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71)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71화(171/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71화
171. 복수의 현장
“우으으으음.”
잠에서 깬 심민규는 여전히 졸린 눈빛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헉! 뭐야!”
눈을 뜬 곳이 자신의 방이 아닌 어두컴컴한 승강장이라는 사실에 기겁해야 했다.
“X발! 어떻게 된 거야?”
당황하던 그는 자신의 손발이 노끈에 묶여 있는 걸 보고 나서야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 납치?’
그렇지 않고서야 손발이 묶여 있을 리가 없다.
“아으으, 시끄러워.”
그때 다른 누군가가 하품을 하며 일어났다.
납치된 사람이 자기 말고 더 있었다.
“장경철?”
“음? 민규?”
비몽사몽 친구를 쳐다보던 장경철이 이내 정신을 차렸다.
“뭐, 뭐야! 민규야, 여기가 어디야? 이 끈은 또 뭐고?”
“보면 모르냐? 우리 납치됐어.”
“뭐어어?”
“쉿! 조용해. 납치범이 주변에 있을지도 몰라.”
“헙.”
“침착하고. 옆에 애들부터 조심히 깨워.”
장경철의 옆에는 여학생 둘이 곤히 자고 있었다.
“야야, 일어나.”
장경철이 조심스레 깨우자 여학생들이 일어났다.
그리고 어김없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왜 여기에……?”
“쉿. 다들 진정해. 납치범이 들을 수도 있으니까.”
“민규? 경철이?”
“너, 너희는 뭔가 알고 있지?”
“야, 알긴 뭘 알아. 우리도 너희처럼 묶여 있는 거 보면 모르냐?”
바보가 아닌 이상 상황을 파악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납치를 당하다니…….”
“대체 누가 우릴…….”
“아니, 그보다 언제 납치당한 거지?”
“납치당한 기억이 없는데?”
다들 마지막 순간을 떠올려봤지만 누군가를 만났던 기억은 없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그때 심민규가 뜻밖의 발언을 했다.
“어떻게 납치당했는지는 모르지만 누가 납치했는지는 알 거 같아.”
“뭐?”
“정말?”
“그래. 여기를 봐봐. 어딘가 낯익은 장소 같지 않아?”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암순응이 된 지금은 어느 정도 주변 환경이 눈에 들어왔다.
“여긴…….”
“저번에 들어갔던 그 유령역이잖아?”
“그래. 맞아. 들어갔던 멤버도 그때랑 똑같지?”
“아……!”
“그러고 보니 그렇네?”
남학생 둘에 여학생 둘.
저번에 유령역을 찾은 멤버들과 일치했다.
한 명만 빼고.
“잠깐, 그년이 빠졌잖아?”
“누구?”
“너희 반에 그 못생긴 애 있잖아. 이민정인가.”
“아…….”
“그러고 보니 걔만 없네?”
“그렇다는 건…….”
그제야 학생들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납치범이 누구인지.
“그 헌터……. 그 헌터의 짓이야.”
학생들이 짐작하는 사람은 이민정이 아니었다.
일개 학생일 뿐인 그녀에게 납치할 힘이 있을 리 만무.
납치했다면 그럴 만한 힘이 있는 자다.
‘사람 넷을 쥐도 새도 모르게 납치할 만한 사람은 그 사람뿐이야.’
이민정을 괴롭힐 때 귀신처럼 나타난 헌터.
그 이름 모를 헌터 때문에 누구는 척골과 코뼈가, 누구는 정강이뼈가 부러졌다.
다행히 돈만 있으면 힐러의 힘을 빌릴 수 있는 시대이다 보니 금세 치료할 수 있었지만, 그때의 고통과 공포는 그대로였다.
그랬기에 어쩌다 이 지경이 됐냐고 노발대발하는 부모님에게는 서로 싸우다 그런 거라고 거짓말할 수밖에 없었다.
안 그러면 그 헌터가 다시 찾아와서 죽인다고 했으니까.
그날의 기억을 떠올린 학생들이 일제히 몸을 떨었다.
납치범을 알아냈지만 그렇다고 의문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가 납치된 거지?”
“부모님한테는 그 헌터가 시키는 대로 말했잖아.”
“설마, 장경철. 네가 배신한 건…….”
“야, 나 아니야. 나도 엄마 아빠한테 말했어. 너랑 싸우다가 정강이뼈 부러졌다고. 어떻게 싸웠길래 정강이가 부러지냐고 얼마나 잔소리를 들었는데.”
“경찰에 꼰지르지도 않았고?”
“당연하지. 죽고 싶어 환장했냐?”
“그럼 대체 왜 잡혀 온 거야?”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 왜?”
의문으로 가득한 그때.
“이유를 말해줘?”
“……!”
“……!”
제삼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학생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었다.
“안녕, 얘들아.”
어둠 속에서 나온 의문의 여성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누, 누구세요?”
“어머, 그동안 꽤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내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있네?”
“자, 잠깐. 나 누군지 알아. S급 힐러 이민지잖아!”
“헉, 진짜네?”
마침 헌터 업계에 관심 있던 두 남학생이 이민지를 알아봤다.
이민지가 화답하듯 눈웃음을 지었다.
“이민지는 반말이고. 존댓말 써야지. 나이도 띠동갑 이상 차이 나는데.”
“아하하, 그럴게요. 누나.”
연예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을 보니 자연스레 긴장의 끈이 풀어졌다.
여학생들도 S급 힐러라는 말에 다소 안심하는 눈치였다.
“휴, 살았다! 언니, 이것 좀 풀어주세요.”
“저희가 어떤 미친 개싸이코한테 납치당한 상태거든요!”
힐러니까 당연히 도와주겠지.
그런 생각으로 한 말은 아니었지만.
“내가 왜 도와줘야 하는데?”
힐러 입에서 도와주지 않겠다는 말이 나올 줄은 학생들도 몰랐다.
“하하, 장난하지 마시고요. 이것 좀 풀어 주…….”
“내가 장난하는 것처럼 보이냐, 쌍년아?”
급기야 욕까지 나올 줄은 몰랐는지 학생들이 충격을 받은 듯 입을 다물었다.
“어, 언니…….”
“내가 왜 네 언니야, 미친년아.”
“말씀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니에요?”
“그래요, 누나. 좀 도와달라는데 왜 그렇게 민감하게 굴어요?”
“어려운 거 아니잖아요.”
학생들이 목소리를 높이자 이민지가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흘렸다.
“이것들이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됐네. 내가 여기 우연히 온 거 같아?”
“네?”
“서, 설마…….”
“너희를 납치한 사람이 누구일 거 같아? 나야, 이 등신들아.”
“…….”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격이었지만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학생도 있었다.
“에이, 누나 장난이 너무 심하시…….”
화르륵-
이민지의 손을 떠난 화염이 남학생의 다리에 달라붙었다.
“으아아악! 으아아악!”
살을 태우는 냄새와 함께 뼈가 드러났다.
현실감이 떨어지는지 지켜보던 학생들이 놀라지도 않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꺄아악!”
“누나! 뭐하는 짓이에요!”
“미, 미쳤어!”
학생들이 경악하는 반면 이민지는 상황을 즐기는 듯 빙글거리고 있었다.
“내가 힐러라고 약한 줄 아나 본데, 그거 편견이다? 오히려 올 마력을 찍은 탓에 깡딜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다고.”
“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119! 빨리 119 불러주세요!”
“119를 왜 찾아? 내가 있는데.”
이민지가 뼈만 남은 남학생의 다리에 손을 갖다 댔다.
“걱정 마. 나도 당장에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곧이어 손에서 번져 나온 빛이 다리를 감싸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뼈만 있던 다리에 덕지덕지 살이 붙으며 빠른 속도로 재생하고 있었다.
온전한 다리로 돌아오기까지 채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 이럴 수가…….”
“이것이 S급 힐러의 힘…….”
학생들이 입을 쩍 벌리며 그 기적을 지켜봤다.
꼼짝없이 다리를 잃는 줄 알았던 남학생도 마찬가지였다.
“놀랐지? 서프라이즈야.”
“…….”
“이렇게 말해도 믿지 않는 걸 보니 상황 파악이 끝난 모양이네? 역시 백 마디 말하는 것보다 다리 하나 태우는 게 더 빠르다니깐?”
“저, 저희한테 왜 그러세요…….”
억울한 듯 울상을 짓는 학생들의 모습에 이민지가 눈을 치켜떴다.
“왜 이러는지 몰라? 아, 내가 말 안 했구나.”
이민지가 인벤토리에서 단검을 꺼냈다.
“너희 친구 중에 이민정이라고 있지? 내가 민정이 언니거든.”
“…….”
“이제 왜 이러는지 알겠지?”
단검을 들고 다가서자 학생들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죄, 죄송해요. 언니.”
“다시는 민정이 안 괴롭힐게요.”
“앞으로 걔 근처에는 얼씬도 안 할게요, 누나. 그러니 제발 저 좀 보내주세요.”
“다 닥쳐.”
서릿발 같은 음성에 학생들이 합죽이가 됐다.
“그런 입에 발린 소리 듣자고 납치한 거 아니야.”
“저, 저희는 진심으로…….”
“내가 그동안 수많은 사람을 치료해 봐서 아는데, 진심으로 살려달라는 목소리는 좀 다르거든?”
스릉-
“난 오늘 너희들의 진심 어린 사과를 들어야겠어.”
“잘못했어요. 잘못했…… 하윽!”
남학생의 복부에 칼이 꽂혔다.
푹- 푹- 푹-
세 방이 더 꽂히고 나자 남학생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그러나.
샤아아아-
곱게 죽이진 않겠다는 듯 이민지의 힐이 남학생을 치료했다.
“어, 언니. 그 그만!”
“누가 네 언니야.”
푹- 푹- 푹- 푹-
“누나! 살려주세…….”
“너 같은 쓰레기는 동생으로 둔 적 없어.”
푹- 푹- 푹- 푹-
이민지는 공평했다.
네 명의 학생들을 돌아가며 정확히 네 번씩 복부를 찌르고 치료했다.
다행히 상처는 말끔히 치료됐지만 찔릴 때의 그 고통만큼은 낙인처럼 남아 있었다.
“지금 건 애피타이저고,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
“흐흐흑, 살려주세요.”
“으허엉엉엉.”
학생들이 그제야 눈물 콧물을 쏟아냈지만 이민지를 설득하기엔 부족했다.
“사과하려거든 내 동생한테 했어야지. 이 쓰레기들아.”
서걱- 서걱-
“끄으아아악!”
“꺄아악, 아파! 진짜 아프다고요!”
학생들은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살갗을 도려낸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를.
스걱- 스걱-
살을 베고 다시 치유한다.
그러기를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그동안 어떻게 참았나 싶을 만큼 이민지의 분노는 극에 달해 있었다.
“살려…… 주세요…….”
“잘…… 못…… 했어요.”
장장 30분 동안 찌르고 베고 회복하기를 쉬지 않던 그녀가 움직임을 멈췄다.
“이제 좀 진심이 엿보이네.”
이민지가 멘탈이 박살 난 학생들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걸로 끝내면 섭하지.”
뭔가 준비한 게 있는지 그녀가 어딘가로 들어갔다.
그러곤 손발이 묶인 사람들을 끌고 왔다.
“오, 오빠?”
“어, 언니!”
이민지가 추가로 납치한 사람은 학생들의 형제들이었다.
“너희만 당하면 억울할까 봐 가족들까지 준비했어. 어때?”
“잘못했어요, 힐러님. 흑흑……. 제 동생은 죄가 없으니 보내주세요.”
“부탁드릴게요. 저희 언니도 살려주세요…….”
“하…….”
애원하는 학생들을 보자 이민지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내 가족은 괴롭힘당해도 되고. 너희 가족은 안 된다? 그럼 불공평하잖아.”
“가족은 살려주세요. 죗값은 제가 받을 테니…….”
“하, 그래? 그럼 죽어.”
순식간에 생성된 화염이 학생을 덮쳤다.
화르륵-!
여학생 하나가 전신에 화염을 뒤집어썼다.
털썩-
“꺄아아악!”
잔인한 광경에 가족들이 비명을 질렀다.
“너도 죽어.”
이민지의 행동엔 거침이 없었다.
푸욱-
경동맥을 찌르자 피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며 그대로 절명했다.
순식간에 여학생 둘이 죽자 남학생들은 죽음을 직감했다.
“너희도 친구 따라 가야지. 그전에…….”
이민지의 시선이 여학생들의 가족에게로 향했다.
“남은 가족들부터 처리하고.”
어차피 살려둘 생각이 없던 이민지가 가족들을 향해 단검을 찔렀다.
그러나.
티잉-
단검은 허공을 날아 구석에 처박혔다.
눈앞에는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남자가 서 있었다.
다름 아닌 민도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