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86)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86화(186/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86화
186. 피의 마녀 바토리
‘어떻게 된 거지?’
테오도르가 자신을 향해 살기를 보내다니?
‘설마 암살자의 정체가 테오도르였나?’
민도준이 즉시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어. 위치부터 달랐으니까.’
처음 살기가 느껴진 위치에는 테오도르가 없었다.
그렇다면 테오도르가 갑자기 살기를 보내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노려보던 테오도르가 씨익 미소 지었다.
“네놈은 이제 죽었다. 이 몸이 빙의에 성공했으니까. 호호호호홋!”
그러더니 돌연 입가를 가리며 대소를 터뜨린다.
걸걸한 목소리로 여성처럼 웃는 테오도르를 보며 민도준은 생각했다.
‘미친 건가?’
하지만 이내 생각을 달리했다.
‘조금 전에 떠오른 메시지에 빙의를 시도했다고 쓰여 있었지.’
피의 마녀 바토리가 빙의를 시전했다.
‘그러나 강인한 정신 특성이 빙의를 무효화시켰고.’
그 직후 테오도르가 이상해졌다.
‘그걸로 봐서 혹시 나한테 빙의했다가 실패하자 테오도르에게 시도한 것이 아닐까? 성공한 결과가 저 모양이고.’
민도준이 테오도르를 바라봤다.
깔깔깔 웃는 모습이 확실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그때, 약점 간파로 보이던 테오도르의 정보가 바뀌었다.
[테오도르 타운센드에게 빙의한 피의 마녀 바토리]-설명 : 흡혈귀의 밤에서만 출현하는 네임드 보스. 영체로서 빙의를 통해서만 나타난다. 평소에는 고대의 흡혈귀에게 빙의해 있다.
-전투방식 : 빙의된 대상의 기억을 이용해 싸운다. 불리하면 영체화하여 도망친다.
-약점 : 빙의 도중에 죽으면 영체도 죽는다.
‘역시……!’
테오도르가 빙의되었다는 가설은 맞았다.
‘피의 마녀 바토리라……. 이름만 보면 네임드 보스인데?’
S급 던전에선 희박한 확률로 네임드 보스가 나온다.
‘한데 바토리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본단 말이지.’
회귀 전에도 그런 보스가 있다는 정보는 들어보지 못했다.
‘설마 나조차 모르는 보스라 이건가?’
10년 경력의 헌터로서 웬만한 정보는 다 알고 있는 민도준이지만 그렇다고 전부를 안다고 단언할 순 없었다.
‘내가 모르던 히든 업적들이 있듯이 네임드 보스도 모르는 놈이 있을 수 있지.’
누군가 네임드 보스를 잡아놓고 정보를 풀지 않으면 다른 사람은 당연히 그 존재를 모를 수밖에 없으리라.
‘이런 곳에서 네임드 보스를 만나다니…….’
민도준이 테오도르를 바라봤다.
‘최고잖아?’
생각지도 못한 행운에 저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그 모습을 본 테오도르가 돌연 인상을 썼다.
“미천한 인간 놈이 감히 내 앞에서 웃어? 정신이 나간 것이냐?”
그 말에 민도준이 웃음을 지우고 흥미로운 눈빛을 띠었다.
‘괴수가 말을 하다니…….’
네임드 보스가 말하는 거야 신기한 일은 아니다.
유령섬에서 잡았던 죽음의 소환술사 클라크도 말하지 않았던가?
대화는 통하지 않았지만.
‘말을 한다는 것 자체는 신기한 일이 아니야. 진짜 신기한 건 녀석이 영어로 말하고 있다는 거지.’
대부분의 네임드 보스는 시스템 메시지처럼 자동으로 해석되는 언어를 쓴다.
한데 바토리만큼은 달랐다.
‘누가 봐도 영어로 말하고 있어.’
정황상 테오도르의 기억을 읽고 자연스럽게 영어를 쓰는 것인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대화가 통할지도 모른다는 거지.’
괴수와의 대화라니.
역사상 그 누구도 시도해 보지 못한 일이 아닌가?
‘어쩌면 최초가 아닐 수도 있지만.’
확실한 건 이런 기회가 흔치 않다는 사실이다.
민도준이 기대 어린 눈길로 물었다.
“넌 누구냐?”
“나? 흐흐, 네 동료인 테오도르 타운센드이지 않느냐?”
“괴수 주제에 속이려 들 줄도 알고……. 확실히 보스라 그런지 지성은 있네.”
“뭐라는 거냐? 미천한 인간 놈아.”
“바토리. 그게 네 이름이냐?”
그 말에 바토리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호오, 미천한 인간 놈이 내 이름을 알다니. 뜻밖이구나.”
“네가 내 몸에 빙의하려고 했나?”
“그런 것까지 알다니……. 이곳에 왔을 때부터 지켜봤지만 확실히 평범한 인간이 아니로구나.”
‘던전에 들어왔을 때부터 봤다고?’
그 말을 듣자 문득 떠오르는 사건이 있었다.
‘던전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살기가 느껴졌었지. 그게 설마…….’
민도준이 물었다.
“던전에 들어왔을 때 나한테 살기를 보내던 게 너였냐?”
“던전? 인간들이 이곳을 부르는 명칭인가 보지?”
“대답해.”
“살기는 잘 느끼면서 눈치는 없는 놈이구나. 호호.”
확실히 대답하진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초반에 살기를 보낸 게 암살자가 아니라 이 녀석이었다고?’
파티원이 살기를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단순히 파티원 사이에 바토리가 있었나 보다.
‘말하는 걸 보아하니 내가 살기를 감지할 수 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는 모양인데…….’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대답을 유도하기 위해 눈치챘다는 듯이 말했다.
“네놈, 던전 초입부터 우리를 노렸었군.”
“호호, 진즉에 살기를 느꼈으면서 그걸 이제야 안 모양이구나.”
“빙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노린 거였나? 그러다 내가 살기를 느끼자 한발 물러섰고?”
“오. 나름 머리가 돌아가는 놈이었구나.”
“인간의 몸에 빙의해서 뭘 할 작정이지?”
“그거야 뻔한 거 아니겠느냐?”
“식사인가?”
민도준의 추측에 바토리가 놀랐다.
“오, 어떻게 알았느냐?”
“그거야 뻔한 거 아니겠나. 너희 괴수들이 인간을 노리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으니.”
민도준은 유독 러시아 던전에서 사망자가 나오는 이유를 바토리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아마 주기적으로 인간을 빼먹고 있었겠지.’
매번 열 명 중 한 명이 살아 돌아오지 못하는 건 바토리가 식사를 위해 가져갔기 때문이리라.
‘헌터들이 던전에 들어오면 만만한 놈에게 빙의하고 이런저런 핑계로 빼갔겠지.’
먹잇감에 빙의한 뒤 잠깐 볼일을 보러 간다거나 해서 신체를 옮겼을 것이다.
‘그 위치는 아마도 고대의 흡혈귀가 있는 고성의 보스룸.’
약점 간파에 뜬 정보에 따르면 녀석의 본체는 고대의 흡혈귀라고 한다.
‘빙의한 채로 자신의 몸을 뜯어먹을 순 없으니 아마 본체로 돌아가 식사를 했겠지.’
즉, 자신의 안방까지 먹잇감을 데려오기 위해 빙의를 했다고 추측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보스룸을 찾지 못하자 이런 식으로 한 명씩 빼먹은 건가?’
아니면 오히려 보스룸을 찾지 못하길 바라고 있을 수도 있다.
아무리 네임드 보스라도 열 명의 헌터를 동시에 상대하는 건 부담스러울 테니.
‘대강 수수께끼는 풀렸는데, 저건 어떻게 된 거지?’
민도준이 바라보는 곳엔 여덟 명의 파티원들이 기절해 있었다.
‘파티원들이 공격한 이유가 뭐지? 바토리에게 단체로 정신 지배 마법이라도 걸렸나?’
확실한 것은 파티원들이 사람이 아닌 괴수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
‘테오도르도 마찬가지야.’
바토리가 빙의해서인지 테오도르 역시 기척 감지에 괴수로 인지되고 있었다.
“바토리. 저기 쓰러진 파티원들도 네놈 짓인가?”
“흥, 내가 인간 따위한테 말해 줄 것 같으냐?”
“그런 인간의 몸에 기생하고 있는 괴수 주제에.”
“뭐, 뭐라?”
당황하던 바토리의 미간이 보란 듯이 구겨졌다.
“고귀한 이 몸이 하찮은 네놈에게 기껏 시간을 내고 있거늘! 여태까지 대화해준 것도 영광인 줄 알 거라!”
“Fuck you.”
“……!”
가운뎃손가락을 보이자 바토리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이, 이 버르장머리없는 인간 놈이……!”
“인간의 기억을 공유하는 건 확실하군.”
태연하게 말하던 민도준이 돌연 진지해졌다.
괴수와 대화하면 전부터 묻고 싶은 게 있었다.
“너희 괴수들의 정체는 뭐냐?”
“뭐라?”
“어째서 지구를 침공하는 거지?”
“하!”
바토리가 어이없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누가 누구를 침공했다고? 오히려 우리 영역을 침범하는 건 너희 인간들이 아니더냐?”
“…….”
던전이 괴수들의 영역임을 생각하면 맞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지구에 던전이 생긴 게 녀석들의 의지가 아니라는 뜻인가?’
하긴 침공이었다면 던전만 생겼지 각성자라는 대안까지 생기진 않았을 거다.
그때.
쿵-
바토리가 해머를 바닥에 찍었다.
“인간 놈. 언제까지 떠들기만 할 것이냐?”
후웅- 후웅-
바토리가 해머를 휘두르며 몸을 풀었다.
“여흥은 끝이다. 덤비거라.”
“나랑 싸우겠다고?”
“싸우다 뿐이랴? 죽여서 먹어치울 것이다.”
뿜어져 나오는 살기만 봐도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너, 테오도르의 기억을 공유하지 않았나?”
“그렇다만?”
“그런데도 나랑 싸우겠다고?”
테오도르라면 봐서 알 것이다.
민도준이 얼마나 강한지를.
“너랑 싸우면 안 될 이유라도 있단 말이냐?”
하지만 바토리에게는 민도준의 기억이 없는 모양이다.
“설마 최근의 기억까진 읽지 못하는 건가?”
“……그런 걸 잘도 알아맞히는구나.”
‘그래서 이렇게 자신만만했던 거였군.’
민도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 싸워야 한다면 어쩔 수 없지.’
다만 죽이지는 않고 적당히 손봐줄 요량이다.
아무리 빙의했어도 상대는 무고한 파티원이었으니까.
‘어쩌면 몇 대 맞고 빙의에서 풀려날지도.’
그런 생각으로 민도준이 다가갔다.
유령 검도 손에 쥐지 않고서.
“같잖은 인간 놈. 무기도 들지 않는 것이냐?”
맨손인 민도준을 향해 바토리가 코웃음을 쳤다.
“아아, 알겠다. 내 기세에 겁먹고 포기한 모양이로구나. 그래봤자 이미 늦었다.”
타앗!
“좀 전의 무례를 생각해서 곤죽을 내버릴 거거든!”
지면을 박찬 바토리가 해머를 휘둘렀다.
해머에 금빛이 둘려 있는 것이 단순한 공격이 아닌듯했다.
‘역시 기억을 읽고 스킬도 쓰는 모양이군.’
이러나저러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겠지만.
부우우웅-
해머가 매섭게 공기를 가르며 민도준이 있던 자리를 지나갔다.
콰콰콰쾅!
뒤편의 나무들이 금빛의 충격파를 맞고 쓸려나갔다.
“이놈이 어디로 간…….”
“공격력은 세지만 명중률은 영 꽝이야.”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바토리가 퍼뜩 해머를 휘둘렀다.
부웅! 부웅!
연속으로 타격을 가하는 더블 스매쉬라는 스킬이었지만 그 역시 민도준에게 닿지 못했다.
“느리다고.”
“이익!”
부웅- 부웅- 붕-
가지고 있는 모든 스킬을 동원하여 해머를 휘둘러봤지만.
퍼억-!
“끄억!”
순발력이 6,400인 데다가 동체 시력 특성까지 있는 민도준을 맞출 수 있을 리 만무했다.
퍼억- 퍽-!
얼굴에 한 방, 복부에 한 방.
뒤로 돌아 다리를 걸고 넘어트린 뒤 턱에 발길질 한 번.
적당한 힘으로 죽지 않을 정도로 두들기자 바토리의 입에서 연신 신음이 흘러나왔다.
“빙의했어도 고통은 느끼나 봐?”
“끄흐으윽…… 이놈이 감히…….”
“얼른 내 동료의 몸에서 나오시지.”
뻑-!
주먹 한 방에 해머도 놓치고 바닥을 구르는 바토리를 보며 민도준이 마무리를 지으려 할 때였다.
스으으으으-
테오도르의 머리 위에서 김이 피어오르더니 사람의 형상을 갖췄다.
[피의 마녀 바토리(영체)]잠시 허공에 떠 있던 형상이 도망치듯 사라졌다.
‘놓쳤나?’
아쉬운 마음은 들지 않았다.
어디로 갔을지 짐작 가는 바가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