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28)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28화(128/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28화
128. 신경민과의 만남
‘신경민을 여기서 만날 줄이야…….’
예상치 못한 상황은 아니었다.
S급인 신경민이 S급 던전에 드나드는 거야 당연한 일이었으니.
‘그래도 내 전 타임에 공략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
포탈에서 나오는 신경민의 모습을 뚫어지라 쳐다봤다.
자신이 아는 신경민이 확실했다.
빠드득-
자신과 아내, 그리고 태어날 예정이었던 자식까지.
한순간에 모든 행복을 앗아간 그 얼굴을 보자 이가 갈릴 정도로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복수 특성 효과로 대미지가 2배 증가합니다.] [헌터 사냥꾼 특성 효과로 대미지가 2배 증가합니다.]‘아니야.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자기도 모르게 발산한 살기 때문일까?
신경민의 시선이 민도준에게 닿았다.
‘……!?’
그러자 민도준의 살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민도준 자신도 놀랄 정도.
‘아직은…… 복수할 때가 아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몸이 알아서 반응했다.
복수를 위해서는 철저하게 감정을 숨기고 절제해야 한다고.
‘지금 녀석을 죽이고 감옥에 가도 나쁘진 않겠지만…….’
그랬다간 나머지 복수를 완성하지 못한다.
‘놈을 제외해도 6명이나 남아 있어.’
그뿐만 아니라 세계 랭킹 1위인 저스틴 워커가 흑막이라면 놈도 복수의 대상에 추가될 수 있다.
‘선생님을 위험에 빠지게 한 녀석이니까.’
물론 아직은 모르는 일이지만.
어쨌거나 이대로 신경민을 죽이고 인생을 끝낼 순 없었다.
‘그런데 죽일 수는 있을까?’
민도준의 전투력은 100만 정도.
과거의 자신이 4,000레벨에 근접했을 때의 전투력과 같았다.
‘신경민의 레벨은 3,247. 아무리 특성이 좋아도 나보다 전투력이 높을 순 없어.’
하지만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
약점 간파로 보기 전까지는 그를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할 수 없다.
‘거리가 멀어. 조금 더 붙어야 해.’
그때 마침 신경민이 이쪽을 향해서 걸어왔다.
그리고 자연스레 떠오른 약점 간파 정보창.
[신경민]-설명 : ??? ??? ???
-전투방식 : ??? ??? ???
-약점 : ??? ??? ???
‘정보가 보이지 않아?’
그렇다는 건 아직 민도준의 전투력이 신경민보다 아래라는 뜻.
‘레벨이 3,200대인데 전투력이 100만을 넘는다고?’
회귀 전 자신은 4,000레벨에야 도달했던 전투력을 벌써 찍었다?
‘그 말은 회귀 전의 나보다 강했다는 뜻이잖아?’
회귀 전 랭킹 1위는 민도준이었지만 어디까지나 레벨을 기준으로 한 순위.
전투력으로 따지면 랭킹이 뒤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염력이 그렇게 대단한 특성인가?’
추측건대 신경민의 특성은 염력.
얼마나 센지 모르겠지만, 약점이 보이지 않는 이상 복수는 뒤로 미뤄야 했다.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지금이 적기도 아니었고.
‘그나저나…….’
민도준은 자신의 앞에 선 신경민을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나한텐 무슨 볼일이지?’
현재 민도준은 신경민과 처음 보는 사이.
지나가다 만날 일도 없었을 텐데 이렇게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설마 조금 전의 살기를 감지해서?’
급히 갈무리하긴 했으나 감지하지 못했으리란 보장은 없다.
‘젠장, 너무 안일했어.’
아무리 복수하고픈 대상이 눈앞에 나타났기로서니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살기를 드러내다니.
‘이래서 무슨 복수를 하겠다는 건지.’
자신의 실책을 인정한 민도준이 내심 긴장한 마음으로 신경민을 마주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그가 관심을 가진 건 다른 이유에서였다.
“안녕하세요. 엠페러 길드의 신경민이라고 합니다. 민도준 헌터님 되시죠?”
신경민이 손을 내밀자 민도준이 얼떨떨한 얼굴로 맞잡았다.
“저를 어떻게……?”
“너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을 봤거든요. 인터넷에선 던전 브레이크를 막은 마검사로 유명하시던데.”
“아…… 그래요?”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맥이 풀렸지만 민도준은 그조차도 내색하지 않았다.
“실은 제가 그런 걸 찾아보는 성격이 아닌데 저희 길드장님이 보라고 하도 권해서 본 거거든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최근 저희 길드장님께서 가장 관심 있어 하시는 분이 헌터님이라…….”
신경민이 속한 엠페러 길드의 마스터라면 랭킹 2위의 강혁수.
녀석 또한 민도준이 복수해야 할 대상이다.
‘강혁수가 나한테 관심을?’
엠페러 길드에서 러브 콜을 보내왔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강혁수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진다는 건 다른 것을 의미했다.
‘나를 자신의 옆자리에 앉히고 싶다 이건가?’
아닌 게 아니라 강혁수는 웬만한 강자가 아니면 관심을 두지 않는 타입.
급이 낮은 헌터들과는 말조차 섞기 싫어할 정도다.
그 때문에 엠페러 길드의 헌터들 중에서도 강혁수와 독대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았다.
‘언젠가 녀석이 말한 적이 있었지. 주변의 지인들을 전부 강한 사람들로 구성하고 싶다고.’
그렇게 최고의 파티를 구성해 괴수란 괴수는 모조리 잡고 싶다고.
민도준은 그런 강혁수의 말을 믿고 최종적으로 엠페러 길드에 안착했다.
물론 회귀 전의 이야기다.
‘그런 놈한테 배신당할 줄은 몰랐지.’
지금 생각하면 코웃음이 나올 정도로 순진했다.
‘이번엔 속지 않는다. 강혁수에게도, 신경민에게도.’
속으로 이를 갈고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신경민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길드장님이 지금 헌터님을 뵙고 싶어서 안달이 났거든요. 그런데 이런 곳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같이 던전에 들어갔으니 곧 있으면 나올…… 아, 마침 저기 나오네요.”
신경민이 뒤를 돌아봤을 때 민도준의 시선은 뒤통수를 향해 있었다.
‘죽인다면 지금이 기회다.’
아무리 전투력이 높아도 지금처럼 무방비한 상태라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잠시.
‘조금 전까지 참아야 한다고 해놓고 지금 무슨 생각을…….’
속으로 피식 웃어넘긴 민도준이 신경민의 시선을 따라갔다.
포탈에서 나오는 거대한 덩치의 사내, 강혁수가 보였다.
[강혁수]-설명 : ??? ??? ???
-전투방식 : ??? ??? ???
-약점 : ??? ??? ???
‘녀석도 보이지 않다니.’
괜히 국내 랭킹 1, 2위가 아니란 말인가?
전투력 100만도 높다고 생각했던 민도준으로선 살짝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민도준이 강혁수의 옆으로 시선을 옮겼다.
또 한 명의 아는 얼굴이 보였다.
‘김지훈 씨도 같이 들어갔었나 보군.’
검은 빛깔 왕지네를 잡고 삼위일체 효과를 받게 해준 터라 기억하고 있었다.
“경민아, 거기서 뭐 하고 있…… 어엇?”
“어? 민도준 헌터님?”
강혁수와 김지훈이 민도준을 보더니 차례로 놀란 눈이 되었다.
“저, 정말로 민도준 헌터야?”
“네, 맞아요.”
“센터에 찾아가도 없더니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성큼성큼 다가온 강혁수가 불쑥 손을 내밀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엠페러 길드의 마스터, 강혁수라고 합니다.”
마음 같아선 손길을 쳐내고 면상에 주먹을 꽂아 넣고 싶었지만 참았다.
“수호 길드의 민도준입니다.”
그 모습을 본 기자들이 웅성거렸다.
“저 헌터 누구야?”
“누군데 국내 랭킹 1, 2위와 악수를 하는 거지?”
“몰라, 일단 찍어! 특종이야!”
순식간에 주변이 셔터 소리로 가득 찼다.
그런 상황이 익숙한지, 강혁수는 주변의 시선 따윈 신경 쓰지 않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길드를 차리셨다더니 정말이셨네요. 수호 길드? 길드명 잘 지으셨네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에 대해서 많이 아시는 것 같네요.”
“물론입니다. 이쪽 업계 사람이라면 헌터님의 활약상을 모를 리가 없죠. 뭐, 관심이 없는 헌터들이라면 모르겠지만요.”
그러면서 강혁수가 남몰래 입맛을 다셨다.
‘이런 인재를 눈앞에 두고도 가입시킬 수 없다니…….’
솔직한 심정으론 수호 길드고 뭐고 당장 폐업하고 자기네 길드로 옮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길드를 만든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한테 나오라고 할 수도 없으니, 원.’
이런 상황에서 대놓고 영입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한마디로 먹고 싶지만 먹지 못하는 그림의 떡.
“끄응…….”
강혁수가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사이 김지훈이 물었다.
“헌터님도 던전 공략하러 오셨어요?”
“네.”
“아아, 이번에 오시는 줄 알았으면 헌터님이랑 같이 들어가는 거였는데…….”
아쉬워하는 김지훈을 뒤로하고 민도준이 파티원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인원이 다 모인 모양이다.
“이만 가 봐야겠네요.”
“벌써요? 아쉽네요.”
“기회가 되면 다음에 또 뵙죠.”
“조심하세요, 헌터님. 공략 잘하시고요.”
그렇게 세 사람과 헤어진 민도준이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그러자 발해 길드의 리더, 오윤식이 놀란 표정으로 다가왔다.
“저분들이랑 아는 사이세요?”
“예. 조금은.”
헌터라면 엠페러 길드의 신경민, 강혁수를 모르는 이가 없다.
그런 유명인들과 악수를 하고 대화를 나누다니…….
파티원들이 부러움과 질투가 담긴 시선으로 민도준을 쳐다봤다.
오윤식도 예외는 아니었다.
‘민도준이라고 했었지?’
레벨은 검색해 보지 않았지만 저런 네임드 헌터들과 어울릴 정도라면 필시 강한 헌터일 것이다.
‘설마 나보다 강하진 않겠지?’
리더 자리를 양보한 걸로 봐서 그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모이십시오!”
리더 오윤식의 말에 그를 제외한 19명의 파티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저희가 공략할 던전은 S급입니다. 여태까지와는 수준이 다른 던전이죠.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사막의 그림자 던전은 다른 나라에도 있는 만큼 이미 공략법이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공략법을 충분히 숙지한 상태이니 제 지시에만 잘 따라주신다면 단 한 명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공략해서 나올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다들 통제에 잘 따라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시겠지요?”
파티원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처음 보는 리더였지만 왠지 모르게 믿음직스러웠다.
‘리더로서 나쁘지 않군.’
여기 모인 모두가 난다긴다하는 실력자들이었지만 S급 던전은 난생처음.
공략법이야 숙지하고 왔다지만 그래도 긴장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그런 상황에서 리더는 강한 자신감으로 파티원들을 안심시키고 옳은 길로 이끌어주는 뱃머리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오윤식은 리더로서 자질이 어느 정도 있었다.
불안하던 파티원들의 눈빛이 다소 안정을 되찾았으니까.
“그럼 던전에 들어가기에 앞서 다섯 명씩 네 개의 조로 나누겠습니다.”
인원이 많다 보니 지시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공략 전에 조를 나누는 것은 필수였다.
“지금부터 조를 짜야 하니 레벨과 직업, 포지션을 말해주십시오.”
오윤식은 파티원들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물었다.
“2,301레벨. 쌍검 전사고 포지션은 근딜입니다.”
“2,011레벨. 궁수, 원딜입니다.”
“2,121레벨. 마법사, 서포터입니다.”
레벨과 직업을 조사하던 오윤식이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나보다 레벨이 높은 헌터는 없군.’
역시 리더가 될 만한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
그 사실이 오윤식의 자존감을 드높여줬다.
‘좋아, 좋아.’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명령을 내리길 좋아하는 그로서는 리더만큼 어울리는 자리가 없었다.
‘내 한마디에 주목하고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면 진짜 뭐라도 된 기분이라니까?’
처음에는 몰랐다.
대장 노릇을 한다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 줄은.
하지만 알고 나서부터 오윤식은 파티를 맺을 때마다 리더를 자처하곤 했다.
‘이 기분 때문에 내가 리더를 끊을 수 없다니까?’
하지만 안심하기엔 일렀다.
간혹 레벨이 높은 헌터들이 반발하곤 했으니까.
‘이 사람만 조심하면 돼.’
오윤식이 민도준의 앞에 섰다.
얼마나 레벨이 높길래 엠페러 길드와 연줄을 만들 수 있었던 걸까?
그런 생각으로 긴장하며 물었지만.
“2,008레벨. 마검사, 근접 딜러입니다.”
놀랄만한 레벨은 아니었다.
오히려 실망스러울 정도로 낮았다.
그가 진짜로 놀란 부분은 따로 있었다.
“마검사……요?”
파티를 맺다 보면 간혹 이상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있다.
암살자인데 마법을 쓴다든가.
마법사인데 방패를 쓰는 등.
오윤식에게 있어 마검사란 그런 직업이었다.
상성이 맞지 않으며 효율도 구린 이상한 직업.
물론 그런 끔찍한 혼종은 저 레벨 구간에서나 간혹 있을 뿐, 레벨이 올라갈수록 사라지다시피 했다.
‘그런데 여긴 고레벨 구간이잖아?’
대체 마검사 같은 비효율적이며 실험적인 직업을 왜 하는 걸까?
오윤식이 이해할 수 없다는 눈길로 민도준을 쳐다봤지만 그것뿐.
무언가를 따지거나 묻지는 않았다.
개인 취향일 뿐이니까.
대신 마음속으로 그의 등급을 최하위로 격하했다.
‘레벨도 낮은 데다 마검사라는 직업이면 깍두기나 다름없지.’
있으나 마나 한 전력이라고 생각하며 적당한 조에 배치했다.
그렇게 A, B, C, D, 네 개의 조가 정해졌고.
“들어갑시다.”
스무 명의 인원이 S급 던전에 발을 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