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96)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96화(196/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96화
196. 미끼
“확실히 내일까지 S급 달성하실 수 있는 거죠?”
홍세연의 염려에 민도준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말했다.
“네. 던전 한 번만 돌면 그만인데요, 뭘.”
3,000레벨까지 고작 3레벨을 남겨두고 있었으니 허언이 아니었다.
“그럼 중국 팀에게는 헌터님이 합류하신다고 연락해 놓을게요.”
“그러세요.”
식당을 나온 세 사람이 작별 인사를 나눴다.
“소개해주신 던전은 잘 공략하겠습니다.”
“네. 던전 관련해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미소를 지은 홍세연이 현수아를 바라봤다.
“헌터님은 어떻게 하실 예정이세요? 저희 길드에 가입하실 건가요?”
“음…… 좀 더 생각해 봐야겠어요.”
그 말에 홍세연이 준비했던 명함을 내밀었다.
“천천히 생각하시고 내키실 때 연락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각자 헤어지도록 하죠.”
“네. 헌터님. 다음에 또 봬요.”
두 여성과 헤어진 민도준은 집으로 향하지 않았다.
시야 한쪽에 시스템 창을 켜놓고 어딘가를 향해 걸었다.
[대상과의 거리 12.91㎞]민도준이 추적하는 대상은 다름 아닌 김필영이었다.
‘녀석의 양아치 기질이 어디 가지 않았다면 분명 고두식에게 보복하기 위해 움직이겠지.’
그는 김필영이 고두식을 노릴 것이라 예상하였다.
저격성 기사를 내걸었으니 그도 당연했다.
고두식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기사를 올린 건 해코지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서겠지.’
특종을 향한 녀석의 욕심도 한몫했겠지만 말이다.
‘잘된 일이지.’
사실 그러라고 고두식에게 던져준 정보였다.
‘말하자면 미끼였지.’
미끼를 문 건 고두식뿐만이 아니었다.
김필영 역시 고두식이라는 미끼를 물고 움직이는 중이리라.
‘고두식을 미끼로 김필영을 유인, 놈을 죽이고 똑같이 변장한다.’
그리하여 쌍둥이 형제들까지 유인해 죽인다.
계획을 세운 민도준이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들어간 뒤 유령 늑대에 올라탔다.
걸어서 추적하기엔 거리가 너무 멀었다.
‘아우야, 가자.’
[크르릉!]늑대에 탄 민도준이 벽을 통과해 사라졌다.
* * *
‘흐흐흐, 특종을 두 개나 건지다니!’
고두식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자신이 올린 기사가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물론 민도준에게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작성한 기사였지만.
‘아무렴 어때. 정보원을 얻는 것도 내 능력인데. 흐흐.’
고두식에게 있어 민도준은 특종을 물어다 주는 고급 정보원이었다.
자신을 괴롭히는 악당이 아니라.
‘덕분에 회사에서 날 무시하는 눈초리도 줄어들었고 부장님의 대우도 달라졌으니.’
그로선 나쁘게 볼 이유가 없었다.
‘물론 원격으로 고통을 줄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감시한다는 게 꺼림칙하긴 하지만…….’
지금처럼 특종만 준다면야 그 정도쯤은 감수할 수 있었다.
‘무슨 이유로 기사를 올리길 원하는지는 모르지만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그럼 해코지당할 일도 없고 지금처럼 생각지 못한 특종을 쓸 수도 있다.
‘이민지 힐러의 살해 동기와 S급 헌터의 신분 세탁이라니. 어디서 이런 고급 정보들만 골라와서는 흐흐.’
민도준에게서 정보를 받았을 때 그는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조회 수 빨아먹기 좋은 소재라는 것을.
‘김필영과 쌍둥이 헌터를 저격한 건 좀 불안하긴 하지만 아무렴 어때. 조회 수만 빨아먹으면 됐지.’
고두식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모르지 않았다.
‘아마 나한테 단단히 화났을 거야. 숨기고 싶어 했던 과거를 들춰냈으니.’
열 받은 헌터들이 자신을 찾아올 거라는 건 자명했다.
자신이라도 그렇게 했을 테니.
‘찾아와서 어디서 얻은 정보냐고 묻겠지. 그러면 난 모른다고 시치미떼면 돼.’
그저 신원미상의 전화가 걸려와서 정보를 주고 끊었다고.
자신은 그저 정보를 토대로 기사를 쓴 것뿐이라고.
그렇게 핑계를 대면 그만이다.
‘사실대로 말했다간 민도준 헌터한테 찍힐 테니 거짓말하는 수밖에.’
정보 제공자가 민도준이라는 사실은 밝혀선 안 된다.
원격으로 괴롭힘당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그렇게만 말하면 돌아가겠지.’
과거에 아무리 조폭이었어도 요즘같이 CCTV가 많은 시대에 김필영 무리가 자신을 어쩌진 못할 것이다.
‘공인이나 다름없는 헌터들이 설마 열 받는다고 그 자리에서 날 때리겠어?’
헌터도 범죄를 저지르면 감옥에 가게 마련이다.
헌터들만 가두는 특별 수용소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아무리 일반인보다 초인적인 힘을 지녔다곤 하지만 헌터들도 사람이야.’
모름지기 사람이라면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 법.
김필영 무리가 과거를 청산하고 신분을 세탁하려고 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신분 세탁하고 이미지 관리하려던 사람이 날 때려서 좋을 건 없지.’
자신을 때리면 오히려 조폭이었음을 증명하는 꼴이 된다.
그런 상황은 김필영과 쌍둥이 헌터들도 바라지 않을 터.
‘차라리 주먹을 쓰는 것보다 나를 회유해서 해명 기사를 쓰게 만드는 게 더 나아.’
따라서 그들에게 해코지를 당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CCTV가 있는 곳으로만 다녀야지.’
뭐니 뭐니 해도 최선의 상황은 김필영 무리와 마주치지 않는 것이지만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야 했다.
[이번 역은 세마, 세마역입니다. 내리는 문은 왼쪽입니다.]퇴근길에 오른 고두식은 평소처럼 사람들이 많은 지하철을 이용했다.
‘CCTV와 사람들이 김필영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줄 거야.’
확실히 보호를 받는 건지 집까지 걸어가는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삑삑삑삑- 띠리릭- 철컥!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안까지 들어오고 나서야 고두식이 안도의 숨을 토했다.
“휴우. 납치라도 당하는 줄 알고 조마조마했네.”
소파에 가방을 내려놓은 고두식이 샤워를 한 뒤 베란다로 향했다.
탁탁-
제법 멋들어진 야경 앞에서 담배를 꺼내문 그가 불을 붙이려는 그때.
“웁!”
고두식은 담배와 함께 자신의 입을 감싸는 우악스러운 손길을 느꼈다.
“조용히 따라와라.”
누군가의 목소리를 끝으로 고두식이 정신을 잃었다.
그가 당한 건 기절이라는 암살자 고유의 스킬이었다.
* * *
“으음…….”
“일어났냐?”
별안간 들린 목소리에 고두식이 화들짝 놀라며 일어났다.
그러더니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 남자를 보며 다시 한번 놀랐다.
‘기, 김필영 헌터?’
김필영의 얼굴은 익히 알고 있었다.
하도 TV에서 스무 번째 S급이라고 띄워주기 바빴으니까.
어디까지나 민도준에게 추월당하기 전까지만이었지만.
“여, 여긴…….”
고두식이 불안한 기색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인적이라곤 없는 갈대밭이었다.
‘X 됐다.’
조금 전까지 집에 있었는데 눈 떠보니 갈대밭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 알 수 있었다.
자신이 김필영에게 납치당했음을.
‘이럴 줄 알고 사람들이 많은 곳만 골라 다녔건만…….’
정작 CCTV도 없고 사람도 없는 자신의 집에서 납치당하고 말았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곳에서 말이다.
“대문 일보 고두식 기자, 맞지?”
“…….”
눈치만 보며 대답하지 않자 김필영의 어깨가 움직이는 듯하더니 뒤통수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뻐억-
“크흑…….”
“대답해, 새끼야.”
“예, 마, 맞습니다!”
뒤통수를 감싼 고두식이 눈물을 찔끔 흘렸다.
‘소, 손이 보이지도 않았어.’
어찌나 순발력이 높은지 육안으로도 따라잡기 힘든 속도였다.
‘김필영은 암살자야. 그것도 곧 있으면 S급을 바라보는.’
일반인인 고두식이 따라잡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설마 집까지 들어와 납치를 감행할 줄은 몰랐다.
“왜 그런 기사 썼어?”
“기, 기사요?”
“새끼가 묻자마자 시치미떼네?”
퍽!
머리를 한 대 더 맞았다.
“크으윽…….”
고두식은 신음을 흘림과 동시에 깨달았다.
‘자, 잘못하면 죽는다.’
납치, 욕설, 폭행. 전부 거리낌 없이 하는 거로 보아 감옥에 가도 무섭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니면 CCTV에 걸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있거나.
‘어느 쪽이건 나한테 불리한 상황임은 분명해.’
최악의 경우 죽을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이 잠들어 있던 위기의식을 깨웠다.
“죄, 죄송합니다. 헌터님! 제가 조회 수에 미쳐서 헌터님을 저격하는 기사를 썼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바닥에 납작 엎드린 고두식이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진심으로 사죄하는 것 말고는 살아갈 방법이 없었다.
“그래.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니 얼마나 좋아.”
살고 싶은 자의 몸부림이라는 걸 아는지 김필영의 얼굴에 흡족함이 떠올랐다.
“대답만 잘하면 살려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말고.”
“예에, 감사합니다.”
대답하던 고두식이 속으로 식겁했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죽일 생각이었다니…….’
위기감을 느낀 고두식은 무엇을 물어보든 솔직하게 대답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 다짐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정보의 출처가 어디냐?”
“……예?”
“내 과거는 누구한테서 들었냐고.”
“…….”
그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고두식은 대답을 망설였다.
‘민도준 헌터라고 솔직하게 말해버리면 난 어떻게 되는 거지?’
상황을 보고 있던 민도준 헌터가 즉시 원격으로 머리를 터뜨려 죽이지 않을까?
상황을 보고 있지 않더라도 결국엔 알게 돼서 같은 결과를 초래할 거고.
‘이러나저러나 X 된 거잖아…….’
진퇴양난이란 말이 이럴 때 쓰이는 게 아닌가 싶다.
“기자 양반. 왜 또 꿀 먹은 벙어리가 됐어? 출처가 어디냐니까?”
“그게…….”
“왜 고민하는 건데? 목숨이 여러 개라도 되나?”
스릉-
조금 전까지 고민하던 고두식은 김필영이 꺼낸 서슬 퍼런 단검을 보자마자 생각하기를 그만뒀다.
“민도준! 민도준 헌터가 준 정보예요!”
“뭐?”
예상치 못한 인물이었는지 김필영의 얼굴에 놀람과 황당함이 묻어나왔다.
아닌 게 아니라 민도준은 자신의 과거와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인물.
옛 조직원이 배신했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김필영으로선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민도준 헌터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
“저, 정보를 제공하면서 기사를 쓰라고 시킨 사람이 민도준 헌터예요.”
“그 자식이 왜 날?”
“이유는 저도 모릅니다.”
“하, 민도준 이 X발 새끼…….”
김필영이 으드득 이를 갈았다.
어떻게 자신의 과거를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동기라면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저번에 길드에서 깽판을 부린 것 때문에 저격 기사를 쓰라고 시킨 거겠지.’
그러다 문득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고두식 기자. 정말 민도준이 시켜서 기사를 쓴 거라고?”
“예! 그렇습니다.”
“근데 아까 전엔 조회 수에 혹해서 쓴 거라며?”
“예? 아.”
앞뒤가 맞지 않음을 깨달은 고두식이 탄성을 지르자 김필영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졌다.
“이 새끼가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하려고 거짓말하네?”
“아, 이, 이건 저도 모르게 실수로…….”
“됐고. 우진아.”
김필영의 부름에 숨어 있던 거구의 사내가 갈대를 꺾으며 걸어 나왔다.
“예, 형님.”
“다 들었지?”
“예. 민도준 헌터 짓이라면서요.”
“그래. 이제 어쩌냐?”
“어쩌긴요. 본때를 보여줘야죠.”
“우리 힘만으론 힘들 거라며?”
“그건 저희 두 사람이 상대했을 때고요. 저희 형이랑 같이 다구리 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에 고두식은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내 앞에서 저런 중요한 계획들을 떠벌리는 거지? 설마?’
아니나 다를까,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우진아, 이 새끼 이제 담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