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34)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34화(134/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34화
134. 죽지 않는 괴수
오윤식은 자신을 따르는 여덟 명의 인원을 보며 히죽 웃음 지었다.
‘전부 레벨이 높은 헌터들이잖아?’
2,300에서 2,500까지.
파티원 중에서도 상위권의 헌터들이 오윤식을 따르고 있었다.
‘다들 레벨이 높아서인지 통찰력이 있어. 민도준 헌터의 헛소리에 현혹되지 않은 걸 보면.’
2,300 이하의 저렙들은 경험이 적어서인지 그릇된 판단을 했지만 고레벨은 달라도 달랐다.
‘한눈에 헛소리임을 간파한 거지. 괴수가 불사신이 될 리가 없잖아.’
그러나 오윤식은 몰랐다.
실상은 추위를 견딜 자신이 없어서 그의 편에 붙은 사람이 대부분이었음을.
“다들 저를 믿고 따라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원이 줄어서 불안하실 수도 있는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행히 고레벨만 모였으니 우리끼리 충분히 사냥할 수 있습니다.”
무리의 리더답게 파티원의 불안감을 해소한 오윤식이 포지션에 따라 자리를 재배치시켰다.
“그럼 몸도 따듯하게 데웠겠다, 본격적으로 사냥해 볼까요?”
오윤식을 포함한 아홉 명이 횃불이 밝혀져 있는 통로를 걸었다.
한증막처럼 더운 피라미드 내부를 걷다 보니 춥다는 생각은 일절 떠오르지 않았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최적의 상태.
어떤 괴수가 나타나더라도 사지를 찢어버릴 자신이 있었다.
구어어어-
그때 붕대를 둘둘 말고 있는 3미터 크기의 인간형 괴수가 나타났다.
피라미드의 대표적인 괴수, 미라였다.
“다들 상대하는 법 아시죠?”
“그런 게 뭐가 중요하겠어요. 그냥 썰어버리면 되지.”
“맞습니다. 고작 한 마리뿐인데 작전이랄 게 있나요?”
“서로 아군의 스킬에 휩쓸리지 않게 조심이나 하자고요.”
파티원들이 무기를 고쳐 들었다.
그들은 여태 수만 마리를 사냥해 온 프로 괴수 사냥꾼.
고작 한 마리를 잡는데 작전 따윈 필요 없었다.
걱정할 거라곤 얼마나 많은 대미지를 줘서 자기 몫을 챙겨가느냐.
그뿐이었다.
“하하, 처음 상대하는 괴수일 텐데도 다들 자신감이 넘치시네요. 그러면…….”
오윤식이 지팡이를 뻗으며 외쳤다.
“선공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지팡이 끝에서 생성된 얼음의 창 수십 개가 타깃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미라가 생각보다 빠른 몸놀림으로 피했지만 유도 기능이라도 있는지 얼음의 창이 커브를 돌아 그대로 등에 꽂혔다.
그오오오!
고통스러워하는 미라를 보니 확실히 피해를 준 모양.
그것을 필두로 궁수와 마법사들의 공격이 연이어 쏟아졌다.
근접 딜러들도 지지 않겠다는 듯 달려가 미라의 붕대를 사정없이 찢어놓았다.
미라의 사지가 분해되기까지는 채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결국 연기로 변하는 미라의 모습에 파티원들이 헛웃음을 지었다.
“불사라고 하지 않았나요?”
“근데 아니네요.”
“허허, 황당하네요.”
“역시 이럴 줄 알았어.”
헛웃음이 나오기는 오윤식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그렇지. 불사는 개뿔.’
헛웃음이 누군가를 향한 비웃음으로 변하고 있을 때.
“그런데 이상하네요.”
“뭐가요?”
“왜 경험치가 안 들어오죠?”
누군가 의문을 제기했고 다들 의아한 표정으로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저도 안 들어왔어요.”
“저도요.”
“분명히 스킬이랑 전부 정타로 먹였는데.”
“이상하네.”
이변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저, 저기 좀 봐요!”
그대로 흩어질 줄 알았던 연기가 다시 뭉치더니 미라의 형상을 만들고 있었다.
“부, 불사라는 게 사실이었어?”
어느새 연기는 온전한 형체를 갖춰 미라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구어어어어!
미라의 포효가 지금 보고 있는 현상이 환상이 아님을 깨우쳐주었다.
“다, 다시 공격!”
당황한 오윤식이 선공을 날렸다.
이어서 궁수와 마법사, 전사들이 각자 딜을 퍼부었고 미라는 또다시 사지가 찢겼다.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건만.
“또, 또 살아나고 있어!”
“이런 미친!”
부활하는 미라를 보니 패닉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썅! 정말 이렇게 계속 살아난다고?’
경험치는 1도 안 들어오면서 몇 초 만에 계속 부활한다.
민도준이 주장한 대로였다.
“그 헌터의 말이 진짜였다니…….”
“아…… 그분 말 듣고 들어오지 말걸…….”
미라를 죽이고 잠깐의 틈이 생기자 파티원들이 후회와 한탄이 섞인 목소리를 냈다.
말은 안 했지만 오윤식도 괜히 들어왔다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그 헌터분도 던전에 들어왔잖아요? 왜 들어온 거죠?”
“어? 그러게요? 불사라는 걸 알고 있었으면 들어오지 않아야 정상일 텐데?”
“설마 그분은 공략법도 알고 있는 거 아닐까요? 불사를 해제할 방법이라던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헌터들이 하나둘 뒤를 돌아봤다.
지금이라도 왔던 길을 되돌아가 민도준 헌터를 찾는다면 해결할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오오오!
촤좌좍! 촤좍!
열 번째로 되살아난 미라를 죽이고 나자 잠깐의 틈이 생겼다.
“지금이에요! 놈이 부활하기 전에 돌아갑시다! 방법은 그것밖에 없어요!”
민도준 헌터만이 지금의 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희망이다!
그 사실을 인지한 헌터들이 미라가 부활하기 전에 등을 돌려 달아났다.
하지만.
크르르르르-
어느새 인간의 냄새를 맡고 찾아온 어둠 사냥개 세 마리가 헌터들의 도주로를 막고 있었다.
‘이런 X발.’
헌터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썩어들어갔다.
그리고 직감했다.
이곳이 자신의 무덤이 되리라는 것을.
* * *
민도준을 포함한 여덟 명이 어두운 통로를 걸었다.
누가 보면 오윤식에게 버려졌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민도준의 생각은 달랐다.
‘내가 오윤식을 버린 거지.’
불사자들을 상대하러 간 오윤식 일행이 어떤 상황에 부닥치게 될지는 불 보듯 뻔했다.
‘모르긴 몰라도 고전하고 있을 거야.’
한 마리 정도야 상대하기 쉽겠지만 문제는 다른 괴수들이 몰려들었을 때다.
‘죽지 않는 괴수들이 계속해서 불어난다면?’
도망칠 틈도 없이 포위당하고 결국엔 산 채로 괴수에게 먹힐 것이다.
헌터들의 체력은 유한하지만 괴수들의 체력은 무한이었으니까.
불사의 힘이 무서운 점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저기요, 민도준 헌터님이라고 하셨죠?”
앞장서는 민도준을 새로 들어온 팀원들이 불렀다.
“아까 저희보고 목숨을 건졌다고 하셨잖아요?”
“그 말은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있으시단 얘긴가요?”
“계획이 있으신 거라면 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까요?”
민도준을 믿고 따라왔지만 막상 구체적인 계획을 모르니 불안했던 모양이다.
‘굳이 숨길 필요는 없겠지.’
민도준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계획은 간단합니다. 이곳 피라미드의 보스룸을 찾아서 보스를 잡을 겁니다. 그러면 괴수들이 가진 불사의 힘이 해제되거든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듣는 입장에선 그렇지 않았는지 입을 크게 벌렸다.
“보, 보스를 잡는다고요?”
“피라미드에 보스가 있었어요?”
공략을 숙지했던 그들도 보스의 존재는 금시초문이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의아해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네. 제가 본 공략에는 있다고 하더라고요.”
공략에서 봤다고 하자 납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앞서 오아시스 던전에서 괴수가 강화됐다는 말도 공략에 나와 있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새로 온 팀원들의 의구심은 가라앉았지만 반대로 기존의 조원이었던 D조가 의구심을 드러냈다.
“어? 그럼 헌터님. 일전에 오아시스 보스룸에 들어간 것도 알고서 들어가신 거예요?”
우연처럼 들어갔기에 묻는 말이었다.
“보스룸이 있다는 건 공략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거기가 보스룸일 줄은 몰랐습니다.”
“아아, 그러셨구나.”
“이번 보스룸도 어디 있는지는 몰라도 찾아봐야죠.”
민도준은 보스룸을 찾은 건 어디까지나 우연이었음을 강조했다.
만약 알고 있었다고 인정해 버린다면 조원들은 자신을 보스룸에 입장하는 데 이용했다고 생각하고 배신감을 느낄 테니까.
‘이번 보스룸에 들어가는 데도 이용해야 하니 굳이 사실을 말할 필욘 없지.’
납득한 D조 조원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새로 온 팀원들이 물었다.
“오아시스 보스룸? 거기도 보스가 있었어요?”
“네. 여기 민도준 헌터님이 우연히 발견해서 들어갔었거든요.”
“엄청나게 큰 거북이였는데 저희가 겁먹고 있을 때 혼자서 처치하셨다니까요?”
“맞아요. 하마터면 보스한테 죽을 뻔했는데…… 진짜 민도준 헌터님이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마치 자기 일처럼 신이 나서 떠들어댔지만 팀원들의 귀엔 한가지 정보만이 맴돌았다.
“보스를…… 혼자서 잡았다고요?”
오아시스에 보스가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혼자서 잡았다니.
‘대체 얼마나 세길래?’
A급 보스를 혼자 잡기도 어려운 판국에 S급 보스를 솔로킬했다는 말은 괴수가 불사신이 된다는 말보다도 믿기 어려웠다.
“그 얘기는 그만하고 보스나 찾으러 가죠.”
앞장선 민도준을 팀원들이 군말 없이 뒤따랐다.
그의 실력이 어떤지는 몰라도 지금 당장은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근데 가다가 괴수를 마주치면 어쩌죠?”
“어쩌긴요. 죽여야죠.”
“죽여도 몇 초 만에 부활한다면서요. 그런데 어떻게 죽여요?”
“그러게요. 괴수 한 마리만 나타나도 상당히 곤란해지는 거 아닌가요?”
“좀 조용히 하세요. 그렇게 떠들다간 없던 괴수도 기어 나올 것 같으니까.”
“…….”
불안한 목소리를 내는 파티원들을 조용히 시킨 민도준이 다시 집중해서 걸었다.
‘확실히 저들 말대로야. 한 마리만 나와도 곤란해.’
아무리 강한 민도준이라도 죽지 않는 괴수를 깔끔하게 떼어놓을 방법은 없다.
‘일단 전투가 치러지면 소리를 듣고 주변에 있던 놈들이 찾아올 가능성이 있어.’
특히 소리에 민감한 악마 사냥개가 출현하는 던전이니만큼 한 번 전투를 치르면 무조건 발각된다고 봐야 했다.
‘그렇게 괴수가 불어나면 불어날수록 버틸 가능성은 줄어들겠지.’
물론 몇 마리가 오든 간에 몇 번이고 찢어 죽일 자신은 있었지만 문제는 팀원들이 버티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내 몸은 지킬 수 있어도 팀원들까진 못 지킨다.’
그리되면 보스룸에 들어가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다섯 명이 살아남을 수 없다면 말이다.
‘그렇기에 가장 좋은 건 보스룸에 도착할 때까지 한 마리도 마주치지 않는 거야.’
통로 곳곳에 괴수들이 지나다니는 판국에 들키지 않고 보스룸까지 간다?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나에겐 기척 감지 특성이 있으니까.’
반경 30미터 이내에 있는 괴수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특성이라면 어디로 가야 마주치지 않을지 빠르게 알 수 있었다.
‘여기에 살쾡이의 야광 눈으로 어두운 통로를 꿰뚫어 보니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어.’
실제로 그렇게 괴수들을 피해 다닌 끝에 목표했던 보스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단, 한 마리도 마주치지 않고서.
“여기인가 봐요, 보스룸이.”
우연히 발견한 척 석문 앞에 서자 조원들이 반색하고 나섰다.
“정말이네요? 오아시스 던전에서 봤던 문이랑 똑같은 걸 보니.”
“와, 그런데 보스룸에 올 때까지 괴수 한 마리도 안 마주쳤네요?”
“그러게요. 이렇게 운이 좋을 수가 있나?”
“진짜 괴수 만날까 봐 오면서 얼마나 진땀을 뺏는지…….”
안도의 숨을 내쉰 파티원들을 뒤로하고 민도준이 석문에 손을 댔다.
“들어갑시다.”
이윽고 흙으로 뒤덮인 석문에 여덟 명 전원이 손바닥을 갖다 댔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피라미드 던전 보스룸에 입장하셨습니다.] [보스를 처치하기 전까지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