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1)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1화(11/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1화
11. 심진섭
그토록 죽이고 싶었던 상대를 만나면 어떤 기분일까?
자신이 죽는 모습을 보며 낄낄거리던 놈의 얼굴을 마주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피가 거꾸로 솟을 것이다.
분노에 미쳐 자기 자신을 통제하지 못할 것이다.
‘그럴 줄 알았는데…….’
심진섭을 마주한 민도준은 의외로 담담했다.
“심진섭입니다.”
“민도준입니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통성명을 했다.
그건 민도준으로서도 의외였다.
‘흥분해서 일을 그르치진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기우였군.’
죽기 전에 자신을 비웃던 놈들의 얼굴을 기억하며 다짐했다.
다음 생이 있다면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만나자마자 개처럼 찢어 죽이겠다고.
그래서 걱정했다.
혹시라도 심진섭을 만나게 되면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할까 봐.
그런데 자신은 생각보다 더 냉철한 인간인 모양이다.
‘다행이군.’
민도준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채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복수를 위해서라면 이까짓 가면쯤은 얼마든지 쓸 수 있었다.
‘아직은 드러낼 수 없지.’
등 뒤에 비수를 꽂는 그 순간까지 철저하게 가려야 한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안 왔나 봐요?”
그래서 심진섭을 보고도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물을 수 있었다.
“네. 여기 왔을 때 저 혼자였어요.”
“얼마나 기다리셨어요?”
“한 5분 기다렸나?”
“혹시 담배 피우세요?”
“네.”
“그럼 같이 한 대 피우시죠.”
그리 말하던 민도준이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
그러면서 심진섭에게 불을 붙여줬다.
“쓰읍, 후우. 감사합니다.”
민도준도 담배를 물었다.
그 모습을 우연히 본 박동윤이 고개를 갸웃했다.
‘헌터님이 담배도 피웠었나?’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민도준이 담배를 피우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회귀 전엔 골초가 따로 없었지만.’
회귀 전 민도준은 애연가였다.
그러나 아내를 만난 이후로 담배엔 손도 안 댔다.
아내가 담배 냄새를 싫어했으니까.
그래서 약속했다.
다시는 담배를 피우지 않기로.
‘그 약속이 6년 만에 깨지는군.’
복수를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같이 담배라도 피워야 심진섭과 가까워질 수 있으니까.
‘놈과 친해진 후에 뒤통수를 친다.’
회귀 전 민도준은 심진섭과 친하진 않았지만 파티를 해본 적은 있었다.
‘아주 싸가지 없는 놈이었지.’
당시 마검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심진섭은 민도준이 기억하기로 입이 거친 사내였다.
그리고 자신보다 약한 헌터를 보면 무시하고 경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기에 레벨이 낮은 나를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경계는 하지 않을 것이다.
‘자고로 경계를 허물었을 때가 뒤통수치기에 가장 좋은 법이지.’
민도준은 자신이 받은 고통, 그 이상을 놈에게 되돌려줄 계획이었다.
심진섭에게 붙임성 있게 말을 거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진섭 씨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22살이요.”
“아, 그럼 99년생?”
“네.”
“한 살 형이시네. 전 00년생이니까 편하게 말 놓으세요.”
“음, 그럴까?”
심진섭도 말을 놓는 게 편했는지 거절하지 않았다.
“전 고양시에 사는데, 형은 어디 사세요?”
“나? 경기도 광주.”
“진짜요? 거기 남한산성 있는 곳 아니에요? 우리나라 최초의 A급 던전.”
“맞아.”
“거긴 항상 사람 많죠?”
“그렇지. 던전이 생기기 전에도 많았는데 지금은 뭐, 발 디딜 틈도 없지.”
국내의 A급 던전은 50군데.
그중 최초의 A급 던전인 남한산성은 항상 사람들로 붐볐다.
다름 아니라 A급 헌터들을 보려고 찾아오는 것.
현시대의 헌터는 연예인보다 더 인기가 많았다.
거의 영웅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렴 괴수들로부터 시민들을 지켜주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헌터들이 강해지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돈과 명예, 인기까지 모두 독점할 수 있었으니까.
“아, 나도 빨리 A급 헌터 돼서 그런 인기를 누려야 할 텐데. 돈도 엄청 벌어서 막 롤스로이스 타고 다니고, 그쵸?”
“그러게. 진짜 상상만으로도 좋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로 공감대를 이끌어낸 민도준이 연기를 뿜으며 말했다.
“형은 레벨 몇이세요?”
“나? 153.”
“와, 진짜 높으시네.”
“넌 몇인데?”
“저요? 말하기 좀 그런데…….”
“말해 봐, 몇인데?”
“121이에요.”
“뭐? 그것밖에 안 돼?”
호감을 보였던 심진섭의 눈빛이 대번에 바뀌었다.
“진짜 121이야?”
“네.”
심진섭이 대놓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레벨도 낮은데 여긴 왜 왔어?”
“그냥 경험 삼아 왔죠. 120부터 입장 가능하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벌써부터 오면 어떡해? 그거 민폐야.”
“죄송해요. 그래도 도움은 될 거예요.”
“아니, 도움이고 나발이고 상식적으로 D급 던전에 E급이 오면 안 되잖아?”
심진섭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D급 던전은 D급 헌터에 맞게 난이도가 책정되어 있다.
때문에 헌터 업계에선 같은 급수의 던전에만 들어가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하지만 던전마다 입장 레벨이 다른 만큼 D급에 E급이 낄 수도 있기에 뭐라고 할 순 없었다.
다만 파티원들의 눈총을 받을 뿐이다.
그 사실을 알기에 민도준은 약간 침울한 연기를 선보일 수밖에 없었다.
“레벨이 되니까 괜찮을 줄 알았죠…….”
“어휴…… X발.”
욕설까지 들은 민도준이 짐짓 당황한 연기를 펼쳤다.
“죄, 죄송해요. 그래도 형 레벨이 높으니까 든든하네요. 형만 믿을게요.”
“아주 대놓고 얹혀가겠다 이거네?”
“아…… 그런 뜻이 아니라…….”
“됐다. 방해나 하지 마라.”
심진섭은 고개를 돌리며 들릴 듯 말 듯 욕설을 내뱉었다.
남은 파티원들이 도착한 것은 그때였다.
“좀 늦었습니다. 강태원입니다.”
“고성민입니다.”
서로 통성명을 나누자 담당자들이 헌터들을 입구로 안내했다.
“포지션 정하고 준비되시면 장비 착용해 주세요.”
그 말에 헌터들이 서로를 쳐다봤다.
“157렙 둔기 전사고요, 근접 딜러입니다.”
“155렙 한손검 전사, 근딜입니다.”
두 사람에 이어서 심진섭이 말했다.
“153렙 마법사고요, 원딜입니다.”
심진섭의 특성은 마검사에 특화되어 있다.
그럼에도 마법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에 민도준은 의문을 품지 않았다.
‘아직은 마검사라고 말할 입장이 못 되겠지.’
마검사로 활동하기에는 아직 이렇다 할 스킬이 없을 터.
그 사실을 이해하고 있던 민도준이 주눅 든 표정을 연기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121렙 마법사고 원딜입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눈치를 봤다.
‘어김없이 놀라는군.’
놀라는 걸로 부족해 민도준을 노려보는 눈빛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뿐.
입장할 조건을 갖췄기에 뭐라고 따지는 사람은 없었다.
단지 한숨만 푹푹 내쉬며 불만을 표출할 뿐.
“장비 착용합시다.”
이윽고 헌터들이 모습을 갖췄다.
무기와 갑옷으로 무장한 모습은 좌중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중에서도 민도준의 모습이 가장 눈에 띄었다.
‘아이템은 그래도 꽤 좋은 걸로 맞췄네?’
파티원들은 민도준의 장비를 보며 조금은 불만을 누그러뜨렸다.
저 정도의 고급 장비라면 그럭저럭 대미지는 나올 테니까.
“출발합시다.”
네 명의 헌터들이 입구로 들어갔다.
던전 공략이 시작되었다.
* * *
깨앵!
깽!
워울프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침착하게 하나하나 처리하세요!”
파티원들은 레벨도 높고 경험도 어느 정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사냥에 있어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민도준을 제외하고는.
“어어!?”
아이스 스피어가 애꿎은 허공을 갈랐다.
그 사실에 당황한 민도준이 달려오는 워울프를 보곤 황급히 에너지 실드를 둘렀다.
터엉-
놈의 이빨을 간신히 막고서 라이트닝 스피어를 몸에 맞췄다.
파지직!
하지만 유효한 대미지는 아니었는지 워울프는 멀쩡했다.
크어엉!
이어지는 워울프의 맹공.
텅!
실드로 막긴 했지만 후속타가 없어서 위험한 상황.
그때.
퍼억!
깨갱!
거대한 돌기둥이 워울프의 머리를 강타했다.
심진섭이 만든 어스 스파이크였다.
“휴우, 고마워요, 형. 덕분에 살았어요.”
“야, 내가 방해하지 말라고 했지? X발, 민폐 짓도 정도껏 해야지, 이건 뭐…….”
“……죄송해요.”
심진섭의 얼굴엔 짜증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다른 파티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들 민도준을 팀에 도움이 안 되는 골칫거리로 여기고 있었다.
“민도준 씨. 좀 제대로 합시다. 그쪽 때문에 사냥이 느려지고 있잖아요.”
“죄송합니다.”
“같은 마법사인데 이렇게 차이가 나나?”
그러면서 파티원이 심진섭에게 눈길을 줬다.
민도준과 다르게 심진섭은 여태까지 모든 스킬을 명중시켰다.
반절 이상을 빗맞히는 민도준과 당연히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형. 아까부터 머리만 맞췄죠? 어떻게 하는 거예요?”
“어떡하긴. 그냥 잘하면 되지.”
“저 좀 알려주시면 안 돼요?”
“뭘 어떻게 알려주라고.”
“어느 시점에 어떤 느낌으로 날려야 한다든가 뭐 그런 노하우가 있을 거잖아요.”
“몰라, 그런 거.”
심진섭의 얼굴에 귀찮은 기색이 역력했지만 민도준은 끈질기게 달라붙으며 노하우를 얻으려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파티원들은 남의 일 처럼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사냥할 때마다 심진섭에게 조언을 구하는 민도준 때문에 걸음이 느려지자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만 묻고 빨리빨리 진행합시다. 이러다 페널티 먹겠어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민도준은 말만 죄송하다 할 뿐 계속해서 심진섭의 발목을 잡아끌었다.
그러다 보니 파티원의 발걸음도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아이 씨! 이럴 거면 저희 먼저 사냥 가겠습니다! 그게 더 빠르겠어요.”
“네?”
“마법사들은 마법사끼리 사냥하세요!”
“아, 아니, 저도 같이……!”
페널티를 당할까 두려웠던 전사들이 숲속으로 달려가는 걸 보고 심진섭이 따라가려 했지만.
덥석-
민도준이 붙잡은 탓에 그럴 수 없었다.
“형, 어디 가요.”
“야, 이거 놔!”
“아, 형!”
팔을 붙잡고 늘어지는 민도준 때문에 심진섭은 쫓아갈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이미 사라진 전사들을 보며 심진섭이 아연실색하는 반면, 민도준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드디어 놈과 단둘이 남게 됐다.’
여태껏 개념 없이 굴며 팀에 민폐를 끼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심진섭과 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할 일에 제삼자가 끼어들면 곤란하니까.’
민도준은 심진섭을 죽일 생각이다.
증거가 남지 않는 이곳에서.
하지만 다른 파티원들이 보는 앞에서 죽일 수는 없었다.
죽이려거든 남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죽여야 한다.
그래야 깔끔하니까.
‘그래서 이런 민폐 짓까지 해 가며 파티를 찢어놓은 거지.’
다행히 계획대로 성질 급한 전사들이 먼저 떠나버렸다.
그들이 경험자인 데다 실력도 좋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게 아니었더라도 다른 방법을 썼겠지만.’
어쨌거나 계획대로 돼서 속으로 웃고 있는 반면, 심진섭은 온갖 인상을 쓰며 민도준이 잡고 있던 팔을 뿌리쳤다.
“아! X팔! 너 때문에 쟤네 먼저 가버렸잖아!”
“죄송해요, 형. 이왕 이렇게 된 거 저희끼리 잘해 봐요.”
“너 같은 병신새끼 데리고 뭘 어떻게 하라고!”
“형……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내가 뭐 틀린 말 했어? X발.”
씩씩거리던 심진섭이 지팡이를 들고 전사들이 사라진 방향으로 뛰었다.
더 늦기 전에 쫓아갈 심산이었다.
“형! 어디 가요!”
“따라오지 마!”
“저 혼자 두고 가면 어떡해요!”
“몰라! 너 같은 새끼 뒤지든 말든!”
심진섭을 놓칠세라 민도준이 다급히 쫓아갔다.
다행히 심진섭은 얼마 가지 않아 걸음을 멈췄다.
“형, 왜 멈췄…….”
“쉿!”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한 심진섭이 전방을 가리켰다.
워울프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야, 우리 둘이서 저놈은 잡아야 할 거 같다. 할 수 있지?”
“네, 걱정 마세요.”
“너 하는 꼴을 보면 걱정 안 하게 생겼냐? 쯧.”
심진섭이 타박하는데도 민도준은 헤헤거리며 바보 같은 웃음만 지었다.
그 얼굴에 감쪽같이 속은 심진섭이 ‘병신새끼’라고 중얼거리곤 워울프에게 시선을 줬다.
“내가 먼저 선빵 칠 테니까 넌 가까이 오면 스킬 날려. 알겠냐?”
“네, 형.”
“신중하게 날려야 된다.”
그리 말한 심진섭이 거대한 돌기둥을 만들더니 워울프를 향해 날렸다.
퍼억!
깽!
거리가 멀었음에도 돌기둥은 워울프의 몸통에 적중했다.
탁월한 명중률이었다.
하지만 고작 한 방으로 워울프가 쓰러질 리 없었다.
컹컹!
화가 난 녀석이 곧바로 달려들었다.
“온다! 준비해!”
심진섭이 후속타를 위해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민도준 역시 아이스 스피어를 만들며 준비를 마쳤다.
심진섭을 죽여 버릴 준비를.
[복수 특성 효과로 대미지가 2배 증가합니다.] [헌터 사냥꾼 특성 효과로 대미지가 2배 증가합니다.]도합 4배의 대미지가 증폭된 아이스 스피어가 심진섭의 뒤통수를 겨냥했다.
‘아니지.’
민도준은 겨냥 위치를 바꿨다.
‘쉽게 죽여선 안 되지.’
앞에 서 있던 심진섭은 민도준이 뭐 하는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달려오는 워울프에게만 신경을 쏟았을 뿐.
퍼억!
깨앵!
다가온 워울프에게 후속타를 맞춘 심진섭이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지금이야!”
그와 동시에 심진섭은 보았다.
워울프가 아닌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아이스 스피어를.
푸욱-!
“끄, 끄아아아악!!!”
허벅지에 얼음의 창이 꽂히자 엄청난 통증이 밀려왔다.
“너, 너어! 끄으윽!”
“죄송해요. 잘못 날렸어요.”
그리 말한 민도준이 라이트닝 스피어를 만들었다.
그리고 후속타를 날렸다.
워울프가 아닌 심진섭에게.
파지지지직-
“끄롸롹럭어억걱!!!”
“이것도 잘못 날렸어요.”
털썩-
심진섭은 결국 고통에 못 이겨 쓰러졌다.
그러자 달려오던 워울프가 움직임을 멈췄다.
녀석도 지금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모양.
하지만 이내 민도준으로 타깃을 바꿨다.
물론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다.
쿨타임이 돌아오길 기다린 민도준이 얼음의 창으로 워울프의 눈을 꿰뚫었으니까.
깨애앵!
[경험치 +94] (기여도 47%)워울프까지 처치하고 상황이 정리되자 민도준이 심진섭을 쳐다봤다.
아직 숨은 붙어 있었는지 가슴이 오르내렸다.
‘다행이군. 더 괴롭힐 수 있어서.’
민도준이 씨익 웃었다.
여태 한 번도 보이지 않은, 진심이 담긴 웃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