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35)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35화(135/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35화
135. 오시리스
피라미드 던전의 보스, 오시리스는 인간형 괴수로 크기가 3미터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괴수의 힘은 크기로 판단할 수 없는 법.
그 사실을 알기에 보스룸에 입장한 헌터들은 긴장을 놓지 않았다.
“저, 저게 S급 보스…….”
딱 봐도 범상치 않은 아우라가 느껴지는 게 보스라고 불릴 만했다.
“다, 다들 조심하세요. 만만치 않은 놈 같습니다.”
“하나, 둘, 셋 하면 동시에 달려들까요?”
“마법사형 괴수인 것 같은데 넓게 퍼져서 싸우는 게…….”
무기는 들었지만 처음 보는 S급 보스의 위압감에 다들 겁먹은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피식 웃음을 지은 민도준이 앞으로 나섰다.
“다들 정말 싸울 생각이세요?”
“그럴 수밖에 없잖아요.”
“보스를 잡지 않으면 못 나간다고 하니…….”
민도준이 유령검을 빼 들었다.
“위험하니 전부 뒤로 물러나세요.”
“네?”
“헌터님, 지금 뭐하시는?”
홀로 보스에게 다가서는 민도준의 모습을 팀원들이 미친 사람을 보듯 쳐다봤다.
그 눈빛은 순순히 무기를 내리고 물러나는 D조 조원들에게도 이어졌다.
“지금 어디 가시는 거예요?”
“물러나라고 하잖아요.”
“아니, 그런다고 물러서면 어떡해요? 다 같이 보스를 잡아야죠!”
“보스는 민도준 헌터님이 잡으실 겁니다.”
그 말에 팀원들이 재미없는 농담을 들었다는 듯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농담이 아닌지 조원들의 표정은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앞서 오아시스 던전에서 기적을 목격해서인지 그들은 민도준이 보스를 쓰러뜨리리라 굳게 믿고 있었다.
“자신 없으면 그냥 빠지세요. 괜히 민도준 헌터님 방해하지 말고.”
“그래요. 보스는 헌터님한테 맡기세요.”
S급 보스를 단독으로 상대하러 가는데 두고 보고 있으라고?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는 꼴을 지켜보라는 말과 다름없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S급 보스를 혼자서 잡았다고 했었지?’
조원들이 저렇게까지 나오는 걸 보면 사실은 사실인 모양.
‘말로는 믿기 힘들었는데 정말일까?’
‘잠깐만 실력 좀 구경해 볼까?’
팀원들이 민도준 혼자서 보스를 잡을 수 있도록 뒤로 물러났다.
솔직히 보스를 상대할 자신이 없었기에 물러난 것이었다.
‘경험치나 아이템보단 목숨이 먼저지…….’
그들에겐 기여도를 뺏을 생각도 없었다.
다만 여차하면 나설 생각으로 무기는 놓지 않았다.
‘위험한 상황이 오면 도와줘야 하니.’
민도준이 얼마나 센진 모르지만 위험한 순간이 반드시 올 것이다.
S급 보스를 단독으로 상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그 때문에 무조건 달려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그럴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민도준이 압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걱- 서걱!
그오오오!
그어어어!
오시리스가 소환한 미라들이 민도준의 검에 무참하게 쓰러졌다.
끊임없이 소환되는 미라 군대를 매그넘 버스트로 날려버리던 민도준이 이내 공격을 멈췄다.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현재 킬 수 : 50/50] [모든 스탯이 50% 증가합니다.] [남은 시간 : 59분 59초]‘잔챙이는 이걸로 됐고.’
버프를 쌓았으니 이제 보스를 상대할 준비가 됐다.
광폭화로 근력과 순발력을 증폭시킨 민도준이 쏜살같이 달려갔다.
목표는 오시리스의 목.
하지만 주변 미라들이 그렇게 두지 않겠다는 듯 길을 막아섰다.
‘잡몹들은 꺼지시고.’
민도준이 검을 휘두르자 미라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2배로 강화된 오아시스의 괴수들에 비하면 이놈들은 약한 편이지.’
게다가 소환수라 그런지 기존의 미라보다 체력이 더 낮은 느낌이었다.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리고 기어코 오시리스의 코앞에 도착해 검을 휘둘렀다.
쩌어어엉-
배리어에 막힌 민도준의 검이 오시리스의 코앞에서 멈췄다.
그러나 한 번 막혔다고 물러설 민도준이 아니다.
쩌엉! 쩌엉! 쩌엉-!
누가 이기나 해 보자는 듯 검을 두들기자 배리어에 실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금이 균열로 이어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째애앵-!
배리어가 깨지고 위기에 처한 오시리스의 몸이 쇠처럼 뜨거워졌다.
생명력을 기반으로 하는 스킬, 불지옥이었다.
화아아악!
피하기엔 이미 늦었는지 민도준이 불의 폭풍에 휩쓸렸다.
그러나 세 개의 저항 특성과 세트 효과, 엘릭서까지 더해 75%에 가까운 피해를 막아낼 수 있는 그다.
그뿐만 아니라 업적 특전으로 인해 받는 피해가 추가로 15% 감소했다.
그러다 보니 살을 녹이는 열기가 민도준에겐 후끈한 바람에 지나지 않았다.
화르륵!
연이어 날아온 불덩어리에도 마찬가지였다.
정통으로 화염에 휩싸였음에도 민도준은 다소 멀쩡한 모습으로 오시리스를 압박했다.
화염 저항력이 높은 그에게는 무서울 것이 없었다.
[오시리스를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 +1,296,000] (기여도 100%) [레벨이 올랐습니다!] [S급 마정석이 나왔습니다.] [S급 마정석이 나왔습니다.] [S급 마정석이 나왔습니다.] [최상급 랜덤 박스가 나왔습니다.] [스킬 등급 초월석이 나왔습니다.] [파라오의 왕관이 나왔습니다.]기꺼운 알림이 주르륵 올라왔다.
‘마정석, 랜덤 박스, 초월석은 거북이 보스 때랑 똑같이 나왔군.’
그 외에 다른 아이템이라면 왕관뿐이었다.
[파라오의 왕관]-분류 : 투구
-등급 : S
-방어력 : 16,000
-효과 : 마력+300, 마력의 10%만큼 소환수의 모든 스탯 증가
-내구력 : 27,000/27,000
-사용 제한 : 레벨 3,000 이상
-설명 : 오시리스의 현신이라 불리는 파라오의 왕관. 왕관을 쓰고 있으면 한 나라의 통치자가 된 기분이 든다.
‘마력 스탯에 따라 소환수를 강화해주는 아이템이군.’
풀 버프 시 민도준의 마력은 약 4,400.
‘이걸 착용하면 아우의 모든 스탯이 440씩 오른다는 소린가?’
한마디로 소환수를 압도적으로 강화시킬 수 있는 아이템.
‘레벨 제한만 없었으면 당장 착용했을 텐데 아쉽군.’
일단 인벤토리에 보관한 민도준이 뒤늦게 떠오르는 메시지를 봤다.
[보스를 처치하였습니다.] [오시리스의 가호를 받던 괴수들이 힘을 잃습니다.] [잠시 후 밖으로 이동합니다.]민도준의 시선이 이어서 파티원들에게 향했다.
넋을 잃은 채 바라보고 있는 그들을 보니 어쩐지 미안했다.
“죄송합니다. 저 혼자 보스를 독식해서.”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저희가 공격해 봐야 대미지도 얼마 못 줬을 겁니다.”
“어차피 낄 엄두도 못 내겠던걸요.”
파티원들은 민도준의 압도적인 무력에 이미 혼을 빼앗긴 상태였다.
‘정말로 보스를 혼자서 잡았잖아?’
‘미쳤군, 미쳤어.’
‘이런 고수를 우리가 도와주려고 했다니…….’
‘역시 끼어들지 않길 잘했어. 괜히 나섰다간 망신만 당했을 테니.’
어쩐지 안도하는 파티원들을 보며 민도준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환한 빛이 보스룸에 있는 여덟 명을 밖으로 내보냈다.
* * *
“허억, 허억, 허억.”
어두운 통로엔 거친 숨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오윤식과 그 일행들이었다.
그런데 처음에 아홉 명이었던 숫자가 지금은 넷으로 줄어있었다.
전투 중에 벌써 다섯 명의 희생자가 생긴 것이었다.
“따, 따돌렸나?”
“그, 글쎄요.”
일행들이 두려운 표정으로 연신 뒤를 돌아봤다.
어둠 사냥개가 쫓아왔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두운 복도 저편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붉은색의 안광 두 개만이 조용히 떠 있을 뿐.
“히이이익!”
“버, 벌써 부활했어?”
“빨리 도망가요!”
크르르롸아앙!
황소만 한 몸집의 어둠 사냥개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파워 스매시!”
전사 한 명이 해머를 휘둘렀다.
운 좋게도 머리를 맞추자 어둠 사냥개가 혀를 빼물며 쓰러졌다.
“이때예요!”
푹- 푹-!
조원들이 괴수의 머리를 꿰뚫었다.
고작 한 마리를 상대하는데도 필사적인 움직임이었다.
그렇게 괴수가 죽었지만 누구도 경험치를 얻지 못했다.
그 사실에 의문을 표하는 헌터는 한 명도 없었다.
위협이 사라졌다고 생각지도 않았다.
“놈이 부활하기 전에 빨리 도망갑시다!”
그저 잠깐의 시간만 벌었을 뿐임을 조원들은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크르르르-
크르르으릉-
도주로에는 이미 새로운 어둠 사냥개 두 마리가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뒤에는 조금 전에 죽인 어둠 사냥개가 부활해 있었고 그 뒤로는 미라와 또 다른 사냥개가 추가로 달려오고 있었다.
“아아…….”
“끝났어…….”
절망이 눈 앞을 가렸다.
어떻게든 버티고 싶었지만 그들은 이미 이렇게 될 것을 예견하고 있었다.
죽여도 죽여도 되살아나는 놈들을 이길 방법이란 없었으니까.
“아, 괜히 따라왔어…….”
“춥다고 이곳에 들어오는 게 아니었는데…….”
죽음이 목전까지 다가온 상황에서도 단 하나 후회되는 것이 있었다.
“그 헌터 말을 들을걸…….”
던전에 들어가지 말라던 민도준 헌터의 경고를 듣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후회한다고 상황이 변하진 않는다.
이미 괴수 다섯 마리에 둘러싸인 형국이라 희망은 없었다.
고작 네 명이 타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그때 오윤식이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살려는 자는 죽고 죽으려는 자는 산다고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더라도 최선을 다해봅시다. 싸워보지 않고는 모르는 거잖아요?”
그 진지한 목소리에 포기했던 조원들의 눈빛에 약간의 희망이 싹텄다.
절망 속에서도 일말의 용기를 불어넣다니.
과연 리더긴 리더인 모양이다.
알게 모르게 오윤식을 탓했던 조원들이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비록 자신들을 불구덩이로 이끌었지만 그 역시 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았는가?
적어도 마지막까지 리더로서의 본분을 지키는 모습은 존경할만하다.
“제가 셋을 세면 달려드는 겁니다! 다들 준비하세요!”
그렇게 생각했다.
“하나, 둘…… 셋!”
신호와 동시에 오윤식이 도망치기 전까지는.
“……!”
오윤식만 믿고 괴수에게 달려들던 세 사람은 뒤에서 들리는 폭음에 고개를 돌렸다가 못 볼 꼴을 보고 말았다.
오윤식이 혼자서 괴수 하나를 무력화시킨 뒤 도망치고 있었다.
혼자만 살겠다고 자신들을 미끼로 내던진 것이다.
당황스러운 감정이 분노로 바뀌는 건 순식간이었다.
“야이, 개새끼야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
콰드득! 콰드득!
동료들이 괴수들 사이에 파묻혀 한낱 식사 거리로 전락했지만 오윤식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X발, 속은 새끼가 잘못이지. 안 그래?’
돌아볼 시간도 없을 정도로 그는 도망치기에 바빴다.
마법으로 괴수 하나를 무력화시켰지만 어디까지나 잠깐이다.
최대한 멀리 도망쳐야 살 수 있다.
“헉, 허억.”
마법사라 체력 스탯을 안 찍어서 그런지 얼마 못 가 숨이 가빠왔다.
‘이러다 괴수라도 마주치면 큰일 나는데…….’
한 마리 정도는 혼자서 죽일 수 있지만 문제는 부활했을 경우였다.
‘몇 번이고 죽이면 뭐해. 도망칠 수가 없는데.’
체력 싸움이라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었기에 체력 스탯을 안 찍은 것이 후회됐다.
‘게다가 피라미드가 덥다 못해 뜨거워졌어.’
찜통 같은 더위 속에서 움직이자니 체력적으로 너무 힘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크르르릉-
어둠 사냥개가 뒤따라온 것은 어찌 보면 정해진 수순이라고 볼 수 있었다.
“제기랄. 팀원까지 미끼로 던져가며 도망쳤건만…….”
기왕 이렇게 된 거 싸울 수밖에 없다고 판단.
오윤식이 쓸 수 있는 모든 마법을 펼쳤다.
그리고 결국.
[경험치 +27,000]어둠 사냥개를 처치하고 말았다.
‘뭐야? 경험치가 들어왔어?’
원래는 당연했어야 할 상황이 벌어지자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더 이상 부활하지 않고 연기로 사라지는 괴수를 보자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설마, 괴수들의 불사 능력이 사라진 건가?’
어떻게 사라진 건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건 자신은 살았다는 사실이었다.
‘아하하! 살았다, 살았어!’
팀원들을 희생시키고 버틴 덕분에 기어코 살아남을 수 있었다.
‘괴수만 처치할 수 있다면야 몇 마리가 와도 무서울 것 없지!’
물론 동시에 여러 마리가 달려들면 힘들겠지만 한 마리씩이라면 몇 마리든 자신 있었다.
‘얼마든지 덤벼보라고!’
크르르르릉-
그때 어둠 사냥개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응? 늑대?”
어둠 사냥개가 아님에 오윤식이 살짝 놀랐다.
그가 본 것은 영락없는 늑대였으니까.
“뭐야? 저런 괴수도 있었나?”
“괴수가 아니라 소환수다.”
별안간 뒤에서 들린 소리에 오윤식이 화들짝 놀라며 몸을 돌렸다.
그와 동시에.
“누구…… 커헙!”
칼날이 폐를 관통하는 바람에 오윤식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대신 죽기 직전 누가 자신을 찔렀는지는 볼 수 있었다.
‘미, 민도준……?’
그가 마지막으로 본 사람은 틀림없는 민도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