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53)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53화(153/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53화
153. 식사
불쑥 찾아온 손님은 최근에 우연히 만났던 현수아였다.
“여기가 민도준 헌터님이 있는 길드인가요? 아……!”
현수아가 뒤늦게 민도준을 발견하곤 활짝 웃었다.
반면 민도준은 의아할 따름이었다.
‘저 여자가 여긴 왜 왔지?’
홍대 거리에서 우연히 만났지만 말 그대로 우연일 뿐.
다시 볼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고 별다른 감정 없이 뒤돌아섰는데 또 볼 줄이야.
‘그러고 보니 이 여자도 나한테 호감이 있잖아?’
직감적으로 현수아 또한 자신에게 호감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황다연과 마찬가지로 평범하지 않은 호감이.
“수아 씨가 여긴 무슨 일이세요?”
“아, 안녕하세요, 도준 씨. 저번에 일찍 헤어진 게 아쉬웠는데 마침 기사를 보니 길드를 차리셨더라고요. 그래서 찾아와 봤는데…….”
현수아가 힐끗 황다연을 쳐다봤다.
“손님이 계셨네요?”
“아, 이쪽은 저희 길드원입니다.”
“길드원이요?”
“네. 아는 선배님의 딸인데 헌터로 각성한 지 얼마 안 됐어요.”
두 여성이 눈을 마주쳤다.
라이벌임을 본능적으로 느꼈는지 서로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도준아, 이분은 누구셔?”
“예전에 도움 요청에 들어갔다가 알게 된 헌터분이야.”
현수아가 추가로 보충 설명을 했다.
“그때 도준 씨가 절 구해줬었어요. 저에겐 생명의 은인이죠.”
“어? 저도 그런데.”
“그래요?”
의외의 공통점에 두 여성이 놀라며 민도준을 바라봤다.
“이번에 홍대 거리도 그렇고 도준 씨에게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 꽤 많네요.”
“맞다. 도준이 너 이번에 던전 브레이크 막았다며? 너 없었으면 어쩔뻔했어?”
“아마 사망자가 지금보다 10배 이상은 불어났겠죠.”
두 여성의 칭찬에 민도준은 별일 아니라는 듯 손을 저었다.
“마침 그 자리에 우연히 있었을 뿐이야. 다른 사람이더라도 똑같이 괴수를 막았을 거라고.”
“하지만 도준 씨처럼 완벽하게 막진 못했을걸요?”
“그래. 사람을 구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야?”
칭찬 일색을 하는 가운데, 현수아가 불쑥 본론을 말했다.
“도준 씨, 저 좀 길드에 가입시켜주세요.”
“예? 저희 길드에요?”
“네.”
“길드에 있는 거 아니었어요? 이름이 플래티넘 길드였나?”
“거긴 도준 씨가 가고 나서 얼마 안 있어서 나왔어요. 그 이후로 쭉 혼자서 활동했고요.”
“안 됐지만 수아 씨, 저희 길드는 간판은 있지만 운영은 하지 않는 길드라서요.”
민도준이 길드에 들어올 필요가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현수아도 꽤 고집 있는 여자였다.
“그래도 상관없어요. 무소속으로 있는 것보단 도준 씨 길드에 있는 게 더 좋아요.”
“그래봤자 아무런 이득도 없으실 텐데…….”
“저기 저분도 길드원이라면서요? 인맥으로 들어온 거잖아요? 저도 한자리 주시면 안 될까요?”
“아, 이거 참…….”
민도준이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짚었다.
‘아무것도 없는 길드에 대체 왜 들어오려고 하는 건지…….’
물론 가입시키는 거야 어려운 일은 아니다.
전산망에 달랑 이름만 올리면 그만이니까.
‘문제는 다분히 사적인 감정에서 들어오려 한다는 점이야.’
직감이 있으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현수아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음을.
‘그래도 거절하는 게 맞겠지.’
민도준은 정중히 거절했다.
“죄송합니다. 다연이는 아는 사이라 그렇다고 쳐도 수아 씨는 그게 아니잖아요? 장난으로라도 넣을 순 없습니다.”
“저는 장난으로 한 말이 아니에요. 정말로 길드에 가입하고 싶어서…….”
그때였다.
지이잉- 지이잉-
핸드폰이 울렸고 민도준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왔구나.’
때마침 기다리던 전화가 왔음을.
“수아 씨, 잠시만요. 여보세요?”
-도준 씨. 저 신경민입니다.
“예.”
-바쁘다고 하시더니 최근에 엄청난 일을 벌이셨더라고요.
“하하, 뭐…….”
-더 바빠지실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저희 식사는 언제쯤……?
“오늘 저녁에 시간 되시면 보시죠.”
-아, 그럴까요? 그럼 저랑 길드장님이랑 스케줄 비워놓고 최고급 레스토랑으로 안내하겠습니다. 헌터님은 몸만 오십시오.
“알겠습니다.”
원했던 대로 신경민과 저녁 약속을 잡았다.
“뭐야? 누구 만나기로 했어?”
저녁에 보자는 말을 들었는지 황다연이 물었다.
“응. 잠깐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서.”
“설마 여자는 아니지?”
장난기가 묻은 황다연의 얼굴을 보자 민도준도 장난으로 응수했다.
“여자면?”
“…….”
정말로 여자일 거란 생각이 들었는지 황다연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버렸다.
“아무튼 난 저녁 약속이 있어서 지금 가봐야겠다. 수아 씨도 그만 돌아가세요. 저랑 엮여서 좋을 것 없습니다.”
“아…….”
실망하는 현수아와 굳어버린 황다연을 뒤로한 채 민도준이 사무실을 나왔다.
* * *
서울 최고급 호텔 23층에 자리 잡은 한식 레스토랑.
그곳에서 세 남자가 만났다.
“반갑습니다, 도준 씨.”
“안녕하세요.”
“사석에서 뵈니까 더욱 반갑네요.”
신경민, 강혁수와 차례로 악수한 민도준이 머리 위에 떠 있는 유령 늑대에게 지시했다.
‘아우, 강화된 추적 스킬로 두 사람의 냄새를 기억해.’
[컹!]일반 추적 스킬과 달리 강화된 추적 스킬은 무제한으로 냄새를 기억할 수 있다.
‘강혁수, 네놈도 복수의 대상이니 놓칠 순 없지.’
복수의 이빨을 숨긴 채 태연하게 두 사람을 따라갔다.
“이쪽으로 오시죠.”
예약석으로 안내받은 세 사람이 테이블에 앉자 잠시 후 미리 주문한 코스 요리가 나왔다.
“민도준 헌터님, 드셔보십시오. 여기가 미쉐린 가이드 별 3개 받은 곳입니다.”
“그래요?”
민도준이 기대감 어린 눈빛으로 한 숟가락을 떴다.
강혁수가 자기가 만든 요리라도 되는 듯 긴장한 눈초리로 쳐다봤다.
“어때요?”
“음, 깔끔하니 맛있네요.”
그 말에 강혁수가 테이블 밑으로 주먹을 쥐었다.
적어도 음식이 맛없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갈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다들 드세요. 제가 먹는 거 구경만 하지 마시고.”
“하하, 네.”
세련된 한식 코스 요리를 맛보며 세 사람이 두런두런 대화를 나눴다.
대화의 주제는 단연코 민도준의 활약상이었다.
“저는 그저께 홍대 거리에 대한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그런 참사가 벌어지다니……. 그런데 더 놀라웠던 건 민도준 헌터님이 막아내셨다는 겁니다. 홍대 거리에 있던 사람들은 정말 운이 좋았죠.”
민도준이 머쓱한 듯 뒷머리를 매만졌다.
“그런 일을 당했는데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을까요?”
“던전 브레이크는 재해입니다. 피해를 보더라도 누군가를 탓할 순 없죠. 당연히 민도준 헌터님 덕분에 목숨을 건졌으니 운이 좋은 거죠.”
“맞습니다. 공무원 헌터가 출동할 때까지 기다렸으면 사망자가 지금보다 10배는 더 나왔을 겁니다.”
두 사람이 민도준을 아낌없이 칭찬했다.
애당초 친목을 쌓을 목적으로 만든 자리다.
민도준에게 점수를 딸 수 있다면 무슨 말이든 해야 했다.
물론 랭킹 1, 2위인 그들도 자존심이란 게 있다.
하여 없는 말을 지어내면서까지 칭찬하고 싶진 않았는데 다행히 민도준 헌터는 칭찬 거리가 남아도는 헌터였다.
“그 많은 수의 암석 도마뱀을 혼자서 처치하다니…… 대단하십니다!”
“신경민 씨도 가능하잖아요? 이 자리에 있는 누구라도.”
“물론 저도 그 정도는 잡을 수 있지만 그렇게 빨리는 못 잡았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민도준 헌터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그때 찍힌 영상을 보니 괴수들이 헌터님에게 몰려들더라고요. 늑대 울음소리가 난 이후로 그러던데……. 광범위 도발 스킬이라도 있으신가요?”
강혁수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지만 민도준은 대답을 삼갔다.
“노코멘트하겠습니다.”
“앗! 알겠습니다.”
영업비밀을 건드렸다는 생각에 강혁수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옆에 있던 신경민이 왜 그런 걸 물어보냐는 듯 잠깐이지만 비난의 눈길을 보냈다.
그 모습에 민도준은 두 사람이 자신을 얼마나 높게 평가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하긴 그동안 빠른 성장으로 가치를 증명함은 물론 S급 보스를 솔로킬 했으니.’
더군다나 이번 홍대 거리에서 확실하게 힘을 증명해 내기도 했다.
그러니 두 사람의 눈에 민도준은 놓쳐서는 안 될 인재이자 적으로 만들어선 안 되는 고수로 보일 수밖에.
‘나한테 잘 보이려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군.’
특히 강혁수는 예전부터 강한 헌터가 보이면 자기편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그런데 눈앞의 헌터가 신경민을 능가하는 인재라는 걸 알았으니 오죽하랴?
“헌터님은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세요?”
신경민의 물음에 민도준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저 혼자뿐입니다.”
“예?”
“부모님은 오래전에 괴수들에 의해 돌아가셨습니다.”
“아…… 이런.”
자신을 띄워주기 위해 급급하던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듯 가라앉았다.
‘확실히 급했나 보군. 가족관계 같은 기본적인 정보도 조사하지 않은 걸 보면.’
두 사람의 얼굴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한 걸 보니 모르고 던진 질문이 분명했다.
알고 있었다면 굳이 이런 민감한 부분을 건드려서 분위기를 망치진 않았으리라.
“죄송합니다, 헌터님. 괜히 이런 걸 물어봐서…….”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정말로 괜찮았다.
덕분에 민도준도 같은 질문을 대놓고 물어볼 수 있게 됐으니까.
“말 나온 김에 묻는 건데 경민 씨는 가족 사항이 어떻게 되시나요?”
인질로 삼을 계획이었기에 가족에 대한 정보를 듣는 것은 중요했다.
“헌터님보다 한 살 어린 여동생이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 뜸을 들이던 신경민이 힘겹게 말을 이었다.
“저도 어릴 때 부모님을 모두 잃었습니다. 헌터님처럼 괴수에 의한 게 아니라 단순한 교통사고였지만요.”
“아…….”
자신과 같은 처지였다는 사실에 민도준이 놀란 눈으로 신경민을 바라봤다.
‘거짓말이 아니다. 직감이 말해주고 있어.’
옛 추억을 회상하는 듯한 아련한 표정을 짓고 있는 놈을 보니 진짜임이 확실했다.
“이런……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아픔을 건드렸네요.”
“하하, 괜찮습니다. 먼저 건드린 사람은 저였는데요, 뭘. 그리고 다 지나간 일입니다. 헌터님도 지금은 덤덤하시죠?”
민도준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론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부모님이 없어? 여동생뿐이라고?’
설마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 놈이 예린이를 그렇게 죽였단 말이야……?’
동병상련의 마음을 가질 법도 하건만, 회귀 전 신경민은 냉정하게도 민도준의 하나뿐인 가족을 처참하게 죽여버렸다.
‘자신도 가족이 하나밖에 없었으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민도준의 가족 사항을 몰랐다 치더라도 하나뿐인 아내를 망설임 없이 죽였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어떻게 보면 지금의 민도준보다 더 냉혹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보이는 모습은 뭐지?’
지금도 신경민은 가족을 잃은 슬픔을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세윤처럼 포장된 모습인가?’
어쨌거나 확실한 건 훗날 쿠데타를 도모하고 자신과 차예린에게 위협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여동생뿐이라고 했지? 그렇다면 나도 똑같이 대해주지.’
신경민이 차예린을 가차 없이 죽였듯이 민도준도 하나뿐인 그의 가족을 인질로서 이용하리라.
민도준이 다시 한번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