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2)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2화(12/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2화
12. 첫 살인
“으으윽…….”
쇼크로 쓰러졌던 심진섭이 정신을 차렸다.
10분 만이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움직이려는 순간.
“끄으윽!”
엄청난 통증이 하반신에서 밀려왔다.
머리를 들어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허벅지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일어났네?”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심진섭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 민도준이 미소 짓고 있었다.
“죽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살아있네? 역시 헌터 장비가 좋긴 좋은가 봐?”
“너, 너 이 새끼……! 일부러 그랬구나!”
“그럼 잘못 맞힌 줄 알았냐?”
감쪽같은 연기 때문에 심진섭이 모를 만도 했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방심한 틈에 죽여야 돼!’
비록 다리는 못 쓰더라도 스킬은 쓸 수 있다.
속으로 스킬명만 외치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심진섭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민도준이 소환해 놓은 아이스 스피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X발, 이러면 스킬을 시전할 수 없잖아…….’
상대가 이미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스킬을 쓸 순 없었다.
누가 먼저 스킬을 맞힐지는 명확했으니까.
그 생각을 읽었다는 듯 민도준이 경고했다.
“섣부른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나도 모르게 머리를 뚫어버릴지도 모르니까.”
“나, 나한테 왜 이러는 거냐? 이유가 뭐야?”
처음 만난 사람이 다짜고짜 자신을 공격하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돈 때문이야? 아이템 때문이냐고!”
대부분의 헌터들은 서로에게 칼을 겨누지 않는다.
죽여도 아무런 이득이 없으니깐.
괴수를 죽이면 경험치라도 들어오지만 같은 헌터를 죽여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죽는 즉시 착용하던 장비는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헌터에게서 아이템을 얻으려면 장비를 해제하고 인벤토리에서 꺼내게끔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가끔 같은 헌터를 고문하며 강도짓을 일삼는 악질도 있었지만 소수였다.
대부분의 헌터는 남의 아이템을 탐낼 정도로 궁핍하지 않으니까.
“원하는 게 뭐야? 아이템이야? 다 줄게. 목숨만 살려준다면 이까짓 아이템들은…… 크아악!”
민도준의 아이스 스피어가 심진섭의 멀쩡한 허벅지를 찔렀다.
그와 동시에 만일을 대비한 라이트닝 스피어도 만들었다.
하지만 심진섭은 반격할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끄윽! 왜, 왜 이러는 거야? 원하는 대로 다 준다니까?”
“필요 없어.”
“그럼 대체 왜 이러는 건데?”
“복수.”
“뭐?”
생각지도 못한 이유에 심진섭이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민도준과 구면은 아닌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너 대체 누구야?”
“글쎄. 누굴까.”
“설마 혜미 남자친구냐?”
“…….”
무슨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민도준은 잠자코 있었다.
“표정 보니까 맞네.”
굳어 있는 표정을 보며 심진섭이 그럼 그렇지 하고 비웃었다.
“그년이 그랬지? 나한테 강간당했다고.”
“…….”
“그것 때문에 이러는 거라면 번지수 잘못 찾았다. 애당초 그년이 먼저 술 마시자고 꼬리 쳤거든.”
심진섭은 그렇게 말하며 민도준의 눈치를 살폈다.
‘제발 믿어라.’
혜미는 심진섭의 고등학교 첫사랑이었다.
최근에 우연찮게 만났는데 예쁘게 꾸민 모습에 욕정이 치밀어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먼저 꼬리 쳤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상황을 타개하고자 꾸민 거짓말이었다.
‘남자친구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 새끼였나 보네.’
그러면서 심진섭이 민도준의 표정을 살폈다.
약간이지만 혼란스러워하는 기색이 보였다.
‘좋아! 좀 더 설득하면 넘어오겠어!’
단단히 오해한 심진섭이 믿어달라는 듯 호소했다.
“내가 거짓말하는 것 같지? 근데 사실이야. 믿기 힘들겠지만 혜미 그년이 먼저 꼬리 친 거라고!”
“쓰레기 새끼.”
“뭐?”
“역시 넌 예전부터 쓰레기였어.”
그리 말한 민도준이 아이스 스피어를 소환했다.
“자, 잠깐! 왜 이래? 내 말을 못 믿는 거야?”
“당연하지. 너 같으면 믿겠냐?”
“거짓말이 아니야! 진짜라고!”
“무슨 말을 하나 잠자코 들어봤더니 자기가 저지른 범행을 떠벌릴 줄이야.”
“야! 진짜 아니라니까?”
“덕분에 죄책감은 가지지 않아도 되겠어.”
민도준이 곧장 아이스 스피어를 날렸다.
“커헉!”
가슴에 꽂힌 얼음의 창이 사라지기도 전에 연이어 날린 라이트닝 스피어가 심진섭의 전신을 뒤흔들었다.
“크르루로라락!”
심진섭이 게거품을 물더니 눈을 뒤집었다.
그러나 이번엔 기절이 아니었던 모양인지 그가 입고 있던 장비들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헌터 심진섭을 죽였습니다.] [특성 ‘마검사’를 빼앗았습니다.] [장비 16개를 빼앗았습니다.] [마정석 7개를 빼앗았습니다.]알림의 향연에 민도준은 기꺼워하지 않았다.
그저 심진섭을 죽인 것에 대한 감정을 오롯이 느끼고 있을 뿐.
‘별로 좋은 느낌은 아니군.’
복수에 성공하면 후련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마음이 갑갑했다.
그 이유는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고작 한 놈에게 복수했을 뿐이다. 아직 14명이나 남았어.’
아직 갈 길이 멀었기에, 복수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기에 갑갑한 것이었다.
복수의 불길을 태운 민도준이 그제야 알림으로 눈을 돌렸다.
[특성 – 마검사]-등급 : S
-설명 : 마력의 절반만큼 근력, 체력, 순발력이 추가로 오른다.
한마디로 마력 1을 올리면 나머지 스탯이 0.5씩 늘어난다는 소리.
‘마력만 찍어도 모든 스탯을 골고루 올릴 수 있다니…… 사기적이군.’
모든 스탯이 골고루 필요한 마검사에게 제격인 특성이었다.
‘상태창.’
-이름 : 민도준 (2000년생)
-레벨 : 121
-등급 : E
-전투력 : 5,928
-국내 랭킹 : 20,919위
-세계 랭킹 : 3,097,875위
-근력 : 129, 체력 : 144
-순발력 : 156, 마력 : 186
-미분배 스탯 : 0
-특성 : 복수(S), 헌터 사냥꾼(EX), 마검사(S)
-스킬 : 아이스 스피어(E), 라이트닝 스피어(E), 에너지 실드(E)
히든 업적으로 인한 올 스탯 증가와 마검사 특성의 스탯 증가를 합하니 모든 스탯이 골고루 올랐다.
그것도 적지 않은 수치로.
만족한 민도준이 이번엔 빼앗은 아이템을 살펴봤다.
‘장비가 뭐 이렇게 많아?’
착용하고 있던 장비뿐만 아니라 인벤토리에 보유하고 있던 것들까지 모조리 들어온 것 같았다.
‘대부분 D급 장비들이군.’
레벨 제한이 150인지라 착용할 순 없었지만 E급 장비도 몇 개 있었다.
그래 봤자 민도준이 착용한 것보다 안 좋았지만.
‘필요한 것만 놔두고 나머진 팔아야겠어.’
그 외에 팔 것으로 마정석도 있었다.
‘E급 6개, D급 1개라…… 쏠쏠하군.’
금전적인 이득이 생겼지만 무엇보다 큰 이득은 특성을 얻은 것이었다.
특성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심진섭에게 고마운 마음이 드는 건 아니었다.
자신이 받은 고통을 생각하면 목숨값으로도 모자랐다.
‘이만 자리를 떠야겠군.’
가기 전에 민도준은 근처 나무에서 사람 키만 한 잎사귀를 떼왔다.
심진섭의 시신 위에 덮을 생각이었다.
‘괜히 발견되면 골치 아프니까.’
민도준이 그랬다는 증거는 없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기에 가려두는 게 낫다.
잎사귀를 덮기 전에 민도준은 마지막으로 심진섭을 내려다봤다.
평상복 차림으로 죽어 있는 그의 모습에 민도준은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했다.
가슴 깊숙이 자리 잡은 분노를 가라앉히기엔 심진섭은 보잘것없는 놈이었다.
‘이제 시작이다.’
복수는 지금부터였다.
심진섭을 시작으로 복수의 막을 연 것이다.
‘차근차근 올라가서 한 놈도 빠짐없이 모두 죽여주마.’
민도준은 그렇게 심진섭을 방치한 채로 걸음을 옮겼다.
시체는 따로 치울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던전을 공략하면 놈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나중에 파티원들이 행방을 물어도 문제는 없다.
심진섭이 전사들을 찾겠다고 혼자 가버렸다고 둘러대면 그만이다.
-공략 달성도 : 워울프 25/80마리
-남은 시간 : 1시간 53분 52초
‘시간이 부족한데…….’
공략창을 보니 잡은 워울프의 수가 늘어나 있었다.
민도준과 찢어졌던 전사들이 어딘가에서 잡은 것이었다.
‘사냥 속도는 나쁘지 않다만…….’
시간이 부족했다.
전사 둘이서 깰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이대로라면 실패한다.’
어쩌면 처음으로 페널티를 먹을지도 모른다.
민도준이 나서지 않는다면.
‘이젠 제대로 해야지.’
보는 사람도 없으니 본 실력을 드러내도 문제는 없다.
공략창의 숫자가 빠르게 오르는 걸 보면 이상하게 생각하겠지만 페널티보다는 나을 것이다.
한층 강해진 민도준이 사냥을 거들기 위해 나섰다.
* * *
강태원과 고성민은 경험 있는 전사다.
워울프가 나타나자 스스럼없이 달려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헤비 스매쉬!’
깨갱!
‘소드 슬래쉬!’
깨앵!
두 마리의 워울프가 그들의 손에 죽었다.
[경험치 +200] (기여도 100%)인당 한 마리씩 완벽하게 처치했다.
다소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후우, 대단하신데요? 워울프를 혼자서 처치하시고.”
“그러는 태원 씨도 혼자 잡으셨잖아요. 그것도 저보다 빨리.”
“레벨이 높아서 그런 거죠, 뭐.”
“에이, 저보다 2밖에 안 높으시면서 무슨.”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웃었다.
“잠깐 쉬었다 갈까요?”
“그러죠. 둘이서 잡으려니 힘드네요.”
두 사람은 주저앉으며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원흉을 떠올렸다.
민도준이라는 골칫거리를.
“민도준이었나? 그 사람 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이람.”
“그러게요. 실력도 안 되면서 레벨 제한 된다고 바로 도전하는 무개념이라니…….”
“보나 마나 버스 타려는 심보겠죠.”
“거기다 던전에서 스킬 적중시키는 법 좀 가르쳐 달라고 시간을 지체하기까지…….”
“어휴, 그런 민폐는 진짜 처음 봤어요.”
“이러다가 둘이서 4인 던전 깨는 거 아니에요?”
“셋이죠. 그 심진섭이라는 분까지 포함시키면.”
“그 사람도 영 시원찮던데. 마법사잖아요.”
“하긴, 마법사가 사냥해 봤자 전사한테 못 미치죠.”
실상이 그랬다.
스킬 말고는 대체할 수단이 없는 마법사로선 전사보다 사냥 속도가 떨어지게 마련이었다.
더구나 속성에 대한 상성이 밝혀지지 않은 지금이라면 더더욱.
그랬기에 두 사람은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잘못하면 우리 공략 실패하는 거 아니에요? 마법사들 때문에?”
“아, 설마……!”
불길한 예감을 느낀 두 사람이 다급히 공략창을 띄웠다.
-공략 달성도 : 워울프 40/80마리
-남은 시간 : 1시간 40분 14초
“어?”
공략창을 본 두 사람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지? 왜 이렇게 숫자가 올라갔지?”
“10분 전에 봤을 때는 30마리 아니었어요?”
“어, 방금 한 마리 올라갔다.”
마법사 팀에 대해 시원찮게 생각했던 전사들이 조금 안심했다.
“잘 잡고 있나 본대?”
“어, 또 올라갔다.”
잘 잡는 정도가 아니었다.
“또 올랐는데요……?”
“뭐야, 벌써 잡았다고?”
거의 1분마다 한 마리씩 올라갔다.
마법사 둘이서 잡는 것치곤 말도 안 되게 빠른 사냥 속도였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지금 사냥하는 사람이 민도준 혼자일 줄은.
“엄청 잘 잡네.”
“…….”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
가뜩이나 전사에 대한 자부심이 있던 두 사람으로선 마법사에게 밀린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 없었다.
“우리도 분발하죠.”
“그럽시다.”
전의를 다진 전사들이 사냥을 재개하려는 찰나.
크르르르릉-
때마침 워울프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거 고맙게도 찾으러 갈 필요가 없…….”
“잠깐만요. 뭔가 다른데요?”
울음의 깊이가 평소와는 달랐다.
평범한 워울프가 아닌 듯했다.
크르르르릉-
무기를 쥔 전사들이 주위를 둘러봤다.
한데 소리만 들릴 뿐 워울프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그저 보이는 거라곤 어두운 숲속에 떠 있는 두 개의 붉은 불빛뿐이었다.
“서, 설마!”
“붉은 눈 워울프?”
워울프들의 보스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