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24)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24화(124/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24화
124. 고두식의 반항
폭언을 들은 고두식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지금 뭐라고…….”
“꺼지라고. 죽고 싶지 않으면.”
초면에 반말은 물론이거니와 폭언이라니?
아무리 레벨이 높다 해도 이건 아니지 않은가?
고두식의 미간이 구겨졌다.
“이봐요, 지금 협박하는 겁니까?”
“몰라서 물어?”
민도준이 예의 살기등등한 시선으로 고두식을 노려봤다.
“그, 그렇게 노려보면 뭐. 쪼, 쫄 줄 알아요? 저는 제 권리를 압니다. 이, 이거 협박죄로 고소할 수 있어요.”
“그래? 그럼 나도 맞고소하지. 협박죄에 초상권 침해까지 얹어서.”
“그 무슨…….”
“내 얼굴을 무단으로 찍고 자극적인 기사를 쓰겠다고 협박했다며? 그 말을 듣고도 내 입에서 고운 말이 나오길 바란 건가?”
“그, 그건 그냥 해본 말이에요. 얼굴 사진 찍은 것도 없다고요.”
“그래? 나도 그냥 해본 말이야. 내가 설마 사람을 죽이겠어?”
그렇다기엔 눈빛이 살기등등했지만 고두식은 말을 아꼈다.
짧은 대화로 눈앞의 헌터가 어떤 성격인지 깨달은 탓이다.
‘이, 이거 말 한 번 잘못 꺼냈다간 뼈도 못 추리겠는데?’
농담이 아니었다.
상대는 그냥 해본 말이라고 했지만 고두식은 확실하게 느꼈다.
눈앞의 헌터라면 언제라도 자신의 목숨을 끊을 수 있음을.
‘헌터부 기자로 일하면서 성질머리 더러운 헌터들이야 많이들 만나봤지만…….’
눈앞의 헌터는 그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단순히 겁을 주는 게 아닌, 실제로 죽을 수도 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니까.
‘트, 특종보다는 목숨이 먼저지.’
고두식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슬그머니 물러났다.
죽고 싶지 않으면 꺼지라는 말을 실행에 옮기는 중이었다.
“잠깐.”
그때 예의 그 헌터가 자신의 머리를 건드리며 불러세웠다.
“내가 깜빡하고 이 말을 빼먹었는데, 나와 관련된 기사는 쓰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경고했어.”
“아. 알겠습니다…….”
겁먹은 표정의 고두식이 사라지자 박동윤이 옆으로 다가왔다.
“잘하셨습니다, 헌터님. 저런 쓰레기 같은 기자와 얽혀봐야 좋을 거 없습니다.”
“저도 기자는 싫어해서요.”
“근데 정말로 죽일 생각은 아니셨죠?”
“그럼요. 제가 무슨 살인마도 아니고.”
이미 수십 명을 살해한 전적이 있었지만 민도준은 태연하게 반응했다.
‘죽어 마땅한 놈들을 죽인 것뿐이니까.’
하지만 기자는 죽어도 될 만큼의 죄를 짓지 않았기에 단순히 겁만 주고 보내버렸다.
물론 아무런 조치 없이 보낸 건 아니었다.
‘패러사이트는 걸어둬야지.’
민도준은 기자를 부르는 척 머리를 건드려 아무도 모르게 패러사이트를 심었다.
‘혹시나 약속을 어기고 기사를 쓸지도 모르니.’
후환을 남기기 싫어하는 그로선 당연한 조치였다.
대신 패러사이트 자리가 모자라서 흑해 길드원 한 명을 해제해야 했지만 상관없었다.
‘그놈은 나중에 시간 날 때 불러서 죽이면 그만이다.’
패러사이트가 걸리지 않은 흑해 길드원은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그건 기자도 예외는 아니지.’
경고를 무시하고 일정 선을 넘는다면 기자의 목숨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땐 정말 죽일지도.’
그 사실은 도망간 기자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군말 없이 자리를 피한 것일 테고.
“가시죠, 헌터님. 집까지 모시겠습니다.”
차에 올라탄 민도준이 지친 몸을 시트에 기댔다.
한바탕 해프닝이 있었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목표했던 질긴 나무 수액 2개를 구했기 때문이다.
‘이걸 얻자고 죽인 나무 정령만 몇 마린지…….’
6시간 동안 나무 정령만 잡다 보니 밀림의 머리숱이 군데군데 비어버렸다.
‘그래도 하루 만에 구할 수 있어 다행이야.’
오늘 구하지 못했다면 다음에 파티원을 끼고 들어갔어야 했다.
‘그럼 나무 정령을 잡는데 눈치가 보였겠지. 혼자서 행동할 수도 없고.’
파티는 여러모로 귀찮다고 여긴 민도준이 조합창을 열었다.
[불의 정수]+[질긴 나무의 수액] [물의 정수]+[질긴 나무의 수액]갖고 있던 재료와 함께 버튼을 누르자.
[조합 성공!] [화속성 저항 엘릭서를 획득하였습니다.] [조합 성공!] [수속성 저항 엘릭서를 획득하였습니다.]각각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다.
[화속성 저항 엘릭서]-분류 : 소모품
-등급 : A
-효과 : 24시간 동안 화속성에 대한 저항력이 50% 올라간다.
-사용 제한 : 레벨 1,500 이상(귀속)
-설명 : 뜨거운 걸 잘 참을 수 있게 된다.
[수속성 저항 엘릭서]-분류 : 소모품
-등급 : A
-효과 : 24시간 동안 수속성에 대한 저항력이 50% 올라간다.
-사용 제한 : 레벨 1,500 이상(귀속)
-설명 : 차가운 걸 잘 참을 수 있게 된다.
하루 동안 속성에 대한 저항력을 대폭 올려주는 아이템.
‘이게 있고 없고의 차이가 꽤 크단 말이지.’
곧이어 나타날 두 번째 S급 던전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던전이 생성되면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두 번째 S급 던전.
[사막의 그림자]에.* * *
빈손으로 돌아온 고두식은 자신의 근무처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한숨을 쉬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특종을 건져오겠다고 큰소리치고 나왔는데…….’
쥐뿔도 없이 돌아오게 될 줄은 그도 몰랐다.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며 들어가자 직속 선배가 자신을 부른다.
“두식이 왔냐? 특종은?”
“아, 그게…….”
표정만 봐도 알겠다는 듯 선배가 쯧쯧 혀를 찼다.
“그럼 그렇지. 빨리 부장님한테나 가 봐.”
“예에…….”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로 들어가자 부장이 걱정스레 물었다.
물론 특종에 대한 걱정이었다.
“특종은? 따왔어?”
“그게 아직…….”
“기대한 내가 병신이지.”
매몰차게 고개를 돌린 부장이 파리 쫓듯 손을 저었다.
“나가.”
“그, 그럼 수고하십시오.”
쭈글거리며 물러난 고두식은 마침 지나가던 후배를 불러세웠다.
“야.”
“네?”
“넌 선배가 왔는데 인사도 안 하냐?”
종로에서 뺨 맞고 엄한데 화풀이하는 꼴이었지만 후배는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피식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까닥였다.
“됐죠?”
“너, 이……!”
바쁘다는 듯 가버리는 탓에 고두식은 더 이상 말하지 못하고 애꿎은 속만 태워야 했다.
‘직장 상사와 선배는 물론 후배까지 날 무시하다니…….’
정녕 이 건물에 내 편은 없단 말인가?
새삼스레 울적한 기분이 들었다.
이럴 땐 재미있는 영상을 보면서 속을 달래는 게 최고다.
고두식이 주변의 눈치를 보며 몰래 너튜브에 들어갔다.
그는 최근 들어 너튜브를 보는 취미에 빠져 있었다.
‘근무시간이지만 뭐 어때. 이러나저러나 욕먹는 거.’
혹시나 걸리면 자료 조사차 보고 있었다고 하면 그만이다.
그렇게 헌터 관련 영상을 쭉 보던 중에 이목을 끄는 영상이 보였다.
‘던전 브레이크를 막는 마검사?’
11개월 전에 올라온 동영상이었는데 조회 수가 6천만이나 되는 핫한 영상이었다.
‘마검사 같은 직업을 누가 한다고.’
그래도 궁금증이 생겨서 틀어봤더니 워울프를 베는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별거 아니잖아? 이게 뭐라고 조회 수가 이렇게 높…….’
영상을 들여다보던 고두식은 왠지 익숙한 남자의 모습에 눈을 껌뻑이다가 헛숨을 삼켰다.
“헉!”
영상 속 주인공은 자신을 협박한 그 남자였다.
정지를 누르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틀림없었다.
‘이, 이 사람이야.’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던 눈빛과 괴수를 사냥할 때의 날카로운 눈빛이 일치했다.
‘이 사람이 1년 전에 던전 브레이크를 막았었어?’
실제 영상이라는 걸 보니 거짓은 아닌 모양.
댓글을 보니 기사 링크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너튜브에서는 꽤 유명인이었잖아?’
댓글도 8천 개나 달린 데다 칭찬 일색이었다.
└이분 아니었으면 주변 초토화되고 난리도 아니었을 듯.
└ㅇㅈ. 사상자도 수백 명 나왔겠지.
└워울프가 그렇게 셈? 그래 봤자 D급 따리 아님?
└D급이라도 우리 같은 일반인한텐 재앙 수준임. 생각해 보셈. 식칼로 찔러도 안 죽는 짐승 수십 마리가 뿔뿔이 흩어지면 어떻게 되겠음?
└정답은 지옥도가 펼쳐진다.
└근데 마검사가 뭐 이렇게 세냐? 워울프가 칼질 몇 번에 죽네.
└이분은 셈. ㅈㄴ 셈.
└ㄹㅇ 수백 명 구한 영웅임.
‘……영웅 좋아하시네.’
어이없는 댓글에 고두식이 비웃음을 머금었다.
‘영웅이라는 인간이 날 그렇게 죽일 듯이 쏘아보며 협박을 해? 내가 뭐 얼마나 잘못했다고.’
기자가 취재하다 보면 사진도 찍고 미행이나 잠복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할수록 황당했지만 고두식은 평범한 일반인.
복수하고 싶다 한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아니, 있어.’
기자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그것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방법이.
‘기사를 쓰는 거야. 2,000레벨이 넘는 헌터가 취재를 거부하며 협박했다고 솔직하게.’
한 줌의 거짓도 보태지 않고 벌어진 사실을 그대로 쓴다.
‘그리고 마지막에 밝히는 거지. 헌터의 실체가 던전 브레이크를 막은 영웅이었다는 걸.’
그리하면 여론은 두 가지로 갈릴 것이다.
헌터를 나무라거나 헌터를 두둔하거나.
‘어쨌거나 조회 수는 폭발할 거야.’
자신은 사람들이 불을 지필 수 있게 장작만 집어넣으면 된다.
불을 키우는 건 여론이 할 일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조회 수로 이득 보는 거고. 흐흐.’
이러면 따로 특종이 부러울 게 없다.
‘여기에 이름까지 공개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텐데 말이지.’
내친김에 고두식이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읽어봤다.
네티즌 수사대가 좋은 정보를 던져주기도 하니.
‘이름은 안 나와 있네?’
댓글들을 쭉 살펴봤지만 기대와 달리 영상 속 주인공의 신상정보는 알 수 없었다.
‘상관없어. 내용이 더 중요하니까.’
팩트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추측성 기사를 써도 자극적이기만 한다면 여론은 몰리게 되어 있다.
‘자신과 관련된 기사는 쓰지 말라고 경고했었지만…… 이대로 빈손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억울하잖아.’
특종을 잡겠다는 신념으로 12시간이나 기다렸건만, 성과는커녕 협박이나 당하고 돌아오다니.
‘이대로는 억울해서 못 참지.’
고두식도 나름의 방식으로 저항하기로 했다.
타닥타닥타닥타닥-
타자 두들기는 소리가 빠르게 이어졌다.
실제로 겪은 일을 작성하다 보니 내용이 술술 나왔다.
빠르게 초안을 작성한 고두식이 프린트하여 상사에게 다가갔다.
“부장님.”
“뭐야?”
아니꼽게 쳐다보는 그의 눈빛에도 고두식은 주눅 들지 않았다.
잠시 후 달라질 그의 반응을 알기에.
“기사 초안입니다. 한번 봐 주십시오.”
별다른 기대 없이 프린트를 받은 부장의 눈이 서서히 커졌다.
“이게 정말이라면 기사로 쓰기에 대박인 건대……. 진짜로 네가 겪은 일이라고?”
“네. 특종을 잡으러 갔다가 험한 꼴만 당하고 돌아왔습니다.”
“여기 쓰여 있는 거 100% 사실이지?”
“그럼요. 거짓은 1도 안 들어 있습니다.”
사실 약간의 첨가물이 들어 있긴 했지만 구분은 못 하리라.
“어때요? 비록 특종은 아니지만 여론몰이하기엔 쓸만하지 않을까요?”
“쓸만할 뿐이랴? 이건 대박이다. 누군지 몰라도 제2의 이세윤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겠어.”
위선자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이세윤이라면 사회적으로 완전히 끝난다고 볼 수 있었다.
“승인한다. 기사 작성해.”
“알겠습니다.”
“고두식이! 발로 뛰더니 한 건 잡았구나? 나중에 잘 되면 소고기 사줄게.”
“하하, 감사합니다.”
고두식은 난생처음 상사의 칭찬을 받았다.
‘상사에게 인정받는 기분이 이런 것이었구나.’
등에 날개를 단 것처럼 기분이 업된 그가 자리에 앉아 본격적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빠르게 마치고 검토까지 끝낸 그가 기사를 올리려고 하는 그때.
“끄, 끄으아아악!”
난데없이 뇌를 헤집어놓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