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58)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58화(158/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58화
158. 동업자이자 공범
‘신경민한테 개인 던전이 있다고?’
생각지도 못한 정보에 민도준은 잠시 얼이 빠졌다.
개인 던전이라는 게 결코 합법은 아니었기 때문.
‘말이 개인 던전일 뿐이지 사실상 미등록 던전이다. 미등록 던전을 몰래 소유한 자는 법적으로 처벌받게 되어 있어.’
그런데도 신경민은 자신의 불법 행위를 비밀이랍시고 아무렇지 않게 까발렸다.
‘그만큼 나를 믿는다는 소린가?’
여동생의 목숨을 구해줬다고 자신이 꽁꽁 숨겨왔던 치부까지 드러내다니.
“경민 씨…….”
“무슨 생각 하시는지 압니다. 개인 던전은 불법일 텐데 굳이 말하는 저의가 뭘까 궁금하시겠지요.”
“예.”
“아무런 뜻도 없습니다. 그저 헌터님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게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떠올라서 순수하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개인 던전을 공유하자고요?”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헌터님 정도의 실력자라면 파티보다는 솔로로 도는 것이 마음도 편하고 독식도 할 수 있으니 좋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개인 던전이 불법이라 이용하는데 찜찜하다면 어쩔 수 없지만 신고당할까 봐 마음에 걸리신다면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현재 던전을 아는 사람은 저뿐이고 저밖에 모르는 곳에 있으니까요. 행여나 공범으로 몰려도 제가 찾은 던전이니 헌터님껜 피해가 가지 않을 겁니다.”
“…….”
민도준은 신경민이 불순한 의도로 제안하는 것이 아님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날 공범으로 끌어들이려는 속셈이라기보단 순수하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아.’
아마 여동생을 구해준 것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선뜻 던전을 내준 것이리라.
‘받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애당초 신경민에게 보답을 받을 생각은 없었다.
녀석에게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들고 신뢰도를 얻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도 족하다 생각했다.
‘개인 던전이라……. 확실히 돈보다는 좋지.’
현재 강해지는 것이 우선인 민도준에게 있어서 던전보다 좋은 선물은 없을 터.
‘문제는 어떤 던전이냐지.’
궁금해진 민도준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던전입니까?”
“하하. 이제 좀 관심을 보이시네요. 헌터님에게 딱 필요한 A급 던전입니다. 다만 2,500레벨부터 들어갈 수 있는지라 레벨을 좀 올리셔야겠지만요.”
‘2,500레벨 이상의 A급 던전?’
문득 회귀 전의 사건 하나가 떠올랐다.
역사상 최악의 던전 브레이크라고 불리던 사건.
‘설마 그 던전이 바로……?’
민도준이 확인차 물었다.
“2,500레벨의 A급 던전이면 정령의 숲을 말하는 겁니까?”
“오, 어떻게 아셨어요?”
“그냥 찍었습니다. 2,500레벨의 A급 던전이 많진 않잖아요.”
찍었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그게 설마 2년 후에 터질 던전일 줄은 몰랐지만.’
앞으로 2년 후면 역대 최악의 던전 브레이크가 경기도 안산에서 터지고 만다.
정령의 숲이라는 2,500레벨에 입장 가능한 던전이었는데 어쩌다 터졌는지는 모른다.
그저 발견하지 못한 미등록 던전이 재수 없게 터진 거로만 생각했을 뿐.
‘우연히 터진 게 아니었어. 그때 터진 건 신경민이 관리하던 개인 던전이었어.’
생각해 보면 신경민이 돌연 잠수를 타던 시점과 얼추 맞아떨어진다.
‘놈이 그동안 개인 던전으로 써오다가 어느 순간 잠수를 탔고, 그것이 던전 브레이크로 이어진 거야.’
그날 터진 던전 브레이크로 인한 사망자는 800여 명.
공무원 헌터들이 재빨리 대응했음에도 이 정도였다.
그만큼 2,500레벨짜리 A급 던전이 터졌을 때의 여파는 무시하지 못한다.
‘사정이 생겨서 던전을 돌지 못할 거 같으면 정부에 신고하든가 해야지 그대로 방치한 바람에 그런 사달이 벌어진 거잖아.’
사람이 죽든 말든 상관없다는 무책임한 태도 때문에 800여 명이나 희생되었다.
‘네놈을 죽여야 할 이유가 또 생겼군그래.’
던전의 소재지가 경기도 안산이라는 것만 확인되면 신경민이 범인이라는 것도 확정된다.
‘내가 막는 수밖에 없어.’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신경민이 물었다.
“어때요? 이 정도면 보답으로 괜찮지 않습니까?”
“제가 거절하고 불법 점유한 죄로 협회에 신고하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에이, 헌터님이 저를 신고한다고요? 안 그럴 거 같은데요?”
“저에 대해서 모르시잖아요.”
“물론 그렇습니다만 헌터님이 착하고 정의감 넘치시는 분이라는 건 잘 압니다. 그렇지 않다면 제 여동생이 지금까지 살아있진 않겠죠.”
“…….”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본 헌터님은 사냥에 대한 열망이 크신 분입니다. 남들보다 빠르게 레벨이 올라가는 걸 보면 알 수 있죠. 아닌가요?”
민도준은 부정할 수 없었다.
“맞습니다.”
“그럼 이제 어떡하시렵니까?”
잠시 고민하는 척 뜸을 들이던 민도준이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을 공유해 주신다면 고맙게 쓰겠습니다.”
“후후, 잘 결정하셨습니다. 어쩐지 동업자가 생긴 기분이네요.”
좋게 말하면 동업자고 나쁘게 말하면 공범이었다.
“던전의 위치는 2,500레벨이 되면 직접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혹시 2,500레벨까지 얼마나 걸릴 거 같으세요?”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모른다고 했지만 어디까지나 시치미를 떼는 것에 불과했다.
‘못해도 한 달. 그 안에 2,500레벨을 찍는다.’
한 달 안에 300레벨 가까이 올린다?
누가 들으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겠지만 민도준은 자신 있었다.
‘무한의 탑에 들어간다면 충분히 가능해.’
그러려면 일단 2,250레벨부터 만들어야 한다.
“얘기 다 끝났죠?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서요.”
“아하하, 그러고 보니 이제부터 레벨 올리느라 바쁘시겠네요. 알겠습니다. 저희 먼저 가볼 테니 2,500레벨이 되면 연락해 주십시오.”
“네.”
“제 동생을 살려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럼.”
신경민이 사무실을 나갔다.
“오빠, 얘기 끝났어?”
“그래. 이만 가자.”
“응? 그냥 간다고? 뭐라도 보답해야…….”
“아무것도 안 받으신대. 바쁘시다니까 그만 가자.”
“그래도 그렇지…….”
떠나기 아쉬워하는 신혜리의 목소리를 끝으로 사무실에 정적이 찾아왔다.
민도준이 패러사이트로 멀어지는 신경민을 지켜봤다.
‘신경민. 네가 준 던전은 잘 이용해주마.’
놈이 준 개인 던전을 발판삼아 성장하고 또 성장하리라.
그리하여 언젠가 놈의 등에 비수를 꽂아주리라.
민도준이 그날을 고대하며 몸을 돌렸다.
사냥 갈 시간이다.
* * *
중국에는 삼합회라는 거대 범죄 조직이 있다.
하지만 헌터 시대가 도래한 지금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백사 길드.
삼합회에서 각성한 조직원들이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새롭게 바꾼 이름이었다.
그중에서 백사 길드의 두목, 허지평은 손속이 잔인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흐으윽, 사, 살려 주십시오. 시키는 건 얼마든지…… 커어억!”
허지평의 창에 남자의 목이 꿰뚫렸다.
시골 마을의 소작농일 뿐이던 남자는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다음.”
“사, 살려…… 커허억!”
소작농에 이어 붙잡힌 마을 주민들이 허지평의 창에 차례대로 목숨을 잃었다.
“재미없군.”
“보스.”
부하들이 숨어 있던 마을 사람들을 끌고 왔다.
“이게 다냐?”
“예. 분부하신 대로 집이란 집은 전부 털어왔습니다.”
허지평의 눈길이 지나갈 때마다 잡혀 온 마을 사람들이 벌벌 떨었다.
“젊은 여자만 빼고 다 죽여라. 어린아이 할 것 없이 전부.”
“알겠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살려주…… 끄억!”
부하들이 주저 없이 칼을 휘둘렀다.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졌다.
젊은 여성들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지만 그것도 한시적일 뿐.
조직원들의 놀잇감으로 농락당하다가 결국엔 죽었다.
“…….”
시산혈해를 이루는 마을의 풍경에 허지평은 짧은 감상평을 남겼다.
“시시하군.”
그가 마을 사람을 통째로 학살한 이유는 단순히 재미 때문.
하지만 살인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재미가 없었다.
“먼저 갈 테니 뒤처리하고 오도록.”
“보스.”
그때 허지평의 오른팔인 갈지훙이 다가왔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
“오늘 흑해 길드와 정기적으로 거래하기로 한 날인데 항구에 나오지 않았답니다.”
흑해 길드는 한국의 암살자 길드로 필로폰, 코카인, 졸피뎀 등 각종 약물을 정기적으로 구매해가는 백사 길드의 거래처 중 하나였다.
“나오지 않아?”
그런 우수 거래처가 약속장소에 나오지 않는다니 의아한 일.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감히 중국의 백사 길드를 바람맞혀?”
시간 약속에 엄격한 허지평으로선 용납할 수 없는 일.
“당장 연락해 봐.”
“받지 않습니다.”
“내일이고 모레고 받을 때까지 연락해.”
“안 받으면요?”
“그럼 그땐…….”
허지평의 눈빛에 살기가 돌았다.
“거래를 끊어야지.”
* * *
[레벨이 올랐습니다!]2,200레벨이던 민도준이 2,250레벨을 찍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 정도는 일주일이면 올리지.’
이제 히든 던전인 무한의 탑에 들어갈 자격이 생겼다.
‘무한의 탑 위치가 동막역이었나?’
인천 지하철의 동막역에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유령 승강장이 있다.
민도준의 기억으론 그곳에 히든 던전이 있었다.
‘유령 늑대를 타고 가야 하는데 이번엔 강화해서 써볼까?’
곧장 펫 마스터 특성으로 라이딩 스킬을 강화했다.
그러자 경고창이 떠올랐다.
[스킬 강화는 동시에 1개의 스킬만 강화 가능합니다.] [다른 스킬을 강화하는 대신 기존의 강화된 추적 스킬을 일반 추적 스킬로 되돌리시겠습니까?] [기억했던 냄새는 삭제되지 않습니다.]냄새가 지워지지 않는다는 말에 민도준이 주저 없이 ‘그래’라고 말했다.
[유령 늑대의 라이딩 스킬이 ‘강화된 라이딩’ 스킬로 변경되었습니다.]추적 스킬 대신 라이딩 스킬이 강화됐다.
바뀐 점을 살펴보던 민도준이 크게 놀랐다.
‘이동속도가 50배나 빨라진다고?’
스킬 설명에 쓰여 있기론 그랬다.
‘이동속도 외에는 달라진 점은 없지만…….’
50배라니.
1시간 거리를 1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는 말과 다름없지 않은가?
‘일단 타보면 알겠지.’
강화된 라이딩을 사용한 뒤 유령 늑대의 등에 올라탔다.
‘아우야, 가자.’
[크릉!]유령 늑대가 달리자 배경이 빠르게 지나갔다.
마치 여러 가지 색이 섞인 물감처럼.
얼마나 빠른지 멈추라고 하기 전까진 제대로 분간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제야 민도준은 50배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기존이 시속 60㎞였다고 하면 지금은 시속 3,000㎞가 되는 셈인가?’
한마디로 총알보다 빠른 속도.
‘벌써 도착했네.’
1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인천에 있는 유령 승강장 안으로 들어왔다.
아우에게 속도 좀 줄이라고 일러두며 승강장을 훑었다.
그러다가 떠오른 정보창에 민도준이 반색했다.
‘찾았다.’
[동막역 무한의 탑 던전(히든)]-난이도 : A
-인원 제한 : 1명
-입장 제한 : 레벨 2,250 이상
-공략 목표 : 없음
-실패 페널티 : 없음
-제한 시간 : 없음
-던전 브레이크 가능성 : 없음
-남은 입장 횟수 : 10회
무한의 탑의 특이점이라면 제한 시간이 없다는 점.
‘제한 시간은 없지만 스테이지에서 떨어지는 즉시 밖으로 나오게 되어 있지.’
단계별로 몰려오는 괴수 웨이브를 막지 못하면 그 즉시 던전 밖으로 쫓겨나 버린다.
‘이참에 한계를 시험해 볼 수 있겠어.’
이곳이라면 자신의 모든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터.
유령 늑대에서 내린 민도준이 기대감을 안고서 포탈로 들어갔다.
[무한의 탑에 입장하셨습니다.] [난이도를 선택하여 주십시오.] [이지][노말][하드]민도준이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하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