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46)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46화(146/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46화
146. 낙찰
“길드장님.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심이…….”
신경민이 뜯어말렸지만 강혁수는 이미 마음을 굳힌 표정이었다.
“스킬북 하나에 1,000억은 너무 비싸지 않아요?”
“괜찮아. 이 정돈 껌값이니까.”
물론 길드장인 강혁수가 버는 돈이야 사냥으로 버는 돈의 몇 배가 넘지만, 1,000억이 결코 껌값은 아니었다.
“허세 부리려고 입찰하는 거면 그만두시고요.”
“허세 아니야, 인마. 진짜 필요해서 입찰하는 거라고.”
“사냥할 때 검이랑 방패 들고 혼자서 돌격하시는 분이 소환수가 왜 필요하다는 거예요?”
“재테크지, 재테크. 벌써부터 1,000억이 넘어가는 스킬북이면 갈수록 더 값어치가 올라갈 테니까.”
“올라가긴요. 물량이 풀려서 떨어질 수도 있죠.”
“네임드 보스가 드랍한 아이템이라면 물량은 이게 끝이라는 소리잖아. 그럼 가격이 더 오르겠지.”
“그걸 어떻게 확신해요. 다른 괴수에게서 나올 수도 있는데. 아니면 랜덤 박스로 나올 수도 있고.”
“몰라. 이미 입찰해 버렸어.”
“예?”
강혁수가 1,100억이란 금액으로 입찰했다는 화면을 보여줬다.
스마트폰을 연신 만지작거리더니 결국 진행한 모양이다.
“하아…….”
신경민이 이마를 짚었다.
이깟 스킬북에 1,100억을 쏟아붓는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너무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어쨌든 갖고 있으면 손해는 안 볼 거 같으니까.”
“직감에 맡기지 말고요. 거품 낀 가격이라는 생각은 안 해 보셨어요? 지금 입찰자도 길드장님 말고는 없잖…….”
“어? 올랐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경매가가 10% 올라 1,210억으로 바뀌었다.
“봐라! 나 말고도 입찰하는 사람 있잖아! 저 사람도 나처럼 유령 늑대의 값어치를 알아본 거지.”
“…….”
반박하려던 신경민은 말을 아꼈다.
그저 길드장 같은 호구가 한 명 더 있다고 생각하며 조용히 고개를 저을 뿐.
그렇게 1시간이 지나고 다시 입찰할 기회가 돌아오자.
“이 스킬북은 내 거라고!”
강혁수가 10% 높인 1,331억으로 다시 입찰했다.
“스킬북 하나에 1,300억이라니…….”
제대로 호구 잡혔다고 생각하며 신경민이 연신 도리질을 쳤다.
그러나 호구는 한 명만이 아니었다.
강혁수가 금액을 올리기 무섭게 경매가가 1,464억으로 상향조정됐다.
누군가가 최대 금액으로 다시 입찰한 것이다.
“어쭈? 이놈 봐라?”
호승심이 생긴 강혁수가 두 팔을 걷어붙였다.
뭐든 때려 부술 것만 같은 굵직한 손바닥이 조그만 스마트폰을 부여잡았다.
“돈이 그렇게 많다 이거지? 좋아. 어디 한 번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길드장님, 그만 양보하세요. 1,400억은 좀 심한 듯요.”
“아니야. 이 사람도 기를 쓰고 차지하려는 거 보니 생각보다 훨씬 가치가 높을지도 몰라.”
고집을 꺾지 않은 강혁수가 다음 입찰 시간을 기다렸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나고 마지막 입찰 기회가 다가왔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정말 이 스킬북이 1,400억 이상의 값어치가 있다고 보세요?”
“나도 몰라. 직접 구매해서 까보면 알게 되겠지.”
“후회하지 말고요, 길드장님.”
신경민이 재차 말렸지만 강혁수는 듣지 않았다.
이번에 입찰하면 정말로 스킬북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그걸 알면서도 강혁수가 금액을 높여서 적었다.
그리고 입찰 버튼을 누르려는데.
“……!”
손가락이 움직이질 않았다.
몸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니었다.
무형의 힘이 버튼을 누르는 걸 막고 있었다.
“진정하고 여기까지 하시라고요.”
고개를 돌려보니 신경민이 정색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정 안 되겠다 싶었는지 염력으로 강혁수의 행동을 막은 것이다.
“……아, 알았어. 안 누를게. 그만 힘 풀어라.”
강혁수의 말에 신경민이 염력을 풀었다.
조금 전까지 꼼짝도 할 수 없던 손가락이 멀쩡하게 움직였다.
“힘써서 죄송해요. 근데 스킬북 하나에 1,400억은 도를 넘었어요. 필요한 스킬도 아니잖아요.”
“그, 그렇지? 인제 보니 좀 비싸 보이네.”
“좀이 아니라 많이 비싼 편이라고요.”
신경민의 질타에 강혁수가 머쓱한지 뒤통수를 매만졌다.
아무리 그가 최정상에 오른 S급 헌터라지만 그래 봐야 랭킹 2위.
랭킹 1위인 신경민에 비할 바는 못 됐다.
“그, 그래. 유령 늑대가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스킬북은 양보하지 뭐.”
그렇게 강혁수는 유령 늑대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판돈만 올려놓고 경매에서 물러났다.
* * *
[김병수 회원님! ‘유령 늑대 소환 스킬북’이 1,464억 원에 낙찰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가까스로 낙찰받은 스킬북을 보며 김병수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 하마터면 뺏길 뻔했구먼.’
막판에 어떤 큰손이 나타나는 바람에 꼼짝없이 뺏기는 줄 알았다.
하지만 자신의 과감한 베팅에 주눅이 들었는지 다행히 스킬북을 지켜낼 수 있었다.
‘내 예산인 1,500억을 넘었다면 꼼짝없이 내줬을 텐데 다행이군.’
1,464억으로 끝난 것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기며 다음 절차를 진행했다.
비록 가진 돈 대부분을 스킬북 하나에 쓰게 생겼지만 아깝지 않았다.
‘어차피 있다가도 없는 게 돈이니.’
몇천억씩 갖고 있어 봐야 뭐하겠는가?
죽을 때 가지고 갈 것도 아니고.
‘내가 원하는 걸 살 수 있다면 이까짓 돈쯤은 얼마든지 내줄 수 있지.’
어차피 A급 던전 한 번만 돌아도 억 단위로 떨어지는 마당이니 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었다.
더구나 김병수에겐 평생 공략 가능한 개인 던전이 하나 있었다.
물론 남들은 모르는 비밀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개인 던전은 아닌가? 나 혼자서 쓰는 건 아니니.’
잠시 후 1,464억 원의 헌터 마켓 마일리지가 사라지고 판매자의 얼굴과 이름이 공개됐다.
‘김재원 헌터라. 랭킹을 보니 1,500레벨 정도의 A급 헌터로군.’
거래가 확정되면 이렇듯 비공개였던 판매자 정보가 풀린다.
얼굴은 직거래할 때 확인하라는 뜻에서 공개되며 이름은 판매자의 신원을 보다 확실시하기 위해서였다.
김병수가 앞서 문자를 보냈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상대는 전과 달리 곧장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김재원 씨 되시오?”
-예, 맞습니다. 이번에 유령 늑대 스킬북 낙찰되신 분이시죠?
상대방 쪽으로도 낙찰자의 정보가 전달됐는지 김병수를 알아봤다.
“예.”
-지금 당장 거래 가능하세요?
빠른 거래는 김병수도 바라던바.
“그렇소.”
-아시다시피 저는 직거래만 하거든요. 근데 몸이 좋지 않아서 찾아갈 수는 없고 그쪽에서 직접 오셔야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물건만 제대로 받을 수 있다면야, 상관없지요.”
-하하, 물건은 확실하니 걱정 붙들어 매세요. 그럼 장소는 문자로 찍어드리겠습니다.
통화가 끊기고 잠시 후 약속장소가 링크된 문자가 도착했다.
“응? 여긴 산이잖아? 뭐 이런 데서 보자는 게야?”
몸이 좋지 않다고 하더니 산속에서 오두막을 짓고 요양이라도 하는 걸까?
“뭐, 상관없지.”
아무렴 거래만 성사된다면 장소가 무슨 상관이랴.
숲이라는 장소가 폐쇄적이긴 했으나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상대는 고작 1,500레벨이고 자신은 2,500레벨이 넘었으니까.
“만약 사기 치려고 한다면…….”
혼쭐을 내주면 그만이다.
* * *
‘계획대로다.’
김병수와 통화를 마친 민도준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핸드폰을 내려놨다.
계획대로 스킬북을 미끼로 김병수를 꾀어내는 데 성공했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그 노인이 확실해.’
경매가 끝나면 사이트를 통해 낙찰자의 이름과 얼굴도 떠오르기에 의심의 여지는 없었다.
민도준이 즉시 약속장소를 문자로 보내줬다.
장소는 흑해 길드의 아지트 중 하나인 오두막집이었다.
‘여기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기에 딱 좋지.’
펫 마스터를 만나면 죽일 생각이지만 그렇다고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었다.
‘1,464억 원은 받아야 하지 않겠어?’
낙찰됐다지만 아직 완전히 거래가 끝난 건 아니다.
대금은 중개 사이트인 헌터 마켓에서 마일리지 형태로 보관하고 있다.
김병수가 물건을 받은 뒤 거래 완료 버튼을 눌러줘야지만 민도준에게 1,464억 원이 전달된다.
‘수수료를 빼면 1,450억 정도 되겠군.’
거래만 성사되면 민도준의 자금이 두 배 이상 불어나는 셈.
그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놈을 죽이더라도 거래를 끝낸 뒤에 죽여야 한다.’
그렇다고 스킬북을 차지하게 놔둘 생각도 아니었다.
‘놈이 가져간 스킬북은 죽여서 되찾아온다.’
포장지를 뜯어서 습득하기 전에 죽여버린다면 스킬북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잘 되셨습니까?”
조금 떨어진 거리에 있던 김재원이 통화가 끝난 걸 보고 물어왔다.
“그래. 계획대로 되었다.”
“이제 저희가 타깃을 처리하면 됩니까?”
“아니. 타깃은 나 혼자 처리한다. 너희가 움직이는 건 여기까지다.”
“알겠습니다.”
민도준은 도와줘서 고맙다거나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현재 그는 냉철한 안광현을 연기하고 있었으니까.
몸을 돌리던 민도준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 핸드폰을 들어 보였다.
“이 폰은 내가 가지고 있다가 거래가 끝나면 돌려주겠다.”
“마음껏 쓰시고 내키실 때 주십시오.”
사양 않겠다는 듯 민도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래가 끝날 때까지는 김재원의 핸드폰이 필요했다.
‘놈 앞에선 김재원인 척해야 하니까.’
민도준이 혼자서 약속장소로 향했다.
펫 마스터를 만날 시간이다.
* * *
해가 떨어지며 노을이 깔리기 시작할 무렵.
거래 장소를 찾은 김병수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기가 맞긴 한 거겠지?”
그간 헌터 마켓을 이용하며 숱하게 직거래를 해 왔지만 이런 산속에 와 본 적은 처음이었다.
“혹시라도 장난치는 거면…….”
김병수의 눈이 살기로 번들거렸다.
장난이면 누구든지 당장에 죽여버릴 용의가 있었다.
사람을 죽이고 자취를 감추는 데엔 누구보다 자신 있었으니까.
그런 생각으로 산속을 걸었다.
자신을 해하려고 이런 으슥한 곳에 불렀다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그저 판매자가 자신을 바람맞히진 않을까, 김병수의 머릿속엔 그런 걱정뿐이었다.
“저긴가.”
문자로 받은 약속장소에 이르자 오두막 한 채가 보였다.
그리고 마중 나와 있는 한 사람도.
“오셨습니까?”
상대방이 반갑다는 얼굴로 다가왔다.
얼굴을 보니 판매자인 김재원이 분명했다.
“김재원 씨 되시오?”
“예. 유령 늑대 소환 스킬북 거래하러 오셨죠?”
고개를 끄덕이자 판매자가 인벤토리에서 스킬북을 꺼냈다.
“지금 즉시 거래하시죠.”
그러나 말과 달리 곧바로 스킬북을 건네주진 않았다.
“물건을 건네면 거래 완료 버튼을 누를 수 있도록 준비해 주십시오.”
김병수는 군말 없이 판매자의 요청에 따랐다.
직거래할 때 한쪽이 물건을 꺼내면 한쪽은 버튼을 누를 준비하는 것이 정석이었으니까.
“준비됐소.”
그 말과 함께 버튼을 누르기 전의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자 판매자가 주저 없이 스킬북을 내밀었다.
혹시라도 장난이 아닐까 걱정하던 김병수가 스킬북을 받자마자 표정을 풀었다.
‘유령 늑대 소환 스킬북이 확실하다!’
가짜 매물이 아니었다.
아이템의 정보창은 판매자가 사이트에 찍어 올린 그대로였다.
그 사실을 알게 되자 김병수가 상대방에 대한 경계를 풀었다.
거래를 빠르게 진행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확인되었으면 완료 버튼 눌러주세요.”
순간 김병수는 버튼을 누르기를 주저했다.
막상 물건을 받고 나니 돈을 주기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무려 1,464억이야.’
지난 11년간 괴수를 상대하며 피땀 흘려 모은 목숨값이나 다름없는 돈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꾸욱-
김병수가 핸드폰으로 거래 완료 버튼을 눌렀다.
당장에라도 포장을 뜯고 스킬북을 배우고 싶었지만 그건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
“눌렀소. 확인해 보시오.”
이로써 재산 대부분을 잃어버렸지만 미련은 없었다.
대신 유령 늑대라는 희귀한 펫을 얻지 않았는가?
그러나 김병수는 몰랐다.
지금의 선택으로 생사가 결정되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