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41)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41화(141/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41화
141. 탑골 공원
[유령 늑대가 A->S급으로 승급하였습니다!] [유령 늑대의 모든 스탯이 100씩 증가합니다.] [스킬 ‘라이딩’이 추가됩니다.] [크기가 대폭 커집니다.]유령 늑대가 빛에 휘감기더니 점점 그 크기가 늘어났다.
2배, 3배…… 점점 부풀더니 최종적으로 5배까지 성장했다.
“아우야.”
[아우우우우우!]귓가를 때리는 중저음의 강렬한 목소리.
이제는 목소리 자체가 다르다.
‘어느덧 이렇게 성장하다니.’
강아지처럼 조그마할 때부터 봐왔기 때문일까?
분명 늠름하고 위협적으로 변했지만 아기 때의 기억이 남아 있어서인지 민도준의 눈엔 그저 귀엽게만 보였다.
어쩐지 직접 키운 것 같은 느낌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덤.
‘몸집이 커진 만큼 능력도 좋아졌겠지?’
모든 스탯이 100씩이나 오른 부분에서 감탄하던 민도준이 새로 생긴 스킬을 확인했다.
[스킬 – 라이딩]-설명 : 스킬명을 외치면 유령 늑대의 등에 올라탈 수 있다. 기승시 유령 늑대와 같이 유령화가 되며 스킬 사용이 금지된다. 공격 시 해제되며 24시간의 쿨타임이 있다.
‘헐, 이게 뭐야?’
민도준이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아우를 탈 수 있다고?’
거기다 타게 되면 자신 또한 유령화가 된단다.
‘그럼 벽을 뚫고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다는 건가? 아우처럼?’
유령 늑대의 유령화는 일반적인 은신과 달리 절대적인 투명 상태.
‘그렇다는 건 전투력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모습을 감출 수 있다는 거잖아? 신경민에게서도.’
벽을 뚫는 이동수단이 생겼을 뿐 아니라 절대적 은신까지 생겼다.
‘한마디로 사기…….’
사기적이라고 밖엔 표현할 길이 없었다.
‘이렇게 된 거 한 번 타볼까?’
민도준이 아우를 쳐다봤다.
남들이 봤을 땐 무섭게 생겼지만 주인인 그로선 귀엽기만 한 아우가 주인의 생각을 읽고 넙죽 엎드렸다.
‘라이딩.’
스킬 시전 후 다가서자 원래라면 만질 수 없어야 할 아우의 부드러운 털가죽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마치 스킬이 아니라 진짜 생명을 만지는 느낌.
휙-
아우의 털을 잡고 올라탄 민도준이 자신의 몸을 쳐다봤다.
반투명해진 모습이 유령화 상태가 됐음을 알려줬다.
‘아우야, 달려.’
[커릉! 커릉!]주인을 태운 게 신난다는 듯 소리를 낸 아우가 허공을 가로질렀다.
* * *
펫 마스터 김병수는 70대 할아버지다.
그렇다는 건 11년 전에 각성한 초창기 헌터라는 뜻.
어느 길드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고 홀로 사냥하러 다니는 독거노인이지만 그 실력만큼은 진짜다.
‘소환수 여섯 마리로 괴수들을 초전박살 내는 모습은 한 번 보면 잊히지 않지.’
그만큼 강력한 고수였지만 세상은 그의 존재를 몰랐다.
가끔 랭킹 시스템을 보다가 2,502레벨의 노인 헌터도 있구나 하고 신기해할 따름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지. 펫 마스터는 종적을 감추는데도 도가 텄으니.’
길드들도 그의 행방을 알 수 없으니 꾸준히 영입 제안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펫 마스터는 혼자 움직이길 좋아하고 도주에 능한 노인이었다.
괜히 은거 기인이란 소리를 듣는 게 아니다.
‘그런 김병수가 펫 마스터로서 명성을 얻었지.’
약 3년만 있으면 서울 도심에 A급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다.
그 위험한 순간에 가장 먼저 나타나 막아낸 사람이 김병수였다.
‘그것만 보면 시민들을 구한 영웅이나 다름없지만…….’
민도준에겐 어디까지나 나라를 무너뜨리는데 가담한 테러리스트이자 자신을 죽인 살인자였다.
‘그렇다고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로 놈을 죽이는 건 내키지 않으니…….’
펫 마스터를 만나서 죽일 만한 악행을 저질렀는지 판단할 것이다.
그래야 자신의 심판에 정당성을 얻을 수 있을 테니.
‘자기합리화라고 비웃어도 좋다. 난 그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묵묵히 걸어갈 뿐.’
복수의 대상들을 죽이고 결과적으로 쿠데타를 막고 차예린도 지킬 수 있다면?
‘난 그걸로 만족해.’
그 이상의 욕심은 없었다.
그러기 위한 초석으로 민도준은 현재 종로에 있는 탑골 공원을 찾았다.
‘펫 마스터가 나타난다는 장소가 여기였지.’
한때 펫 마스터와 파티를 맺어봤던 민도준은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주 찾는다는 장소도 들었었다.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수시로 소환수를 데리고 탑골 공원으로 산책 나온다고 했었지.’
그 말을 기억하고 있던 민도준은 이렇게 투명화 상태로 탑골 공원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얼굴은 익히 알고 있으니 못 찾을 염려는 없었다.
‘얼굴은 몰라도 상관없어. 소환수를 데리고 다니는 노인을 찾으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언제 어느 시간에 나타날지 알 수 없으니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꼬박 2주가 흐르고.
틈틈이 사막의 그림자 던전과 기타 A급 던전들을 공략하던 민도준은 어느덧 2,160레벨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오늘도 없으려나?’
밤잠을 줄여가며 꾸준히 펫 마스터를 찾아보던 민도준은 노력의 결실을 볼 수 있었다.
펫 마스터 김병수를 발견한 것이다.
‘얼굴을 보니 틀림없는 펫 마스터다.’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얼굴의 노인이 개 한 마리를 산책시키고 있었다.
‘그냥 개가 아니야. 소환수다.’
얼핏 보면 조금 큰 사냥개처럼 보이지만 엄연히 괴수를 잡는 소환수였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소환수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힘들겠지만.’
각성자는 소환수를 보면 본능적으로 스킬인지 실제 생물인지 구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반인은 그게 불가능하다.
‘그 점을 알고서 저렇게 대놓고 소환수를 산책시키는 것 같은데……. 하여간 특이해.’
일반 개도 아닌 소환수를 산책시킨다는 점에서 특이한 양반이 아닐 수 없었다.
민도준이 김병수에게 좀 더 다가갔다.
그러자 떠오르는 약점 간파 정보창.
[김병수]-설명 : 1951년생 헌터. 현재 레벨은 2,502. 무소속이며 직업은 소환술사다.
-전투방식 : 소환수를 이용한 다양한 공격 패턴 활용. 단, 소환수를 희생시키는 플레이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약점 : 소환수는 강하지만 신체의 스펙은 상당히 떨어지는 편. 소환수의 죽음에 흥분하는 경향이 있다.
‘약점이 보이는군.’
아무리 김병수가 은거 고수라곤 하나 민도준에겐 미치지 못하는 모양.
‘하긴 전투력이 100만이 넘었으니 S급이 아니고서야 전부 내 아래겠지.’
그래도 김병수를 이길 수 있을까 걱정이 든 것도 사실.
하지만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했던 모양이다.
‘잘됐어. 이러면 투명화는 물론 얼굴도 변형할 수 있으니.’
들킬 위험이 없으니 가면을 쓰고 완벽하게 자신을 숨길 수 있다.
전투력이 높으면 이런 점이 좋았다.
스르륵-
민도준의 얼굴이 40대의 아저씨로 변모했다.
‘나이가 좀 있는 게 의심도 덜 사겠지.’
아예 또래 할아버지로 변하면 제일 좋겠지만 그러기엔 민도준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젊다.
변장을 끝낸 민도준이 김병수에게 대놓고 걸어갔다.
이대로 다가가서 죽이면 간단하겠지만 그럴 생각은 없었다.
죽이는 건 어디까지나 악인이라는 판단이 들었을 경우.
지금은 그저 말이나 걸어보며 탐색할 요량으로 다가서는 것이었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70대 노인이 경계하는 눈빛으로 민도준을 쳐다봤다.
“안녕하십니까, 어르신. 산책 나오셨어요?”
“…….”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그에 굴하지 않은 민도준이 서글서글한 인상으로 말을 붙였다.
“어르신이 키우는 개입니까? 멋있네요.”
민도준이 아무렇지도 않게 만지려고 하자 사냥개가 그르렁거리며 이를 드러냈다.
“손 잘리기 싫으면 뒤로 빼는 걸 추천하네. 우리 병훈이는 누가 만지는 걸 싫어하니.”
노인의 말에 민도준은 군말 없이 손을 뒤로 물렸다.
“이 개 이름이 병훈이입니까?”
“개보다는 기왕이면 강아지라고 불러주게. 보기엔 커 보여도 태어난 지 1년밖에 안 된 아이니.”
“정말입니까? 발육이 빠른 모양입니다? 허.”
그러면서 신기하다는 듯 강아지를 쳐다보자 노인의 눈동자에 한 꺼풀 의심이 걷혔다.
“자네는 일반인이군?”
“예? 일반인이라니요?”
“이 아이가 소환수인 줄 알았다면 그렇게 쉽게 손을 갖다 대진 않았겠지.”
헌터라면 눈앞의 사냥개가 스킬이었음을 본능적으로 알아볼 터.
괴수도 물어뜯는 소환수를 겁도 없이 만지려고 한 행위부터가 멋모르는 일반인임을 증명했다.
“게다가 태어난 지 1년 됐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걸 보니 말일세.”
당연하지만 소환수는 생명체가 아니다.
실체가 만져지긴 하지만 똥오줌을 싸거나 죽지도 않는다.
그저 프로그래밍이 된 스킬일 뿐이다.
당연히 번식도 안 한다.
그런데 영락없이 믿는 모습을 보였으니 일반인이라고 착각할 수밖에.
물론 민도준은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전부 경계를 풀려고 일부러 일반인처럼 굴었던 것이었다.
“아니, 그럼 저를 테스트한 겁니까?”
그때문에 민도준은 황당하다는 반응 역시 잊지 않았다.
연기에 물이 올랐는지 경계하던 김병수가 다소 누그러진 눈빛이 되었다.
“불쾌했다면 미안하네. 소싯적에 헌터들한테 시달린 터라 일반인인지 확인하는 게 버릇이 돼서.”
회귀 전에 들은 정보에 의하면 펫 마스터는 과거에 길드로부터 숱한 영입 제안을 받았다 한다.
‘헌터들한테 시달렸다는 건 그걸 말하는 거겠지. 그게 싫어서 은거 생활을 하는 거고.’
직접 들은 정보이니 확실했다.
“헌터? 어르신께선 헌터셨습니까?”
“딱히 숨기려던 건 아니지만 그렇네.”
“이 강아지는 소환수고요?”
“그렇지. 어때? 일반 개랑 별 차이 없지 않은가?”
“그렇네요. 저도 깜빡 속을 정도였으니…….”
황당한 표정을 짓던 민도준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소환수는 실제 생명체가 아니라 스킬이지 않나요? 왜 데리고 다니는 거죠?”
민도준은 대답을 알고 있었다.
회귀 전에도 이런 질문을 던졌었으니까.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생각이라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야 편하니까.”
‘바로 이렇게.’
역시나 그때와 대답이 같았다.
“편하다고요?”
“그렇고말고. 생각해 보게. 실체가 만져지는 데다가 귀찮게 똥오줌을 치울 일도 없네. 병들 일도 없고 나중에 나이가 들어 죽을 일도 없지. 이 얼마나 편하고 이상적인 반려동물이란 말인가?”
“흠, 듣고 보니 정말 그렇네요? 장점이란 장점은 다 모아놓은 것 같아요.”
“그렇지? 비록 생명은 없다 해도 이 아이들의 부모는 날세. 이미 수년간을 함께했으니 정이 들 수밖에.”
사냥개를 바라보던 김병수의 눈빛엔 무한한 사랑이 담겨 있었다.
소환수를 자식처럼 생각한다는 마음만큼은 진심인 것이다.
“그래서 이름도 사람처럼 지으신 겁니까?”
“그렇지. 흠흠, 가만있어 봐. 내가 웬만하면 다른 아이들은 안 꺼내는데 자네한테는 특별히 보여주지.”
자식을 자랑하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
말이 통하는 상대를 만나니 어지간히 보여주고 싶었는지 김병수가 주변의 눈치를 보며 소환수를 소환했다.
“여기 이 고양이는 예슬이라고 병훈이 다음으로 예뻐하는 아이지. 그리고 이 애는 기훈이. 하이에나인데 보기와 달리 온순하다네.”
김병수는 주변 사람의 눈치를 보며 설명하다가 사냥개만 남기고 소환수들을 도로 해제시켰다.
“더 보여주고 싶지만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여기까지 보여주겠네.”
“아.”
민도준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들 귀엽고 이쁜데요?”
“그렇지? 특히 예슬이 꼬리 봤나? 위로 말려 올라간 게 정말 귀엽지 않나?”
“맞아요. 진짜 귀엽더라고요.”
맞장구치며 호응해주자 이때라는 듯 김병수가 줄줄 자랑을 늘어놓았다.
‘역시 예나 지금이나 동물 사랑이 엄청나군.’
파티원으로 만났을 때도 동물에 대해 칭찬 몇 마디만 하면 신나서 줄줄 말하던 할아범이었다.
‘그런 사람이 마지막에 왜 날 배신한 거지?’
분명 예의 없게 굴거나 소환수들을 깔본 기억은 없었는데 말이다.
“소환수를 자식 대하듯 한다고 굴면 미친놈 취급하겠지만 적적할 때 얼마나 마음에 위로가 되는지 아나? 자네도 자식이 있으면 알 것 아닌가?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노인과 대화하면 할수록 민도준은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물을 사랑하는 순수한 노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어디에도 악의를 찾아볼 수 없었기에 죽여야 할 명분 역시 찾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에 김병수가 쿠데타에 가담한 건 확실해. 하지만…….’
지금의 모습만 놓고 보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누가 보더라도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으니까.
‘과연 내가 바른길로 가고 있는 걸까?’
죽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 그때.
어디선가 고함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