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55)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55화(155/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55화
155. 단체 미팅
합정역 5번 출구 앞에 여섯 명의 남학생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오늘 단체 미팅에 나가기로 한 의대생들이었다.
“야, 약속 시각까지 얼마나 남았냐?”
“5분 남았어.”
“근데 여자들은 아직 아무도 안 온 거야?”
“하, 우리는 20분 전에 와서 이렇게 기다리는데 아직도 안 나타나?”
“왜 항상 여자들은 늦게 나타나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깐?”
“야, 좀 늦으면 어때. 얼굴만 이쁘면 장땡이지.”
“흐흐, 인정, 인정.”
“이번에 나오는 애들 한국대라고 했지?”
“스펙 하나는 괜찮네.”
“스펙만큼 얼굴도 예뻤으면 좋으련만.”
의대생들은 하나같이 예쁜 여대생이 나오기를 기대했다.
“예쁜 애 나타나면 진짜 친구고 뭐고 없다.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야.”
“당연하지.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니까.”
“아서라. 어차피 제일 예쁜 애는 지헌이 몫일걸?”
“그래. 우리 중에 지헌이가 제일 잘생겼잖아.”
친구들의 칭찬에 남지헌은 쑥스러워하거나 겸손을 떨지 않았다.
오히려 잘난 자신의 얼굴을 인정하며 친구들의 어깨를 두들겼다.
“너희들도 다시 태어나면 나처럼 될 수 있어.”
“어휴, 당사자한테 직접 들으니 자괴감 오지게 드네.”
“너 여자 앞에선 잘난척하지 마라. 진짜 재수 없다.”
“미쳤냐? 다 잡은 물고기 먹어보지도 못하고 놓아주게?”
“오, 비유 좋은데? 낚시꾼 남지헌. 크크큭.”
“낚시꾼 말고 어장관리사라고 불러라. 흐흐흐.”
“어장관리사 남지헌 씨! 우리 몫도 좀 남겨주세요. 너만 독차지하지 말고.”
“내가 뭐 의자왕이냐? 보는 여자 다 후리고 다니게?”
“맞잖아, 인마! 넌 여자라면 전부 다 잘해주잖아.”
“난 오는 여자 마다하지 않는 주의라서.”
“그러니까 괜히 다른 여자들한테 희망 주지 말고 한 여자만 파란 말이야. 다른 애들이 우리한테 눈길을 안 돌리잖아.”
“알았어. 오늘은 내가 여기저기 끼 안 부리고 한 여자만 노릴게. 제일 예쁜 애로. 나머지는 너희가 알아서 해.”
“그 말 진짜지?”
“그래. 대신 내 덕분에 모텔 가면 한턱내야 한다?”
킬킬 웃은 친구들이 담배 연기를 뿜으며 오늘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했다.
잠시 후, 약속 시각을 1분 남기고 여자들이 도착했다.
“아, 안녕하세요.”
“하하, 안녕하세요.”
수줍게 인사하는 여성들을 훑어보던 의대생들은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와꾸들이 별론데…….’
다들 그럭저럭 평범할 뿐 썩 빼어난 외모의 여성이 없었다.
“다 오셨나요? 어라, 여성 한 분이 안 보이네요?”
“아, 조금 늦게 온다고 먼저 가 있으래요.”
“그래요? 그럼 저희 먼저 가 있을까요?”
예약해둔 술집으로 이동하는 동안 의대생들은 여성들과 대화를 나누며 벌써 작업에 들어갔다.
‘얼굴이 별로긴 해도 오늘 하루 놀기엔 나쁘지 않지. 흐흐.’
다들 평범하다 보니 기대치가 낮아져서일까?
늦게 온다던 여성을 기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나마 있는 여성 중에서 자신의 짝을 찾으려고 할 뿐.
딸랑-
그렇게 퓨전 음식점을 찾은 11명이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늦게 온다던 한 명이 나타났다.
“죄송합니다. 조금 늦었네요.”
무릎까지 오는 치마와 힐을 신고 러블리한 복장으로 나타난 여성은 다름 아닌 신혜리.
신경민의 여동생이었다.
꿀꺽-
신혜리를 본 의대생들이 하나같이 침을 삼켰다.
‘와, X발. 와꾸 봐라.’
‘존나 이쁘다.’
‘메인 메뉴는 따로 있었네.’
의대생들이 신혜리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뒤늦게 등장해서 이목이 쏠린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압도적인 비주얼이 한몫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신혜리입니다.”
“나이는요?”
“21살입니다.”
“에이, 그렇게 짧게 대답하지 말고 좀 더 소개해 봐요. 다들 자기소개 1분 이상씩은 했다고요.”
“천천히 할게요.”
거부하는 것도 매력이 있는지 남성들은 실실 바보 같은 웃음만 흘렸다.
그렇게 신혜리가 남성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자 본의 아니게 들러리가 된 다른 여성들은 표정을 굳혔다.
그때 의대생 중에서도 킹카라는 남지헌이 나서자, 여성들의 표정이 더더욱 굳어졌다.
“혜리 씨, 술 좋아하세요?”
“잘 마시진 못하지만 좋아해요.”
술은 약하지만 좋아한다?
‘최곤데?’
입 밖으로 감탄사를 내뱉을 뻔한 남지헌이 살인미소를 지었다.
“그럼 저랑 따로 술 마시러 갈래요?”
“아직 배도 못 채웠는데 무슨 술이에요?”
“배는 술로 채우면 되죠.”
“됐어요.”
“아, 알겠어요. 일단 밥부터 먹자고요. 뭐 드시고 싶으세요? 말씀만 하세요.”
남지헌의 적극적인 애정 공세에 다른 의대생들은 입맛만 다셨다.
잘생긴 데다 건장하기까지 한 남지헌과 경쟁할 자신이 없었다.
그건 여성들도 마찬가지였다.
신혜리 또한 다른 여성들을 주꾸미로 만들어버릴 만큼 압도적인 외모를 자랑했으니까.
‘벌써 한 커플 탄생…….’
‘보나 마나 둘이 이어지겠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신혜리는 남지헌에게 조금의 관심도 없었다.
‘왜 자꾸 들이대는 거야? 귀찮게.’
지금 자신에게 들이대는 남자가 모여 있는 남자 중에선 가장 잘생기긴 했지만 그것뿐.
외모를 따지지 않는 그녀로선 귀찮을 따름이었다.
그녀의 이상형은 오직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강한 남자.
‘운동 좀 했나? 체격은 다부지네.’
하지만 남지헌은 그녀의 취향이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느낌이 없었다.
자신을 지켜줄 거라는 확고한 느낌이.
‘우리 오빠처럼 강한 사람이 아니면 싫어.’
신혜리의 친오빠는 다름 아닌 신경민.
헌터 랭킹 1위라는, 국내에서 최고로 강한 사내였지만 정작 그의 얼굴을 보기는 힘들었다.
‘한 달에 한 번 볼까 말까니까.’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랭킹 1위인 자신 때문에 여동생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점.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신혜리는 친오빠와 강제로 떨어져 지내야 했다.
유일한 가족인데 만날 기회가 적은 것이다.
‘그래서 내가 강한 남자를 더 찾는 것일 수도 있어.’
언제나 자신의 곁을 지켜줄 수 있는, 오빠의 빈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찾기 위해 바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이 남자는 아니야.’
신혜리는 자기가 멋있는 줄 알고 있는 남지헌을 보며 남몰래 고개를 저었다.
다른 남자들에게도 시선을 돌려봤지만 그녀가 찾는 이상형은 없었다.
‘이번에도 허탕이네.’
빨리 자리를 파한 뒤 집에서 홀로 맥주나 마셔야겠다는 그녀의 생각과 달리, 남지헌은 신혜리와 2차까지 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이상까지도.
‘오늘 얘랑 모텔까지 간다.’
신혜리가 마음에 든 남지헌이 적극적으로 말을 걸었지만 그녀는 귀찮다는 듯 단답형으로만 말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은 남지헌은 1차가 끝나고 헤어질 사람은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음에도 끝까지 그녀를 놓지 않았다.
“왜요. 같이 2차 가요, 혜리 씨.”
“됐어요. 집에 일 있어서 가 봐야 해요.”
“아, 그럼 제가 바래다 드릴게요. 어디 사세요?”
“애도 아닌데 뭘 바래다줘요. 혼자 갈게요.”
계속해서 거절해 봤지만 남지헌은 웃으면서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그 결과 겨우겨우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다.
“아, 알겠어요. 역까지만이에요.”
“넵! 감사합니다. 제가 역까지는 안전하게 모셔다드릴게요.”
그렇게 말한 남지헌이 친구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신혜리와 함께 먼저 사라졌다.
‘2차 가는구나.’
‘부럽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남은 사람들은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아쉬움을 뒤로하고 고개를 돌렸다.
* * *
저벅저벅-
남지헌은 신혜리와 걸으면서 이런저런 말을 걸었다.
“요즘 날씨 춥지 않아요?”
“전 괜찮던데.”
“집에 가면 보통 뭐 하세요?”
“자요.”
“한국대 다니시니까 공부는 잘하시겠네요?”
“당연한 걸 물으시네.”
“하하…… 저한테 왜 이렇게 까칠하세요?”
“몰라서 그래요?”
남지헌도 알고 있다.
그녀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걸.
그렇기에 이유는 묻지 않았다.
차마 그녀의 입으로 듣고 싶지도 않았고.
‘하, 성격 한 번 지랄 맞네, 이거.’
인생에 있어서 여자를 꼬시는 것만큼 쉬운 일이 없었던 그로선 난관에 부딪힌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
그래서인지 더더욱 난관을 뚫고 그녀를 정복해 보고 싶었다.
‘내가 어떻게든 자빠트리고 만다.’
반드시 모텔까지 입성하리라 다짐한 남지헌이 그녀를 골목길로 인도했다.
“어디 가세요?”
“아, 이쪽으로 가는 게 더 빨라서요.”
“정말이에요?”
“그럼요. 제가 거짓말하겠어요?”
“그건 모르죠.”
순간 표정 관리를 못 할 뻔했지만 남지헌은 인내심을 갖고 그녀를 설득했다.
“정말이에요. 여기가 더 가깝다니까요?”
“…….”
의심의 눈길을 보내던 신혜리는 설마 무슨 짓을 하겠냐는 생각으로 남지헌을 따라갔다.
행여나 이상한 짓을 하려고 해도 강하게 저항할 자신이 있었다.
물론 남지헌은 그녀를 추행할 생각이 없었다.
제정신을 가지고서는.
‘이대로 술집으로 안내해서 딱 한 잔만 하자고 꼬시는 거야. 술이 약하다고 했으니 어떻게든 먹이면 그다음은…….’
취한 그녀를 모텔로 데려갈 생각이다.
그녀의 의사가 어떻든 간에.
‘술이 떡이 되도록 먹여야지. 흐흐.’
그런 생각으로 걷고 있는데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보니 모자와 마스크를 쓴 남자가 따라오는 게 보였다.
‘뭐야? 저 사람? 우리 따라오는 거야?’
몹시 수상했지만 남지헌은 겁먹지 않았다.
헬스로 단련한 근육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옆에 여자가 있는데 못난 모습을 보여줄 순 없었다.
“혜리 씨, 잠깐만 기다렸다 가죠.”
남지헌은 신혜리와 함께 자리에 멈춰 섰다.
뒤따라오는 남자를 먼저 보내기 위해서였다.
‘따라오는 게 아니라면 우릴 지나쳐가겠지.’
수상한 남자는 의외로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 앞만 보고 걸었다.
그렇게 서로를 지나치려는 순간.
휙-
수상한 남자가 기습적으로 신혜리의 손목을 낚아챘다.
“아!”
한순간에 끌려간 신혜리가 중심을 잃고 바닥에 넘어지자 남지헌이 놀라 소리쳤다.
“혜, 혜리 씨! 커헉!”
남지헌이 목을 붙잡고 쓰러졌다.
털썩-
괴한의 손엔 어느새 단검이 들려 있었다.
왈칵왈칵 피를 쏟아내는 남지헌을 다시 한번 찌르며 확인사살을 한 괴한이 신혜리를 쳐다봤다.
덜덜덜-
너무 놀란 나머지 신혜리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살려달라고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괴한이 단검을 든 채로 다가오는데도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공포가 이성을 마비시켰다.
“이렇게 죽이기엔 아까운 외모네.”
괴한이 뭐라고 말했지만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그저 장난치듯 갖고 노는 단검만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미안하지만 명령이라서 말이지.”
그 말을 끝으로 괴한이 단검을 찔렀다.
피할 수 없는 거리에서 피할 수 없는 속도로 찔렀다.
영락없이 죽는다고 생각했다.
그때였다.
팅-
단검이 무언가에 가로막혀 튕겨 나왔다.
괴한이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괜찮으세요?”
제삼자의 목소리에 신혜리가 감았던 눈을 떴다.
그의 앞에는 시퍼런 검을 들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다름 아닌 유령 검을 든 민도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