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83)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83화(183/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83화
183. 테오도르 타운센드
민도준이 놀란 건 다름이 아니다.
암살자의 길드가 매우 유명한 길드였기 때문.
‘날 죽이려던 암살자가 오버로드 길드 소속이라고?’
약점 간파에 적힌 정보니까 확실했다.
‘오늘 새벽에만 해도 오버로드 길드에서 날 영입하려고 했잖아.’
그런데 자신에게 살기를 보인 자가 오버로드 길드라니.
이것이 우연일까?
‘오버로드 길드에서 날 죽이라고 지시를 내렸다? 어째서?’
이유가 뭘까?
‘내가 오버로드 길드에 원한을 살 일이 있을 리가…… 아.’
한가지 있었다.
‘설마 가입을 보류해서?’
미국을 떠나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최강의 길드인 만큼 자존심 또한 높을 터.
그런 곳에서 허리를 굽히고 4,000억이라는 거금까지 제시했건만 민도준은 보기 좋게 거절해 버렸다.
‘거절이 아니라 보류지만 그것만으로도 자존심이 상할 법하지…….’
그 때문에 자존심이 상한 길드장이 암살 지시를 내린 건 아닐까?
다른 길드에 내주느니 차라리 죽이겠다는 심보로.
‘아니야.’
민도준이 고개를 저었다.
‘보류했다고 사람을 죽일 리가 없지.’
잡념이 많아지다 보니 냉철하게 분석하지 못했다.
‘게다가 저 사람은 그 여섯 명에 포함되지도 않잖아.’
민도준의 기억에 눈앞의 오버로드 길드원은 살기가 감지됐던 무리에 없었다.
‘내 기억에 저 사람은 분명 길버트와 함께 있었어.’
살기가 나타나지 않은 3인의 그룹에 포함되어 있던 사람이었다.
‘암살자가 아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자신의 흔적을 쫓고 있는 걸까?
‘물어보면 알겠지.’
그런 생각으로 민도준이 상대의 뒤로 접근했다.
“날 찾나?”
민도준의 목소리에 놀란 상대가 고개를 돌리려고 했지만 목에 닿는 차가운 단검의 감촉에 그럴 수가 없었다.
“조심해. 움직이면 베인다.”
혹시 몰라 저주받은 단검으로 상대를 제압한 민도준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 날 찾고 있는 이유가 뭐지?”
“미, 민도준 헌터?”
“그래.”
“무, 무섭게 왜 이러십니까. 이 칼부터 내려놓으시죠.”
“아직 내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만?”
“나쁜 의도로 쫓아온 게 아닙니다. 믿어주세요.”
“내가 원한 답은 그게 아니야. 이유를 알고 싶은 거지.”
“그렇다면 말로 하면 되지 않습니까? 이건 좀 놓고…….”
“당신이 날 죽이려는 속셈으로 쫓아왔을지도 모르지 않나?”
“그, 그런……! 제가 왜 헌터님을 죽입니까?”
“그러니까 이유를 대보라고.”
상대가 침을 한 번 삼키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저, 저희 길드에서 헌터님을 감시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너희 길드가 어딘데?”
이미 알고 있었지만 거짓말하는지 보기 위해 모르는 척했다.
“오버로드 길드입니다. 저는 길드원 테오도르 타운센드라고 하고요. 던전에 진입하기 전에 통성명도 나눴습니다만…….”
물론 기억은 난다.
‘오버로드 길드원이라서 이런 우연도 있구나 싶었지.’
이렇게 단둘이 숲속에서 대화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길드에서 날 감시하라고 했다고?”
“그렇습니다.”
“무슨 이유로?”
“이, 이건 말하면 안 되는데…….”
뜸을 들이던 테오도르가 이윽고 감시의 목적을 말했다.
“얼마나 잘 싸우는지 실력을 보고 오라고 했습니다. 길드에 들어올 자격이 있는지를 판단하겠다고…….”
“판단한다고? 그 말은 실력이 별로면 내가 가입한다고 해도 거절할 수 있다는 뜻인가?”
“예. 원래 길드원을 받을 때 이렇게까지 깐깐하게 굴진 않는데……. 아마 4,000억이라는 조건을 걸었는데도 보류해서 길드장님이 많이 화나신 모양입니다.”
“당신, 내가 얼마를 제시받았는지도 알고 있군.”
“네. 길드장님께 전부 들었습니다. 헌터님이 무한의 탑 1위라는 것도…….”
민도준은 처음 통성명할 때 봤던 테오로드의 눈빛을 기억해냈다.
‘다른 헌터들과 달리 날 깔보는 눈빛이 아니었지.’
아마 무한의 탑 1위라는 걸 들어서일 거다.
‘그러고 보니 지금도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는군.’
게다가 별다른 저항도 하지 않는다.
‘목에 단검을 대고 있다고 해도 자신 있다면 저항해 볼 법한데…….’
이렇게 가만히 있는 이유는 민도준의 실력을 가늠하고 있어서일 거다.
츠으읏-
민도준이 손에서 단검을 해제시켰다.
“실례했습니다.”
말투도 반말에서 존대로 바꿨다.
“정말 저를 암살하려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강압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암살이라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혹시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 계신가요?”
“그건 아닙니다만 아까 던전에 들어왔을 때 저를 향한 살기를 느껴서요.”
“살기라니……. 그게 느껴진다고요?”
“제 착각일 수도 있지만요.”
어깨를 으쓱하는 민도준을 보자 테오도르는 허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 칼로 위협하던 사람 맞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
솔직히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을 때는 오줌을 지릴뻔했다.
대화할 때는 공기가 무거워진 것처럼 숨이 턱턱 막혔고.
‘그런데 지금은 그런 기운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아. 말끔히 사라졌어.’
같은 사람이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온도 차가 극명했다.
테오도르가 자기도 모르게 목 주변을 만졌다.
식은땀으로 흥건했다.
‘명색이 S급 헌터인 나를 이렇게 긴장시키다니…….’
어쨌거나 상황이 잘 풀려 다행이었다.
“조금 전의 일은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타운센드.”
정말로 미안했는지 거듭 고개를 숙이자 테오도르가 손을 저었다.
“아닙니다. 사정을 들어보니 그럴 수도 있겠더라고요. 게다가 먼저 수상한 행동을 한 사람은 전데요, 뭘.”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타운센드.”
“그냥 편하게 테오도르라고 부르십시오.”
두 사람이 오해를 풀고 화해의 악수를 했다.
민도준이 테오도르가 왔던 길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를 감시하려고 혼자서 오신 겁니까? 혹시 다른 사람은…….”
“없습니다. 추적에 나선 건 저 혼자입니다.”
“파티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뭐라고 하고 나오셨나요?”
“아무리 그래도 위험한 숲속에 혼자 보낼 순 없다고 따라왔지요. 의외로 붙잡지는 않더라고요. 그런데…….”
테오도르가 바닥을 둘러봤다.
곳곳에 핏자국들이 있었다.
“말처럼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나 봅니다?”
“괴수 몇 마리 정도 잡을 힘은 있어서요.”
‘몇 마리가 아니다.’
여기저기 넓게 퍼진 전투의 흔적을 보며 테오도르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최소 열 마리 이상과 싸웠어.’
한 마리씩 상대했는지, 동시에 열 마리를 상대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이곳에서 열 마리 넘게 잡았다.
‘숲에서 출현하는 괴수라면 늑대 인간일 터. 그걸 열 마리 이상 잡았다는 건 최소 S급의 실력은 지녔다는 의미.’
절대 2,600레벨의 평범한 A급 헌터가 일궈 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 남자, 보통은 넘어섰군.’
하지만 눈으로 직접 본 것도 아니고 이것만 가지고는 평가하기에 일렀다.
‘과연 저스틴 워커의 2배를 제시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헌터일지…….’
“길드에 들어오기에 적합한지 판단하고 계십니까?”
“예? 아, 그게…….”
속마음이 들켜 당황한 테오도르에게 민도준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괜찮습니다. 테오도르. 당신은 당신 일을 하면 됩니다. 감시한다고 뭐라 하지 않을 테니까요.”
“아…… 감사합니다.”
“다만 저를 노리는 사냥감은 건들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예? 설마 혼자 사냥 다니시게요?”
“네.”
“파티원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지 않으시고요?”
“애초에 이러려고 나온 거라서요.”
원래는 암살자를 가려내기 위한 목적으로 빠져나온 거지만 상황을 보니 찾기는 그른 듯했다.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솔로잉이라도 도는 것이 좋아 보였다.
‘온갖 비난을 받으며 그 난리를 치고 나왔는데 경험치라도 얻어가야지.’
비록 살기를 보인 헌터는 찾지 못했지만 때가 되면 자신을 죽이러 나타나지 않겠는가?
‘다시 살기를 보이는 그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마음을 다잡은 민도준이 테오도르에게 물었다.
“어쩌시겠습니까? 저는 파티원과 떨어져서 사냥할 생각인데 계속 따라오시겠습니까? 아니면 돌아가시겠습니까?”
“음…….”
비록 민도준에게 들키긴 했지만 테오도르의 임무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사냥감만 건들지 않으면 감시를 해도 좋다고 했으니…….’
결정을 내린 테오도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헌터님의 실력을 파악하진 못해서요. 따라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대신 저를 노리는 사냥감은 오롯이 제 것입니다.”
“예. 저는 방해하지 않고 뒤에서 지켜만 보겠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동행이 결정되었다.
“가시죠.”
민도준이 앞장서자 테오도르가 뒤따랐다.
그리고 얼마 걷지 않아 사냥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크르르르-
검은 늑대 두 마리가 민도준의 앞을 가로막았다.
물론 평범한 늑대가 아니라는 건 민도준도 알고 테오도르도 알았다.
아니나 다를까.
늑대들이 늑대 인간으로 변신하며 전투태세를 갖췄다.
‘늑대 인간 두 마리를 동시에 상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
늑대 인간의 강함을 아는 테오도르가 긴장한 눈빛으로 주시했다.
‘약속대로 저 괴수들은 민도준 헌터의 몫이니까 관여하지 않겠어.’
그래도 자신에게 어그로가 끌릴지 모르니 주 무기인 해머를 들어 올리는 그였다.
‘이제 민도준 헌터의 실력을 볼 수 있겠군.’
남들이 A급이라고 무시했지만 테오도르만큼은 무시하지 않았다.
‘무한의 탑 1위라는 말을 듣고 무시할 수 있는 헌터가 몇이나 있을까?’
처음에 길드장을 통해 들었을 때는 믿기지 않았다.
몇 년 동안이나 깨지지 않았던 저스틴 워커의 기록을 압도적인 포인트로 뛰어넘었다니.
‘과연 얼마나 강할지…….’
두근두근.
테오도르의 가슴에 기대감이 차올랐다.
이번 기회에 민도준 헌터의 실력을 낱낱이 파악할 요량으로 두 눈을 크게 뜨고 주시했다.
너무 집중해서일까?
테오도르는 정작 자신의 뒤에 있는 늑대 인간은 보지 못했다.
크허어엉!
늑대 인간이 움직임과 동시에 민도준이 사라졌다.
“어?”
서걱- 서걱-
늑대 인간의 머리가 튀어 오르는 걸 보다가 뒤에서 들린 소리에 급히 고개를 돌렸다.
크르르렁!
미처 보지 못한 늑대 인간 한 마리가 발톱을 세우며 달려들고 있었다.
‘아!’
대응하기엔 늦었다고 판단했을 때.
서걱-
늑대 인간의 머리가 두둥실 떠올랐다.
툭- 툭- 투욱-
세 마리의 머리가 순차적으로 떨어졌다.
“미, 민도준 헌터?”
어느새 자신의 뒤로 와 있는 민도준을 보며 테오도르가 당황했다.
‘이, 이게 대체 어찌 된 상황이지?’
얼떨떨한 얼굴로 다시 전방을 바라봤다.
민도준이 상대하던 두 마리의 시체가 연기로 변하고 있었다.
‘두 마리를 잡은 거로 모자라 내 뒤로 와서 날 노리던 놈까지 죽였다고?’
고작 5초 안에 세 마리의 머리가 떨어졌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테오도르가 민도준을 괴물 보듯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