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13)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13화(113/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13화
113. 흑해 길드와의 거래
통화를 끊은 안광현이 여유롭게 소파에 몸을 기댔다.
‘흐흐흐, 제깟 놈이 안 오고 배겨?’
딸의 목숨을 담보로 잡아둔 이상 황의철은 자신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멍청한 놈. 그깟 딸이 S급 무기보다 뭐가 중요하다고. 쯧쯧.’
가족이 없는 그로선 황의철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자신은 보검만 얻으면 그만이니까.
‘웬 듣보잡 헌터를 고용해서 딸을 구하려고 했겠지만 어림도 없지.’
안광현은 특별한 능력이 있다.
대상에게 기생충을 심어 고통을 주는 ‘패러사이트’라는 특성이었다.
이 능력을 걸어둔 이상 딸의 목숨은 자신의 손에 달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오두막에 B급 길드원들을 배치하며 허술하게 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딸을 데려가도 협박하는 데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으니까.
‘전부 내 손바닥 안이지.’
하지만 한 가지 예상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황의철이 설마 다른 헌터를 데리고 왔을 줄이야…….’
분명 혼자 오지 않으면 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겠다고 경고했건만.
무슨 깡인지 황의철은 경고를 무시하고 헌터를 데려왔다.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 모를 듣보잡 헌터를.
‘고분고분한 녀석인 줄 알았더니 내 말을 씹고 헌터를 데려와?’
마음 같아선 딸을 죽이고 싶었지만 자신의 특성은 그런 식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그저 지속적으로 고통만 줄 뿐이었다.
‘뭐, 고통이 심해지면 결국 버티지 못하고 죽게 되겠지만.’
어쨌거나 딸을 죽이기에는 아직 일렀다.
보검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을 쉽게 죽여서야 되겠는가?
‘거래가 끝난 뒤에 죽이든가 해야지.’
딸을 아끼는 황의철의 반응으로 보아 거래는 무난하게 성사될 듯싶다.
다만 변수라고 한다면 황의철이 데려온 헌터가 문제였다.
‘대체 어디서 데려온 듣보잡인지…….’
듣보잡이라고 비하하긴 했지만 1,300레벨 길드원 둘을 순식간에 죽인 헌터다.
‘그것도 마법 한 방에 죽인 놈이야.’
녀석은 모르겠지만 안광현은 부하들이 죽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패러사이트를 걸어두면 고통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대상의 시야를 공유할 수도 있기 때문.
‘황의철과 녀석의 대화를 들은 것도 이 때문이지.’
딸에게 심어놓은 덕분에 차 안에서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다.
결코 몰래카메라 때문이 아니었다.
‘어쨌거나 그 녀석이 가세하면 나도 위험할 수 있어. 부하들을 한 방에 죽일 정도로 마력이 높은 놈이니까.’
듣보잡 헌터의 정체는 모르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마력이 최소 2,000은 넘는 마법사라는 것.
‘그 정도면 레벨도 2,500 이상은 되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의 레벨이 2,400이 넘는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 있게 쳐들어올 수가 없다.
‘나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니 위험을 감수하고 데려온 거겠지.’
안광현이 혀를 쯧쯧 찼다.
레벨이 높다는 것이 강함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디서 그런 놈을 구해왔는지는 모르지만 실수한 거다. 마법사 따위는 레벨이 높아도 내 상대가 될 수 없어.’
1대1로 싸우면 이길 자신은 있었지만 굳이 어울려 줄 이유는 없었다.
‘부하들의 복수? 그딴 건 내 알 바가 아니니.’
안광현은 냉철한 인간이다.
보검만 얻으면 그만인 상황에서 복수를 하겠다고 2,500레벨의 헌터와 싸울 필요는 없다.
그 때문에 냉혈한으로 소문이 났지만 흑해 길드의 수장이라면 마땅히 갖춰야 할 덕목이기도 했다.
‘난 보검만 얻으면 돼.’
원래 계획은 교단으로부터 마력의 핵을 빼앗아 보검과 조합하는 것이었지만…….
‘마력의 핵은 다른 놈이 가로채 갔으니 어쩔 수가 없고…… 보검이라도 얻어야지.’
일단 전설의 보검만이라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황의철이 딸을 아껴서 천만다행이군.’
만약 황의철이 딸과 척을 지는 사이였더라면 납치했어도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으리라.
‘딸을 살리고 싶을 테니 이번에는 혼자서 오겠지.’
안광현이 눈을 감았다.
그러자 별장 앞에 대기하던 부하들의 시야가 공유됐다.
부하들에게도 일일이 패러사이트를 심어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슬슬 올 때가 됐을 텐데…….’
아니나 다를까.
부하들의 시선에 이쪽으로 걸어오는 황의철이 보였다.
예상대로 혼자였다.
‘아무렴. 혼자 올 수밖에 없겠지.’
비웃음을 머금던 안광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님이 왔으니 마중을 나가는 게 도리 아니겠는가?
별장 밖으로 나오니 부하들이 단검을 빼 들고 황의철과 대치하고 있었다.
“얘들아, 무기 치워라. 거래하러 온 손님한테 무례하게 뭐하는 짓이냐?”
“죄송합니다.”
부하들을 물리고 앞으로 나선 안광현이 일정 거리를 두고 멈춰 섰다.
잠깐 주위를 둘러봤지만 듣보잡 헌터가 따라온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정말로 황의철 혼자 온 듯했다.
“약속대로 혼자서 왔구나. 뭐, 다른 선택지가 없었겠지만. 흐흐흐.”
안광현의 비웃음에 황의철은 말없이 노려볼 뿐이었다.
“그래. 같이 수다나 떨자고 부른 건 아니니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보검은 가져왔나?”
그 말에 황의철이 인벤토리에서 은빛 장검을 꺼냈다.
‘저것이 전설의 보검……!’
캄캄한 새벽에도 빛을 발하는 것이 전설의 보검이 맞는 듯싶다.
안광현의 눈동자에 탐욕이 일렁거렸다.
“설마 잘 만든 모조품은 아니겠지?”
“…….”
“그런 의미에서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해 봐야겠다. 보검을 먼저 넘겨라. 딸은 그 후에 살려주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던 황의철이 보검을 던졌다.
탁-
안광현이 보검을 가볍게 낚아챘다.
진품이 맞는지는 굳이 살펴볼 필요가 없었다.
보검을 쥐자마자 정보창이 떠올랐으니까.
‘이건 진짜다!’
어마무시한 공격력과 옵션을 보니 당장에라도 사용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레벨이 모자라는 탓에 들고 있어도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한다.
‘3,000레벨을 기약해야겠군.’
안광현의 입꼬리가 길게 찢어졌다.
당장에 사용하진 못하지만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절로 나왔다.
“큭, 크하하하하하!”
안광현이 기어코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드디어 손에 들어왔다.
그토록 원하던 전설의 보검이 자신의 손아귀에 있었다.
비록 레벨이 낮아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최강의 무기가 손에 들어온 것이다.
그리 생각하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자신을 웃긴 데에는 황의철의 멍청한 행동도 한몫했다.
“크크크큭! 멍청한 같은 새끼! 고작 딸년 살리자고 이런 귀한 무기를 넘기다니!”
한껏 비웃었지만 황의철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굳은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볼 뿐.
누가 가져갈세라 안광현이 재빨리 인벤토리 속으로 보검을 집어넣었다.
“크하하하! 이로써 보검은 내꺼다! 인벤토리에 넣은 이상 아무도 뺏어갈 수 없어!”
세상을 다 가진 듯 안광현이 광소를 터뜨렸다.
그때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던 황의철이 입을 열었다.
“약속 지켜.”
소리 높여 웃고 있는 와중에도 안광현은 낮게 읊조린 그 말을 놓치지 않았다.
“약속? 무슨 소리지? 우리가 언제 약속을 했었나?”
안광현이 능글맞은 표정으로 시치미를 뗐다.
황의철이 가만히 노려보자 그제야 기억난 척을 했다.
“아아, 맞다. 보검을 넘기면 딸의 저주를 풀어주기로 했었지? 그런데 이거 어쩌나? 난 풀어줄 마음이 없는데?”
실실 웃음 짓는 그 모습에 황의철의 이마에 핏줄이 돋았다.
“장난치지 말고.”
“장난 아닌데? 난 애당초 약속을 지킬 마음이 없었어. 설마 날 믿은 거야? 네 딸을 납치한 나를?”
안광현은 더 이상 웃지 않았다.
그저 한심하다는 얼굴로 혀를 찰 뿐이었다.
“쯧쯧쯧,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전부터 느꼈지만 성격이 그렇게 물러서야 되겠냐? 협박범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 정신 차려, 새끼야. 그러니까 네가 나한테 이용당하는 거야. 뭐, 덕분에 보검은 잘 받아간다만. 흐흐흐.”
“거짓말이었나?”
“뭐가? 저주 풀 수 있다고 한 거? 그건 사실이야. 마음만 먹으면 네 딸의 고통을 없애는 건 일도 아니지. 근데 기대하진 마. 안 그럴 거니까.”
“약속했잖아.”
“약속? 보검도 얻었는데 그깟 약속을 내가 왜 지켜야 하지? 약속은 깨라고 있는 거 아니겠어? 믿은 새끼가 잘못 아니겠냐고.”
“…….”
“그리고 상식적으로, 너랑 네 딸년을 살려 보내면 내가 곤란해지지 않겠어? 이 자리에서 죽이는 게 현명한 선택이지.”
농담이 아닌 듯 안광현의 눈빛에 살기가 맴돌았다.
“보검은 내가 잘 쓰마. 그리고 넌 이 자리에서 죽는다. 네 딸은 고통 속에서 죽어갈 테고. 부녀가 함께 죽으니 외롭진 않겠네.”
안광현의 손에서 단검이 나타났다.
옆에 있던 부하들도 각자 단검을 빼 들었다.
2,455레벨 한 명과 1,500레벨 두 명.
2,020레벨인 황의철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전력이었다.
“정말 이러기냐?”
“왜? 싸우기 싫어서 그래? 그럼 무릎 꿇고 빌기라도 하던가.”
“그게 아니라 너한테 최소한의 기회를 주는 거다.”
“기회? 무슨 기회?”
“목숨을 구걸할 수 있는 기회.”
“크흐흐흐, 그걸 농담이라고…….”
그때 황의철의 얼굴에 변화가 일어났다.
안광현의 웃음소리가 줄어든 것은 이때부터였다.
“무, 무슨…….”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황의철의 얼굴이 물결처럼 일렁거리더니 다른 모습으로 바뀌고 있었다.
“어, 얼굴을 변형시키다니…….”
안광현의 놀람을 뒤로하고 얼굴이 바뀐 사내가 말했다.
“네놈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줄 알았지.”
그 말에 안광현이 다시 한번 놀랐다.
거래에만 신경 쓰느라 눈치채지 못했는데 이제 들어보니 목소리도 황의철의 것이 아니었다.
“너, 너는 듣보잡 헌터……?”
“내 얼굴을 아네?”
민도준이 피식 웃었다.
“대화를 엿들을 뿐만 아니라 얼굴도 볼 수 있나 보네?”
“네, 네놈 정체가 뭐냐?”
“나?”
츠으으읏-
민도준이 장비를 착용했다.
“안 알려줘,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