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15)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15화(115/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15화
115. 안광현
‘이제 좀 깨달았나 보군.’
민도준이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두려움이 담긴 안광현의 눈빛을 보니 자신과의 격차를 깨달은 모양이다.
‘하지만 봐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민도준은 황의철의 부탁대로 천천히 고문시키면서 고통스럽게 죽일 생각이었다.
빠르게 목을 쳐내면 그동안 놈에게 죽은 영혼들이 억울해하지 않겠는가?
‘김베드로를 상대할 때보다 쉬워. 아니, 내가 그만큼 강해진 건가?’
레벨은 낮지만 전투력만 보면 이미 S급의 반열에 오른 민도준이다.
안광현 따위는 갖고 놀 수 있을 정도.
‘광폭화도 쓰지 않았는데 이 정도라니.’
새삼 전장의 화신과 마검사 특성의 시너지 효과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웨폰 마스터리 특성도 정말 사기적이고.’
덕분에 어떤 무기로 변형시키든 숙련자처럼 다룰 수 있었다.
“어디 또 도망가 봐.”
민도준의 말에 안광현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자존심 따위는 이미 내려놓은 모양.
하지만 절뚝거리는 다리로 얼마나 갈 수 있을까?
민도준이 여유롭게 추격하며 쿨타임이 돌아온 마법을 날렸다.
화르르륵!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안광현이 급히 머리를 숙였다.
마법은 피하면 그만이라고 여기고 있겠지만…….
민도준의 마법은 조금 특별하다.
퍼어엉!
“크헉!”
화염이 방향을 꺾어 등짝에 작렬했다.
화상을 입은 채로 바닥을 뒹굴던 안광현이 다시 일어나서 도망치려고 했지만.
쌔애애애앵!
뒤이어 날아온 바람의 칼날들이 그의 발을 사정없이 잘라버린 탓에 바닥에 다시 엎어져야만 했다.
“끄흐흐윽…….”
발이 잘린 건 꽤 고통스러웠는지 안광현이 신음을 참지 못했다.
이제는 도망칠 수도 없는 몸이 돼버렸다.
꼼짝없이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
하지만 그는 아직 죽을 마음이 없었다.
살기 위해선 다른 방도를 모색해야 한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다름 아닌 협박이었다.
“나, 날 죽이면 전설의 보검도 사라질 거다.”
“안 사라질 테니 걱정 마.”
“고문해서 빼앗을 생각이라면 포기하는 게 좋을 거다. 인벤토리는 절대로 열지 않을 테니까.”
“보검 따위는 관심 없어. 내가 원하는 건 다연이의 저주를 푸는 거다.”
“큭큭, 그래서 고문하시겠다? 내가 입을 열 거 같나?”
“그건 해 보면 알겠지.”
민도준이 보랏빛의 단검을 꺼냈다.
피잇!
[상대에게 고통의 저주를 걸었습니다.] [대상의 레벨이 높아 지속시간이 최소치로 줄어듭니다.] [대상의 레벨이 높아 두 번 이상 저주를 걸 수 없습니다.] [남은 시간 : 30초]마침 원하던 저주가 걸렸다.
하지만 짧아진 지속시간이 아쉽다.
‘30초 안에 놈을 굴복시켜야 해.’
기회는 단 한 번뿐.
짧은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고통을 주리라.
“얼마나 잘 견디는지 볼까?”
평범한 단검으로 바꿔 든 민도준이 안광현의 팔뚝을 그었다.
“크흐으으읏!”
살짝 그었는데도 이 정도 반응이라니.
민도준이 닥치는 대로 단검을 휘둘렀다.
“끅, 끄아악! 끄아아아!”
마치 생살을 회 뜨는 듯한 감각에 안광현이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다연이의 저주를 풀어!”
“시, 싫다아아악! 그아아악!”
꽤 버티는 모습에 민도준이 오히려 조급해졌다.
피잇! 핏! 피잇! 핏!
“끄억, 끄악! 끄윽, 끄어어!”
몸에 자잘한 상처가 늘어났지만 안광현으로선 산 채로 토막 당하는 기분이었다.
‘젠장…….’
벌써 30초가 지났다.
결국 안광현은 굴복하지 않았다.
‘어떡하지? 빨리 다연이의 저주를 풀어야 하는데…….’
난감한 표정의 민도준을 보며 안광현이 득의에 찬 미소를 지었다.
“크크큭, 일이 계획대로 안 풀리나 봐?”
“…….”
“고문하면 내가 쉽게 입을 열 줄 알았나 보…… 크윽!”
닥치라는 듯 민도준이 안광현의 팔뚝을 베어버렸다.
“고문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흐…… 흐흐. 어디 한번 해 봐.”
푹-! 푸욱!
단검으로 몸 구석구석을 찔렀다.
움찔거리기도 하고 비명을 지르기도 한 안광현이었지만 항복하겠다는 말은 죽어도 하지 않았다.
“아까보다 약해졌는데? 큭큭큭.”
피 칠갑이 된 와중에도 민도준을 조롱할 뿐이다.
오기가 생기자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끄흐흐…… 아무리 고문해 봐라. 내가 저주를 푸나.”
푹- 푹-
“끅, 시간 낭비야. 흐흐……. 이 시간에도 황의철의 딸은 고통 속에서 죽어가고 있겠지.”
푹- 푹-
“그만 찌르고 치료 각성자라도 데려와서 날 살리는 게 좋을 거야. 이러다가 내가 죽기라도 하면 황의철의 딸은 영원히 저주를 풀지 못할 테니까.”
“네놈을 죽이면 저주가 풀릴지도 모르지.”
“흐흐, 과연 그럴까?”
끝까지 버티는 안광현을 보자 민도준이 고문을 멈췄다.
그의 말마따나 이대로는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어떻게 해야 녀석을 굴복시킬 수 있지?’
고민스러운 상황.
상념에 잠겨 있는 그 모습을 보며 안광현이 눈을 빛냈다.
‘방심하는 지금이 기회다!’
안광현은 아직 숨겨둔 카드가 있었다.
자신의 특성 패러사이트.
그것만 녀석의 머리에 심는다면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다.
‘좀 더…… 좀 더 가까워야 해.’
패러사이트를 걸기 위해선 놈의 머리에 손을 대야 한다.
손이 닿을락 말락 가까웠지만 아직 모자랐다.
‘조금만 더!’
그때 민도준이 움직이는 바람에 거리가 가까워졌다.
정말로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
‘지금이다!’
안광현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턱-
민도준의 머리를 잡은 그의 손이 짙은 녹색으로 물들었다.
기운이 머릿속으로 스며 들어가는 것을 보며 안광현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크크크, 끝났…… 다?”
스며드는 줄 알았던 기운이 다시 올라오자 안광현이 말끝을 흐렸다.
‘뭐지?’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당황스러웠다.
‘끝난 게 아니었나?’
그때 녹색의 기운이 빠르게 안광현의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헉!”
놀람과 동시에 두통이 찾아왔다.
“끄, 으으아아악!”
극심한 통증에 안광현이 바닥을 뒹굴었다.
고문과는 차원이 다른 고통이었다.
‘지, 지금 내 능력에 내가 당한 거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분명 자신은 상대방을 향해 능력을 썼을 텐데?
‘그러고 보니 기운을 방출한 순간 녀석의 피부가 금빛으로 변했었어.’
그게 원인이었던 모양이다.
‘설마 내 능력을 반사한 건가?’
그의 짐작대로였다.
민도준은 안광현이 손을 댄 순간 ‘반사’ 특성을 사용했다.
고통을 돌려주기 위해서였다.
‘전투 중에 사용하지 않길래 이번에 쓸 거 같았지.’
방심한 척 가까이 붙은 것도 능력을 쓰도록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네 능력에 네가 당해 봐라.’
씨익 웃는 민도준과 달리 안광현은 연신 고통스러워했다.
민도준을 죽이기 위해 고통 강도를 최고로 조절했던 게 화근이었다.
‘미, 미친……. 내 능력에 내가 당하다니.’
능력을 반사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걱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자신의 능력이었으니 해제하면 그만이다.
‘패러사이트 제거.’
그런데 예상치 못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권한이 없습니다.]‘뭐?’
다시 한번 시도해 봤지만 같은 메시지만 떠오를 뿐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이건 내 특성이잖아!’
이 와중에도 고통은 계속되고 있었다.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한 끝에 한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설마 능력이 반사되면서 녀석의 공격으로 인식이 바뀐 걸까?’
반사하는 순간 민도준의 공격으로 전환되는 거라면 이해가 됐다.
‘그렇다면 녀석만이 풀 수 있다는 말인데…… 끄으으윽.’
최고 강도의 고통이었기에 참기가 힘들었다.
‘이 정도로 셀 줄이야…….’
남한테 걸어만 봤지 직접 당해 보는 건 처음이었다.
‘이, 이건 나도 버티기 힘들다.’
민도준이 해제하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이 고통이 지속될 터.
안광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 제안을 하나 하겠다.”
“뭐지?”
“보아하니 내 고통을 네가 해제시켜 줄 수 있는 듯하다. 고통을 해제시켜주면 딸년의 저주도 풀어주도록 하마.”
“싫어.”
“…….”
“다연이부터 풀어라. 그 후에 네 것을 풀어주지.”
“크윽…… 알았다.”
어지간히 급했는지 안광현이 고민도 않고 수락했다.
잠시 눈을 감던 그가 다시 말했다.
“풀었다. 황의철의 딸은 이제 괜찮을 거다.”
“기다려 봐. 확인해 볼 테니까.”
핸드폰을 든 민도준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어, 도준아.
“아직 숲에 계시죠?”
-그래. 여기서 꼼짝 않고 있었다. 어떻게 됐냐? 안광현은?
“제가 제압했습니다.”
-다행이구나. 다친 데는 없고?
“네. 안광현이 굴복하고 저주를 해제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다연이 상태가 어떤지 한 번 확인해 주셔야겠습니다.”
-정말이냐? 알았다! 내가 바로 가서 확인해 보마. 끊지 마라!
황의철이 차까지 뛰어가는 동안 민도준은 여유롭게 기다렸다.
“빠, 빨리 해제시켜 줘. 크으윽!”
“확인이 끝날 때까진 안 돼.”
“시, 시키는 대로 풀었잖아. 빨리…… 끄으으으으!”
“해제 방법이 뭔데?”
“누, 눈을 감고 내 얼굴을 떠올린 뒤 ‘패러사이트 제거’라고 말하면 돼. 이제 해 줘.”
“이따가.”
그리 말한 민도준이 황의철을 불렀다.
“선생님, 도착하셨어요?”
-어, 거의 다 왔어. 저기 보이네.
“다연이는 어때 보여요?”
-괜찮아 보인다. 적어도 괴로워하고 있진 않아.
“알겠습니다.”
통화를 끊자마자 안광현이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이제 약속 지켜.”
“무슨 약속?”
“해제시켜주기로 했…… 커허럭!”
민도준의 검이 안광현의 목에 박혔다.
“약속대로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마. 됐냐?”
“커륵, 커르륵.”
[헌터 안광현을 죽였습니다.] [특성 ‘패러사이트’를 빼앗았습니다.] [장비 12개를 빼앗았습니다.] [마정석 15개를 빼앗았습니다.]안광현을 죽이고 나니 마음이 다 후련했다.
‘선생님의 복수를 끝냈다.’
이제 황의철이 죽임을 당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선생님, 다 끝났습니다. 이제 걱정할 것 없습니다.”
-도, 도준아…….
울먹이는 듯한 황의철의 목소리에 민도준이 표정을 굳혔다.
“무슨 일 있으세요?”
-다연이가…… 다연이가…….
“다연이가 왜요?”
-숨을 안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