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3)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3화(13/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3화
13. 붉은 눈 워울프
보스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특히 붉은 눈 워울프는 더더욱.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크르르르릉-
붉은 눈 워울프는 눈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투명화 기능이 있다는 게 바로 놈의 무서운 점이었다.
“저거 붉은 눈 워울프 맞죠?”
“말로만 들었는데 정말 눈밖에 안 보이네.”
그러한 악명에도 전사들은 별로 두려워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힘을 과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둘이서 잡을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보스라고 별거 있겠어요?”
전사들은 한 번씩 보스를 잡아본 경험이 있었다.
그것도 아주 쉽게.
그래서인지 자신감이 넘쳤다.
물론 여러 명이 합심해서 잡았기 때문이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욕심에 눈이 먼 탓이다.
“붉은 눈 워울프가 주는 아이템이 그렇게 좋다던데…….”
“이놈을 잡으면 우리가 경험치랑 보상을 독식할 수 있겠네요?”
전사들의 눈이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벌써부터 잡았을 때의 보상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 자리에 마법사 팀이 없는 것에 감사했다.
자신들이 온전히 보상을 차지할 수 있을 테니까.
“갑시다!”
전사들이 무기를 들며 달려들었다.
목표는 숲속에 비친 한 쌍의 붉은 눈동자.
투명해서 눈동자 말고는 보이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눈동자가 있는 곳에 머리와 몸이 있을 것이 분명하니까.
“하아아압!”
호기롭게 달려들었지만 전사들이 간과하는 사실이 있었다.
몸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놈에게 있어서 엄청난 강점이라는 사실을.
퍽-!
“커억!”
해머 전사가 공격도 하기 전에 나가떨어졌다.
눈만 보이니 거리를 잴 수 없던 탓이다.
“죽어!”
한손검 전사가 붉은 눈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휙휙휙!
빠르고 날카로운 검격.
스킬, 소드 슬래쉬가 펼쳐진 것이었다.
“젠장!”
하지만 검 끝에는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다.
놈의 몸이 보이지 않으니 헛방질만 한 것이다.
퍼억!
“크억!”
워울프의 반격에 한손검 전사 또한 뒤로 튕겨 나갔다.
사이좋게 갈비뼈를 부여잡은 전사들의 얼굴에 그제야 긴장감이 맴돌았다.
“크으…… 공격이 보이지 않으니 어렵네요.”
“눈은 보여서 어찌어찌 맞출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몸이 보이지 않으니 거리를 가늠할 수 없었다.
게다가 어디서 어떻게 공격할지 알 수 없으니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이거 큰일인데…….”
위기를 직감한 전사들이 무기를 꽉 쥐며 보스를 쳐다봤다.
붉은 눈이 도깨비불처럼 둥실둥실 떠다닌다.
크르르르릉-
견제하듯 전사들의 주위를 어슬렁거리던 보스가 기습적으로 달려들었다.
피잇!
“큭!”
보스의 발톱에 상처가 났다.
뒤늦게 반격해 보지만 이번에도 헛방질이었다.
녀석의 힘은 워울프보다 조금 센 정도였지만 몸놀림은 그 이상으로 재빨랐다.
뿐만 아니라 몸이 보이지 않으니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었다.
핏!
“크으!”
푸욱!
“으윽!”
전사들의 몸에 상처가 새겨졌다.
재빠른 움직임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헉헉…….”
어느덧 전사들의 얼굴에 여유가 사라졌다.
이렇게 치고 빠지기를 잘하는 보스는 그들로선 처음이었다.
“우리가 잡을 수 있을까요?”
“글쎄요…….”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길게 말하진 않았지만 두 사람 다 느끼고 있었다.
우리가 사냥하는 게 아니라 놈이 우릴 사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거 가망이 없는데…….”
“이대로는 둘 다 죽겠어요. 어떡하죠?”
절망 속에서 두 사람이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뭔가를 결심한 듯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도망칩시다. 한 명이라고 살아야지요.”
“……어쩔 수 없네요. 그럽시다.”
반격을 하며 기회를 엿보던 두 사람이 잠시 후 꽁지가 빠지게 달아났다.
하지만 인간이 짐승의 속도를 따라갈 순 없는 법.
컹컹!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듯 여유롭게 쫓아가던 워울프가 이내 멈칫거렸다.
사냥감이 두 갈래로 나뉘었기 때문이었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 * *
전사들이 보스를 피해 도망치고 있을 때 민도준은 한참 공략을 진행하고 있었다.
아주 편하게.
깨갱!
깨앵!
[경험치 +200] (기여도 100%) [경험치 +200] (기여도 100%)동시에 두 마리를 상대했다.
세 마리까지도 문제없었다.
마력뿐만 아니라 근력 또한 상당해서 지팡이로 사냥해도 될 정도의 수준이었다.
‘힘들게 지팡이로 잡을 필요는 없지만.’
단 두 방.
워울프를 죽이는데 스킬 두 방이면 충분했다.
스킬이 빠졌을 때는 높은 순발력으로 공격을 피하며 시간을 벌었다.
그리고 쿨타임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눈을 맞춰 죽였다.
-공략 달성도 : 워울프 79/80마리
-남은 시간 : 59분 58초
그렇게 혼자서 잡은 워울프만 50마리에 가까웠다.
레벨도 한 번 올랐다.
‘대체 전사들은 뭐 하고 있는 거지?’
여태 워울프를 사냥하는 동안 숫자가 오르는 걸 보지 못했다.
‘놀고 있어 봐야 자기들만 손해일 텐데…….’
민도준은 헌터들이 자기 몫을 얼마나 잘 챙기는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손해 보는 걸 끔찍이 싫어하는 것도.
먼저 사냥 가겠다고 나선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페널티 당하는 건 죽도록 싫어하지.’
손해를 보느니 남을 해칠 놈들이 헌터다.
절대로 사냥을 쉴 녀석들이 아니다.
‘뭔 일이 생긴 거야.’
신변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컸다.
그것이 아니고서야 말이 되지 않는다.
‘놈들의 신변을 위협할 만한 요소는 하나뿐이지.’
바로 보스.
파티원들은 보스를 만났을 확률이 컸다.
평범한 워울프는 그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전사 둘이서 붉은 눈 워울프를 잡긴 힘들지.’
헌터 경력만 10년인 민도준으로선 붉은 눈 워울프의 장단점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직접 싸워본 것만 세 번이 넘었으니.
‘조금 까다로운 상대긴 해.’
눈빛 말고는 보이는 게 없었기에 여러 면에서 힘든 상대였다.
초심자는 물론 경력자라 하더라도 쉽진 않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민도준을 제외했을 때의 얘기였지만.
‘보스가 나타났다면 이대로 공략을 끝낼 순 없지.’
한 마리만 더 잡으면 공략이 끝나지만 민도준은 일부러 잡지 않기로 했다.
보스라는 보너스를 포기할 수 없었으니까.
‘시간은 넉넉하다.’
민도준은 워울프가 아닌 보스를 찾아 나섰다.
전사들이 아직까지 살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좋다.
보스만 잡을 수 있다면.
‘음?’
보스를 찾아 걷던 민도준이 어슬렁거리는 워울프 무리를 발견했다.
‘귀찮지만 피해 가는 수밖에.’
보스를 잡기 전까진 공략을 끝낼 수 없기에 일부러 다른 길로 돌아갔다.
그렇게 20분쯤 걸었을까?
민도준은 헤어졌던 파티원을 찾을 수 있었다.
해머 전사 강태원이었다.
“이봐요, 강태원 씨!”
강태원은 대답이 없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채로 미동도 하지 않고 누워 있었다.
‘숨을 쉬지 않는다.’
이제 보니 헌터 장비도 입고 있지 않았다.
이미 죽은 것이다.
‘보스에게 당한 건가? 그렇다 한들 이렇게 시체가 남아있을 리 없는데?’
보스라면 강태원의 시체를 먹어치우고도 남았을 터.
그런데 아직 먹지 않았다는 것은…….
‘다른 사냥감을 잡으러 간 거야.’
때마침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보스가 나타났다.
그런데 입으로 추정되는 보스의 눈빛 아래에는 도망쳤던 고성민이 매달려 있었다.
“으으, 사, 살려줘…….”
보스가 투명한 탓에 둥실 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고성민은 확실히 물려 있는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게 물려 있는 허리 틈으로 피가 줄줄 흘러내렸으니까.
‘역시 도망친 사냥감을 잡으러 갔던 거였군.’
상황이 대번에 파악되었다.
전사들은 싸우다가 승산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도주를 택했으리라.
그것도 따로 찢어져서.
‘판단은 좋았다만…….’
자신이라면 애당초 건들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감은 좋지만 자기 주제를 아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었으니까.
‘차라리 둘이 합심해서 어떻게든 다리 한 짝이라도 가져갔었으면…….’
도망치는데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이렇게 둘 다 잡힐 일도 없었고 말이다.
‘안타깝군.’
하지만 후회해 봐야 이미 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한 명은 보스의 입에 매달려 있는 상황.
일단은 살아있는 파티원부터 구하는 게 수순이었다.
“고성민 씨!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구해주…….”
콰직!
민도준이 도와줄 새도 없이 보스가 물고 있던 고성민의 허리를 끊었다.
툭-
그리고 고성민의 시체를 무심하게 떨어뜨리고는 민도준이라는 새로운 먹잇감을 향해 눈을 빛냈다.
크르르르릉-
“이런…….”
파티원들이 모두 죽어버렸다.
안타까웠지만 애도할 시간은 없었다.
붉은 눈 워울프가 달려오고 있었으니까.
크허엉!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붉은 눈이 다가오는 것만 보였다.
그럼에도 민도준은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아이스 스피어.’
언제나 그렇듯 스킬을 쏠 준비를 할 뿐.
‘침착하게.’
조준을 한 뒤.
‘쏜다.’
스킬을 날렸다.
쉬이이익-
퍽!
깨에엥!
얼음의 창이 붉은 눈에 정확히 박혀 들었다.
이어서 같은 지점에 꽂히는 라이트닝 스피어.
파지지지직!
깨개갱!
보통의 워울프라면 콤보 한 번만으로도 죽었겠지만 녀석은 쓰러지지 않았다.
그저 전사들은 들어본 적 없는 비명 소리만 내지를 뿐이었다.
‘보스라 이거지?’
어차피 원 콤보에 죽일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안 했다.
그랬기에 민도준은 침착하게 쿨타임을 기다렸다.
나머지 눈까지 가져가기 위해서.
하지만 워울프가 그것을 기다릴 리 만무했다.
크어어엉!
한쪽 눈을 잃은 분노를 담아 보이지 않는 발톱을 휘둘렀다.
터엉!
푸르스름한 장벽이 발톱을 막아냈다.
미리 두른 에너지 실드였다.
‘약하군.’
빠르기만 할 뿐 녀석의 힘은 기대 이하였다.
‘아이스 스피어. 라이트닝 스피어.’
쿨타임이 돌아온 스킬을 놈의 남아있는 눈알에다 맞췄다.
깨애애앵!
자지러지는 울음과 함께 보스가 형체를 드러냈다.
투명화가 걷힌 것이다.
‘두 눈을 못 쓰게 만들면 투명화가 해제되지.’
붉은 눈 워울프의 약점이었지만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가뜩이나 빠른 녀석의 눈을 맞춘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순발력이 올라서인지 맞추기가 더 쉽군.’
한마디로 민도준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여실히 드러난 보스의 모습에 민도준이 지팡이를 들었다.
‘이제 끝내볼까?’
투명화일 때의 녀석은 나름 위협적이었지만 형체를 드러낸 지금은 별거 아니었다.
어떻게 공격할지, 어디로 도망칠지 전부 눈에 보였으니까.
더구나 눈까지 멀었으니 이빨 빠진 호랑이나 다름없었다.
깨애앵!
민도준은 워울프의 목덜미에 스킬을 맞춘 뒤 지팡이를 들고 다가갔다.
퍽! 퍽!
그리고 사정없이 두들겨 팼다.
간혹 워울프가 반격을 시도하면 높은 순발력으로 피해냈다.
그러다 쿨타임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스킬 콤보를 먹였다.
그 일방적인 사냥에 관중은 없었다.
그랬기에 민도준은 온 실력을 발휘하여 보스를 두들겨 팰 수 있었다.
깨애앵!
[붉은 눈 워울프를 처치하였습니다!]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