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22)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22화(122/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22화
122. 2021년
집 앞으로 픽업하러 온 박동윤을 보며 민도준이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담당자님.”
“안녕하세요, 헌터님. 어서 타세요.”
뒷좌석에 탄 민도준이 웃으며 말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이고, 제가 먼저 말하려고 했는데 선수를 뺏겼네요. 헌터님도 2021년에는 복 많이 받으시고 하는 일 모두 잘 되시길 기원합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훈훈한 분위기도 잠시.
인사치레는 끝났으니 본론을 꺼낼 차례다.
“아까 전화로 하신 말씀은 뭐예요? 무슨 문제라도?”
“아…… 그게 말입니다.”
말하기가 조심스러운지 박동윤이 연신 입술을 달싹이며 뜸을 들였다.
“해가 바뀌면서 우선권도 리셋되었지 않습니까?”
“그렇죠.”
“근데 저희 센터장님께서 무슨 생각인지 우선권의 횟수마저 리셋해 버렸지 뭡니까.”
“횟수를요?”
“네……. 원래 다른 센터의 몫까지 끌어와서 5회였는데 기존처럼 1회로 바꾸셨습니다.”
“갑자기 왜요?”
“그건 저도 잘…….”
5회였던 우선권을 1회로 줄였단다.
실수가 아닌 고의로 줄인 것이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한가지 짚이는 점이 있었으나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는 게 확실할 것 같았다.
“센터장님 센터에 계시나요?”
“네, 지금 있을 겁니다.”
“한 번 만나봐야겠네요.”
“알겠습니다.”
운전대를 잡은 박동윤이 센터로 방향을 틀었다.
* * *
회귀 전에 센터장은 만날 일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 센터장을 봤을 때 어떤 사람인가 기대하기도 했다.
솔직히 약간의 호감도 있었다.
자신을 위해 우선권을 5개나 확보해 준 사람이니까.
하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최악이 아닐 수 없었다.
제2의 이세윤으로 만들어주겠다니…….
그 말은 민도준에게 모욕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최악의 첫인상을 남기고 나서 지금 이렇게 두 번째로 대면하게 됐다.
그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며 마주했건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헌터님, 우선권을 줄인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다른 지부에서 도로 우선권을 달라고 요청하지 뭡니까?”
센터장 노대웅은 자신이 고의로 줄인 게 아님을 몇 번이고 피력했다.
“저라고 매해 우선권을 유지할 힘이 있는 게 아닙니다. 달라고 하면 줄 수밖에 없어요. 다만…….”
센터장이 슬쩍 민도준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광고를 찍어서 지부의 위상을 드높인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요. 그때는 저희도 어필할 명분이 생기니까요.”
“…….”
“어쩌시겠습니까? 우리 지부의 간판스타가 되신다고 계약만 체결하시면 우선권 5개는 일도 아닙니다. 더 늘릴 수도 있어요. 그러면 헌터님도 원하시는 솔로잉을 하실 수 있으니 좋고, 우리 지부의 인지도도 올라가서 좋고. 서로 상부상조하는 것이니 여러모로…….”
“설마 했는데 대단하시네요.”
“예?”
“헌터를 이용해서 자기 잇속을 챙기려 하다니. 아무리 돈에 눈이 멀었어도 그것만은 마셨어야죠.”
“무, 무슨 말씀을…….”
“우선권을 빌미로 저를 광고 모델로 이용하겠다는 계획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누가 갑이고 을인지 파악이 안 된 모양입니다?”
“이, 이용이라니요? 말씀드렸다시피 저도 어쩔 수 없는…….”
콰직!
민도준이 센터장실에 있던 탁자를 두 동강 내버렸다.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속도.
센터장의 벗겨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죄송합니다. 거짓말을 들으면 저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라.”
“…….”
“탁자값은 배상하겠습니다.”
“아, 아닙니다, 헌터님. 기분이 상하면 그러실 수도 있죠, 하하…….”
일반인인 센터장으로선 A급 헌터의 기세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민도준이 센터를 떠나기를 바랄 뿐.
“어쨌거나 센터장님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제 뜻도 알아들었으리라 생각하고 이만 가 보겠습니다. 아! 우선권 하나는 써도 되는 거 맞죠?”
“그, 그럼요! 물론이죠!”
“명심하세요. 사람을 상대할 땐 주제 파악이 먼저라는 것을. 그 나이 드셨으면 아실 텐데…… 쯧.”
어질러진 센터장실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오자, 박동윤이 다가왔다.
“이야기는 잘 끝나셨습니까?”
“네. 좋게 해결했습니다.”
“아,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민도준의 기준으로 그나마 좋게 해결했다는 뜻이었건만 박동윤은 그것도 모르고 즐거운 기색으로 앞장섰다.
“가시죠! 던전으로 모시겠습니다.”
박동윤을 따라가던 민도준이 슬쩍 센터장실을 쳐다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예정대로 센터를 나와야겠어.’
우선권 혜택이 없으면 굳이 센터에 있을 이유가 없다.
어딘가에 소속된다는 건 참 귀찮은 일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 민도준이었다.
* * *
작년인 2020년은 기자들이 좋아할 만한 기삿거리가 많은 해였다.
공주시에서 던전 브레이크를 막은 영웅.
원티드 길드의 유망주인 강철규의 죽음.
납골당 인근 골목에서 벌어진 헌터 피습 사건.
공무원 헌터 양승현의 던전 브레이크 가담 사건.
사이비 교주 김베드로를 필두로 한 여성들 납치 감금 사건.
청룡 길드 이세윤의 실체와 사망 등.
여러 사건 사고가 터진 해였다.
물론 이런 암울한 소식이 있는가 하면 희망이 되는 소식도 있었다.
국내 랭킹 1위 신경민의 S급 달성.
이로 인해 대한민국도 이제 엄연한 S급 헌터 보유국이 됐다.
뿐만 아니라 S급 던전도 생성되긴 했지만 국가적 위기라고 볼 순 없었다.
공략만 한다면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채굴할 수 있는 광산이 생긴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었으니까.
게다가 S급 던전은 다른 던전과 달리 던전 브레이크 타임이 480시간으로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
만에 하나 공략이 힘들 경우 다른 나라에 지원요청을 할 수도 있었고, 국내에는 전에 없던 S급 헌터도 생겼으니 걱정할 일은 없으리라.
S급은 지금도 신경민을 필두로 서서히 증가하는 중이었으니.
[엠페러 길드장 강혁수. 두 번째로 S급 달성!] [다음 주자는 랭킹 3위인 정혜원. 이번 주 중으로 S급 달성할 것으로 예상돼…….]헌터부 기자 고두식은 새해에 쏟아지는 기사들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기다려 봐. 나도 특종을 잡을 테니.’
조금 전에도 다른 기사 베껴서 낼 생각하지 말고 뭐라도 좀 건져오라며 밖으로 내몰린 그다.
‘면박을 듣는 것도 이제 지긋지긋해.’
이번에야말로 선후배들이 깜짝 놀랄 만한 특종을 잡겠다며 당차게 나왔지만.
우뚝.
갈 길을 찾지 못한 발걸음은 고두식을 한동안 도로변에 서 있게 만들었다.
‘젠장, 어디로 가지?’
특종을 잡겠다고 큰소리치긴 했지만 막상 나오니 갈 곳이 없었다.
무슨 주제로 기사를 낼지도 아직 정하지 않았다.
‘두 번째 S급 던전의 위치를 추측하는 기사를 내볼까? 아니면 A급 헌터들을 미행해서 그들의 밤 문화를 파헤치는…….’
이런저런 기삿거리를 떠올려봤지만 전부 헛된 망상 같은 내용뿐.
히트를 칠 만한 소재도 떠오르지 않았다.
‘일단 하늘을 봐야 별이라도 딸 테니…….’
고민을 잠시 접어둔 고두식이 어딘가로 걸음을 옮겼다.
* * *
남양주 금곡동에 있는 한 저수지.
그곳에 SUV 한 대가 나타났다.
민도준이었다.
‘이곳에서 질긴 나무의 수액을 구한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다른 헌터는 보이지 않았다.
하나뿐인 우선권을 써서 하루를 통으로 빌린 탓이다.
‘떠나기 전에 우선권은 사용하고 떠나야지.’
센터장과의 마찰로 길드를 창설하기로 결심을 굳힌 민도준은 어쩌면 올해 마지막 솔로잉이 될지도 모르는 던전 앞에 다가섰다.
[새말저수지 늪지대 악어 던전]-난이도 : A
-인원 제한 : 6명
-입장 제한 : 레벨 2,000 이상
-공략 목표 : 악어가죽 800개 획득
-실패 페널티 : 모든 스탯 5 감소
-제한 시간 : 18시간
-던전 브레이크까지 남은 시간 : 113시간 6분 21초
제한 시간 18시간 이내에 악어가죽이라는 던전 한정 템을 800개 구하면 공략 성공.
파티원 중 누가 구해도 개수가 합쳐지기에 혼자보단 여럿이 합심하는 게 빠르게 공략하는 법이었지만.
‘나 혼자만으로도 충분하지.’
유령 늑대의 도움으로 몰이 사냥을 한다면 공략 템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네, 헌터님!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입니다! 조심히 사냥하고 나오십시오!”
헤어질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도 모른 채 박동윤이 두 주먹을 쥐며 파이팅을 외쳤다.
“휴.”
민도준이 포탈 안으로 사라지자 박동윤이 슬그머니 주먹을 내린 뒤 SUV로 돌아갔다.
이제부턴 온전히 그만의 자유시간이었다.
태블릿으로 할 업무가 몇 가지 있긴 하지만 30분도 안 돼서 처리할 수 있었다.
‘헌터님을 맡고 나서부턴 일이 편해졌단 말이지.’
민도준의 사냥 속도가 빨라서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했지만 처음 세 명을 픽업하던 것에 비하면 바쁜 축에도 못 들었다.
‘역시 헌터님을 만난 건 행운이야.’
그를 만난 덕분에 직급도 과장으로 승진하지 않았던가.
입사 동기들은 아직도 대리 딱지를 달고 있는데 말이다.
“이제 뭐 하지?”
멋모르는 사람이라면 민도준의 생사를 걱정하며 포탈 입구만 쳐다보고 있겠지만.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헌터님 걱정이지.’
그간의 경험으로 민도준을 걱정할 시간에 잠이나 자는 것이 이득임을 깨우친 박동윤이었다.
“낮잠이나 자자.”
그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시트에 몸을 기대는 그때, 누군가가 차창을 두들겼다.
똑똑-
“아, 씨! 깜짝이야.”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던 박동윤이 화들짝 놀라며 창문을 내렸다.
후줄근한 옷차림의 남자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누구세요?”
“아, 안녕하세요. 저는 대문일보의 헌터부 기자 고두식이라고 합니다.”
‘기자?’
박동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좀 전까지 아무도 없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거로 봐서 어딘가에 숨어있던 모양이다.
“그런데요?”
박동윤이 까칠하게 반응했다.
기자들이 특종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족속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지금도 몰래 숨어있지 않았는가?
“방금 들어가신 분 헌터님이시죠? 그쪽은 매니저?”
“…….”
“아, 말해 뭐해. 헌터가 아니면 던전에 들어갈 수도 없을 텐데. 아무튼, 저 헌터님 지금 혼자서 들어갔잖아요? 레벨이 몇이길래 그래요? 이름 좀 알 수 있을까요?”
“안 됩니다.”
지이잉-
차창을 올리자 기자가 다급하게 두들겼다.
“잠시만요! 하다못해 소속이라도 알 수 없을까요? 길드 이름이요.”
“일 없습니다.”
단호하게 거절하고 창도 닫았지만 기자는 집요하다 못해 절실했다.
그래서인지.
“얼굴 사진 찍었습니다. 이대로 기사 내보낼 수도 있어요! 6인 던전에 자살하러 들어간 의문의 헌터라고 말이죠!”
자극적인 기사를 쓰겠다며 협박하기에 이르렀다.
“이 기자가 진짜…….”
두고 볼 수 없었던 박동윤이 차에서 내렸다.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이름이랑 소속만 알려주세요. 그럼 제가 멋들어지게 포장해서 써 드릴게. 6인 던전을 홀로 공략한 A급 헌터라고.”
“됐다고요. 저희 헌터님은 그런 거 원치 않으세요.”
“정말 그럴까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유명해지고 싶을 텐데요?”
“아, 그럼 헌터님 나오시면 직접 말해보시던가요.”
“거 이름이랑 소속만 말해주면 될 거를…… 알겠습니다. 기다리죠.”
고두식은 어쩔 수 없이 18시간을 기다리기로 했다.
특종을 위해서라면 이까짓 시간쯤은 참을 수 있었다.
‘이건 대박이다! 특종이야!’
헌터들을 취재할 생각에 가까운 A급 던전으로 아무 생각 없이 왔는데 우연히 S급 헌터를 만나게 될 줄이야.
‘S급, 아니면 그에 근접한 헌터가 분명해!’
그게 아니고서야 2,000레벨에 입장할 수 있는 6인 던전을 미쳤다고 혼자 들어가겠는가?
그것도 이렇게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우선권을 써가며.
‘비록 뒷모습밖에 못 봤지만 유명한 헌터일 거야!’
얼굴을 찍었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멀리서 뒷모습만 흐릿하게 봤기에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래도 고두식은 안에 들어간 헌터가 유명한 헌터라고 직감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름과 소속을 알려달라는데 이렇게까지 숨길 필욘 없지 않은가?
‘신경민? 강혁수? 누군지는 몰라도 랭킹 10위권 내의 헌터겠지.’
그런 유명인이 남몰래 이런 곳에서 던전을 돈다?
뭔가 냄새가 났다.
특종의 냄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