 이름은 알고 있을 테니 레벨도 조회해 봤겠지. 그런데도 그런 자신감이라니……. 레벨이 한 2,500쯤 되나 봐?
“넌 내가 죽여주마.”
-흐흐흐. 좋은 패기야. 무서워 죽겠는걸? 그런데 어쩌지? 네가 나랑 싸울 기회는 없을 거야. 황의철이 오지 않으면 절대로 고통을 풀지 않을 테니까.
“…….”
-전화 다시 바꿔라.
황의철이 전화를 받자 안광현이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너 혼자 오지 않으면 저주? 그래. 네놈이 말하던 저주는 풀지 않겠다. 분명히 경고했다. 잘 판단하도록.
“…….”
통화가 끊어지자 황의철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민도준을 쳐다봤다.
“이렇게 된 이상 나 혼자 가야겠구나. 보검을 돌려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