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93)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93화(193/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93화
193. 포식자
이란성쌍둥이로 태어난 최우현, 최우진 형제는 성별은 같지만 생김새는 완전히 달랐다.
특히 최우진은 형인 최우현과 달리 거구의 체형을 타고났기에 어릴 때부터 힘이라면 자신 있었다.
그랬기에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동네 형인 김필영을 따라 조폭 생활을 한 걸지도 모른다.
그곳은 오직 힘이 있는 자만이 인정받는 세계였으니까.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아. 힘이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건.’
헌터 시대가 된 지금도 레벨이 높고 강한 헌터만이 포식자로 군림할 수 있다.
‘포식자가 되기 위해 초창기 헌터로 각성하고 나서 지금까지 쭉 힘을 키워왔다.’
그 결과 최우진은 성공했다.
국내 랭킹 14위의 3,220레벨 헌터.
근력 스탯만 3,000에 달하는 그는 누가 봐도 포식자라 할 수 있었다.
‘그런 내가 꿈쩍도 할 수 없다고?’
최우진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붙잡힌 손목을 빼보려고 힘을 줘봤지만 더 큰 힘이 자신의 손목을 옥죄고 있었다.
‘이, 이 자식 대체 근력이 몇이야?’
사실 근력만 놓고 보면 최우진이 더 높았다.
전장의 화신 버프가 없는 민도준의 근력은 2,300 정도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대미지로 따지면 비교 불가였다.
복수 특성과 헌터 사냥꾼 특성 덕분에 기존보다 4배나 높은 대미지를 발휘할 수 있는 민도준이다.
시스템이 악력도 대미지로 인식하는 이상, 민도준이 최우진에게 힘으로 밀릴 일은 없었다.
탁-
“크윽.”
민도준이 힘을 풀자 잽싸게 손목을 회수한 최우진이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거만했던 좀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얼굴이었다.
“야, 최우진.”
남의 속도 모르고 김필영이 계속 재촉했다.
당장 본때를 보여주지 않고 뭐하냐는 눈빛이었다.
최우진이 난감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그때.
“응?”
사무실로 또 다른 손님이 찾아왔다.
현수아였다.
“아, 안녕하세요. 도준 씨. 할 말이 있어서 찾아왔는데 손님이 계셨네요. 다음에 올까요?”
“아니요. 잘 오셨습니다. 마침 이야기가 끝난 참이라서요.”
민도준의 말에 김필영이 발끈했다.
“끝나긴 누구 마음대로 끝……!”
그러나 팔을 잡아끄는 우악스러운 손길에 김필영은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왜?”
“형님. 이쯤하고 그만 가시죠.”
최우진이 난감한 표정으로 나가자는 제스쳐를 취했다.
‘왜 이래? 이 자식?’
김필영으로선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쯤은 눈치챌 수 있었다.
게다가 웬 목격자까지 등장했으니 그로서도 계속해서 행패를 부리기엔 부담스러웠다.
“내가 오늘은 이쯤하고 가는데…… 우리 사이에 아직 얘기 안 끝난 거 알지? 다음에 또 올 테니 그때까지 잘 생각해 봐. 알았냐? 가자.”
그리 말한 김필영이 최우진을 데리고 사무실을 나섰다.
나서기 전 현수아를 음흉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뭐, 뭐예요? 저 사람들?”
현수아가 괴수를 보고도 짓지 않던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조폭도 아니고…….”
“조폭 맞습니다.”
“예?”
“지금은 아니고 예전이라지만 옛날 버릇 어디 안 가죠.”
씩 웃는 민도준의 얼굴에서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보다 전투력이 낮은 녀석들을 상대로 긴장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녀석들보다 내가 더 강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
조금 전 힘 싸움만 하더라도 누가 이길지는 불 보듯 뻔했다.
민도준이 녀석들이 나간 문 쪽을 바라보다가 창가로 시선을 옮겼다.
복수의 대상이 차를 타고 사라지고 있었지만 아쉬울 건 없었다.
[대상과의 거리 118m]이미 유령 늑대를 시켜 두 사람의 냄새를 기억해둔 상태였으니까.
“그나저나 수아 씨가 여긴 어쩐 일이세요?”
“그게…… 할 말이 있어서 왔는데요.”
“네. 여기 앉으세요. 커피? 녹차? 뭐 드실래요?”
“녹차요.”
소파에 앉기를 권한 민도준이 녹차를 타오자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고마워요.”
“그래서 하실 말씀이라는 게?”
“아, 전에도 했던 말인데…… 길드에 가입하고 싶어서요.”
“저도 했던 말이지만 그건 어렵겠는데요.”
“정말 안 되나요?”
그녀의 물음에 민도준이 다시 한번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이유가 뭐냐고 묻지는 않았다.
‘이유가 뭐든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니까.’
사심이 담겨 있음을 알고 있는 이상 길드에 가입시킬 순 없었다.
‘대체 내 어디가 좋다고…….’
[저 여자가 도준 씨를 좋아한다고요?]‘…….’
무심코 한 생각을 이민지가 들어버렸다.
민도준이 상념에 잠긴 현수아를 놔두고 창가로 다가갔다.
[흐응. 확실히 저 여자의 눈빛을 보니 혼자만의 착각은 아닌가 보네요. 지금도 도준 씨 뒷모습을 음흉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네요.]‘쓸데없는데 신경 쓰지 말고 김필영에 대한 정보나 내놓으시지.’
[그전에 제 동생을 보여준다고 약속하신다면요.]‘약속하지. 대답만 잘하면 추가로 네 이미지도 바꿔주지.’
[네? 제 이미지요?]‘그래. 현재 네 이미지가 바닥을 치고 있는 건 저번에 기사를 봐서 알고 있지?’
[알죠! 그 도망친 가족들이 자기들한테 유리한 증언만 한 탓에 저만 일방적으로 매도당하고 있잖아요!]‘내가 아는 기자한테 말해서 그 부분을 해결해 주도록 하지.’
[정말요?]‘물론 내가 만족할 만한 정보가 나왔을 때 말이야.’
죽은 지금에 와서 이미지가 무슨 소용이겠냐마는 동생을 아끼는 이민지에겐 무척이나 달콤한 제안이었다.
분명 자신의 이미지 때문에 동생까지도 욕을 먹고 있을 테니까.
‘좋아요! 김필영. 그 새끼에 대해서 전부 말해줄게요.’
의욕에 불탄 이민지가 속사포처럼 정보를 쏟아냈다.
김필영의 과거 이력부터 시작해서 현재 던전에서의 전투방식까지.
이민지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서 전부 다 털어놓았다.
가만히 듣던 민도준이 눈을 빛냈다.
‘과거에 조폭이었던 놈을 최우진이 형님이라 부르며 따른다? 어쩌면 두 사람이 같은 조직원이었을 수 있겠군.’
[그럴 지도요.]과거에 조폭이었던 녀석들이 헌터가 되자 이미지 세탁을 했다?
이 사실을 대중들이 알면 가만히 있을까?
‘자고로 영웅 행세를 하려면 과거도 깨끗해야 하는 법이지.’
민도준은 이민지에게 들은 정보를 이용해 녀석들을 옭아맬 계획을 세웠다.
원래는 펫 마스터를 죽였을 때처럼 헌터 마켓에 흡혈 반지를 올려서 녀석들을 유인할까 생각했지만 제 발로 찾아온 이상 그럴 필요가 없었다.
‘김필영과 쌍둥이 형제들을 죽이는 건 어렵지 않아. 문제는 어떻게 몰래 죽이느냐지.’
김필영은 복수 대상이 아니었지만 사무실에 와서 한 행동만으로도 죽일 이유는 충분했다.
[……지, 지금 그 사람들을 죽인다고 했어요?]‘남의 생각에 쓸데없이 귀 기울이는군.’
[귀 기울이는 게 아니라 그냥 들린다고요.]‘어쨌든 더 말할 정보는 없나?’
[네. 제가 아는 건 이게 다예요.]‘알았다. 약속은 지킬 테니 들어가 있어라.’
대화를 차단한 민도준이 소파로 돌아갔다.
현수아가 여전히 가입하고 싶다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수아 씨, 이제 그만하고 돌아가…….”
그때 민도준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도준 씨, 저 홍세연이예요.
“아, 길드장님.”
-조만간 S급 헌터 되시는 거죠? 축하드려요.
“아직 S급이 된 건 아니지만 감사합니다.”
-3레벨밖에 안 남았으면 금방이죠, 뭐.
“그건 그렇죠.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 주셨죠?”
-다름이 아니라 헌터님 S급 달성을 미리 축하하는 의미에서 던전 좀 소개해주려고 하는데…… 혹시 저번처럼 시간 좀 내주실 수 있나요?
“술은 안 됩니다.”
민도준이 단호하게 말하자 통화 너머에서 ‘푸훗’하고 웃음이 들렸다.
-알았어요. 안 마실게요.
“아, 혹시 길드원 받으십니까?”
-길드원이요?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요.”
-여성…… 이겠죠?
“물론입니다.”
-길드 가입은 언제나 가능해요.
“그럼 내일 점심에 뵙는 거로 하죠.”
-그래요. 그 가입시킨다는 분도 같이 오시는 건가요?
“한번 의사를 물어보고요.”
-알겠어요. 그럼 내일 봬요.
통화를 마친 민도준이 현수아에게 말했다.
“수아 씨, 저희 길드 말고 다른 길드에 가입하시는 건 어떠세요?”
“다른 길드요?”
“백련 길드라고 여성들만 가입할 수 있는 길드인데 수아 씨도 들어보셨을 겁니다.”
“아…… 저는 도준 씨 길드에 가입하러 온 건데…….”
“그러지 말고 한번 생각해 보시죠. 운영도 안 하는 저희 길드보단 나을 겁니다.”
민도준이 현수아를 다른 길드에 소개하려는 이유는 하나였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찾아올 거 같단 말이지.’
생명의 은인인 자신과 같은 길드에 소속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서로에게 득 될 것 없는 만남은 애초에 차단하는 것이 낫다.
민도준이 아직 차예린을 만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나 때문에 예린이가 그렇게 됐는데 다시 만난다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어쩌면 지금처럼 차예린을 멀리하는 것이 그녀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수도 있다.
그때 현수아가 민도준의 상념을 깨웠다.
“한번 생각해 볼게요.”
“그럼 내일 점심에 백련 길드장이랑 식사 자리가 있는데 한번 만나보시겠습니까?”
“두 분 식사 자리에 제가 끼어도 되나요?”
“괜찮습니다. 길드장님도 허락했으니까요.”
“알겠어요, 그럼.”
꿈쩍도 하지 않던 현수아가 비로소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도준이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마치 혹 하나를 떼는 기분이었다.
* * *
김필영이 쌍둥이 형제를 처음 알게 된 건 고등학생 때.
그때부터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 알고 지냈으니 올해로 14년째다.
그때문에 김필영은 쌍둥이 형제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자리를 피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우진아.”
“예, 형님.”
“아까는 왜 그런 거냐?”
“…….”
“왜 먼저 나가자고 한 거냐고.”
“그 헌터 이름이 뭐라고 했습니까?”
“누구? 민도준 헌터?”
“예. 그 사람이 좀 있으면 S급이라 했습니까?”
“그렇지.”
“제가 볼 땐 아닙니다.”
“엉?”
“그 사람의 힘은 이미 S급입니다. 확실합니다.”
“그게 뭔 개 풀 뜯어 먹는…….”
순간 김필영의 머릿속에 손목을 잡히고도 가만히 있던 최우진의 모습이 떠올랐다.
“너 설마. 아까 손목을 빼지 않은 게…….”
“예. 빼고 싶어도 뺄 수 없었습니다. 얼마나 센지 꼼짝도 할 수 없더군요.”
“…….”
김필영이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최우진이 누군가?
쇠파이프도 종잇장처럼 구기는 괴력의 헌터가 아닌가?
그런 헌터가 힘으로 밀렸다니?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 헌터는 제힘을 초월했습니다. 그것도 아득히.”
거짓말하는 것 같진 않았다.
최우진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으니까.
이렇게까지 말하니 김필영으로선 믿을 수밖에 없었다.
“민도준 헌터가 그렇게 강하단 말이지…….”
“네. 그리고 그 사람 눈빛 보셨습니까?”
“눈빛?”
“예. 저희를 보고도 두려움이라곤 조금도 없는 눈빛이었습니다.”
“실력을 자신하고 있었기 때문인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마치…….”
“마치?”
“포식자가 하룻강아지들을 보는 눈빛이라고 할까요?”
“음…….”
“형님.”
최우진이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스무 번째 S급은 포기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알았다.”
김필영이 군말 없이 대답했다.
자신보다 강한 최우진이 힘에서 밀렸다고 하니 그로서도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렇게 상황이 일단락되는 듯싶었지만 그들은 몰랐다.
자기들이 포기했다고 민도준 또한 포기한 것은 아니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