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82)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82화(182/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82화
182. 살기?
민도준이 굳은 표정으로 살기가 감지된 방향을 쳐다봤다.
그러자 게눈 감추듯 살기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뭐야?’
시선이 닿은 곳엔 레벨이 낮다고 자신을 업신여기던 파티원 여섯이 있었다.
‘분명 살기가 저쪽에서 나타났어.’
여섯 명 중의 한 명이 자신을 향해 살기를 보냈다.
‘누구지?’
용의자들을 면밀히 살펴봤지만 그렇다고 사라진 살기의 주인을 찾을 순 없었다.
그저 자신의 눈길에 의아하다는 듯 이쪽을 마주 보고 있을 따름이다.
“왜요? 뭐 할 말 있어요?”
파티원의 말에 민도준이 고개를 저었다.
싱겁다는 듯 고개를 돌리던 파티원들이 끊겼던 대화를 이어갔다.
“결국에 들어와 버렸군. 이 저주받은 던전에.”
“10명 중 1명은 꼭 죽는단 말이지?”
“자, 이번에는 누가 죽을까?”
근처에 있다가 그들의 대화를 들은 길버트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재수 없는 소리 마세요!”
“사실이잖아요.”
“전 그런 미신 따위 믿지 않아요.”
“미신이라니요. 통계가 말해주고 있는데.”
“어쨌거나 저희 파티원 중에 사망자는 나오지 않습니다. 제가 다 지킵니다.”
길버트가 거대한 방패를 세우며 결의를 다졌다.
보기만 해도 든든했지만 파티원들의 표정은 미적지근했다.
처음 만난 탱커보다는 통계를 더 믿는듯싶었다.
‘어차피 한 명이 죽는다면…….’
‘가장 레벨이 낮은 저 동양인이 죽는 게…….’
힐끔힐끔.
파티원들이 민도준을 쳐다봤다.
그 시선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민도준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다들 내가 죽길 바라는 눈치로군.’
하지만 그들 중에서 유일하게 살기를 드러낸 자가 있었다.
‘내가 아무리 눈엣가시라지만 살기까지 드러낼 줄이야.’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쉰 민도준이 파티원들을 쳐다봤다.
‘누군진 몰라도 그냥 지나칠 순 없지.’
자신에게 이빨을 드러낸 이상 이대로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
‘이빨을 모조리 뽑아버리던가 죽여서 처리하던가.’
범인을 잡아서 본때를 보여줄 생각이다.
자신에게 적의를 보인 대가는 그만큼 비쌌다.
‘일단 누군지를 밝혀내야 하는데…….’
살기가 느껴진 방향으로 보아 범인은 여섯 명 중의 한 명.
길버트를 포함한 나머지 셋은 방향부터가 달랐기에 제외했다.
‘그런데 더 이상 살기를 보이지 않는 상대를 어떻게 찾지?’
잠시 고민하던 민도준이 해답을 찾았다.
‘내 쪽으로 유인하면 되겠어.’
그때 길버트가 손짓하며 파티원들을 불러 모았다.
“다들 모여보세요. 공략에 앞서 유의할 점을 간단히 설명하고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파티원들이 모이는 와중에 민도준이 길버트를 불렀다.
“길버트.”
“예, 헌터님. 무슨 일이십니까?”
“의견 하나 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무슨 의견이죠?”
“제가 보기에 파티원 전체가 움직이는 건 비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하여 두세 명씩 조를 나누면 어떨까 싶어서요.”
“조를 나누자고요?”
파티를 찢자는 말에 다른 파티원들이 코웃음을 쳤다.
“이거, 이거, 누가 던전 초행자 아니랄까 봐. 경험 없는 티를 팍팍 내시네.”
“그러게나 말이에요. 미경험자는 이래서 싫다니까, 쯧!”
곧바로 비웃음이 날아왔다.
이번에는 길버트도 민도준을 보호해주지 않았다.
그저 정색하는 얼굴로 이유를 설명했다.
“민도준 헌터님. 흡혈귀의 밤에 나타나는 괴수들은 상당히 강력한 편입니다. 한 마리, 한 마리가 저희 S급 헌터와 맞먹는단 말이죠. 그런 와중에 열 마리 이상이 동시에 나타나게 되면? 열 명이 뭉쳐도 모자랍니다. 그런 일은 거의 없지만요.”
“여기 괴수가 그렇게 세단 말입니까?”
“예. 조금 있다가 경험해 보면 아시겠지만 일대일조차 버거울 정도입니다. 절대로 흩어져서 싸울 상대가 아닙니다.”
“…….”
“게다가 놈들은 괴수 주제에 어느 정도 지능도 있어서 상당히 교활합니다. 싸우다가 이기기 힘들겠다 싶으면 바로 도망쳐버리고, 만만해 보인다 싶으면 동료들을 불러와 압살하려 듭니다. 이 와중에 조를 나눠서 전력을 분산시키면 숫자가 많은 괴수들한테 각개격파를 당하는 꼴이 됩니다. 즉, 헌터님이 말한 방법은 최악의 수라는 거죠.”
맞는 말이었다.
민도준도 인정하는 바였지만 지금은 고개를 끄덕여 줄 수가 없었다.
멋모르는 초행자를 연기해야 했으니까.
“글쎄요. 제 생각엔 이렇게 뭉쳐 다니는 게 더 비효율적인 거 같은데요.”
“……제 설명이 부족했나요?”
“알아요. 알겠는데, 이렇게 뭉쳐 다니는 건 경험치 면에서 비효율적이잖아요? 소수 정예로 다니면 서로가 만족할 만큼의 경험치를 얻을 수 있을 텐데요?”
“탱커가 왜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경험치보다는 안전하게 사냥하기 위해서 탱커가 필요한 거 아닌가요?”
“음, 제 생각은 좀 달라요. 효율적인 사냥을 위해서는 조금 위험하더라도 조를 나누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만.”
“하…….”
좁혀지지 않는 의견 차이에 길버트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이럴 거면 리더가 왜 있습니까?”
“저는 의견도 내면 안 되나요?”
성질을 긁고 있었지만 그 대상은 비단 길버트뿐만이 아니었다.
“이봐. 동양인. 던전도 초행이면서 뭘 안다고 지껄여?”
“다른 나라에 왔으면 그 나라 법을 따르란 말이야!”
“리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당장 파티에서 나가던지!”
파티원들의 비난에도 민도준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는 기다리고 있었다.
원하는 말이 나올 때까지.
아니나 다를까.
“그렇게 죽고 싶으면 혼자서 사냥하면 될 거 아냐!”
원하는 말이 나오자 민도준이 냉큼 받아먹었다.
“하! 그래요. 이럴 거면 차라리 혼자서 사냥하는 게 낫겠어요.”
그 말과 함께 성큼성큼 숲으로 걸어가자 뒤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하여튼 동양인이란 고집불통이라니까!”
모든 비난을 무시한 채, 점차 걸음걸이를 빨리하던 민도준이 급기야 숲속을 달렸다.
‘이쯤이면 됐겠지?’
어느 정도 달린 뒤 걸음을 멈췄다.
주위를 돌아보자 어두운 숲속에 홀로 남아 있었다.
대열에서 완전히 이탈한 것이다.
‘계획대로 빠져나왔군.’
어느 정도 반발심을 보이면 혼자서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제대로 먹혀들었다.
물론 온갖 비난을 받으며 무리를 벗어난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이렇게 해야 날 죽이려던 놈을 걸러낼 수 있을 테니까.’
모르긴 몰라도 암살자는 지금쯤 당황하고 있을 거다.
타깃을 눈앞에서 놓쳐버렸으니.
‘아니, 오히려 좋아하고 있으려나? 제대로 멍석이 깔렸으니.’
암살자로선 혼자 떨어진 지금이야말로 타깃을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죽이고 나서 괴수에게 죽었다고 적당히 핑계도 댈 수 있지.’
즉, 암살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상황.
암살자는 분명히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누군지 몰라도 날 찾으러 오는 놈이 암살자다.’
암살자를 찾아내기 위한 일종의 유인책이었다.
‘이제 가만히 서서 누가 찾아오는지만 확인하면 그만.’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문제가 생겼다.
크르르릉-
늑대 괴수가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세 마리나.
‘그새 너무 멀리 와버렸나 보군.’
자신을 포위하는 검은 늑대 세 마리를 보며 민도준이 피식 웃었다.
‘원래 같으면 밤이라 놈들의 검은 털이 보호색 역할을 했겠지만…….’
민도준의 눈빛이 잠시지만 야광으로 빛났다.
‘살쾡이의 야광 눈을 가진 이상, 어둠 따위는 아무런 걸림돌도 되지 않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대낮처럼 환하게 볼 수 있는 그에게 던전이 가지는 이점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흡혈귀의 밤에서 나타나는 늑대라…….’
민도준이 힐끗 하늘을 올려다봤다.
보름달이 휘영청 떠 있다.
‘이제 변신하겠군.’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우우우우우-!
자신을 둘러싼 늑대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실상은 늑대 인간이었던 것이다.
그래 봤자 늑대가 두 발로 서 있는 것에 불과했지만.
‘괴수가 인간 흉내라니. 쯧.’
크르르르-
세 마리의 늑대 인간이 손톱을 세웠다.
철판도 찢어버리는 괴력은 각자가 S급 헌터에 버금갔다.
‘S급 헌터? 이까짓 놈들이?’
어디까지나 힘만 따졌을 경우였다.
타앗!
세 마리의 늑대 인간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지면을 박찼다.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졌지만 민도준은 당황하지 않았다.
‘느려.’
허지평을 죽이고서 얻은 동체 시력 특성이 늑대 인간의 움직임을 슬로우모션처럼 보여줬다.
휙-
단 한 번의 움직임으로 세 마리의 공격을 피해낸 민도준이 유령 검을 휘둘렀다.
서걱-!
늑대 인간의 가슴에 긴 검상이 그어졌다.
‘목을 노렸는데 그 와중에 피했다고?’
크르렁!
단단히 화가 났는지 늑대 인간이 포탄처럼 달려와 양팔을 휘둘렀다.
휘- 휙-
종이처럼 찢어버릴 요량이었지만 기본 순발력만 3,000이 넘는 민도준을 건들 수 있는 늑대는 없었다.
서걱- 서걱-!
유령 검이 늑대들의 살갗을 베고 지나갔지만 교묘하게 치명상만은 피해갔다.
동물적 감각으로 피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것들이……!’
부아가 치민 민도준이 거스트 블레이드를 사용했다.
서거거거걱!
피할 수 없는 바람의 칼날에 늑대 한 마리가 머리를 떨구고.
스걱- 스걱!
대충 싸우던 민도준이 진심을 보이자 나머지 또한 금세 바닥에 몸을 뉘었다.
[경험치 +162,000] [경험치 +162,000] [경험치 +162,000] [현재 킬수 : 3/50] [모든 스탯이 3% 증가합니다.] [남은 시간 : 59분 59초] [영혼을 저장하였습니다.] [저장된 영혼의 수 : 7/10]괴수를 죽여 영혼도 저장하고 전장의 화신 버프도 쌓았다.
‘확실히 늑대 인간이 힘, 체력, 순발력 등. 모든 면에서 세긴 센가 보군. 무기 강화 특성 덕분에 유령 검의 공격력이 1.5배 늘었을 텐데도 잘 안 죽는 걸 보면.’
그때 민도준의 기척 감지 레이더망에 또다시 괴수들이 걸렸다.
늑대 인간이었다.
‘암살자를 기다리는 동안이 심심하진 않겠어.’
다가오는 늑대 인간을 보며 민도준이 스르륵 몸을 숨겼다.
늑대 인간이 당황하는 사이, 코앞에 당도한 민도준이 검을 세로로 그었다.
촤아악-
녀석의 머리가 세로로 쪼개졌다.
‘투명화를 쓰고 공격하면 물리 대미지가 30% 오른다더니 정말이군.’
쿨타임 없이 바로 모습을 감춘 민도준이 다음 늑대를 사냥했다.
[경험치 +162,000] [경험치 +162,000] [경험치 +162,000] [현재 킬수 : 15/50] [모든 스탯이 15% 증가합니다.] [남은 시간 : 59분 59초] [저장된 영혼의 수 : 10/10]투명화를 쓰니 늑대 인간을 잡기가 더욱 쉬워졌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대응도 제대로 못 하고 죽는 것이다.
‘벌써 15마리를 죽였는데 암살자가 나타날 기미가 안 보이네.’
자리를 옮긴 것도 아니건만 나타나는 거라곤 늑대 인간들뿐이었다.
‘응?’
그때 기척 감지에 처음으로 괴수가 아닌 사람이 걸렸다.
‘왔다.’
민도준이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샤박샤박-
아니나 다를까 수풀을 제치고 사람이 나타났다.
“흔적이 보이는데, 어디 갔지?”
암살자가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았다.
그 모습을 투명화로 지켜보던 민도준이 내심 놀랐다.
‘날 죽이려던 놈이 저 녀석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