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80)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80화(180/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80화
180. 뜻하지 않은 손님
처음 보는 얼굴에 민도준이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누구시죠?”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어색한 한국말로 말하던 상대가 명함을 내밀었다.
명함을 받은 민도준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오버로드 길드 영업팀장?’
이름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영업팀장이라는 직함만 봐도 그가 무슨 목적으로 찾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오버로드 길드에서 날 영입하러 왔나?’
민도준 역시 오버로드 길드에 대한 명성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회귀 전에도 부동의 1위를 지키던 길드였으니까.
미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1위를.
그래서인지 영업팀장의 얼굴엔 자신감과 여유가 흘러넘쳤다.
“민도준 헌터님 되시죠?”
“예.”
“그건 내 명함입니다. 보면 알겠습니다? 오버로드 길드에서 당신을 원한다고.”
어색한 한국말이 답답했던 민도준이 영어로 말했다.
“이럴 거면 통역을 데려오시지.”
“어? 영어를 할 줄 아시네요?”
“네.”
유창한 영어 실력에 놀란 건 상대뿐만이 아니었다.
“와. 도준 씨, 영어 잘하시네요!”
홍세연이 벌게진 얼굴로 칭찬하자 왠지 모르게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죠.”
길드 사무실의 문을 열어 두 사람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와, 여기가 도준 씨 길드구나. 깔끔하게 잘해놨네요.”
홍세연이 취한 와중에도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그 사이 민도준은 뜻하지 않은 손님을 소파로 안내했다.
“앉으시죠.”
“아, 감사합니다.”
“그래서 저를 찾아오신 목적이 뭡니까?”
대강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확실히 하기 위해 물었다.
영업팀장이 한국어를 할 때보다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 오버로드 길드에서 헌터님을 영입하고자 합니다.”
“그러려고 미국에서 저희 길드 앞까지 찾아온 겁니까?”
“예. 미리 연락을 드리고 찾아뵈려고 했는데 받지 않으셔서요. 바로 한국행 티켓을 끊었죠. 그러다 보니 한국이 새벽인 줄도 몰랐지만요. 하하…….”
“그런 거라면 호텔에 묵었다가 날 밝을 때 찾아오시지 왜 길드 앞에서 이러고 계세요.”
“저희 길드장님이 기다릴 거면 차라리 문 앞에서 기다리고 하셔서요. 그것이 성의를 보이는 데도 좋겠다며…….”
‘성의는 무슨. 궁상맞아 보이는구먼.’
속으로 혀를 찬 민도준은 괜히 미안한 감정을 가지게 만들어 대화를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보려는 상대의 속셈에 넘어가지 않았다.
“혹시 저희 오버로드 길드에 대해서는 들어보셨나요?”
“예. 유명하잖아요.”
세계 랭킹 1위인 저스틴 워커가 오버로드 길드 소속이라는 건 웬만한 헌터라면 다 아는 사실.
“그렇다면 저스틴 워커가 계약금으로 얼마를 제안받았는지도 아시나요?”
“아니요.”
영업팀장이 손가락 두 개를 폈다.
“2,000억. 고작 2년의 계약금으로 제시받은 금액입니다. 조건은 9 대 1이고요.”
“…….”
“그런데 저희 길드로 오시면 헌터님께는 정확히 2배인 4,000억을 드리겠습니다. 이건 어딜 가서도 이례 없는 금액입니다.”
영업팀장은 2개였던 손가락을 4개로 폄과 동시에 민도준의 표정을 살폈다.
‘분명 놀라겠지.’
하지만 민도준의 표정은 덤덤했다.
그 모습에 영업팀장이 오히려 당황했다.
‘4,000억을 주겠다는데도 놀라지 않았다고? 에이, 설마. 포커페이스겠지…….’
포커페이스일 거라고 합리화했지만 민도준은 정말로 놀라지 않았다.
예상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돈에 대한 미련이 없기 때문이었다.
‘돈이라면 차고도 넘치는데 몇천억을 주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이미 수천억짜리 전설급 아이템과 돈으로도 살 수 없는 EX급 무기를 가진 상황에서 민도준이 돈에 이끌릴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오버로드 길드라면 생각을 달리해봐야겠는걸?’
돈보다는 저스틴 워커가 소속되어 있는 길드라는 점이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복수를 위해서 길드를 옮기는 것도 나쁘지 않지.’
길드에 가입한다면 복수 대상인 저스틴 워커를 좀 더 자주 만날 수 있을 터.
‘아직은 시기상조지만.’
영업팀장은 반응이 없는 민도준을 보며 머쓱한 표정으로 손가락 네 개를 접었다.
“노, 놀랍지 않으신가 봐요?”
“뭐가 말이죠?”
“계약금 말이에요. 4,000억이란 거금은 역사상 단 한 번도 없던 이례적인…….”
“저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주시겠다는 거 아닙니까?”
“…….”
“게다가 저는 이미 창립한 길드가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길드로 오라는 건 길드를 폐업하고 오라는 말이죠?”
“그, 그렇습니다.”
“그런 페널티에다 제 미래 가치까지 생각하면 4,000억을 부르는 것도 당연한 일이죠. 놀라워할 일이 아니라.”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오만하기까지 한 모습에, 영업팀장은 내심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길드장님은 정말로 이 사람의 가치가 저스틴 워커의 2배라고 생각하신 건가?’
한국이라는 조그만 나라의 신입한테 이만한 금액을 준다고 하면 감사하다고 인사하지는 못할망정, 이런 거만한 태도라니.
‘무한의 탑 1위가 그렇게 대단한 건가?’
저스틴 워커를 꺾었다고는 알고 있지만 그래 봤자 홀로그램을 상대로 한 시뮬레이션이 아닌가?
그것만 가지고 계약금을 2배나 올린 건 성급한 판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내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니…….’
자신은 그저 위에서 지시한 대로 눈앞의 헌터와의 계약을 성사시키면 그만이다.
‘4,000억이라…… 부럽네.’
그만한 돈이라면 세상 어느 헌터라도 가입하지 않을 수 없을 터.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영업팀장은 자기도 모르게 가방에서 계약서부터 꺼냈다.
“계약서입니다. 이곳에 이름과 사인을 하시면 조건대로 4,000억이 입금될……”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죠? 저는 아직 가입한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는데요?”
“예? 아…… 제가 실수했네요. 근데 어차피 가입하실 거 아닙니까?”
“생각해 보고요.”
그렇게 말한 민도준이 곰곰이 생각했다.
‘당장 가입해서 저스틴 워커를 만나봤자 별다른 수가 없어.’
당장에 신경민도 압살하지 못하는데 세계 랭킹 1위를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놈을 만나는 건 시기상조야.’
복수하려거든 저스틴 워커를 제외한 나머지 5명부터 처치하고 만나도 늦진 않을 터.
‘오버로드 길드에서 먼저 이렇게 접근했다는 건 무한의 탑 기록을 봤다는 뜻이겠지. 그 결과 내 가치를 저스틴 워커의 2배로 책정했고.’
그렇다면 시간이 지나 자신의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최소한 오버로드 길드에 들어갈 자리는 있을 터.
‘그런 거라면 지금 급하게 들어갈 필요가 없지.’
지금이든 나중이든 들어갈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준비하고 들어가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방금 생각해 봤는데요.”
“예…….”
“보류하겠습니다.”
“예에?”
당연히 가입할 거로 생각하고 있었는지 영업팀장이 놀란 듯 입을 벌렸다.
“그 말은 가입을 안 하시겠다는 겁니까?”
“아니요.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보류하겠다는 겁니다. 들어갈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당장은 아니라고요.”
“이유가 뭔지 여쭤봐도 될까요?”
“길드를 만든 지도 얼마 안 됐는데 벌써 옮기는 건 이른 것 같아서요. 게다가 너무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좀 천천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요즘 사냥하느라 바빠서 생각할 틈이 없거든요.”
“그, 그러다가는 조건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4,000억이라는 것도 지금 가입했을 때를 말하는 거지 나중에는…….”
“그렇게 되더라도 어쩔 수 없죠. 길드를 옮기는 일인데 신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한국까지 와서 빈손으로 돌아갈 순 없었는지 영업팀장이 계속해서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민도준의 고집은 완강했다.
“더는 할 얘기가 없군요.”
“…….”
“나중에 결심이 서면 제 쪽에서 먼저 연락드리겠습니다.”
보류라는 어중간한 결과만 가지고 돌아가게 생긴 영업팀장이 내심 한숨을 쉬었다.
“알겠습니다. 정 그러시다면…….”
계약서를 챙긴 그가 문밖으로 나가며 홍세연에게 힐끗 시선을 줬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민도준 헌터님. 여자친구분과 즐거운 시간 되시길…….”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어깨를 붙잡는 손길이 느껴졌다.
“이분은 여자친구가 아니라 백련 길드의 마스터입니다. 말하려거든 뭘 알고 말씀하시죠.”
어깨를 붙잡은 손에서 힘이 느껴지자 영업팀장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아…… 제, 제가 경솔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비즈니스를 끝내고 들린 것뿐이니 괜한 소문 나지 않게 입단속 부탁드립니다.”
“예, 예. 물론입니다.”
민도준이 손을 놓아주자 꾸벅 인사를 한 영업팀장이 황급히 사라졌다.
‘이런 건 확실히 해야지. 하마터면 오해 살 뻔했잖아?’
민도준이 고개를 저으며 사무실로 돌아오자 소파에서 자는 홍세연이 보였다.
‘언제 또 잠들었대? 쯧.’
혀를 찬 민도준이 창고에서 이불을 꺼내 덮어줬다.
혹시나 길드에서 자게 될 경우를 대비해 마련해 놓은 이불이었다.
‘아침이 되면 이불킥 좀 하겠네.’
민도준도 이불을 들고 와 맞은편 소파에 누워 잠을 청했다.
S급 던전을 공략하려면 조금이라도 체력을 비축해 두는 편이 좋을 테니까.
* * *
오버로드 길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길드였지만 그 배경엔 랭킹 1위인 저스틴 워커가 있었다.
그만큼 저스틴 워커의 인지도는 하늘을 찔렀고 많은 이들이 그를 보기 위해 오버로드 길드를 찾는다.
하지만 길드에 가면 헌터를 볼 수 있다는 건 크나큰 착각이었다.
대부분의 헌터들은 공략을 마치면 곧장 집으로 향하기 일쑤였고 저스틴 워커도 마찬가지였다.
굳이 할 일도 없는 길드에 들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 저스틴 워커가 오랜만에 길드를 찾았다.
길드장의 호출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셨습니까?”
방으로 들어오는 저스틴을 향해 길드장 아담이 손을 흔들었다.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보자마자 딱딱하게 굴기 있습니까? 꼭 무슨 일이 있어야지만 부르나요? 그냥 얘기 좀 하자고 불렀지. 앉으시죠.”
“…….”
저스틴은 아담의 말에 순순히 소파에 앉았다.
“요즘 사냥은 잘하고 있습니까?”
“예.”
“전에 들어보니 혼자서 수십 마리를 상대해서 위기에 빠진 선발대를 구해냈다고 하더군요.”
“네.”
“잘하셨습니다. 하지만 무리하면 안 됩니다. 그러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누구 손해죠?”
“제 손해죠. 근데 무리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경험치도 독식할 수 있었고요.”
“그래요? 그럼 다행이군요. 헌터들은 몸이 재산입니다. 모쪼록 다치지 않는 선에서 무리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러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아담이 슬슬 본론을 꺼냈다.
“소식 들으셨습니까?”
“무슨 소식 말입니까?”
“아직 못 들으셨군요. 무한의 탑 랭킹 1위 말입니다. 이번에 저희 길드로 영입하기로 했습니다.”
“…….”
“계약금도 저스틴의 2배를 걸었습니다. 물론 대외비입니다마는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아서요.”
“그걸 왜 저한테 말씀하시죠? 길드장님 뜻대로 진행하시면 될 것을…….”
“혹시나 다른 사람을 통해 들으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잖아요? 미리 말은 해 둬야 할 것 같아서요.”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본 아담이 미소를 지었다.
“영업팀장이네요. 하루빨리 그 헌터를 영입하라고 한국에 보냈거든요. 안 그래도 전화할까 했었는데 무사히 계약을 끝낸 모양입니다.”
전화를 받은 아담이 기분 좋은 표정으로 말했다.
“어떻게 됐습니까? 마이클? 당연히 계약은 따냈겠지요?”
-그, 그게…….
영업팀장이 쓴소리를 각오하고 민도준과 나눴던 대화들을 낱낱이 보고했다.
밝았던 아담의 표정이 돌처럼 굳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굳은 표정으로 전화를 끊는 것을 보고 저스틴이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설마 계약을 거절했답니까?”
“아니요. 보류했답니다.”
“보류?”
“그쪽에서 말하기론 신중하게 결정하고 싶어서라곤 하는데…… 사실상 금액이 모자란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4,000억이 모자라다고요?”
“그렇지 않고서야 세계적인 길드에 들어올 기회를 보류하진 않을 거 아닙니까? 자기도 자존심이 있다. 이거겠죠.”
일종의 밀당이라고 생각한 아담이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안 됐지만 민도준이란 헌터는 지금의 선택을 두고두고 후회할 겁니다. 자존심이라면 우리도 만만치 않아서요.”
“어쩌실 생각입니까?”
“금액을 올릴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쪽 장단에 맞춰줄 생각은 없거든요.”
“그렇다면……?”
“안 그래도 저희 길드원이 단체 문자를 받았다더군요. 마지막 파티원으로 민도준 헌터가 합류하게 됐다고.”
“그 말은…….”
“공교롭게도 둘이 같은 던전을 공략하게 됐다는 거죠. 일 처리하기 쉽게 말이에요. 후후.”
아담이 핸드폰을 들었다.
“지금 그 길드원에게 연락해야겠습니다. 맡겨야 할 일이 생겼으니까요.”
“무슨 일을…….”
대답 대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던 아담이 길드원에게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