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50)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50화(150/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50화
150. 아수라장
‘제길, 너무 늦었나?’
아수라장이 된 홍대 거리를 보며 민도준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급한 대로 유령 늑대를 타고 역추적을 했지만 던전 브레이크는 이미 터진 상태였다.
‘10분만 일찍 도착했었어도 막았을 텐데……!’
서울 도심 한복판에 터진 던전 브레이크를 보니 문득 떠오르는 사건이 있었다.
‘3년 후에 서울에서 던전 브레이크가 터지기로 예정되어 있었지.’
그때 시의적절하게 펫 마스터가 나타나 던전 브레이크를 막고 시민들의 영웅이 됐었는데…….
‘그게 자신의 개인 던전이었단 말인가?’
한마디로 자기 똥을 자기가 치우고 있다가 영웅이 되어버린 셈.
‘3년 후에 벌어질 일이 내가 펫 마스터를 죽임으로써 지금 터진 것인가?’
어쨌거나 지금 중요한 건 괴수들을 막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꺄아아아악!”
“사람 살려!”
“쫓아오지 마! 쫓아오지 말라고!”
암석 도마뱀 세 마리가 사람들을 뒤쫓고 있었다.
유령 늑대를 탄 민도준이 녀석들을 향해 날아갔다.
지척에 이르자 유령 늑대에서 내리며 검을 휘둘렀다.
서걱-
우르르-
한 마리를 일격에 베어버린 후 열 개의 바람의 칼날을 소환.
쌔애애애앵-
퍼거거거걱-
다섯 개씩 공평하게 날려주자 나머지 두 마리가 사이좋게 무너져내렸다.
‘던전 브레이크가 터진 게 암석 도마뱀 던전인가 보군.’
하필이면 암석 도마뱀이라니.
과거 부모님을 죽인 괴수였던지라 더욱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던전 브레이크가 터진 지 10분이 지났다.’
던전 브레이크는 공략에 적힌 마릿수만큼 괴수를 순차적으로 내보낸다.
다만 암석 도마뱀 던전처럼 마릿수가 적혀 있지 않다면 기본적으로 100마리만 나오고 끝.
‘10분이면 100마리가 나오기에 충분할 시간이야.’
모르긴 몰라도 던전 입구는 이제 사라지고 없을 터.
‘흩어진 100마리를 모두 찾아 없애야 해.’
그것이 현재 해야 할 일이다.
그런다고 아무도 알아주진 않겠지만 말이다.
‘앞뒤 잴 것 없이 일단은 시민들의 안전부터 확보하자.’
그런 생각으로 움직이려는데 어디선가 비명이 들렸다.
‘저긴가?’
기척 감지로 느낄 수 있었다.
괴수가 사람들이 있는 건물에 난입했음을.
단숨에 거리를 좁혀 매장 안으로 들어간 민도준이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우르르르-
와르르르-
세 마리의 암석 도마뱀을 순식간에 돌무더기로 만들었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도준 씨……?”
낯익은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이름이…… 현수아였나?’
1년 전 맨티스 던전에 도움 요청으로 들어갔다가 구해준 헌터였다.
복수의 대상인 정태식과 같은 길드에 있었기에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현수아 씨죠? 이런 곳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저, 절 기억하시네요?”
“그럼요.”
어쩐지 기뻐하는 현수아를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저도 도울게요!”
잠시 현수아를 쳐다보던 민도준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처리하는 동안 여기서 남은 사람들을 지켜주세요.”
그 말만 남긴 민도준이 카페 밖으로 나갔다.
짧은 재회가 아쉬웠지만 현수아는 민도준을 따라가지 않고 카페에 남았다.
그가 말한 대로 이곳에서 사람들을 지킬 셈이었다.
“문 앞에 가면 위험합니다! 다들 안쪽으로 모이세요!”
사람들은 현수아의 지시에 따라 모이면서도 한편으론 얼떨떨한 얼굴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조금 전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상황 파악이 안 됐기 때문이다.
“아까 어떻게 된 건지 봤어?”
“모, 몰라. 괴수들이 갑자기 무너져내리던데?”
괴수 세 마리가 난입했을 땐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여자 헌터가 있긴 했지만 한 마리도 겨우겨우 잡아내는 상황임을 시민들은 모르지 않았다.
그러다 다른 헌터가 개입하고부터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아까 그 괴수들 죽은 거 맞지?”
“그 남자 헌터가 그런 건가?”
“허무할 정도로 쉽게 죽던데?”
대체 얼마나 강한 헌터이기에 그런 걸까?
사람들은 안심하면서도 바람처럼 사라진 그 헌터에 대해 궁금해했다.
궁금하긴 현수아의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수아야, 아까 그 남자는 누구야? 아는 사람 같던데?”
“아, 그게…….”
조용히 와서 묻는 친구의 질문에 현수아가 대답을 망설였다.
그러나 눈치 빠른 친구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답이 되었다.
“그 헌터구나?”
“…….”
“네가 좋아한다던.”
“내, 내가 언제 그랬어?”
당황해서 귀가 빨개진 현수아가 괜히 창밖을 바라봤다.
‘빨리 이 상황이 종결되기를.’
그녀는 믿고 있었다.
민도준이 주변의 괴수들을 소탕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거라고.
그가 보여준 실력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으니까.
* * *
암석 도마뱀은 발이 빠른 괴수가 아니다.
전속력으로 달린다면 일반인도 따돌릴 수 있을 정도.
하지만 사람이 많은 홍대 거리에서 도망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꺄아악!”
“비켜! 비키라고!”
“으아악!”
살기 위해 남을 밀치는 사람들.
밀려서 넘어지는 사람들.
그런 그들을 밟고 지나가는 사람들.
홍대 거리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퓨슈슈슉-
뒤쫓아온 암석 도마뱀들이 암석 돌기를 뿌렸다.
퍼걱- 퍼걱-
“크허억!”
“끄아악!”
뾰족한 돌덩이가 신체 여기저기에 박혔다.
누구는 머리를 잃은 채로, 누구는 가슴이 뚫린 채로 죽었다.
“끄으으으…….”
어쩌다 팔다리를 맞고 죽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쉬이이-
그 사람은 재수가 더럽게 없는 편이라 하겠다.
다가온 괴수들에게 산 채로 뜯어먹혀야 했으니까.
콰드득-
“끄아아아악!”
“으으, X발…….”
고개를 돌렸다가 사람이 먹히는 장면을 본 남자가 욕설을 내뱉었다.
그는 구독자 수 20만이 넘는 유명 너튜버 ‘유지’였다.
└방금 뭐임? 사람 먹힌 거?
└어두워서 잘 안 보여.
└내가 똑똑히 봤는데 진짜 먹히고 있었음…….
└헐…… 미쳤다.
셀카봉을 들고 있다가 본의 아니게 사람이 먹히는 장면을 보여준 유지가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좀 전에 보셨어요? 보셨다면 죄송합니다. 이런 잔인한 장면 말고 간단한 실황만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하아…… 근데 어쩔 수가 없어요. 이게 현실입니다.”
유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사람이 죽고, 또 죽고 있어요. 지금 괴수들이 쫓아다니면서 닥치는 대로 학살하고 있는데 너무 잔인해서 보여드리기가…… 아, 지금은 괜찮을 거 같으니 잠깐 보여드릴게요.”
유지가 셀카봉을 틀어 시청자들에게 보여줬다.
도망치는 사람과 그를 쫓는 암석 도마뱀들이 잠깐이나마 화면에 잡혔다.
└헐, 저 사람 금방 잡히겠는데?
└빨리 도망쳐! 빨리!!!
└ㅁㅊ 지옥이 따로 없네.
└제발, 내 눈이 잘못 본 거라고 해 줘!
└이런 거 방송 나가도 됨?
└유지님은 괜찮으세요? 너무 걱정되네요…….
“지금 홍대 거리는 아비규환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입니다. 난리도 아니고요. 저는 다행히 2층 건물 안에 피신해 있는데…… 아, X발.”
갑작스레 욕하던 유지가 시청자들에게 거듭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사람이 또 먹히는 걸 보고 저도 모르게 욕이 나왔는데 하아…… 직접 보면 욕이 안 나올 수가 없습니다. 제정신일 수가 없어요. 정말 현실성이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본격 생존 방송 ㄷㄷㄷ
└님들 이거 라이브에요? 주작 아님?
└주작은 뭔 주작이야. 지금 실검 봐봐라. 난리다 ㅅㄲ야.
└공무원 헌터들은 아직도 안 왔음?
└1분 안에 튀어와야지 왜 아무도 안 보이냐?
└ㅅㅂ 사람이 죽어가는데 빨리빨리 안 오고 뭐 하는 겨?
└유지님. 그만 중계하고 빨리 대피하세요. 무슨 일 생길까 봐 무서워 죽겠습니다.
대화를 본 유지가 걱정 말라는 듯 말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지금 위험한 건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에요. 건물 안에 들어가 있으면 안전합니다. 보다시피 괴수들이 멍청해서 그런지 건물까지는 들어올 생각을 안 하는…….”
바깥 상황을 보던 유지가 일순간 말을 멈췄다.
괴수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X됐다……!’
잘못하다간 자신이 죽는 장면까지 방송을 타게 생겼다.
“여러분. 방금 했던 말 취소하겠습니다. 괴수들이 안으로 들어오려고 해서 저는 빨리 대피를…….”
그때였다.
아우우우우우우-
별안간 들린 늑대 울음소리에 유지가 다시 말을 멈췄다.
그러다가 믿지 못할 광경을 봤는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괴, 괴수들이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건물로 들어오려고 했던 괴수들이 갑자기 발길을 돌렸다.
그 모습에 안심하면서도 유지는 뭔가에 홀린 듯 움직이는 녀석들을 의아한 눈으로 쳐다봤다.
“뭐, 뭘까요? 괴수들이 어디로 가는 걸까요?”
고개를 내밀고 바깥 상황을 살펴본 그가 놀란 목소리로 셀카봉을 틀었다.
“여, 여러분 보이십니까? 여기 있는 괴수뿐만이 아니라 멀리 있는 괴수마저 이동하고 있습니다. 홍대 거리의 모든 괴수가 마치 민족 대이동을 하듯 움직이고 있습니다.”
조금 전까지 먹힐 뻔했던 거리의 사람들도 어리둥절한 눈으로 괴수들의 이동을 지켜봤다.
그 기이한 광경을 홀린 듯 쳐다보던 유지가 결심을 굳혔다.
“이왕 중계를 맡았으니 놈들이 어디로 가는지 끝까지 중계해 보겠습니다.”
└위험해요, 유지님!
└가면 안 돼요오오!
└님 그러다 인생 종침.
└지금 그게 할 말이냐?
└팩트를 말한 것뿐.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따라갈 테니까요.”
그리 말한 유지가 괴수와 한참을 떨어진 거리에서 조심스럽게 쫓아갔다.
언제라도 건물 안으로 피신할 수 있게 상시 대비하며 따라가던 그는 이윽고 놀라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한 남자에 의해 괴수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었다.
“여러분, 저, 저거 보이세요? 여기저기 돌덩이 튀는 거? 모여든 괴수들이 누군가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부서지고 있습니다.”
└저게 뭔 상황임?
└오오, 드디어 공무원 헌터가 온 건가?
└그러기엔 한 명인 거 같은데?
└와아. 그 졸라 센 괴수들이 아무것도 못 하고 박살 나고 있네?
└저 헌터 누구임?
감탄을 넘어 통쾌함마저 느낄 수 있는 그 광경에 유지와 시청자들은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다.
* * *
꽈아앙-
부채꼴로 터진 매그넘 버스트에 뭉쳐 있던 도마뱀 열 마리가 연기를 뿌리며 사라졌다.
‘역시 하울링을 쓰는 게 답이었군.’
현수아와 헤어진 민도준이 거리에 나오자마자 한 일은 하울링을 시전하는 것이었다.
‘유령 늑대의 하울링으로 도발한다면 흩어진 괴수들을 모을 수 있을 테니.’
물론 일반적인 하울링을 쓴 것은 아니다.
더욱 강력한 하울링을 쓰기 위해 펫 마스터 특성으로 강화해서 사용했다.
그러니 100미터였던 범위가 500미터로 대폭 늘어났다.
‘덕분에 한 마리도 빠짐없이 불러온 것 같군.’
퍼거걱-
마지막으로 남은 암석 도마뱀을 처치하자 더 이상 보이는 괴수는 없었다.
‘굳이 더 찾아볼 필요는 없겠지.’
몇 마리를 잡았나 세어보니 99마리였다.
‘남은 한 마리는 현수아가 잡은 건가?’
나중에 물어봐야겠다고 여기며 몸을 돌리려는 그때.
“아, 안녕하세요. 헌터님 되시죠?”
웬 청년이 셀카봉을 들고서 접근했다.
“저는 너튜버 유지라고 하는데요, 그 많은 괴수를 혼자서 처치하다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그래서 말인데 괜찮으시면 인터뷰…… 앗!”
스르륵-
민도준은 더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투명화를 사용했다.
던전 브레이크를 막았으니 볼일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