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30)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30화(130/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30화
130. 오아시스
사막의 그림자 같은 큰 던전에는 두 개의 서브 던전이 있다.
오아시스와 피라미드가 그것이다.
‘드디어 찾았어!’
오아시스를 바라보는 오윤식의 얼굴에 환희가 떠올랐다.
여태껏 사막을 돌아다닌 이유가 뭐겠는가?
서브 던전을 찾기 위함이다.
더구나 피라미드가 아닌 오아시스라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 꼭 필요한 던전이었다.
던전 내부가 시원해서 열기를 피하기에 딱이었으니까.
“오아시스라고?”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사막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야?”
“아아, 살았다!”
“더워 뒤지는 줄 알았는데 정말 다행이야!”
오윤식처럼 다른 파티원들도 기꺼워하긴 마찬가지였다.
메마른 사막에서 물을 찾은 격이었으니까.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표정이 좋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민도준이었다.
‘지금 오아시스에 들어가면 안 돼.’
오아시스는 적어도 밤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지금 같은 땡볕에 들어가면 괴수들의 힘과 순발력, 체력이 2배는 강해진다.
‘서브 던전은 한 번 들어가면 기회는 그걸로 끝이야. 기왕이면 밤에 들어가는 것이 좋아.’
때문에 낮에 오아시스에 들어가는 건 위험하다.
하지만 더위를 피할 기회가 찾아왔는데 누군들 참을 수 있겠는가?
‘함정이다.’
인간들이 유혹을 참지 못하리라는 걸 알고서 설계된 던전의 함정이었다.
“자자, 더워 죽겠는데 얼른 들어갑시다!”
“잠시만요, 리더님.”
오윤식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마검사 헌터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민도준이라고 했나?’
오윤식은 그의 이름을 기억했다.
그럴 필요가 있었다.
엠페러 길드와 연줄이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처음에도 그렇고 조금 전에도 그렇고, 우연이 아니었지.’
처음 샌드 웜을 마법 한 방에 죽였을 땐 우연히 약점을 맞췄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후의 전투에서 민도준이 보여준 모습은 놀랍기 그지없었다.
‘단순한 칼질로 샌드 웜을 두부처럼 베어버리다니…….’
마법 두세 방을 연속해서 맞춰야 겨우 잡을 수 있는 괴수를 마검사라는 남자는 칼질 몇 번에 잡아버렸다.
‘확실히 범상치 않아.’
레벨도 낮으면서 어떻게 저런 대미지가 나오는 것일까?
‘어쩌면 마검사가 사기 직업일지도 모르지.’
마검사라는 직업이 생각보다 세다는 것 말고는 다른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시죠?”
“오아시스 던전에 들어갈 겁니까?”
“네, 그런데요?”
“가면 안 됩니다.”
그 말에 오윤식이 미간을 찌푸렸다.
‘뭔 헛소리를 하는 거야?’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한 그가 참을 인을 새기며 물었다.
“왜죠?”
“낮에는 오아시스 던전의 괴수들이 2배 이상 강해집니다. 공략하려거든 밤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오윤식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걸 그쪽이 어떻게 알아요?”
“…….”
“그쪽도 S급 던전은 처음일 거 아녜요.”
“공략을 봤습니다.”
“공략은 저도 숙지했어요. 근데 오아시스의 괴수들이 밤낮에 따라 달라진다는 이야긴 못 들어봤습니다만?”
“제가 본 공략에선 그랬습니다. 낮에 오아시스 던전에 들어가는 건 죽으러 가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하하하!”
오윤식이 어처구니없는 농담을 들었다는 듯 웃었다.
“재미있네요. 근데 그 정도로 빡세다면 왜 여태 안 알려졌을까요? 멀쩡히 살아 돌아온 사람은 뭐고요?”
“그만큼 힘들다는 이야기죠.”
“뭐 사막의 그림자가 다른 던전에 비해 힘들다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근데 밤낮에 따라 괴수의 힘에 차이가 난다? 글쎄요. 믿기 어려운데요?”
“속는 셈 치고 한 번 믿어보시죠.”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는 민도준의 태도에 오윤식이 눈썹을 꿈틀댔다.
‘내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줄 알 것이지…….’
당연하지만 오윤식은 민도준의 말을 믿지 않았다.
‘내가 살펴본 공략만 몇 갠데 어디서 헛소리를…….’
리더로서 이번 던전에 대해 낱낱이 공부했건만 민도준이 말한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어디서 헛소리를 듣고 와서 시간을 끄는 거야?’
상대가 강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이런 식으로 리더의 위치를 흔들면 곤란하다.
‘이럴 시간에 한시라도 빨리 던전에 들어가는 게 낫겠어.’
다른 파티원들도 오윤식의 생각과 같았는지 짜증을 부렸다.
“아, 더워요!”
“빨리 들어갑시다!”
파티원 중에 오아시스를 앞에 두고서 참을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다들 보채는데 어떡할까요?”
“…….”
“그냥 들어갑니다?”
민도준은 알아서 하라는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껏 도와주려고 했더니.’
민도준이 고개를 저으며 남몰래 엘릭서를 사용했다.
[수속성 저항 엘릭서를 사용하셨습니다.] [수속성에 대한 저항력이 50% 증가합니다.] [남은 시간 : 23시간 59분 59초]화속성이 아닌 수속성을 먹은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오아시스 던전은 수속성 괴수들만 나오니까.’
특히 오아시스 던전의 보스를 상대하려면 저항력을 높여두는 것이 좋다.
‘기왕이면 밤에 들어가서 보스의 힘이 약해졌을 때 상대하고 싶었지만…….’
이왕 들어오게 됐으니 어쩔 수 없이 강해진 놈을 상대해야겠다.
“다들 오아시스 안으로 들어오세요! 바닥에 포탈이 있습니다. 참고로 목마르다고 물을 마시면 안 됩니다! 다른 차원의 물이라 그런지 마시면 배탈 납니다!”
리더의 안내에 따라 파티원들이 주저 없이 입수했다.
민도준도 입수하여 포탈로 들어갔다.
[서브 던전 ‘오아시스’에 입장하셨습니다.]포탈에 들어서자마자 환경이 바뀌었다.
푸르스름한 돌벽으로 이루어진 동굴이었다.
물속에서 동굴로 순간이동 됐지만 놀라는 사람은 없었다.
이런 생활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기에.
“다들 빠짐없이 오셨나요?”
오윤식이 인원을 체크한 뒤 주의사항을 말했다.
“아시다시피 이곳은 서브 던전이라 공략 목표가 없습니다. 다만 출구를 찾아야 나갈 수 있는 데다 오래 있으면 한기 때문에 버티기 힘듭니다. 하여 적당히 2시간 정도만 사냥하다가 출구를 찾아 나갈 겁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파티원들을 향해 오윤식이 손가락 두 개를 펼쳤다.
“여기서부턴 조별로 따로 사냥할 겁니다. 스무 명…… 아니, 열아홉 명이 몰려다니기에는 던전의 폭이 너무 좁거든요.”
어차피 열아홉 명이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오지 않기에 다섯 명씩 조별로 움직이는 편이 나았다.
그 점은 민도준도 문제 삼지 않았다.
‘진짜 문제는 낮에 들어왔다는 점이지만.’
난이도가 배로 올라갔지만 경험치는 그대로.
그 차이를 밤에 사냥해 보면 알 수 있으련만.
‘아직은 알려지지 않은 듯하군.’
밤에 오아시스를 찾은 인원이 없는 모양이다.
‘아니면 자기들만 꿀 빨기 위해 공략 정보를 숨기고 있다거나.’
민도준은 후자의 가능성을 더 높게 봤다.
“그럼 각자 조별로 흩어져서 사냥하십시오. 공략창 시간으로 2시간이 지나면 다시 이곳으로 모이는 겁니다! 출구는 그때 가서 찾아도 늦지 않으니까요! 길 잃지 않게 조심하시고요!”
고개를 끄덕인 파티원들이 굶주린 짐승처럼 잽싸게 흩어졌다.
샌드 웜만으로는 부족했던 경험치를 이곳에서 채워야 했다.
민도준이 속한 D조도 괴수를 찾아 빠르게 달렸다.
충분할 만큼 달렸지만 괴수가 보이지 않자 다시 걸었다.
“근데 왜 2시간만 사냥하고 모이라는 걸까요? 사냥은 오래 할수록 좋은데.”
“아까 못 들으셨어요? 한기 때문에 버티기 힘들다잖아요.”
“한기요? 이 정도면 시원한 수준 아니에요?”
“나중엔 추워지나 보죠.”
“그래도 시원하니 사막보단 낫네요, 흐흐.”
민도준을 제외한 네 사람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민도준에게는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
왕따를 시킨다기보단 말을 걸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여태껏 무자비한 공격력으로 샌드 웜을 토막 내는 것을 봐왔으니까.
‘우리랑은 수준이 달라.’
통성명을 안 해서 이름도 레벨도 모르지만 S급에 근접한 헌터임엔 분명하리라.
그런 생각 때문에 민도준과는 쉽게 어울릴 수 없었다.
물론 민도준으로선 귀찮게 하지 않아서 좋았지만.
쉬익- 쉬익-
그때 괴수 하나가 앞을 가로막았다.
시린 발톱 도마뱀이었다.
“뭐야, 되게 조그맣네?”
기껏해야 사람의 허리밖에 안 오는 크기의 도마뱀에 조원 한 명이 비웃음을 머금었다.
일반적인 도마뱀보단 컸지만 사람을 통째로 삼키는 샌드 웜에 비하면 작은 편이라 볼 수 있었다.
“다들 준비되셨으면 공격하…… 커어어억!”
순식간에 조원의 목에 혀가 감겼다.
언제 출수했는지 모를 엄청난 속도에 다른 조원들이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오직 민도준만이 한심한 눈빛으로 검을 들고 있었다.
‘그러게 왜 녀석 앞에서 여유를 부려?’
시린 발톱 도마뱀의 혀를 내미는 속도는 눈으로 피하기 힘든 수준이다.
하물며 모든 능력치가 2배로 강화된 지금이야 피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가만 놔두면 이대로 끌려가 발톱에 찢기고 먹히겠지만.’
민도준이 바람의 칼날을 소환했다.
‘사람이 죽는 걸 구경하는 취미는 없어서 말이지.’
곧장 칼날을 날리며 검을 들고 뛰어갔다.
서걱-
바람의 칼날이 팽팽하던 혓바닥을 잘랐다.
쿵-
바닥에 쓰러진 조원이 캑캑거리며 목에 묶인 혀를 풀어냈다.
“으으, 하마터면 죽을 뻔…….”
고개를 들던 그가 황급히 팔을 들어 얼굴을 막았다.
촤좌좌좌좌좍-
피가 튀고 살점이 튀었다.
분쇄기에 갈아 넣은 것처럼 도마뱀이 조각나고 있었다.
[경험치 +64,800] (기여도 100%)빠르게 도마뱀을 처치한 민도준이 인상을 썼다.
‘고작 6만 경험치를 얻는데 10번 이상 칼질해야 한다니.’
비효율적인 사냥속도에 짜증이 났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
‘보스룸에는 혼자 들어갈 수 없으니 장단에 맞춰주는 수밖에.’
몸에 묻은 체액을 털어내며 화를 삭이는 수밖에 없었다.
“구,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죽을 뻔했던 조원이 감사를 표하자 민도준이 냉정한 눈으로 쳐다봤다.
“시린 발톱 도마뱀을 상대할 땐 거리를 주면 안 됩니다. 가뜩이나 낮에 들어와서 모든 능력치가 2배로 오른 놈들이라면 더더욱.”
“아…….”
조원들은 눈앞의 남자가 오아시스에 들어오기 전 리더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정말 낮에 들어오면 강화되는 게 맞나요?”
“상대해 보면 느낄 겁니다. 생각보다 빡세다고. 원래는 훨씬 약한 놈들인데 말이죠.”
민도준의 말에도 조원들은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쉬이익-
마침 도마뱀이 나타나자 민도준이 양보하겠다는 듯 한발 물러섰다.
“직접 상대해 보시죠.”
안 그래도 경험치를 얻는 데 혈안이 되어 있던 조원들이 무기를 쥐고 나섰다.
“하나, 둘, 셋 하면 덮치죠.”
“하나, 둘…….”
“하아압!”
“죽어, 이 도롱뇽 새끼야!”
네 사람이 기세 좋게 달려들었다.
너무 빨리 죽어서 경험치를 뺏기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도마뱀은 그들의 생각보다 훨씬 단단하고 생명력도 질겼다.
푹- 푹-!
스걱- 스걱-
전사와 암살자로 구성되어 있던 조원들이 온갖 스킬들을 구사하며 피부를 찢어놨지만 도마뱀은 아직 건재했다.
쉬리리릭-
“큭!”
혓바닥에 다리가 붙잡혀 넘어지고.
카앙!
“크윽!”
놈의 발톱을 병장기로 가까스로 막아냈다.
다소 고전하고 있었지만 민도준은 나서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A급 헌터 넷이 달라붙었는데 질 리가 있겠는가?
“헉, 허억.”
아니나 다를까 도마뱀은 경험치를 남기고 사라졌고 다행히도 상처를 입은 사람은 없었다.
지친 듯 바닥에 주저앉은 네 사람을 향해 민도준이 물었다.
“어때요? 힘들죠?”
“네…….”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군말 없이 인정했다.
직접 겪어보니 샌드 웜보다도 몇 배는 힘들었다.
그렇다고 경험치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민도준의 말처럼 강화됐다고 보는 게 옳았다.
‘이분은 이런 놈을 혼자서 잡았단 말이야?’
‘그것도 분쇄기처럼 갈아버리면서 순식간에……?’
압도적인 실력 차가 느껴지자 네 사람이 몸서리를 쳤다.
“이곳이 얼마나 위험한지 아시겠죠?”
“네. 정말 그렇네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앞장서도 될까요?”
민도준의 말에 조원들이 두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민도준 같은 강자가 앞에 서준다면야 조원들로선 고마울 따름이다.
물론 고마운 건 민도준도 마찬가지였다.
‘됐어. 이제 이 녀석들을 데리고 보스룸에 들어가면 돼.’
혼자선 들어가지 못하니 같이 들어갈 생각이다.
어차피 보스는 자신의 몫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