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69)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69화(169/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69화
169. 민도준의 부탁
-그쪽 길드원 한 명을 빌리고 싶은데요.
“예? 저희 길드원이요?”
민도준의 요구에 당황한 홍세연이지만 이내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목적으로 저희 길드원을 원하시는 거죠?”
백련 길드는 여성 길드이면서도 하나같이 미모가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때문에 이따금 스폰서 제의가 들어오기도 하는데 불순한 의도로 접근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아무리 길드원을 구해준 도준 씨라도 불순한 목적이 있다면 사양이야.’
그러나 대답을 들은 홍세연은 이내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제가 이번에 S급 던전 입장권이 생겨서 던전에 들어가려고 하는데요, 혼자서 들어가긴 부담스러워서 도움을 좀 받으려고요.
“아.”
불순한 생각을 한 건 오히려 자신이었다는 사실에 홍세연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예? 안 되나요?
“아, 아니요! 그런 뜻이 아니라……. 어쨌든 가능합니다! 그런데 S급 던전에 들어갈 예정이라면 원하는 사람이 혹시……?”
-예. S등급 서포터로 부탁드립니다.
S급이자 서포터라면 백련 길드에선 한 사람밖에 없었다.
“이민지 헌터님을 붙여달라는 말씀이시죠?”
-맞습니다.
이민지는 이제 막 3,000레벨을 찍은 S급 헌터로 서포터 중에서는 최정상급에 있는 헌터였다.
그만큼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귀한 인력.
‘원래라면 스케줄부터 확인해야 하지만…….’
민도준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면 스케줄을 무시하고 기꺼이 내줄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던전은 언제쯤 들어가실 예정인가요?”
-2주 내로 들어갈 예정인데 자세한 건 이민지 헌터와 만나서 얘기했으면 합니다.
“아, 그럼 이민지 헌터한테 말해서 내일이라도 만남을 주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니요. 저야말로 감사하죠. 가족 같은 저희 길드원들을 구해주셨는데.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희 길드의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을 주셨고요.”
-제가요?
“그럼요. 그때 도움받은 길드원들도 민도준 헌터님께 감사하고 있답니다.”
빈말이 아니었다.
그때 목숨을 구원받은 길드원들은 가끔 민도준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다녔다.
그를 만난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그때의 보답은 저희 서포터를 지원해 주는 거로 충분할까요?”
-네. 충분합니다.
“다행이네요. 이렇게라도 빚을 갚을 수 있어서.”
홍세연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렸다.
이걸로 1년 전의 빚은 갚았다.
훈훈한 마무리로 통화를 끝내자 매니저인 안수연이 물었다.
“민도준 헌터예요? 뭐라고 전화 온 거예요?”
“S급 던전에 들어갈 건데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래서 저희 서포터를 붙여주신 거예요? 전 세계에도 몇 없는 S급 서포터를?”
“응. 왜, 문제 있어?”
“그건 아니지만 적어도 스케줄은 확인하고 답하셨어야…….”
“스케줄은 취소하면 돼. 당장은 민도준 헌터를 돕는 게 우선이야.”
확고한 길드장의 눈빛에 안수연이 남몰래 고개를 저었다.
저런 눈빛을 보이면 더 이상 뭐라고 말해도 듣지 않을 것이다.
이런 면에선 고집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
‘민도준 헌터한테 관심 있으신 거 맞네.’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는 몰라도 호감이라는 건 분명하다.
‘그나저나 큰일이네. 이민지 헌터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불같은 이민지 헌터의 성격상 이번 일을 두고 보지는 않을 거다.
벌써 상황이 그려지는 듯 안수연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 * *
탱커와 서포터는 어딜 가나 인기가 많은 포지션이다.
파티에서 필수일뿐더러 육성하기도 쉽지 않은 포지션이니까.
이유는 간단하다.
경험치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오기 때문.
오직 대미지로 파이를 나누는 시스템의 특성상, 대미지가 낮은 탱커와 서포터는 딜러에 비해 적은 경험치를 얻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성장 속도도 느려서 고레벨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 환경이었으니 S급 서포터인 이민지가 세계적으로 대우를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런 나를 한낱 개인에게 사적인 이유로 붙이다니? 길드장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이유는 들었다.
자신이 도와야 할 사람이 길드원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라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가족같이 지내는 것을 모토로 삼는 백련 길드였지만.
‘가족은 무슨.’
철저히 돈으로만 움직이는 이민지에게 길드원은 가족이 아니었다.
‘진짜 가족이 있는데 가족으로 보이겠어?’
때문에 그녀로선 사적인 이유로 지시를 내렸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권력 남용 아니냐고, 이거.’
물론 무보수로 부탁했으면 욕이란 욕은 다 때려 박고 무시했을 거다.
계약서에는 없는 내용이니까.
하지만 인센티브를 준다며 하도 부탁하는 탓에 억지로라도 약속장소에 나온 그녀였다.
딸랑-
카페에 들어선 이민지가 주위를 둘러봤다.
누군가 알아볼까 봐 일부러 사람이 없는 이른 시간에 만나기로 했는데 자리마다 텅 비어 있다.
‘아, 짜증 나. 가뜩이나 바빠죽겠는데 먼저 기다려야 해?’
약속 시각까지는 아직 5분이 남았지만 그래도 자신 같은 거물이 움직이는데 먼저 기다리지 않는다니.
‘적어도 30분 전에는 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자리에 앉은 이민지가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팔짱을 꼈다.
‘1초만 늦게 와도 곧바로 나갈 거야.’
아무리 백련 길드장의 부탁이라지만 거부할 권한은 있었다.
‘길드장은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이민지가 들은 부탁은 민도준이라는 헌터가 S급 던전을 공략할 수 있게 전폭적으로 지원하라는 것.
그로 인해 예정되었던 스케줄이 취소돼 손해를 보더라도 전액 보상해 줄 것이며 던전 공략에 상응하는 인센티브 역시 추가로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그깟 목숨 구해준 게 뭐 대수라고 이렇게까지 하냐고.’
세계적인 서포터이자 S급 힐러인 자신은 여태 수천 번의 던전을 돌았고 수천 명의 헌터들을 치료하고 살렸다.
그런 자신과 비교하면 민도준이란 헌터의 선행은 보잘것없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홍대에서 던전 브레이크를 막았다고 했지?’
그녀도 민도준에 대해 모르는 건 아니었다.
그가 제때 나타나 던전 브레이크를 막음으로써 수많은 목숨을 구했다는 것 정도는 채널만 조금 돌려도 알 수 있었다.
‘그래봤자 나한텐 안 되잖아.’
던전에서 힐하는 게 전부인 자신과 비교하면 불공평하지만 이러나저러나 마음에 안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딸랑-
‘하…… 딱 1분 남기고 왔네.’
민도준의 등장에도 이민지는 팔짱을 풀지 않았다.
냉랭한 시선으로 눈앞의 남자를 쏘아볼 뿐.
물론 이민지를 보는 민도준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았다.
‘드디어 만났구나. 이민지.’
복수의 대상을 마주했다는 흥분을 민도준이 애써 가라앉혔다.
‘저 재수 없는 눈빛은 여전하군.’
자신의 사지가 찢기는 와중에도 냉정하게 쳐다보던 그녀의 시선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안녕하세요. 백련 길드장님께 연락받으셨죠?”
“…….”
“민도준이라고 합니다.”
“……이민지예요.”
마지못해 대답하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거슬렸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이렇게 만난 것만으로도 목적은 달성한 거니까.’
사실 민도준은 그녀와 함께 던전에 들어갈 마음이 없었다.
어디까지나 만나기 위한 구실일 뿐.
‘진짜 목적은 이거지.’
민도준이 아우에게 명령을 내렸다.
[소환수가 강화된 추적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소환수가 냄새를 기억했습니다.] [실시간으로 위치를 탐지합니다.] [현재 기억하고 있는 냄새의 종류는 5개입니다.]‘됐다. 이걸로 이민지를 언제든지 추적할 수 있어.’
냄새를 맡은 이상 이민지는 이미 다 잡은 물고기나 다름없었다.
‘굳이 던전까지 가서 죽일 필요는 없지.’
입장권을 사용하여 S급 던전에 들어가야 하는 건 사실이지만 굳이 이민지와 함께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추적하다가 기회를 봐서 죽이면 그만이야.’
상대가 서포터인 만큼 죽이는 건 어렵지 않다.
‘아무리 레벨이 높으면 뭐하나. 전투력이 나보다 낮은데.’
그 증거로 눈앞에 약점 간파 정보가 떠올라 있었다.
[이민지]-설명 : 1991년생 헌터. 현재 레벨은 3,000. 백련 길드 소속이며 직업은 힐러다.
전투방식과 약점 등은 볼 필요도 없었다.
‘힐러를 죽이는 것만큼 쉬운 것도 없으니.’
정작 걱정해야 할 건 어떻게 죽일지가 아니라 어디서 죽일지다.
되도록 목격자가 없는 곳에서 죽이는 편이 나으니까.
‘그전에 이년이 죽을 만한 년인지 확인해 봐야겠지만.’
수많은 사람을 치료한 힐러였기에 전생의 기억만으로 죽이는 건 어쩐지 찝찝했다.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미행을 통해 그녀의 치부를 찾아낼 것이다.
‘그 과정에서 쿠데타에 대한 단서를 얻으면 더 좋고.’
쿠데타라는 결과는 알지만 범행을 모의하게 된 과정까지는 몰랐기에 어느 정도 조사할 필요는 있었다.
“카페에 왔으니 뭐라도 마실래요?”
“됐어요. 오래 안 있을 거예요.”
“……얘기는 들으셨죠?”
“네. 그쪽 따라다니면서 힐만 주면 되는 거죠?”
“맞습니다. 추가로 상태 이상 마법 같은 거 있으시면…….”
“없어요.”
틱틱거리는 그녀의 반응에도 민도준은 기분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잡은 물고기. 발버둥 쳐봐야 내 손바닥 안이지.’
하지만 일반적인 반응을 보여야 했기에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언짢은 감정을 드러냈다.
“저랑 파티하기 싫으세요?”
“당연하죠. 정식으로 파티를 도는 것도 아니고 사적으로 만들어진 이런 자리, 솔직히 거부감 들거든요.”
“하.”
민도준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연기했다.
“그럼 여긴 뭐하러 나오셨나요?”
“거절하려고 나왔어요. 그래도 길드장님 부탁인데 어느 정도 시늉은 보여야 할 것 같아서요. 그리고 전화로 거절하는 것보다 이렇게 직접 만나서 거절하는 게 확실할 것 같기도 하고.”
“…….”
“그럼 안녕히 계세요.”
먼저 일어나서 나가버리는 이민지를 보며 민도준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냥 죽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