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14)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14화(114/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14화
114. 이길 수 없는 상대
변장한 민도준이 안광현을 만나기 전.
차 안에서 그와 통화했을 때 민도준은 알 수 있었다.
‘우리가 하는 대화가 도청당하고 있다.’
몰래카메라를 달아놨는지 어쨌는지는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차에서의 대화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나 혼자 가야겠구나. 보검을 돌려다오.”
황의철의 말에 민도준은 순순히 보검을 건네줬다.
달칵-
차에서 내리기 전에 황의철이 한숨을 쉬며 돌아봤다.
“그럼…… 내 딸을 잘 부탁한다.”
“…….”
숲속으로 힘없이 걸어가는 황의철의 모습에 민도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저건 마치 죽으러 가는 사람 같지 않은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차에서 내린 민도준이 뒤늦게 황의철을 따라 숲으로 들어갔다.
“선생님.”
“응? 무슨 일이냐?”
“할 말이 있는데 여기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차에는 도청장치가 있는 것 같아서요.”
“뭐? 도청?”
상황을 모르는 황의철을 위해 민도준이 간략하게 설명했다.
“놈이 우리 대화를 엿들었단 말이야?”
“그 말 하려고 쫓아온 건 아니고요.”
“그럼? 설마 날 설득하려고?”
“네. 선생님이 가셔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개죽음일 뿐이라고요.”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겠지.”
“1대1이면 모를까 거기엔 다른 부하들도 있었습니다. 필시 A급 헌터들일 거고요.”
“…….”
“선생님이 강하신 건 알지만 그런 위험한 곳에 혼자 보낼 수는 없습니다. 차라리 저를 보내주십시오.”
“다연이가 위험한 상황이야. 내가 갈 수밖에 없어.”
“보검을 건네주면 녀석이 약속대로 저주를 해제할까요? 만약 해제하지 않으면? 그땐 어쩌시려고요?”
“그땐…… 죽기 살기로 싸워야겠지…….”
“이러나저러나 선생님과 다연이가 위험한 건 변함없습니다. 차라리 제가 기습해서 놈들을 제압한 뒤 저주를 풀라고 협박하는 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
“그게 먹히겠어?”
“달리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이게 최선입니다. 상황을 냉정하게 보십시오.”
“음…….”
설득이 먹혀들었는지 황의철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 네 말이 맞다. 내가 다연이 때문에 판단이 흐려졌었어.”
고개를 주억이며 수긍하던 그가 민도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너한테 맡기마. 아니, 부탁하마. 다연이를 구해다오.”
“알겠습니다.”
“놈을 죽이든 말든 상관하지 않으마. 아니, 오히려 고통스럽게 죽여줬으면 좋겠다. 우리 다연이가 받은 고통의 수십, 수백, 수천 배만큼.”
“그러겠습니다.”
안 그래도 곱게 죽일 생각은 없었다.
“선생님, 혹시 모르니 보검을 다시 주시겠습니까? 상황을 이용할 수 있을지 몰라서요.”
“그래? 알았다. 필요하다면 가져가라.”
황의철이 주저 없이 보검을 건네줬다.
“그리고 선생님의 옷도 필요합니다.”
“응? 내 옷은 왜?”
“설명은 할 수 없습니다만, 일단 절 믿어보시죠.”
그 진중한 눈빛에 황의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이유는 모르지만 민도준과 옷을 바꿔 입었다.
뭐가 됐든 자신을 도와주려는 것일 테니까.
“제가 돌아올 때까지 여기서 대기하고 계십시오. 차 안에 몰래카메라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선생님의 모습이 찍히면 놈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요.”
“그래, 알았다. 조심해서 다녀오너라.”
* * *
그 뒤 민도준은 황의철로 모습을 바꾸고 안광현과의 거래를 이어갔다.
정말로 약속을 지키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설의 보검도 건네줬지만…….
안광현은 예상대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보검이 인벤토리로 들어갔지만 상관없다. 죽여서 빼앗으면 되니.’
헌터 사냥꾼 특성이 있는 민도준으로선 보검을 빼앗겨도 걱정이 없었다.
‘뭐, 보검이 아니더라도 죽일 생각이지만.’
애당초 복수의 대상인 안광현을 살려줄 마음은 없었다.
그렇기에 변장도 풀었다.
놈의 의도를 파악했으니 더 이상의 변장은 의미가 없었다.
“네, 네놈 정체가 뭐냐?”
“나?”
민도준이 유령 검을 들고 전투태세를 갖췄다.
“안 알려줘, 새끼야.”
“…….”
그 도발에 안광현이 잠깐이지만 눈썹을 꿈틀거렸다.
‘어린놈의 새끼가…….’
화가 치밀었지만 안광현은 10년 경력의 초창기 헌터.
도발에 넘어갈 만큼 어설프지 않았다.
“어쩐지 목소리가 다르더라니……. 대체 어떻게 얼굴을 바꾼 것이냐? 그게 네놈 특성이냐?”
“알려주면? 저주 풀어줄 거야?”
“그래. 풀어주마.”
“안 믿어, 병신아.”
“…….”
그 저급한 언사에 안광현은 더 이상 인내하지 않기로 했다.
“후후, 좋다. 그렇게 죽고 싶다면야……. 석재야, 수환아.”
“예!”
“옙!”
“저 새끼 죽여라.”
A급 헌터 둘이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보더니 스르륵 사라졌다.
그러나 전투력이 더 높은 민도준에게 은신이 통할 리 만무.
화르르륵!
소환된 파이어 블래스트가 뱀처럼 꼬리를 늘어뜨리며 날아갔다.
후우우웅!
정확히 길드원들을 향해서 날아갔지만 놈들은 이미 그림자 밟기로 자리를 피한 상태.
스르륵-
순식간에 민도준의 뒤에서 나타난 두 사람이 목 긋기를 시전하려는 그때.
“기다렸다.”
미리 버프를 걸고 준비하고 있던 민도준이 검을 휘둘렀다.
‘매그넘 버스트.’
꽈아아앙!
부채꼴로 터져 나온 화염에 길드원들이 튕겨 나갔다.
“끄으으으……!”
“내, 내 다리…….”
A급 헌터들이라 그런지 목숨은 건졌지만 몸은 성치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위이이이잉!
쉴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 날아간 바람의 칼날이 길드원들의 머리를 떨어뜨렸다.
스걱- 스걱!
툭- 투둑-
[헌터 이석재를 죽였습니다.] [특성 ‘순발력 강화’를 빼앗았습니다.] [장비 7개를 빼앗았습니다.] [헌터 박수환을 죽였습니다.] [특성 ‘조금 빠른 성장’을 빼앗았습니다.] [장비 8개를 빼앗았습니다.]연이어 알림이 떠올랐지만 민도준의 시선은 안광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지금은 여유 있게 특성이나 확인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언제 맞붙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하지만 안광현은 민도준을 공격하지 않았다.
자신의 부하들이 10초도 걸리지 않아 죽는 모습을 보니 섣불리 공격할 엄두가 안 났다.
‘A급 헌터 두 명을 순식간에 죽이다니…….’
눈앞의 헌터가 강하다는 건 예상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놀라운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시체가 사라져?’
무슨 마술을 부렸는지 시신이 사라지고 있었다.
남은 것은 옷과 소지품뿐.
‘얼굴을 변형시킬 뿐만 아니라 시체도 없앨 수 있다니…….’
보면 볼수록 놀라운 능력이었다.
자신의 패러사이트 특성보다도 더.
‘가능하다면 특성을 바꾸고 싶을 정도야.’
그만큼 암살자로서 탐이 나는 능력이었다.
‘그런데 마법사가 아니었다니. 어이가 없군.’
마법을 사용하길래 마법사인 줄 알았건만, 상대는 검을 들고 있었다.
‘마검사인가?’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그런 직업이 있다는 건 들어봤었다.
과거에 몇몇 이들이 시도하던 직업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모든 스탯을 골고루 올려야 해서 효율성이 안 좋기로 판명 났을 텐데?’
어쨌거나 상대를 파악하기 위해 부하들을 먼저 보내길 잘했다.
섣불리 덤볐다면 자신도 당했을지 모른다.
모르긴 몰라도 눈앞의 헌터는 자신과 대등하거나 약간 높은 실력을 지닌 것 같으니까.
‘자신만만했던 이유가 있었군.’
안광현이 민도준을 달리 쳐다봤다.
“뭘 보고만 있어? 덤벼.”
민도준의 말에도 안광현은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전력 파악은 어느 정도 끝난 상태.
‘잘못하다가는 질 수도 있다.’
이미 보검도 얻었는데 굳이 위험을 자초할 필요가 있을까?
안광현이 오히려 걸음을 뒤로 물렸다.
‘나에겐 질주 스킬이 있어.’
이동속도를 올려주는 스킬을 사용해 전력으로 도망친다면 제아무리 레벨이 높은 헌터라도 따라잡을 수 없으리라.
계산을 끝낸 안광현이 도망치기 위해 몸을 돌리려 할 때였다.
[크허어어엉!]별안간 나타난 늑대 한 마리가 머리를 물어뜯으려 했다.
“뭐야! 저리 가!”
놀란 그가 손을 휘저으며 계획대로 질주 스킬을 쓰려는 그때.
[아우우우우우우!]아우의 하울링이 울려 퍼지자 안광현의 걸음이 멈추었다.
도발 효과를 머금고 있는 울음소리에 그의 고개가 잠시나마 유령 늑대에게로 향했다.
그 찰나의 순간을 민도준이 놓칠 리가 없었다.
“어딜 가려고.”
한순간에 거리를 좁힌 민도준이 유령 검을 휘둘렀다.
후웅-
하지만 애꿎은 허공만 갈랐다.
검이 닿기 직전 안광현이 가까스로 그림자 밟기를 사용했기 때문.
‘이렇게 된 이상 죽인다.’
민도준의 뒤를 점한 그가 단검을 휘둘렀다.
암살자의 전매 스킬인 목 긋기.
뒤에서 사용하면 2배의 대미지를 입히는 스킬로, 한 번만 성공시켜도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안광현이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민도준은 그런 뻔한 공격에 당할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휘익-
머리를 숙여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창으로 변형시킨 유령 검을 등 뒤로 찔러넣었다.
푸욱!
“큭!”
늦게 피한 탓에 옆구리를 허용한 안광현이 빠르게 물러났다.
‘갑자기 창이라니…….’
주무기가 검인 줄 알았건만 돌연 창을 꺼내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놀라기에는 일렀다.
스르륵-
창이 순식간에 활로 변하더니 화살이 날아왔다.
캉!
간신히 단검으로 쳐냈지만 그 틈에 둘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고 말았다.
콰앙!
“크윽!”
어느새 변형된 해머가 발등을 찍어버렸다.
고통을 참고 도망치려고 했지만 녀석의 창이 뱀처럼 쫓아왔다.
푹푹!
어깨와 팔에 구멍이 뚫렸다.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도 안광현은 도망치기에 바빴다.
‘대체 어떻게 된 무기야?’
눈앞에서 형태가 바뀌는 무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10년 경력을 통틀어 이런 상대는 처음이었다.
이런 종류의 싸움도 처음이었고.
콰앙!
“크으윽!”
민도준이 휘두른 양손검에 안광현이 뒤로 튕겨 나갔다.
단검으로 막긴 했지만 손목이 부러진 느낌이다.
‘……미친 근력이다.’
상대는 근력, 순발력 등 모든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모든 무기를 능숙하게 다룬다는 점도 놀랍기 그지없었다.
‘내가 잘못 판단했군.’
자신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약간 강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이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상대.
그가 바로 민도준이었다.
안광현의 눈에 비로소 공포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