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5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57화(157/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57화
157. 신경민의 보답
“민도준 헌터……?”
신경민의 중얼거림에 신혜리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아는 사람이야?”
“알지. 지금 얼마나 핫한대.”
“핫하다고?”
“홍대 거리에서 던전 브레이크 터진 거 알지? 그거 막은 사람이 보다시피 저 헌터야.”
TV 속에선 민도준이 압도적인 무력으로 암석 도마뱀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던 신혜리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던전 브레이크를 막은 게 저분이었구나…….”
뉴스를 잘 보지 않는 그녀라도 홍대 거리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확히 누가 어떻게 막았는지는 그녀도 몰랐던 부분.
특히 현장 영상을 보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름이 민도준…… 민도준 헌터라고?”
뒤늦게 알게 된 은인의 이름을 곱씹어보던 그녀가 오빠에게 물었다.
“저분 혹시 만난 적 있어?”
“있지. 개인적으로 식사도 했었는걸.”
“식사까지……?”
“그래봤자 딱 한 번뿐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오빠와 인연이 있었다는 사실에 신혜리가 놀람을 금치 못했다.
“저 헌터님은 얼마나 센데? 오빠만큼 세?”
랭킹 1위인 자신의 오빠와 식사를 할 정도면 정상급 헌터일 게 분명할 터.
그런 생각으로 한 질문이었지만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음, 글쎄?”
그 애매한 대답에 신혜리가 적잖이 놀랐다.
‘글쎄? 오빠가 글쎄라고 했다고?’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한 것도 아니고 글쎄라니…….
국내 랭킹 1위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 건.
‘오빠보다 강할지도 모른다는 뜻……?’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신경민을 쳐다보자 그가 말했다.
“솔직히 나도 모르겠어. 나보다 센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신경민조차 민도준의 실력은 종잡을 수가 없었다.
“확실한 건 S급에 준하는 실력이라는 거야.”
“S급에 준해? 그 말은 S급이 아니라는 거야?”
“응. 민도준 헌터는 아직 A급이거든. 나보다 1,200레벨이 낮은.”
“…….”
A급과 S급에는 현격한 격차가 있다.
일반인인 그녀라도 그 정도 기본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오빠가 자신과 비슷한 수준으로 봤다고……?’
1,200레벨이나 낮은 민도준을 벌써 동급으로 인정했다면.
‘동레벨이었을 때는 우리 오빠보다 강해진다는 뜻이잖아?’
현재는 아니지만 동레벨로 따졌을 때 자신의 오빠보다 강할지도 모르는 헌터.
신혜리는 민도준 헌터를 그렇게 인식했다.
동시에 자신의 이상형에 부합한다는 사실마저 떠올렸다.
물론 어처구니없는 생각임을 깨닫고 금세 얼굴을 붉혔지만.
‘내, 내가 무슨 생각을…….’
자신의 목숨도 구해주고 믿음직하긴 했지만 아직 제대로 대화도 못 해 본 남자다.
‘이, 이상형인지는 몇 번 만나봐야 알지…….’
그렇게 언제 또 만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신경민이 불렀다.
“혜리야.”
“으응?”
“왜 그렇게 놀라?”
“아, 아니야. 아무것도.”
“너 구해준 사람, 영상 속에 저 헌터가 확실해?”
“응. 확실해. 내가 얼굴만큼은 자세히 봤거든.”
그 말에 신경민이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내 동생을 구해준 헌터가 하필이면 민도준 헌터라…….’
이런 우연이 또 있을까 싶었지만 깊게 생각하진 않기로 했다.
‘동생을 구해준 은인을 의심할 수야 없지.’
몇 가지 궁금증이 일긴 했지만 그거야 만나서 얘기해 보면 알게 될 일.
“감사하다고 전화라도 해야겠어.”
신경민이 핸드폰을 들자 신혜리가 만류했다.
“지금은 너무 늦었어, 오빠. 다음에 해.”
“아, 그럴까?”
동생의 말이라면 껌뻑 죽는 신경민이 순순히 핸드폰을 내려놨다.
이런 자신을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른 채.
* * *
신경민과 신혜리가 TV를 보던 그 시각.
집으로 돌아온 민도준은 소파에 누워 편하게 두 남매를 지켜봤다.
신혜리에게 심어놓은 패러사이트가 그것을 가능케 했다.
‘계획대로 내가 구해줬다는 걸 알게 됐군.’
신혜리를 구한 민도준은 이름도 알려주지 않고 도망치듯 현장을 떠났었다.
기껏 목숨을 구해준 사실이 신경민의 귀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여태까지의 자작극이 무용지물이 되는 셈.
하지만 민도준은 걱정하지 않았다.
‘얼굴은 알고 있으니까.’
최근 던전 브레이크를 막고서 전국적으로 얼굴이 팔린 민도준이다.
신혜리가 아무리 뉴스에 관심이 없어도 언젠가는 알 수밖에 없으리라.
‘신혜리가 알게 되면 신경민도 알게 되는 거지.’
그랬기에 굳이 이름을 밝힐 필요는 없었다.
뭔가를 원하고 구해줬다는 인상을 줘서도 안 되기에.
‘계획적으로 접근했다는 생각이 들게 하면 안 돼. 구해준 것은 순전히 우연이다.’
신경민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진 모르지만 대외적으로는 여동생을 구해준 자신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다행히 신경민은 민도준을 모른 척하지 않았다.
‘감사 전화를 걸려던 걸 보면 기본은 박혀 있는 모양이군.’
신혜리의 시선으로 상황을 지켜보는 것은 물론 대화까지 엿들을 수 있다니.
민도준은 새삼 패러사이트라는 능력에 감탄했다.
‘감시에는 이만한 게 없구나.’
뿐만 아니라 고통을 줌으로써 여차하면 신혜리를 협박의 도구로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럴 일이 없기를 바라야겠지만.’
되도록 일반인은 건들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건 그렇고 무슨 특성이 들어왔을까.’
민도준이 나한규에게서 빼앗은 특성을 확인했다.
[특성 – 용기]-등급 : D
-설명 : 자신감이 떨어지는 상황이 오면 용기가 생긴다.
심플한 설명에 민도준이 피식 웃었다.
‘이것만 있으면 어떤 상황이든 용기가 생긴다 이건가?’
자신감이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민도준에겐 썩 도움 된다고 볼 순 없었다.
‘자신감이 떨어질 일이 없어서 말이지.’
아직 민도준에겐 벽에 부딪혔다고 할 만한 상황이 오지 않았다.
용기가 필요할 일이 없는 것이다.
‘어쨌거나 나한규가 용기 있게 마력탄을 터뜨린 데엔 이 특성이 한몫했겠군.’
특성도 얻었고 패러사이트로 인질도 잡아뒀다.
아직은 아니지만 생명의 은인으로서 신경민의 신뢰도 얻을 예정이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흘러가자 민도준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제 남은 일은 신경민의 연락을 기다리며 던전을 도는 것뿐.’
하루빨리 2,250레벨을 만들어서 무한의 탑이라는 히든 던전에 들어가는 것이 다음 계획이었다.
‘그럼 평소보다 몇 배는 빨리 광렙할 수 있어.’
계획을 세운 민도준이 감시를 접고 내일을 기약했다.
* * *
날이 밝자마자 민도준은 던전을 돌려고 했다.
하지만 신경민의 연락이 오는 바람에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민도준 헌터님? 저 신경민입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하하, 제 번호를 저장해 두셨나 보군요. 잘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연락할 것 같으니까요.
“그런가요? 근데 아침부터 무슨 일로……?”
-아, 급하게 헌터님에게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혹시 던전으로 이동 중이신가요?
“그건 아닙니다만.”
-잘됐네요. 잠깐만 시간 내주실 수 있으실까요? 중요한 말이라.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어디 계신지 알 수 있을까요? 금방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아, 그럼 저희 길드로 찾아와주시겠어요? 사람도 없어서 대화하기 좋을 것 같은데.”
-수호 길드 말이죠? 알겠습니다. 그럼 좀 있다 뵙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민도준은 길드 사무실에서 커피를 홀짝이며 여유롭게 기다렸다.
‘이제 출발하는군.’
신혜리의 시점으로 신경민이 보이는 것을 보니 여동생과 함께 오는 모양이었다.
‘기다리고 있다. 얼른 와라.’
민도준이 추적 스킬을 켜자 실시간으로 거리가 줄어드는 것이 보였다.
패러사이트가 없더라도 신경민의 냄새를 기억하고 있으니 언제든지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도착했군.’
예상대로 신경민과 신혜리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오셨습니…….”
창밖을 보고 있다가 뒤늦게 발견한 척 고개를 돌리던 민도준이 신혜리를 보며 놀란 표정을 연기했다.
‘저 여자가 여길 어떻게?’
그런 표정으로 신경민과 그녀를 번갈아 봤다.
“안녕하세요, 도준 씨. 아침부터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급하게 물어볼 것이 있어서요.”
“어떤…….”
“여기 이 여자분 알아보시겠어요?”
신경민이 신혜리를 가리키자 민도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런데 경민 씨가 이분은 어떻게…….”
“전에 말씀드렸죠? 저한테 여동생이 하나 있다고. 얘가 제 여동생입니다.”
그 말을 들은 민도준이 전혀 몰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닌 게 아니라 현재 그는 둘의 관계에 대해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여동생…… 이었어요?”
“예. 상황은 들었습니다. 제 여동생을 구해주셨다고요.”
“아…… 예. 별거 아닙니다.”
“별거 아니긴요. 목숨을 구해주셨는데.”
그러던 신경민이 깊숙이 머리를 숙였다.
신혜리도 따라서 고개를 숙였다.
“동생을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매의 인사가 부담된다는 듯 민도준이 난색을 보였다.
“어쩌다 구해준 것뿐입니다. 이럴 것 없습니다.”
“그래도 목숨을 구해주셨는데 감사 인사는 해야지요. 근데 듣기로는 도망치듯 가버렸다고…….”
“아, 사람들이 몰려오길래 귀찮은 상황을 피하려고 그랬습니다.”
“그렇군요. 근데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한 상황 좀 들을 수 있을까요? 동생이 본 건 한정적이다 보니 몇 가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요.”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민도준이 흔쾌히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근처에 A급 던전을 클리어하고 돌아가는 길에 어떤 수상한 남자가 동생분을 따라가는 것을 봤습니다. 그때 다른 남자도 있었는데…….”
이야기를 듣던 신경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근처에 A급 던전이 있었지?’
이런 생각을 가지면 안 되지만 신경민은 솔직히 민도준을 의심하고 있었다.
자신의 동생을 타이밍 좋게 구해준 헌터가 하필이면 아는 헌터일 확률은 높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민도준의 설명을 들으니 어느 정도 납득이 갔다.
‘그저 우연이었다는 거로군.’
그냥 지나가다가 구해준 거라면 의심스러울 법했을 텐데 A급 던전을 돌고 나오다가 그랬다고 하니 단순한 우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괜한 의심을 했나 보네.’
순수한 의도로 구해준 생명의 은인을 잠깐이나마 의심했다는 사실에 신경민의 목이 붉어졌다.
“……그렇게 된 겁니다.”
민도준의 상황 설명이 끝났다.
이후의 상황은 여동생에게 들은 것과 같았다.
“혜리야.”
“응?”
“헌터님이랑 단둘이 할 말이 있으니 잠깐 자리 좀 비켜줄래?”
“아, 알았어.”
힐끗 민도준을 쳐다본 신혜리가 사무실을 나갔다.
“헌터님.”
“네, 경민 씨.”
“저에게 유일한 혈육은 여동생뿐입니다. 그런 하나뿐인 제 가족을 지켜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별말씀을.”
“그래서 말인데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해주십시오. 보답해야겠습니다.”
보답이란 말에 민도준이 손사래를 쳤다.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보상을 받자고 한 일도 아니고요.”
“그런 거 같았습니다. 안 그랬다면 그렇게 도망치듯 현장을 떠나진 않으셨겠지요. 그래도 저는 보답해야겠습니다. 헌터님에게 얻은 은혜가 너무도 큽니다.”
신경민은 진심이었다.
더 이상 의심 따윈 남아 있지 않았다.
“자잘한 선물 같은 건 제 성에 안 차고…… 얼마를 드릴까요? 아니지. 돈이라면 헌터님도 많으실 테니…….”
잠시 고민하던 신경민이 말을 이었다.
“이건 비밀입니다만…… 제가 개인 던전을 하나 갖고 있거든요?”
“예?”
“그걸 헌터님이랑 공유하고 싶은데……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