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3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37화(137/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37화
137. 기자들의 관심
일반인들은 헌터들의 행보에 관심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과는 동떨어져 있는 헌터들의 일상은 신기하면서도 때로는 지친 현실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니까.
하지만 일반인이 헌터의 소식을 접할 수 있는 건 오직 대중 매체뿐.
기자들은 오늘도 사람들의 관심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불철주야 던전 앞을 지켰다.
“아, 따분해. 몇 분 남았냐?”
“10분 남았으니 조금 있으면 나올 겁니다.”
국내의 두 번째 S급 던전, 사막의 그림자.
그 입구 앞에 일찍이 자리를 깔고 앉은 기자들은 무료한 시간을 보냈다.
“준비해. 곧 있으면 나온다.”
잠시 후 던전의 제한 시간인 48시간이 지나자 보라색이던 포탈이 푸른색으로 변했다.
그와 동시에 사람들이 차례대로 걸어 나왔다.
이틀 전에 입장했던 헌터들이었다.
그 장면을 놓칠세라 기자들이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촤롸롸롸롸롹-
“좋아. 하나 건졌다.”
별것 아닌 사진 한 장만으로도 ‘던전을 클리어하고 나오는 영웅들’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쓸 수 있었다.
“이제 몇 명이 나오는지 보자.”
S급 던전이니만큼 사망자도 쉽게 발생하게 마련.
인원을 체크하는 것 역시 좋은 기삿거리가 될 수 있었다.
“셋, 넷, 다섯…….”
기자들은 속속들이 나오는 헌터들의 머릿수를 파악했다.
그러다 하나같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일곱, 여덟…… 끝?”
“더 안 나와?”
“여덟 명이 생존했다고?”
스무 명이 들어갔는데 여덟 명이 걸어 나왔다?
그렇다면 나머지 12명은?
“반 이상이 죽은 거야……?”
전쟁터나 마찬가지인 던전에서 죽는 거야 으레 있는 일이지만 이렇게 많은 수가 죽은 건 처음이었다.
물론 이곳 사막의 그림자 던전에 한해서지만.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사막의 그림자가 그렇게 어려운 던전이었나?”
“내가 알기론 S급 중에서도 쉬운 축에 든다고 했는데?”
기자들이 의문을 갖는 것은 당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클리어한 팀들은 사망자라고 해 봐야 한두 명뿐이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바로 전에 들어갔던 신경민 헌터가 이끄는 팀은 전원 생존했다.
그런데 그다음 팀에서 사상 최악의 사망 숫자가 나오다니.
“찾아보니까 이런 일이 아예 없던 건 아니네요.”
“그래?”
“8개월 전 이탈리아에 있는 사막의 그림자 던전에서 2,000레벨 초반으로 구성된 열 명이 들어갔었는데 전원 사망했던 기록이 있어요.”
“원인은?”
“전원 사망해서 현재로썬 파악 불가능이에요.”
“이런 일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네?”
“네. 그치만 우리는 12명이 죽었으니 더 심각하다고 봐야죠.”
“하…….”
스무 명이 들어가서 여덟 명만 살아나오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기자들의 안광이 먹잇감을 바라보는 하이에나처럼 번뜩였다.
그들로선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생존자들을 인터뷰해서 쓸만한 기사를 건질 기회.
기자들이 우르르 헌터들에게로 몰렸다.
“안녕하세요. 헌터 신문의 조승철 기자입니다.”
“온나라 뉴스의 안상민 기자입니다.”
“대문 일보의 정시연 기자입니다.”
“스무 명이 들어가서 여덟 명이 나오셨잖아요? 어떻게 된 겁니까?”
“나머지 12명은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 맞나요?”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자세히 얘기해 주실 수 있습니까?”
기자들의 질문 쇄도에 민도준 일행이 당황을 금치 못했다.
던전을 나오자마자 이렇게 많은 관심이 몰릴 줄은 몰랐다.
얼떨떨한 얼굴의 조원들이 이내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던전에서 살아남은 건 저희 여덟 명뿐입니다.”
“나머지는 안타깝지만 전부 사망했습니다.”
던전에 들어갔던 A급 헌터 12명이 사망했다?
그 사실이 확인되자 기자들이 너도나도 질문을 던졌다.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겁니까?”
“엊그제 들어갔던 신경민 파티는 전원이 생존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왜 유독 이쪽 파티만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는지 대답해 주실 수 있습니까?”
질문에 굳이 대답할 의무는 없었다.
길드나 헌터 협회를 통해 경위서를 작성하면 되니까.
하지만 조원들은 기자들에게 정보를 주고 싶은지 성심성의껏 대답해 나갔다.
“방심하고 있어서 사망한 것이 크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서브 던전 때문이었습니다.”
“서브 던전인 피라미드에서만 아홉 명이 죽었습니다.”
어째서?
그런 눈빛으로 기자들이 묻자 조원들이 말했다.
“피라미드의 괴수들이 불사 능력을 지니고 있었거든요.”
뜻밖의 정보에 기자들의 눈이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불사 능력이라니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자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파티원들은 대답을 망설이지 않았다.
굳이 숨겨야 할 정보가 아니었기 때문.
오히려 널리 알려서 무고한 인명 피해를 막는 것이 살아남은 그들의 사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엔 민도준도 동의하는지 정보를 푸는 것을 막지 않았다.
이윽고 정보를 들은 기자들이 하나같이 입을 벌렸다.
“보름달이 뜨는 밤에는 불사 능력이 생긴다고요?”
“네. 피라미드 던전에 한해서지만요.”
“이럴 수가…….”
어쩌면 이탈리아의 헌터들이 사망했던 것도 보름달이 뜰 때 들어갔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살아남으신 거죠?”
“전부 여기 있는 헌터님 덕분입니다.”
기자들의 이목이 단숨에 민도준에게로 집중되었다.
이름은 모르지만 기자 중에 민도준의 얼굴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신경민과 강혁수가 악수한 사진을 가지고 이미 기사를 올린 상태였으니까.
자세한 경위를 묻는 기자들의 재촉에 헌터들이 민도준의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보스를 혼자서……?”
“그게 말이 되는 소립니까?”
“그건 그렇고 서브 던전에도 보스가 있었다고요?”
놀라운 사실의 연속.
그 말을 들은 기자들의 머릿속에는 한가지 공통적인 생각이 떠올랐다.
‘이건 특종이다!’
쓸만한 기삿거리가 한둘이 아니었다.
완전 노다지나 다름없었다.
다 같이 듣고 있다는 게 안타까울 정도.
‘만약 여기서 이 사람의 단독 인터뷰를 따낸다면?’
S급 보스를 혼자서 처리하고 파티원들을 구했다는 내용으로 기사를 쓰면 조회 수가 폭발할 것이다.
기자들이 형형한 눈빛으로 민도준을 바라봤다.
“저기요, 헌터님!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어디 조용한 곳에서 단둘이…….”
“저 사람 말고 저랑! 저랑 같이 갑시다!”
기자들이 민도준과 단독 인터뷰를 잡기 위해 아우성을 쳤다.
하지만 민도준은 그들과 어울려줄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이런 거 일일이 응해봤자 시간 낭비일 뿐이지.’
인지도를 쌓고 싶은 게 아니라면 인터뷰에 응해줄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애써 유명해지려고 하지 않아도 결국 유명해지게 될 거야.’
던전을 솔로잉으로 돌지 못하는 이상 어떻게든 세상에 자신의 존재가 알려지게 될 것이다.
“인터뷰는 사절하겠습니다. 제가 좀 바빠서.”
“그럼 따로 연락처 좀 알려주십시오!”
“메일 주소라도 좋습니다!”
“아니면 헌터님 성함이라도…….”
뭐라도 건지기 위해 기자들의 눈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민도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자리를 피했다.
그때 누군가가 물었다.
“신경민 헌터와는 무슨 사입니까?”
민도준의 걸음이 멈췄다.
흥미를 끌었다고 생각한 기자가 이어서 말했다.
“엊그제 보니 악수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시던데 혹시 엠페러 길드 소속입니까?”
“아니요. 저는 따로 길드가 있습니다만.”
“그럼 신경민 헌터와는 무슨…….”
“아무런 사이도 아닙니다.”
그 말만 남기고 돌아서려고 했으나 민도준은 걸음을 채 떼지를 못했다.
몇 걸음 앞에 다름 아닌 신경민이 서 있었으니까.
“아무 사이도 아니라니…… 섭섭한데요? 적어도 엊그제 안면은 트지 않았습니까?”
신경민이 다가오자 민도준의 가슴이 차가워졌다.
긴장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신경민의 신경을 거슬리게 할 수도 있었기에 제 몸이 알아서 편안함을 꾸며냈다.
“신경민 헌터?”
“안녕하세요. 민도준 헌터님. 엊그제 보고 또 뵙네요.”
두 사람의 만남에 기자들이 숨을 죽였다.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귀를 곤두세우고 받아적을 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
“다름 아니라 헌터님을 뵈러 왔습니다. 클리어 시간에 딱 맞춰 왔는데 다행히 안 가고 계셨네요.”
“이분들이 보내줘야 말이죠.”
민도준의 날카로운 시선이 지나갈 때마다 기자들이 움찔 어깨를 떨었다.
“헌터님도 유명해지면 아시겠지만 저희야 기자님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아닙니까?”
신경민이 다소 부드러운 눈빛으로 기자들을 쳐다봤다.
‘미친 새끼.’
민도준이 그 모습을 보며 욕지거리를 삼켰다.
신경민의 악행을 알고 있어서인지 그의 눈엔 한없이 가식으로 보일 따름이었다.
‘그래. 네놈의 이미지 구축에 기자들이 도움을 주긴 하겠지.’
하지만 자신이 밝힐 것이다.
이세윤의 위선을 까발린 것처럼 신경민의 새까만 속내도 만천하에 드러내게 만들리라.
죽이는 건 그다음이다.
‘꼭 그렇게 만들어주지.’
그를 위해 민도준은 유령 늑대에게 신경민의 냄새를 맡을 것을 지시했다.
[소환수가 추적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소환수가 냄새를 기억했습니다.] [실시간으로 위치를 탐지합니다.]그런 줄도 모르고 신경민은 사람 좋은 인상으로 민도준을 대했다.
“우선 던전을 무사히 공략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첫 S급 던전이신가요?”
“그렇죠.”
“보니까 들어가기 전과 달리 레벨이 많이 오르셨더군요.”
아무래도 시스템 랭킹으로 추이를 지켜본 모양.
“들어가기 전엔 2,008이셨는데 나올 땐 2,028이라……. 이렇게 빠른 레벨링은 듣도 보도 못했는데요? 확실히 저희 길드장님이 탐을 내실 만하네요.”
그들의 대화는 듣고 있던 기자들을 놀라게 할만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물론 민도준은 이렇게 자신의 정보를 대신 까발리는 신경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를 찾아온 용건이 뭡니까?”
“아, 인제 보니 성격이 조금 급하시네요.”
“성격이 급하다기보다는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는 걸 싫어해서요.”
촤롸롸롸락-
사방에서 기자들의 셔터 소리가 울렸다.
랭킹 1위의 신경민과 대화하는 게 쓸데없는 일이라니?
저 헌터, 모르긴 몰라도 간덩이가 부은 게 틀림없다.
하지만 당사자인 신경민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아하. 그러면 바쁘신 거 같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신경민이 씩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민도준 헌터님, 저희 엠페러 길드로 오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