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73)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73화(173/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73화
[헌터 이민지를 죽였습니다.] [특성 ‘치유의 권능’을 빼앗았습니다.] [장비 7개를 빼앗았습니다.]이민지를 죽인 민도준이 곧장 특성을 확인했다.
[특성-치유의 권능]-등급 : S
-설명 : 상처 부위에 손을 대고 속으로 ‘치유’라고 말하면 원상태로 회복시킨다. 뼈만 붙어 있으면 어떤 경우라도 회복시킬 수 있다. 단, 신체가 떨어져 나간 경우엔 이어붙인 뒤 치유해야 붙는다. 뼈째로 떨어져 나간 부위를 재생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마력이 높을수록 치유되는 속도가 빨라진다.
‘뼈만 붙어 있으면 회복시킬 수 있다니. 역시 사기적이군.’
민도준은 그녀의 특성을 얼추 알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회귀 전에도 이민지는 유명한 힐러였으니까.
‘이민지가 세계적인 힐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게 특성 때문이라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지.’
세간에 퍼진 스킬 중에는 상처를 치유하는 스킬이 없다.
헌터가 적성에 안 맞아 병원에서 근무하는 치유 각성자들도 전부 특성으로 회복시키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이민지의 치유 특성은 탑 클래스에 속하지.’
어느 병원을 가도 불에 타버린 남학생의 다리를 30초도 안 돼서 원상 복구시키는 힐러는 없다.
‘마력이 높으니 그만큼 빠르게 회복시킨 거겠지.’
마력이 높을수록 치유속도가 빨라지는 특성 때문에 이민지의 스탯은 마력에 몰빵 되어 있었다.
‘그래 봤자 서포터가 딜러 흉내를 낼 순 없겠지만.’
민도준의 시선이 이민지의 시체에 닿았다.
몸뚱이와 머리가 스르륵 사라진다.
‘원래는 고문해서 정보를 얻고 죽일 계획이었지만…….’
보는 눈도 있었기에 계획을 수정했다.
일단은 죽여서 영혼과 대화를 나눠보기로.
[영혼을 저장하였습니다.] [저장된 영혼의 수 : 10/10] [스킬창을 통해 저장된 영혼의 목록을 보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1. 기괴한 나무 정령] [2. 기괴한 나무 정령] […….] […….] [9. 기괴한 나무 정령] [10. 이민지]목록을 살펴보니 이민지의 영혼이 제일 마지막 칸에 자리잡혀 있었다.
‘미리 자리를 비워놓길 잘했군.’
민도준이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이민지의 이름을 터치했다.
정말로 사람의 영혼을 집어넣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 궁금했다.
[어라?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사람의 말소리가 머릿속으로 들려왔다.
확실히 이민지의 목소리였다.
[난 분명 죽었을 텐데?]‘그래. 내가 죽였지.’
민도준의 생각이 들리는지 이민지가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미, 민도준 헌터?]‘어떻게 알았지? 내가 보이나?’
[보이죠, 그럼.]‘호오. 어디까지 보이는데?’
[어디까지라뇨.]‘내 정수리도 보이나?’
[보여요.]아마 삼인칭의 시점으로 주변을 전부 볼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근데 당신이 왜 여길…….]‘말했잖아. 내가 널 죽였다고.’
[…….]상황이 곧잘 이해되지 않는지 한동안 말이 없던 그녀가 탄식을 터뜨렸다.
[아, 설마 날 방해하던 마검사가…….]‘그래. 나야.’
[…….]‘조금 전까지 네 팔을 자르고 목을 잘라서 죽였었지.’
[하, 하지만 얼굴이…….]‘나한테 얼굴을 변형시키는 아이템이 있거든. 지금도 변형 중인 상태인데 영혼에는 통하지 않나 보네. 내 이름을 맞추는 걸 보면.’
[…….]이민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여러 가지로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날 방해한 사람이 사실은 민도준, 너였다고?]이민지의 말투가 달라졌다.
목소리만 들어도 분노에 가득 찼다는 게 느껴졌다.
[왜 방해했지? 왜 날 죽였어!]‘무고한 시민을 구하는 건 당연하잖나.’
[거짓말하지 마! 계획적으로 날 노렸다는 거 다 알고 있어!]‘내 생각을 읽은 건가?’
[생각? 지금 들리는 게 네 생각이라면 그래! 맞아. 듣기 싫어도 네 목소리가 다 들린다고!]‘영혼과 대화할 때는 생각하는 것도 신경 써야겠군.’
쓸데없이 정보를 흘리긴 싫으니 말이다.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설마 카페에서부터 날 미행한 거야? 파티를 맺어주지 않아서 복수하려고?]‘설마 그런 추잡스러운 이유일 리가.’
[말해. 내가 어떻게 너와 대화할 수 있는 거지? 무슨 목적으로 날 따라온 거야?]‘질문은 그만. 이젠 내가 질문한다.’
[닥쳐! 너 때문에 내 인생이 망했어. 그런 내가 순순히 질문에 답할 거 같아?]‘아직도 여동생을 아끼고 있다면 그러겠지.’
[……뭐?]‘여동생 하나 때문에 남부러울 것 없는 S급 힐러가 위험을 감수하고 사람들을 납치했다. 오직 복수만을 생각하고. 그렇다면 이 힐러의 약점은 무엇일까?’
[너 설마…….]‘내 질문에 답해라. 그렇지 않으면 네 여동생을 해칠 수밖에.’
[치사하게 동생을 가지고 협박하다니…….]‘너도 그러지 않았나? 죄 없는 형제들을 인질로 삼았지. 나도 마찬가지다.’
[넌 내 동생을 일진 쓰레기들로부터 구해줬잖아.]‘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말을 듣지 않으면 여동생을 건드는 수밖에.’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무슨 악감정이 있다고 이러는 거냐고!]‘그건 알 거 없고, 내 질문에 답해라. 너, 신경민과는 무슨 사이지?’
[신경민? 뜬금없이 웬 신경민이야?]‘아무런 관계도 아니라는 말이군. 그럼 질문을 바꿔서, 내가 너한테 쿠데타에 동참하라고 하면 하겠는가?’
[쿠데타라니. 미쳤어?]‘일단 말투부터 공손하게 하는 법을 배워야 할 거 같군.’
[내가 왜? 뭐가 무서워서?]‘여동생이 다쳐도 상관없단 말인가?’
[우리 집이 어딘지도 모르잖아.]‘그거야 물어보면 되지.’
민도준이 묶여 있는 두 명의 남학생에게 다가갔다.
“너희들. 이민정의 집이 어디인지 알고 있나?”
“예? 이민정이요?”
“제가 알아요. 걔 부평1동에 살아요.”
학생들을 통해 손쉽게 집 주소를 알아내자 이민지가 욕설을 내뱉었다.
[저 개 쌍놈들이!]‘반응을 보니 집 주소가 확실한가 보군.’
[민도준! 아니, 도준 씨!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세요? 저를 죽인 거로 끝내시지 왜 죄 없는 동생까지 건드시려는 거예요? 가뜩이나 저런 쓰레기들에게 당하고 있던 제 동생이 불쌍하지도 않으세요?]‘앞서가지 마라. 네가 협조만 잘하면 건들지 않는다.’
[제 계획을 방해한 거로 모자라 저런 핵폐기물들까지 살려줬는데 도준 씨 같으면 협조할 마음이 들겠어요?]그때 남학생들이 민도준에게 말을 걸었다.
“헌터님.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 죽어도 잊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이 끈 좀 풀어 주…….”
빛이 번쩍이더니 학생들의 머리가 포도송이처럼 떨어졌다.
툭- 툭-
민도준이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
‘누가 살려줬다고 그래? 애초에 죽일 생각이었는데.’
[…….]남학생들을 죽이지 않은 건 가족들이 보고 있어서지 다른 이유는 없었다.
‘자리가 꽉 차서 영혼조차 수거되지 않는군.’
핵폐기물이라는 이민지의 말에 동의하던 터라 일반인을 죽였음에도 죄책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 시, 시체가……?]마술처럼 사라지는 시체의 모습에 이민지가 놀라든 말든, 민도준이 주변을 정리했다.
옷가지와 소지품 등을 한곳에 모아 대충 치워 버렸다.
이민지가 죽인 여학생의 시체나 노끈 등은 건들지 않았다.
[어디 가세요?]‘알아서 뭐하게.’
퉁명스레 대답한 민도준이 목록의 이름을 터치해 대화를 차단했다.
‘이제 내 생각은 듣지 못하겠지.’
생각만 못 듣고 시야는 유지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물어보면 알 수 있겠지.’
이민지에게 정보를 얻는 건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 자리부터 떴다.
사건 현장에 오래 있어 봐야 좋을 것이 없다.
‘아우. 가자.’
유령 늑대의 등에 올라타 빠르게 현장을 벗어났다.
사람이 없는 유령역에는 시체와 핏자국만이 남아 있었다.
* * *
기사를 읽던 민도준이 댓글들을 살펴봤다.
└와, 만우절도 아니고 이거 뭐임? 실화?
└힐러가 납치, 살해? 그것도 유명한 S급 힐러가?
└2021년 가장 충격적인 뉴스네.
└힐러가 킬러가 되다니. 충격.
└근데 이거 믿을만함? 믿을 거라곤 실종자 증언밖에 없는데?
└뭔 증언밖에 없어. 핏자국 같은 증거들도 있구먼.
└어느 누가 미치지 않고서야 S급 힐러를 모함하겠음. 빼박캔트임.
└근데 이 와중에 견찰들은 정의 구현한 헌터를 찾겠다고 헛짓거리하고 있쥬?
└살인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음…….
└ㅈㄹ ㅆ선비납셨네.
└님 가족이 살해당하고도 그런 소리 나오면 ㅇㅈ.
└근데 여기서 웃긴 게 힐러가 킬러가 된 사연이 없음.
└그러게. 아무 이유 없이 8명이나 납치하진 않았을 텐데.
└S급 힐러가 뭐가 아쉽다고 납치하냐? 완전 엉터리 기사.
└뭘 모르나 본데 헌터들 중에 또라이들 많음…….
└하긴 매일매일 생명체를 죽이는 놈들이니 나 같아도 정신 이상해질 듯.
└그냥 이민지 그년이 사이코패스인 거야.
[이런 썅…….]대화를 차단하면 시야도 차단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민도준은 일부러 이민지와의 대화를 허용한 상태에서 기사를 봤다.
그녀가 저지른 짓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여주고 싶었다.
[개돼지 같은 것들이 아무것도 모르면서……!]별다른 목적은 없었다.
그저 그녀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는지 궁금했을 뿐이었다.
‘귀 썩겠다. 고운 말 써라.’
[하지만 이것 좀 봐요, 도준 씨! 기사에 제가 복수 때문에 그랬다는 내용이 하나도 없잖아요! 그 도망친 연놈들이 서로 입 맞추고 자기들한테 유리한 증언만 한 거라고요! 당연히 화 안 나게 생겼어요?]그녀의 말마따나 어떤 기사를 찾아봐도 힐러가 복수하게 된 사연 따위는 실리지 않았다.
인질들이 사전에 말을 맞췄다는 방증이었다.
‘내 입장이었어도 굳이 불리한 말은 하지 않았을 거야.’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건 거짓말이잖아요!]‘시끄럽게 굴지 마. 확 소멸시켜 버리는 수가 있어.’
[으…….]민도준은 마음만 먹으면 이민지의 영혼을 지울 수 있었다.
여전히 이승에 대한 미련이 있는 이민지로선 동생을 위협하는 것만큼이나 강력한 협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이런 산속엔 왜 오신 거예요?]‘알아서 뭐하게.’
[그냥 궁금해서요.]‘곧 있으면 손님이 찾아오거든.’
[손님이요?]‘됐고, 넌 들어가 있어.’
대화를 차단한 민도준이 씩 웃었다.
‘슬슬 손님 맞이할 준비를 해야지.’
그의 모습이 스르륵 사라졌다.
* * *
“이곳인가?”
한국에 도착한 천리승은 곧장 사건이 벌어진 산으로 향했다.
“오두막이 있는 걸 보니 여기가 확실하군.”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천리승이 눈을 감고 킁킁거렸다.
이렇게 눈을 감으면 보다 정밀하게 냄새를 추적할 수 있었다.
“킁킁. 여기다.”
천리승은 금세 사건이 벌어진 장소를 찾아냈다.
‘갈지훙 그 병신이 얻어터진 곳이 여기였군.’
다시 한번 눈을 감고 냄새를 맡았다.
세 명의 냄새가 남아 있는 것이 느껴졌다.
‘갈지훙, 흑해 길드원, 흑해 길드 마스터. 이렇게 셋인가 보군.’
당시에 갈지훙 포함 세 명이 있었다고 했으니 확실할 것이다.
‘근데 무슨 피 냄새가 이렇게 많이 나는 거지?’
갈지훙이 아무리 얻어터졌다지만 이렇게 많은 피 냄새가 날 리가 없다.
‘사람을 죽이지 않고서야 이렇게 많이 날 리가 없는데?’
셋 중 하나가 죽기라도 했단 말인가?
‘갈지훙이 누군갈 죽였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어쨌거나 자신은 흑해 길드 마스터의 냄새만 추적하면 그만이다.
“킁킁.”
천리승이 눈을 감고 냄새를 정밀 분석했다.
세 개의 냄새 중 갈지훙과 뒤섞여 있는 냄새를 찾아냈다.
‘이것이 흑해 길드 마스터의 냄새겠지.’
천리승의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타깃의 냄새를 찾으면 임무는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이 냄새를 쫓아 가다 보면 흑해 길드 마스터를 찾을 수 있겠지.’
그리고 몰래 기습으로 암살해 버리면 끝.
이번 임무도 무난하게 성공이다.
그런데 일은 생각보다 쉽게 풀리지 않았다.
“킁킁킁킁…… 어라?”
냄새를 맡던 천리승이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냄새가 이렇게 진하게 나지?’
냄새가 진한 경우는 가까이 있을 때 말곤 없었다.
‘설마?’
싸늘한 느낌에 천리승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니하오.”
눈앞에서 손을 흔드는 민도준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