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91)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91화(191/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91화
191. 김필영
[생명수의 나무줄기를 획득하였습니다.]‘드디어 나왔군.’
원하던 생명의 비약 재료가 나오자 민도준의 얼굴에 감출 수 없는 기쁨이 드러났다.
‘이거 하나 얻으려고 그동안 얼마나 많은 나무 정령들을 잡았는지…….’
못해도 수천 마리는 잡았을 거다.
[생명수의 나무줄기]+[활력의 샘물] [조합 성공!] [생명의 비약을 획득하였습니다.]숨이 끊겼던 황다연을 부활시킨 기적의 아이템.
‘언제 또 쓸 일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갖고 있어서 나쁠 건 없다.
‘이제 나무 정령을 죽일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경험치는 많이 주니까 계속 잡아볼까?’
운 좋게 또 재료가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고 말이다.
민도준이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4대 정령들을 조합시켜 나무 정령을 불러냈다.
쿠콰콰콰쾅!
매그넘 버스트로 쓸어버리자 경험치가 쭉쭉 올라갔다.
[레벨이 올랐습니다!]한 마리 한 마리가 S급 괴수에 달하는 경험치를 주다 보니 레벨이 빠르게 올랐다.
‘좋아. 이대로 계속 사냥한다.’
S급이라는 고지가 눈앞에 있었다.
* *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헌터 매거진 진행의 김진희입니다. 매번 헌터 업계의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자리에 모신 헌터부 기자님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님.] [안녕하세요. 헌터 신문의 조승철 기자입니다.] [네. 요즘 헌터 업계에서 이슈라고 할 만한 소식이 뭐가 있을까요?] [현재 가장 큰 이슈로는 러시아의 저주가 풀렸다는 것입니다.] [러시아의 저주요?] [네. 러시아에는 흡혈귀의 밤이라는 S급 던전이 있는데요. 이곳은 러시아에서도 버림받을 정도로 사망자가 속출하는 저주받은 던전이었습니다. 한데 그 저주가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헌터에 의해 풀렸습니다.] [누구 말이죠?] [바로 민도준 헌터입니다.] [민도준 헌터라면 홍대 브레이크를 막은 헌터 말씀이시죠?] [그렇습니다. 최악의 던전 브레이크라는 홍대 브레이크를 막은 것으로 유명해졌는데요, 사실 민도준 헌터가 던전 브레이크를 막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약 1년 5개월 전에 공주시에서 던전 브레이크를 막은 적이 있었죠.] [대단히 정의로운 헌터네요. 그런데 민도준 헌터가 러시아 던전의 저주는 어떻게 풀 수 있었던 거죠?] [러시아의 흡혈귀의 밤에는 다른 나라와 달리 네임드 보스가 숨어있었는데요. 매번 사망자가 나오던 것도 이 때문이었답니다. 그걸 눈치챈 민도준 헌터가 보스를 발견하고 처치한 거죠.] [단독으로 말이에요?] [네. 단독으로요.] [네임드 보스를 단독으로 잡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정말 대단하네요.] [그렇습니다. 특히 S급이 아닌, 2,600레벨의 몸으로 처치를 해서 재평가가 시급한 상황인데요. 암암리에 들은 바에 의하면 레벨과 달리 실력은 이미 S급이라고 합니다.] [2,600레벨인데 S급의 실력이라니……. 괜히 던전 브레이크를 혼자서 막은 게 아니었군요?] [예. 근데 더 대단한 건 레벨업 속도입니다. 불과 2주 전엔 2,600이었던 그가 지금은 2,997레벨이 됐거든요.] [빠른 속도인가요?] [물론입니다. 평범한 A급 헌터가 1년 6개월을 사냥해야 달성 가능한 속도를 2주로 좁혀버렸으니…… 엄청나게 빠른 거죠.] [그만큼 레벨에 비해 강하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맞습니다. 민도준 헌터가 비교적 최근에서야 대중들에게 알려지긴 했지만 사실 예전부터 레벨에 비해 강하기로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낮은 레벨로 보스를 솔로킬하는가하면 1년도 안 돼서 A급을 찍는 기행을 보이기도 했죠.] [그런데 지금은 S급이 코앞으로 다가왔네요?] [그렇습니다. 고작 3레벨만 올리면 민도준 헌터는 국내에서 스무 번째로 S급을 찍게 됩니다. 물론 순서가 그렇다는 거지 S급의 수가 스무 명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이민지 힐러처럼 사망한 헌터도 있으니까요.] [그렇군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 스무 번째 S급 헌터는 다른 분이었던 걸로 아는데요?] [네. 사실은 김필영이라는 헌터가 스무 번째 S급으로 예정되어 있었는데요, 민도준 헌터가 빠르게 치고 올라가는 바람에 스물한 번째로 밀려나게 됐…….]‘X발.’
보다 못한 김필영이 TV를 꺼버렸다.
안 그래도 스물한 번째로 밀려나서 열 받는데 자랑도 아닌 일을 저렇게 떠벌리고 있으니 당사자로서 기분이 좋지 못했다.
“오빠, 잘 보고 있는데 왜 껐어?”
침대에서 같이 TV를 보고 있던 여성이 의문을 표했다.
“기분 X 같아서.”
“스물한 번째로 밀려난 것 때문에 그래?”
“어.”
“에이, 그런 거 신경 쓰지 마. 순서가 무슨 상관이야. 내가 있잖아.”
애교를 부리며 달라붙는 여성을 보며 김필영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래. 누가 먼저 S급이 되든 무슨 상관이냐? 손해만 보지 않으면 되는걸.’
기분이 풀린 김필영이 일어나려던 여성의 팔을 끌어 침대에 눕혔다.
“꺅!”
“어디 가. 한 번 더 해야지.”
“아잉, 잠깐만. 물 좀 마시고. 응?”
그때 김필영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던 김필영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
“그게 말이 됩니까!”
급기야 버럭 소리치기까지 하자 놀란 여성이 이불을 목까지 끌어당겼다.
“X이발! 민도준 씨X놈!”
통화를 끝낸 김필영이 핸드폰을 던질 것처럼 들었다가 조용히 탁자 위에 내려놨다.
“오, 오빠…… 무슨 일이야?”
“얼마 전에 계약했던 광고업체에서 컴플레인이 들어왔다.”
“뭐? 왜?”
“자기들은 내가 스무 번째 S급 헌터가 될 줄 알고 계약했는데 스물한 번째로 밀려나서 속았다 이거지.”
“그래서……?”
“X발. 계약서에도 명시되어있다고 그거 가지고 물고 늘어지면서 조건을 자기들한테 유리한 쪽으로 바꾸네? 하…… 더러워서 진짜.”
“그럼 어떡해?”
“어떡하긴. 이미 계약했는데 더러워도 참아야지. 위약금 물기 싫으면. 후우…….”
담배를 입에 문 김필영이 불을 붙이자 여성이 인상을 썼다.
“오빠. 내가 담배 냄새 싫다고 했잖아. 나가서 피우면 안 돼?”
“야. 분위기 파악 좀 해라? 가뜩이나 심란한데 이래라 저래라야. 쯧.”
“심란하면 여자친구 앞에서 담배 피워도 된다는 거야?”
재미있는 소릴 들었는지 줄곧 인상을 쓰던 김필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하하, 며칠 놀아줬더니 얘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네. 누가 내 여자친구라고?”
“뭐? 그럼 아니야?”
“내가 언제 너랑 사귀자고 했냐?”
“나, 나랑 같이 잠도 자고 그랬잖아.”
“야, 몇 번 같이 잤다고 사귀는 게 어딨어? 조선 시대에서 왔냐? 쯧.”
“나, 나는 여태 사귀는 줄 알았는데…….”
담배를 비벼끈 김필영이 차가운 눈으로 쳐다봤다.
“애가 좀 순진해 보인다 싶었는데 인제 보니 멍청한 거였네?”
“뭐……?”
“난 네 몸 보고 만난 거야. 다른 거 없어. 너도 내 돈 보고 만난 거 아냐?”
“아, 아니야. 난 진지하게 오빠가 좋아서…….”
“아아, 그만. 이제 알았으니까 그만 가라.”
“오빠…….”
“그만 질척이고 가라고. 난 옆에서 잔소리하는 여편네 둘 생각이 요만큼도 없거든? 쯧.”
매몰찬 태도에 여성이 두 눈을 크게 뜨더니 급기야 눈물을 보였다.
“너, 너무해…… 흑흑.”
“에이 씨, 질질 짜고 난리야. 네가 안 가면 내가 가지 뭐.”
김필영이 옷을 입고는 집 밖으로 나왔다.
“쯧, 이래서 고지식한 년들은 싫다니까.”
다시 담배를 입에 문 그가 스포츠카에 올라탔다.
여자라면 차를 몰고 어슬렁거리기만 해도 쉽게 구할 수 있었기에 아쉬울 건 없었다.
부아아아아앙-
머리를 식힐 겸 운전하던 그가 DMB를 틀었다.
돌리는 채널마다 민도준 헌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민도준 이 X같은 새끼.’
민도준이라는 헌터와는 일면식도 없었지만 녀석 때문에 S급 헌터의 순서가 밀려났고 손해를 보게 됐다.
‘한참이나 밑에 있던 녀석이 언제 이렇게 앞질러서는…….’
김필영의 레벨은 2,987.
S급까지 고작 13레벨을 남겨두고 있는 A급 헌터의 최강자가 바로 그였다.
어디까지나 민도준이 치고 올라오기 전까지만이었지만.
‘하아, 열흘만 더 사냥하면 내가 먼저 S급 찍을 수 있는데.’
그럼 예정대로 스무 번째 S급 헌터가 될 테고 광고 계약으로 손해 보는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민도준 헌터한테 말해 볼까? 한 열흘만 기다려달라고?’
하지만 남자의 자존심이 있지 그런 부탁을 어떻게 말할까?
말한다고 들어줄 것 같지도 않고 말이다.
‘수호 길드라고 했지?’
하도 매체에서 떠들어대서 민도준이 속한 길드 따위는 쉽게 알 수 있었다.
김필영이 네비로 수호 길드를 검색했다.
고작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다.
‘말한다고 손해 보는 것도 아닌데 한번 찾아가 봐?’
고민 끝에 김필영이 유턴을 했다.
찾아가서 말이라도 해 보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잠깐. 혼자서 찾아가기엔 좀 쫄리는데…….’
막상 혼자서 가려니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보스를 잡은 것도 그렇고 레벨업 속도도 그렇고 나보다 존나 세잖아?’
민도준이 레벨에 비해 강하다는 건 TV가 아니더라도 알만한 헌터는 다 아는 사실.
그런 상대한테 단신으로 찾아가기엔 김필영의 용기가 많이 부족했다.
자신의 부탁을 곱게 들을 것 같지도 않고.
결국 김필영은 친한 동생을 부르기로 했다.
뚜루루루- 딸칵!
-안녕하세요, 필영 형님.
“어, 그래. 우진아. 잘 있었냐?”
-예, 형님. 덕분에 잘 있었습니다.
“자식.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형님이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신 덕분에 저희가 그나마 사람처럼 사는 거 아니겠습니까?
“야. 예전에도 살만했어! 인마. 오히려 그때가 더 그립다.”
-그렇습니까? 전 지금이 더 좋지 말입니다.
“그러냐? 우현이는?”
-형은 지금 던전에 들어가 있지 말입니다.
“왜 같이 안 들어가고?”
-저희는 원래 따로따로 사냥합니다. 전사가 마법사랑 어울리는 거 보셨습니까?
“형제끼리 사이좋게 지내라 인마.”
-사이가 안 좋아 보여도 좋은 게 저희 형제지 말입니다.
“그래그래. 어련하겠냐.”
-그나저나 어쩐 일이십니까?
“다름이 아니고, 지금 시간 좀 낼 수 있냐?”
-물론입니다. 형님.
“그럼 나랑 어디 좀 가자.”
-어디를 말입니까?
“가보면 알아.”
-어째 말하는 게 누구 협박하러 가는 것 같습니다?
“협박은 무슨. 부탁할 일이 있어서 그래.”
-예전에도 그랬지 말입니다. 저랑 어디 좀 가자고 하더니 빚쟁이한테 찾아가서는 협박조로 말하지 않았습니까?
“네가 한 덩치 하잖냐.”
-지금도 그런 겁니까? 떼인 돈 되찾으러?
“뭐, 비슷하지.”
-그 돈 그냥 안 받으면 안 됩니까? 돈이라곤 넘쳐나시면서.
“그럼 네가 대신 돈 내줄래?”
-그건 싫습니다.
“그거 봐. 너도 손해 보는 거 싫어하잖아. 원래 자수성가한 사람일수록 자기 돈 끔찍이 아끼는 거라고.”
-형님이 자수성가하셨습니까? 운 좋게 헌터 돼서 돈 버신 거지.
“이놈이 레벨 좀 높다고 형님한테 또박또박 말대꾸하네?”
-말대꾸는 각성 전부터 했지 말입니다.
“특성빨인 주제에. 네가 운을 운운할 입장이냐? 쯧.”
-어쨌든 지금 나오면 됩니까?
“그래. 그리고 떼인 돈 받으러 가는 거 아니야, 인마.”
-그럼 뭡니까?
김필영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공손히 부탁할 게 좀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