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63)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63화(163/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63화
163. 중국에서 온 손님
하루 만에 120레벨을 올린 민도준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헌터 마켓에 접속했다.
‘사자후 가격이 얼마나 뛰었으려나.’
그동안 가격이 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인벤토리에 모셔놨던 사자후 스킬북이다.
‘슬슬 팔 때가 됐지.’
팔기로 예정한 1년이 넘었으니 행동을 개시할 때다.
‘못해도 2억은 넘었으면 좋겠는데.’
현재 민도준이 가진 사자후의 물량은 150개.
회귀 전 가격인 2억으로 셈하면 300억의 이윤을 남길 수 있다.
‘최근에 돈이 억 단위로 들어오다 보니 300억이 적어 보이는군.’
펫 마스터에게 사기 쳐서 얻은 1,450억과 던전 브레이크를 막은 포상금 750억, 그리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1,000억까지.
모두 합하면 3,200억의 자금이 있는 셈이다.
‘여기서 300억 늘어난다고 생각하니 크게 와닿지 않는군.’
어쨌든 남들은 없어서 못 사는 사자후를 150개나 갖고 있다는 건 기꺼워할 만한 일이었다.
‘어디 보자. 올라온 매물이 있나.’
사자후 스킬북을 검색하니 고작 3개의 매물이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고작이라기엔 가격이 생각보다 높았다.
‘개당 5억?’
20만 원이던 스킬북 하나가 집 한 채 값으로 변하다니.
‘다 팔면 750억이나 남길 수 있다고?’
생각보다 높은 가격에 민도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근데 왜 이렇게 비싸졌지? 이맘때쯤엔 분명 2억이었는데?’
곰곰이 생각하던 민도준은 이내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내가 사재기를 한 탓에 물량이 줄어서 가격이 더 오른 거구나?’
안 그래도 찾는 사람이 많은데 물량이 적으니 가격이 천장부지로 치솟은 것이다.
‘내 행동이 오히려 가격을 높이다니. 잘됐군.’
5억이란 가격에 만족한 민도준은 헌터 마켓과 헌터 도매상가 등을 이용해 스킬북을 팔기로 했다.
‘한 번에 너무 많이 풀면 눈에 띄니 야금야금 팔아치워야겠어.’
팔아야 할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헌터들을 죽이고 얻은 각종 장비랑 마정석들도 팔아야 해.’
의심받지 않기 위해 조금씩 팔곤 있었지만 그것보다 쌓이는 게 더 많았다.
‘그만큼 사람을 많이 죽였다, 이건가.’
회귀 전에 살인이라곤 해 보지 않던 자신이 지금은 복수에 미친 살인귀가 되다니.
‘인제 와서 돌이킬 수도 없다.’
이미 손에 한가득 피를 묻힌 마당에 조금 더 묻힌다고 한들 어떠하랴?
몇 걸음 남지 않은 복수를 위해서 그저 전진할 뿐이었다.
‘그나저나 매그넘 버스트는 얼마이려나?’
일전에 이세윤이 자신을 골탕 먹이겠다고 매그넘 버스트 스킬북을 사재기한 적이 있다.
‘놈을 죽이고 19개나 얻었었지.’
이 역시 처분해야 할 스킬북이었는데 가격이 궁금했다.
‘전에는 개당 5천만 원이었는데 지금은……?’
조회해 보니 1억 원에 팔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다섯 달 만에 가격이 2배나 뛰었어?’
아니, 다섯 달만이 아니었다.
‘지난달엔 5천만 원에 거래됐다고 쓰여 있잖아?’
최근 한 달 사이에 가격이 2배로 뛴 것이다.
‘뭐지? 왜 한 달 만에 마검사 스킬 가격이…….’
다른 마검사 스킬을 찾아보니 마찬가지로 최근 들어 가격이 뻥튀기되어 있다.
‘설마 내가 던전 브레이크를 막았기 때문에?’
홍대 던전 브레이크 이후로 민도준은 일약 스타가 되었다.
얼굴과 이름은 물론 마검사라는 직업까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누구는 들어본 적도 없는, 생소하기만 한 직업이었지만 민도준의 압도적인 무력을 보고서 관심을 갖지 않을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거 본의 아니게 마검사란 직업을 홍보하게 된 거 같은데…….’
마검사라는 직업의 주가가 오른다면야 나쁠 것 없다.
‘그렇다면 매그넘 버스트는 좀 더 있다가 팔아야겠군.’
주가를 올린 뒤에 팔면 그만큼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으리라.
‘그건 그렇고…….’
민도준은 자신의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른 핸드폰을 들었다.
흑해 길드 마스터인 안광현의 핸드폰이었다.
‘무슨 부재중 전화가 이렇게 많이 와 있지?’
무한의 탑에 들어가느라 뒤늦게 확인한 핸드폰에는 50통의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었다.
그것도 전부 한 사람이 건 전화였다.
‘다행히 안광현의 폰에 저장된 번호이긴 한데…….’
그저 [중국 새끼들]이라고만 저장되어 있어서 누구인지는 유추할 수가 없었다.
그저 중국의 어느 단체일 거라고 생각이 될 뿐.
‘전화를 걸어보는 게 좋겠지.’
굳이 피할 이유는 없었기에 상황을 파악하고자 먼저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루-
국제전화로 연결하자 긴 신호음 끝에 달칵하고 받는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상대방은 중국어로 말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중국인인 모양.
“전화하셨었죠?”
민도준도 유창한 중국어로 말했다.
생전에 배운 중국어가 이럴 때 쓰일 줄은 그도 몰랐다.
-흑해 길드?
“예.”
그 말을 듣자 상대방이 한숨부터 쉬었다.
-하아, 이제 전화하면 어떡합니까?
목소리 톤을 보아하니 어지간히 화난 모양.
‘그러니 부재중 통화가 50건이나 와 있었겠지.’
무슨 상황인지 모르지만 일단 사과부터 했다.
“죄송합니다. 마침 던전에 들어가 있어서요.”
-던전? 그걸 변명이라고 합니까? 그쪽 때문에 우리 일정이 틀어진 거 몰라요?
“…….”
정보를 더 얻을 겸 잠자코 있자 중국인이 이때다 싶었는지 쏘아붙였다.
-엊그제가 정기적으로 거래하기로 한 날이었잖아요. 근데 그렇게 바람맞히면 어떡합니까? 저희가 꼬박 한나절을 기다리다가 빈손으로 돌아갔습니다! 그쪽 때문에 입은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요!
거래하기로 한 물품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정황상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는 알았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면 다입니까? 저희 보스께서 얼마나 화나셨는지 아세요?
말투를 보아하니 상대 쪽이 갑이고 안광현이 을인 것 같았다.
“선처 부탁드립니다.”
-됐고! 보스께선 이번 일로 거래를 끊으실 예정입니다. 물론 저희가 입은 손해는 당연히 배상하셔야 하고요.
“얼마를 드리면 될까요?”
-거래 예정이었던 금액의 2배는 물어주셔야 합니다. 물론 물건은 일절 제공하지 않을 거고요.
“예? 그건 좀…….”
-저한테 말해 봐야 소용없습니다. 이미 위에서 내린 결정이기 때문에 협상할 수도 없어요. 그냥 받아들이세요.
“…….”
-내일 중으로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배상할 금액은 마정석과 같은 현물로 준비하시고요, 만약 거래를 계속 이어가고 싶으시면 배상 후에 재계약하시면 됩니다. 이때 금액 관련 부분은 새로 협상하셔야 하고요. 그럼 문자로 만날 분의 사진을 보낼 테니 도착시각에 맞춰서 공항에 마중 나오세요.
전화는 이것으로 끊겼다.
이로써 알게 된 정보는 크게 세 가지.
1. 흑해 길드가 중국 쪽에 정기적으로 물품을 거래했었다.
2. 부재중 전화가 온 것은 거래하기로 한 날짜를 어겼기 때문이다.
3. 내일 손해배상과 재계약 문제로 사람을 보낼 건데 사진을 전송한 거로 봐서 처음 만나는 사이다.
‘무슨 물품을 거래해왔는지는 흑해 길드에 물어봐야겠어.’
물론 대놓고 물어보지는 않고 돌려 말할 생각이다.
그러면서 거래 업체에 대한 정보도 파악하고 말이다.
‘응? 잠깐.’
전송된 사진을 보니 업체에 대해서는 파악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이놈은 백사 길드 오른팔이잖아?’
삼합회의 헌터들이 모여 백사 길드를 만들었다는 건 회귀 전에도 익히 알려진 사실.
간부들의 얼굴 또한 마음만 먹으면 알 수 있었다.
‘백사 길드의 보스도 잔인하기로는 정평이 나 있지만 이놈도 만만치 않은 놈이지.’
삼합회 식구들을 죽이고 왕좌를 차지한 것만 봐도 어떤 성정인지 유추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어쨌든 아까 통화한 곳이 백사 길드였나 보군.’
그렇다면 거래했다는 물건도 뻔하디뻔했다.
‘향정신성 의약품이나 마약류겠지.’
사이코패스인 길충수가 교단으로부터 수면제를 샀고 이를 조달한 곳이 흑해 길드라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백사 길드를 통해 마약을 들이고 있던 거였어.’
어쨌거나 다시 거래할 생각은 없다.
배상해 줄 생각도 없고.
‘그래도 일단 만나보긴 해야지. 필요한 정보를 갖고 있을지도 모르니.’
무엇보다도 거래 상대로 백사 길드의 오른팔을 보낸다는 게 영 수상해 보였다.
‘재계약하다가 수틀리면 죽일 셈인가?’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내일 백사 길드를 만나서 손해 볼 것은 없다는 걸.
‘어쩌면 새로운 특성을 얻을 수도 있겠어.’
민도준이 흑해 길드에 전화를 걸었다.
백사 길드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했다.
* * *
인천국제공항.
그곳에 백사 길드의 오른팔, 갈지훙이 나타났다.
‘여기가 한국인가?’
갈지훙이 선글라스를 벗었다.
백사 길드란 이름으로 악행이란 악행은 모두 저질렀지만 아직 전 세계에 명성을 떨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대놓고 돌아다녀도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은 없으리라.
한 사람 말고는.
[한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黑)]흑(黑)이라 적혀 있는 입국환영 피켓을 본 갈지훙이 그쪽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피켓을 든 한국인이 사진과 갈지훙을 대조해 보더니 어설픈 중국어로 말했다.
“환영합니다. 따라오시죠.”
갈지훙은 묵묵히 남자를 따라갔다.
앞서 본 피켓을 통해 눈앞의 한국인이 흑해 길드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타시죠.”
승합차에 올라탄 갈지훙은 어디로 가는지 묻지도 않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어차피 그쪽 보스 말고는 대화가 통하지 않겠지.’
눈앞의 안내원이 잔챙이라는 건 딱 봐도 알 수 있었다.
‘못해도 B급인가?’
안내원에게서 A급 헌터가 내뿜는 기세 따위는 느낄 수 없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나자 갈지훙이 다리를 꼬며 오만하게 말했다.
“지금 어디로 가는 거냐?”
“예? 아하하, 무슨 말씀인지…….”
갈지훙은 그가 중국어를 못 한다는 사실을 알고서 말을 이었다.
“안내 온 길드원은 너 말고 없느냐?”
“어, 어, 그게…….”
“한국이란 나라는 예의가 없군. 감히 중국의 위대한 백사 길드를 상대로 고작 잔챙이 하나를 보내다니. 적어도 흑해 길드의 마스터 정도는 마중 나왔어야 하는 거 아닌가?”
“죄송한데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쯧쯧쯧, 중국어도 못 하는 미개한 빵즈놈들.”
그렇게 일방통행일 뿐인 대화를 마치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쪽으로 오시죠.”
깍듯이 모시라는 명을 받았기 때문인지 흑해 길드원은 연신 저자세였다.
“뭔 이런 산속으로 불러? 쯧.”
갈지훙이 불평을 토로했지만 길드원은 당연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짱개 새끼가 자꾸 뭐라는 거야? 답답하게.’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게 답답했지만 어쨌거나 자신은 안내만 잘하면 된다.
산중의 오두막까지 안내한 길드원이 마중 나와 있는 안광현을 보며 반색했다.
“보스! 중국에서 온 손님을 모셔왔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잠시 대기하도록.”
안광현이 그리 말하며 갈지훙에게 다가갔다.
“먼 길 오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제가 흑해 길드의 마스터입니다.”
유창한 중국어로 말하자 그제야 갈지훙이 진지한 눈빛을 보였다.
‘이자가 흑해 길드의 마스터?’
사진으로는 봤지만 실제로 만나는 건 처음이었다.
‘약하군.’
헌터를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는 건 미련한 짓이지만 갈지훙이라면 상대를 깔볼만했다.
그는 어디 가서도 대우받는 3,000레벨의 S급 헌터였으니까.
경호원 없이 혼자서 거래하러 온 것도 자신 있었기 때문이다.
흑해 길드를 혼자서 상대할 자신이.
‘흑해 길드의 마스터라고 해 봤자 A급이겠지.’
A급과 S급은 스킬의 개수는 물론 위력도 다르다.
싸움이 벌어진다면 갈지훙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터.
‘더구나 난 S급 특성이니까.’
거래하러 왔는데 싸울 생각을 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사실 갈지훙이 흑해 길드를 찾은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까.
“이봐, 마스터.”
“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마. 전설의 보검, 어디 있나?”
보검의 위치를 알아낸 뒤 살인 멸구 하라.
그것이 갈지훙이 보스로부터 받은 명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