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65)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65화(165/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65화
165. 이 시간부로 흑해 길드는 우리의 적이다
“으으으…….”
정신을 차린 갈지훙이 가장 먼저 느낀 것은 통증이었다.
“크흐윽.”
코뼈가 주저앉았고 손뼈가 아작났다.
얼굴은 피떡이 되어 누군지도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비, 빌어먹을 빵즈…….”
자기도 모르게 나온 욕설에 갈지훙이 흠칫 놀라며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자신 말고 아무도 없었다.
‘휴우. 다행이군.’
만에 하나 흑해 길드의 마스터가 들었더라면 또 인정사정없이 처맞았을 것이다.
‘근력만 2,200인 나를 힘으로 이기다니.’
암살자라서 속도가 빠른 건 인정하겠다만 힘으로 밀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잠깐. 근데 내가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갈지훙은 자신이 살아 있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당시의 상황만 보면 죽어도 이상할 게 없었으니까.
‘기회만 있었다면 놈은 날 죽일 수 있었어.’
분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흑해 길드의 마스터가 자신보다 더한 강자라는 사실을.
‘그런데 어째서 살려준 거지?’
주변을 둘러보니 기절하기 전의 장소 그대로.
자신을 불구로 만들거나 납치한 것도 아니고 기절만 시키고 가버리다니.
‘날 살려둘 이유가 없을 텐데? 아! 설마?’
자신을 죽이면 백사 길드 전체를 적으로 돌린다는 말에 설득되었던 걸까?
그래서 자신을 버려둔 채로 부랴부랴 도망친 거고?
‘이유야 어쨌든 너흰 뒈졌다.’
이대로 돌아가 보스에게 보고한다면 흑해 길드는 한국에서 말끔히 사라질 것이다.
‘백사 길드를 건든 게 어떤 의미인지 이번 기회에 확실히 깨닫게 해주마.’
갈지훙이 고통을 참고 일어섰다.
이 정도 부상은 길드의 힐러를 부르면 쉽게 고칠 수 있다.
‘무슨 생각으로 날 살려줬는지는 모르지만 너흰 실수한 거야.’
그렇게 복수를 다짐한 채로 갈지훙이 자리를 벗어났다.
누군가 자신을 먼 거리에서 지켜보고 있는 줄도 모른 채.
* * *
집으로 돌아온 민도준은 눈을 감고 갈지훙을 감시했다.
‘그래. 치료받고 돌아가라. 가서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물어와라.’
더 큰 정보를 얻으려고 일부러 죽이지 않았다.
보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야 했다.
‘예상대로 저스틴 워커일까?’
아직까진 짐작일 뿐 확실한 증거는 없다.
‘특성이나 확인할까.’
민도준은 흑해 길드원에게서 빼앗은 특성을 확인했다.
[특성 – 고양이걸음]-등급 : C
-설명 :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낙하 시 받는 충격이 90% 줄어든다.
유령 걸음 장화와 능력이 겹쳤지만 나쁘진 않았다.
‘유령 걸음 장화가 없어도 발소리를 숨길 수 있겠어.’
애초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특성이 쌓였다는 것에 만족했다.
고작 1,500레벨 이하의 길드원들 사이에서 얼마나 좋은 특성이 나오겠는가?
‘그래도 사람을 죽였는데 이젠 아무렇지도 않네.’
아무리 흑해 길드가 살인자이자 범법자 집단이라지만 그들도 엄연한 사람.
조금이라도 꺼림칙한 마음이 들 법도 한데 아무렇지 않게 죽이고 있었다.
패러사이트의 자리가 모자란다는 사소한 이유로.
‘사람은 무슨. 그냥 쓰레기들이지.’
살인에 무감각해져서일까?
쓰레기에 대한 환멸이 깊어서일까.
그의 눈에 흑해 길드원들은 더 이상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저 긁지 않은 복권 정도로만 보일 뿐.
‘갈지훙도 언젠가는 죽여야 한다.’
그를 감시하다 보면 분명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갈지훙은 물론 백사 길드 전원을 모조리 박멸해야지.’
쓰레기 집단을 살려둘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그것도 황의철을 위험에 빠트린 놈들이라면 더더욱.
‘내 사람을 위험하게 만든 대가는 죽음으로 갚아야 할 거다.’
차예린 다음으로 소중한 사람이 황의철이었다.
백사 길드가 보검과 연관된 걸 안 이상 살려둘 생각은 없다.
‘그나저나 오른팔인 갈지훙이 이 정도 실력이라니.’
S급 헌터라고 기대했었는데 생각보다 약했다.
‘뭐, 무기를 못 꺼내게 만든 것이 승리의 요인이었지만.’
약점 간파에 뜬 공략법대로 양손 검을 못 쓰게 만들자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아마 스킬들도 전부 양손 검에 관한 것들이었겠지.’
양손 검이 없는 갈지훙은 그저 힘만 센 멍청이에 불과했다.
‘그래 봤자 힘도 그다지 센 편은 아닌 것 같다만.’
느낌상 2,000 정도의 근력이 아닐까 생각됐다.
‘광폭화없이 싸웠다면 조금 힘들뻔했어.’
갈지훙은 몰랐겠지만 전투할 때 민도준은 광폭화를 사용했다.
전장의 화신 버프를 받지 못하는 이상, 광폭화라도 써서 스탯을 뻥튀기시켜야 했으니까.
‘근력과 순발력을 3,000 이상으로 올렸으니 평범한 S급은 내 상대가 될 수 없지.’
그렇게 회귀하고 처음으로 상대해 본 S급 헌터는 생각보다 시시했다.
‘양손 검을 들었다면 또 모르지.’
놈이 방심했기에 망정이지 제대로 붙었다면 조금은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아주 조금은.
‘더 강한 상대를 마주할지도 모르는 이상, 계속해서 성장해야 해.’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계속해서 힘을 키워야 한다고.
‘전장의 화신 버프 없이도 신경민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면 안 돼.’
복수를 위해서라도 레벨업을 늦출 순 없다.
‘다행히 2,500레벨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
2,500레벨이 되면 신경민의 개인 던전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김베드로에게서 얻은 S급 스킬도 사용할 수 있다.
‘그때가 되면 한층 더 강해질 거야.’
민도준이 다음 사냥터를 물색했다.
* * *
미국에서 최고의 길드를 꼽으라면 사람들은 단연코 오버로드 길드를 뽑는다.
전 세계의 쟁쟁한 랭커들이 모인 길드였으니 두말할 것도 없었다.
“무한의 탑 1위가 바뀌었다고요?”
그런 최고의 길드를 이끄는 길드장, 아담 비숍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닌 게 아니라 1위는 세계적인 랭커인 저스틴 워커의 기록이었기 때문.
“네. 최근 들어온 신입이 무한의 탑에 들어갔다가 순위가 바뀐 걸 봤답니다. 탑에 들어간 다른 헌터에게 물어 사실임을 확인했고요.”
“대체 어느 나라죠? 미국이라면 제가 모를 리 없을 텐데요?”
“한국이랍니다.”
직원의 말에 아담 비숍이 전보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중국이나 인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나라가 튀어나왔기 때문.
동시에 반갑기도 했다.
한국은 그가 태어난 고향이었으니까.
“한국이라면 저랑 관련이 있는 나라지요.”
“아, 길드장 님이 원래 한국 사람이라 하셨나요?”
“예. 그래 봤자 어릴 때 미국으로 입양돼서 아는 건 별로 없지만요.”
아담의 얼굴에서 씁쓸한 표정이 떠오르는 것을 놓치지 않은 직원이 냉큼 말을 이었다.
“그래도 대단하시네요. 미국에서 혼자만의 힘으로 이렇게 최고의 길드를 만드시다니!”
“운이 좋았을 뿐이죠.”
“다시 한국에 가고 싶은 생각은 없으세요?”
“안 그래도 작년에 갔다 왔었습니다.”
“오, 어떻던가요?”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나쁘지 않은 나라였죠. 그리고 생각보다 헌터들이 강한 나라였습니다.”
“그래요? 저희 미국이랑 비교하면요?”
어이없는 질문이었는지 아담이 실소를 흘렸다.
“그야 미국이 압도적으로 강하죠. 그건 두말할 것 없는 사실입니다. 물론 한국에도 강한 헌터는 있습니다. 특히 랭킹 1위인 신경민이란 헌터가 그렇더군요. 아마 이번에 무한의 탑 1위를 찍은 한국의 헌터도 그 헌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만.”
“저도 그런 줄 알고 따로 조사해 봤는데 신경민이란 헌터는 이미 1년 전에 무한의 탑을 공략한 적이 있답니다.”
“그래요?”
“네. 그때 성적도 7,300만 포인트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5위였지만 지금은 6위로 밀려났답니다. 여기 현재 명예의 전당 순위를 기록한 자료입니다.”
직원이 내민 자료를 보던 아담 비숍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위가 1억 4,700만 포인트? 거의 1억 5천만 포인트네요?”
“네. 그 밑에 2위가 저스틴 워커의 성적인데 꽤 차이나죠.”
“거의 5천만 포인트 차이네요.”
아담은 한동안 자료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1위가 한국이라는 사실보다 압도적인 격차를 보인다는 것에서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대체 어디서 이런 괴물이……. 누군지도 알아봤습니까?”
“다른 나라 랭킹은 그 나라 각성자가 아니면 조회할 수 없어서요. 혹시 길드장 님이라면 가능하지 않으신지?”
S급 헌터이자 한국인인 아담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던진 질문이었지만 아담은 즉시 고개를 저었다.
“제가 한국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엄연히 미국 시민이라서요. 국내 랭킹도 미국 기준으로 표시가 되네요.”
“아, 그렇습니까? 뭐 저희가 조사하지 않아도 누군지는 곧 밝혀질 겁니다. 한국에서도 랭킹을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있다면 모를 수가 없겠죠. 2,250레벨 이상의 헌터 중에 레벨이 대폭 오른 헌터만 찾으면 금방 나올 테니까요.”
고개를 주억이며 동의하던 아담이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누군지 밝혀지면 바로 영입 제안 넣어보도록 하세요.”
“그 정도 헌터면 이미 길드가 있을 텐데요?”
“상관없습니다. 위약금을 주더라도 저희 길드로 데려와야 합니다. 조건은 저스틴 워커와 같되 계약금은 2배로 늘리시고요.”
“저, 저스틴 워커의 2배요?”
가뜩이나 높은 저스틴 워커의 계약금에서 2배나 내주겠다니?
그것도 신입에게?
“누군지는 몰라도 성적으로 보면 그 정도 값어치는 하는 헌터입니다. 우리가 무조건 데려와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돈에 굴복하지 않는 헌터는 없다.
아무리 자존심이 센 헌터라도 막대한 금액을 제시하면 허리를 굽힌다.
‘한국의 헌터도 별반 다르지 않겠지.’
아담은 자신이 있었다.
전 세계의 헌터들도 그렇게 영입한 거니까.
* * *
푸욱-
“커허허헉……!”
허지평의 날카로운 창이 평범한 농민의 목을 꿰뚫었다.
“재미없어.”
“사, 살려주십시오. 제발…….”
재미가 없다면서 마을 하나를 괴멸시키는 잔인함에 지켜보던 부하가 혀를 내둘렀다.
그러다 누군가 마을로 들어오는 걸 보고 허지평에게 달려가 말했다.
“보스, 갈 형님이 돌아왔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오른팔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허지평이 창대를 내렸다.
잠시 후 갈지훙이 다소 초췌한 몰골로 나타났다.
“보, 보스.”
“어떻게 된 건지는 이미 들어서 알고 있지만 네 입으로 직접 들어야겠다.”
갈지훙이 조심스럽게 한국에서 있었던 일을 보고했다.
보검의 위치를 물었더니 흑해 길드에서 기습적으로 자신을 공격하고 도망쳤다고.
“정말로 흑해 길드에서 그렇게 나왔다고?”
“면목 없습니다. 제 불찰…….”
서걱-
섬광처럼 번뜩인 허지평의 창날이 농부의 머리를 떨어트렸다.
“빌어먹을 새끼들이 감히 백사 길드를 X으로 봐?”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허지평이 살기가 가득한 눈으로 농부들을 쳐다봤다.
움찔-
공포에 질린 농부들이 어깨를 떨었지만 그것이 생전의 마지막 행동이 될 줄은 그들도 몰랐다.
투두둑-
한순간에 다섯 명의 농부들의 목이 잘렸다.
그 모습에 갈지훙이 작게 어깨를 떨었다.
‘어, 어느 순간에 이렇게…….’
S급인 자신조차 보지 못할 정도의 엄청난 속도였다.
‘흑해 길드장이 보스와 비등한 실력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보스는 자기 생각보다 훨씬 더 강했다.
흑해 길드의 마스터 따위는 손쉽게 발라버릴 정도로.
“후우우.”
살인을 저질러도 분이 삭이지 않는지 허지평이 긴 숨을 토했다.
“왜 그런 눈빛으로 보냐?”
“예? 아, 아닙니다.”
흐뭇하게 보스를 보던 갈지훙이 눈빛을 고쳤다.
“그래서. 흑해 길드 마스터의 위치는 모르고?”
“……그렇습니다.”
“보검은? 놈들에게 있는 게 확실하나?”
“확실히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갖고 있지만 주지 않겠다는 뉘앙스였습니다.”
“이 새끼들이 거래를 끊는 거로도 모자라 보검도 먹고 날랐단 말이지?”
허지평이 분노로 이를 갈았다.
갈지훙은 그가 이토록 격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지금 이 시간부로 흑해 길드는 우리의 적이다.”
백사 길드에서 적으로 지정했다는 건 존재 자체를 말살하겠다는 뜻.
흑해 길드 마스터는 물론 길드원까지 모조리 찾아서 제거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복수를 다짐하고 있는 와중.
지이이잉-
허지평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이 야심한 시각에 누구…….”
발신자를 본 허지평이 표정을 굳히더니 전화를 받았다.
“예, 안녕하십니까.”
자신의 보스가 예를 갖추는 모습에 갈지훙의 눈이 커졌다.
그러나 통화 상대를 짐작하곤 놀란 감정을 가라앉혔다.
보스가 저자세를 취하게 만드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뿐이었으니까.
“무슨 일로 전화하셨습니까? 저스틴 워커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