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44)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44화(144/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44화
144. 펫 마스터의 관심사
[지난 5일 저녁, 서울의 한 골목길에서 독거노인 박 모 씨(70)가 변사체로 발견됐다. 당시 시신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쓰레기봉투에 담겨 있는 거로 보아 타살로 추정된다. 경찰 측은 시신의 상태가 일반적인 물리력으로 실행하기 어려워 보이는 만큼 헌터가 범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협회와 함께 공동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나흘 전에 저지른 자신의 범행이 기사로 실리자, 김병수가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협회랑 공조해서 열심히 조사해 보거라. 하지만 증거는 찾을 수 없을 게야.’
퍼밀리어의 스킬로 소리를 차단한 데다 CCTV가 없는 곳에서 살인을 저질렀다.
더구나 사냥개를 시켜서 죽였으니 지문이 남을 리도 없고 자신이 알기로 목격자 또한 없었다.
‘무엇보다도 흔적 지우기를 사용했으니 내가 용의선상에 오를 일은 없겠지.’
김병수는 살인을 저지르고 나면 늘 그렇듯 흔적 지우기로 현장을 빠져나갔다.
24시간 동안 존재 자체를 지워주는 스킬이니만큼 걸릴 염려는 없었다.
자신보다 전투력이 높은 헌터에게도 발각되지 않는 절대적인 은신 상태.
그래서인지 여태까지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경찰서에서 전화 한 번 온 적이 없었다.
용의자로조차 특정할 수 없었다는 소리.
‘설령 수사에 진전이 있다 해도 날 붙잡긴 힘들 게야. 그땐 이미 다른 나라로 떴을 테니.’
아닌 게 아니라 김병수는 오늘 다른 나라로 출국할 예정.
‘이번 여행은 남미가 좋겠군.’
지구 반대편으로 떠나는 만큼 들킬 일은 없으리라.
그렇게 캐리어에 여행 물품을 담던 김병수가 마침내 준비를 마쳤다.
“시간이 됐군.”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서려던 그때.
우우웅-
핸드폰으로 웬 알림 하나가 도착했다.
[헌터 마켓에 관심사로 등록한 물건이 올라왔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헌터 마켓은 등록된 헌터들만 이용할 수 있는 국내 최대의 헌터 아이템 거래사이트.
전국 어디서든 누구나 물건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었다.
김병수도 사이트의 회원이었다.
이따금 필요한 아이템을 헌터 마켓에서 쉽게 구하곤 했다.
‘예슬이도 여기서 구했던 아이지.’
그 구하기 어렵다는 블랙 캣 소환 스킬북도 헌터 마켓을 통해 거래했던 것이었다.
무려 20억이라는 거금을 주고서.
그런데.
‘관심사로 등록한 물건이 올라왔다고?’
김병수가 지정한 관심사는 소환 스킬북.
그중에서도 자신이 가진 스킬북은 배제한 상태였다.
‘두 달 동안 올라오지 않다가 이제야 올라왔군.’
그만큼 웬만한 소환 스킬북은 전부 자신이 구매했기에 새로 올라올 스킬북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국내를 떠나기 전 물건 하나가 올라오다니.
기대되지 않을 수 없었다.
‘알림에 떴다는 건 내가 배우지 못한 소환수라는 의미이니까.’
어떤 물건인지 확인하기 위해 앱에 접속한 김병수는 이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뭐야? 유령 늑대 소환 스킬북?’
생전 처음 보는 스킬북에 김병수는 핸드폰으로부터 눈을 떼지 못했다.
‘유령 늑대라니…… 이럴 수가…….’
이름만 들어도 희귀하기 짝이 없는 소환수가 아닌가?
“설마 장난으로 올린 건…….”
중얼거리던 김병수가 판매자가 찍어 올린 정보를 보곤 입을 다물었다.
-등급 : B
-효과 : 유령 늑대를 소환한다.
-사용 제한 : 레벨 500 이상
-설명 : 죽음의 소환술사 클라크가 남겼다는 비기. 주인을 잘 따른다.
인증을 위해 찍은 스킬북의 정보창이 장난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가, 갖고 싶다!’
소환수란 소환수는 종류별로 모아놓은 그였지만 유령 늑대는 난생처음.
당연히 소유욕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생긴 아이일까? 유령 늑대라니. 이름만 들어도 너무 기대되잖아……!’
노인이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판매자가 스킬북을 어떤 경로로 구했는지는 관심 없었다.
자신은 그저 생전 처음 보는 희귀한 스킬북을 차지하기만 하면 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야 해.’
지금 여행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얼마를 주든지 간에 눈앞의 스킬북을 사들여야 한다.
‘아직 이 나라를 안 뜨길 잘했어. 하마터면 유령 늑대를 살 기회를 놓칠 뻔했잖아?’
노인의 두 눈이 탐욕으로 일렁거렸다.
여행은 이미 뒷전이 된 지 오래다.
* * *
‘좋아. 미끼는 던져졌고…….’
헌터 마켓에 유령 늑대 소환 스킬북을 등록한 민도준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 미끼를 물기만 하면 된다.’
민도준은 물속에 숨은 김병수를 끄집어내기 위해 미끼를 던졌다.
바로 헌터 마켓에 유령 늑대 소환 스킬북을 판매한다고 올리는 것이었다.
‘김병수라면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않겠지.’
민도준은 펫 마스터인 그에게 소환수를 모으는 취미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헌터 마켓에 새로운 물건이 올라오는지 항시 주시한다는 것까지도.
‘그걸 알기에 꺼낸 방법이지.’
김병수라면 희귀 소환수인 유령 늑대를 처음 봤을 터.
절대로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얼마를 내든 간에 스킬북을 구매하려고 할 거다.’
때문에 그는 헌터 마켓에 경매의 형태로 스킬북을 등록한 상태였다.
그 과정에서 등록자의 신상정보, 얼굴 사진, 헌터등록증 등.
까다로운 신원 인증을 거쳐야 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어차피 내가 아닌 김재원의 이름으로 물건을 올렸으니까.’
혹시나 역추적 당하거나 문제 생길 것을 대비하여 흑해 길드원을 대타로 세웠다.
물론 김재원은 안광현의 지시에 어떤 의문도 품지 않고 시키는 대로 물건을 올렸다.
‘예전에 유령섬 보스를 잡고서 얻은 스킬북을 이렇게 쓰게 될 줄은 몰랐는걸?’
이미 유령 늑대 소환 스킬을 배운 민도준에게 스킬북은 필요가 없었다.
하여 언젠가 팔아먹을 생각으로 인벤토리에 갖고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쓰게 될 줄이야.
‘이제 놈이 걸려들기만을 기다릴 뿐.’
민도준은 확신했다.
고양이가 생선가게를 못 지나치듯이 펫 마스터가 유령 늑대를 얻을 기회를 두고 볼 리는 없다고.
‘분명 스킬북을 사기 위해 온라인 경매에 참여할 거야.’
그렇게 경매를 통해 스킬북이 김병수의 손에 넘어간다면?
‘직거래를 핑계로 놈을 만나서 죽여야지. 그 와중에 억 단위의 판매대금을 받는 것은 덤이고.’
한마디로 일거양득을 취하는 셈.
민도준이 받는 손해는 없다.
스킬북이 김병수의 손에 넘어가더라도 어차피 죽여서 되찾아오면 그만이니까.
‘이렇게 계획대로 되려면 우선 김병수가 스킬북을 낙찰받아야 하는데…….’
만에 하나 김병수의 돈이 모자라서 다른 사람이 낙찰해 갈 수도 있는 일.
‘그때는 거래를 파투내는 수밖에.’
헌터 마켓에 등록한 판매자가 약속을 어기고 거래를 불발 낼시 블랙리스트로 등재되어 앞으로의 이용에 문제가 생기지만…….
‘어차피 내 이름이 아니니 상관없다.’
김재원의 이름으로 판매를 진행하니만큼 민도준에게 불똥이 튈 염려는 없었다.
‘혹시 몰라 전화번호를 적어놨으니 김병수가 낙찰에 실패하더라도 문제는 없을 거야.’
행여나 낙찰에 실패하면 김병수가 아쉬운 마음에 흥정하자고 전화를 걸 터.
‘그때는 낙찰자가 아닌 김병수에게 팔아야지.’
이러나저러나 김병수가 스킬북을 차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셈이었다.
그를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유령 늑대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낸 거니까.
‘유령 늑대의 존재를 알리게 된다는 점은 뼈아프지만 어쩔 수 없지.’
분명 이번 경매를 통해 유령 늑대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게 될 것이다.
‘어차피 스킬이 알려지는 것도 아니고 그런 소환수가 있다는 것 정도만 알려지는 거니깐, 뭐…….’
생각보다 타격은 없을지도 모른다.
‘일단은 김병수가 낙찰되도록 만들어야 해.’
김병수뿐만 아니라 다른 헌터들 역시 물건을 보고 경매에 참여할 터.
‘어중이떠중이들이 참가하는 걸 막으려면 처음부터 판돈을 좀 올려야겠어.’
어차피 김병수는 얼마가 됐든 구매하려고 들 테니 판돈을 높여도 괜찮을 것이다.
경매 시작 시각에 맞춰서 흑해 길드원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한 민도준이 슬쩍 미소를 지었다.
이로써 김병수를 꾀어내기 위한 준비는 모두 끝났다.
* * *
[제목: 유령 늑대 소환 스킬북 팝니다.] [내용: 히든 던전에서 어렵게 구한 스킬북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찍어 올린 정보창을 보면 아시겠지만 물건은 확실하고요,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상품입니다. 네고, 에누리 없고요, 정해지는 최종 경매가에만 팔고 직거래 원합니다. 혹시라도 문의 사항 있으시면 아래 번호로 연락해 주세요. 010-4012-XX32]헌터 마켓에 올라온 글을 읽은 김병수가 즉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통화 중이라는 소리만 들릴 뿐 연결이 되지 않았다.
몇 번을 걸어도 마찬가지였다.
초조한 듯 김병수가 습관처럼 다리를 떨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산더미인데 왜…….’
통화가 안 되니 문자라도 넣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글을 전송했다.
[안녕하십니까. 유령 늑대 구매하려는 사람입니다. 능력이 뭔지 알 수 있을까요?]문자를 보내자 곧이어 답장이 날아왔다.
[저도 안 써봐서 모르겠습니다. 말 그대로 새 상품이에요.] [혹시 저한테 파실 생각 없으신지요? 가격은 섭섭지 않게 쳐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경매가로만 판매할 거라서요.]답장을 본 김병수가 표정을 구겼다.
‘젠장. 이러다 다른 놈이 채가면 어떡하지?’
경매로 진행하는 만큼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돈 많은 놈한테 빼앗길 가능성이 있기에.
‘내가 현금이 얼마나 있지?’
김병수가 계좌를 확인했다.
돈이 많다 보니 얼마가 들어 있는지 자신도 몰랐다.
‘1,500억 정도 들어 있구먼.’
11년 동안 헌터 생활을 하며 모아온 돈이었다.
아니, 모았다기보단 어쩌다 보니 쌓인 돈이었다.
그만큼 2,500레벨의 헌터가 쓸어 담는 돈은 어마어마했으니까.
‘일단 충전부터 해야겠어.’
김병수는 가진 돈 1,500억을 헌터 마켓 마일리지로 변환시켰다.
이 마일리지가 있어야지만 경매에 참여할 수 있고 가진 마일리지만큼 경매가를 올릴 수가 있었다.
[경매 시작까지 남은 시간 : 3분 32초]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보며 김병수가 초조하게 기다렸다.
‘1,500억을 넘기면 안 되는데.’
다리를 떨며 기다린 끝에 남은 시간이 0이 되자 경매가 시작됐다.
[경매 종료까지 남은 시간 : 23시간 59분 59초]경매 시작가는 1만 원.
김병수가 입찰액을 입력했다.
‘일단 100만 원부터 시작할까?’
소소하게 100만 원을 적어 넣었다.
경매가 24시간 동안 진행되는 만큼 처음부터 큰 금액을 적어선 안 된다.
페이스 조절을 해야 한다.
‘반드시 내가 얻어야…….’
순간 김병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이게 무슨……!’
새로 고침된 금액이 말도 안 되게 높았기 때문이다.
김병수가 자기도 모르게 금액을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