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9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97화(197/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97화
197. 너 누구야?
담그자는 말뜻을 알아들은 고두식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왜, 왜 이러십니까? 원하는 대로 정보를 불었는데…….”
“내가 대답 잘하면 살려준다고 했지 거짓말하는 새끼를 살려준다곤 안 했는데?”
“죄송합니다. 그건 실수로…….”
“어차피 살려줄 마음도 없었어.”
“예?”
김필영이 비릿하게 웃었다.
“단순히 대화나 할 거였으면 이런 갈대밭이 아니라 카페에서 만났겠지. 안 그래?”
“…….”
충격을 받은 고두식을 향해 김필영이 이빨을 드러냈다.
“우리가 저격한 새끼를 살려줄 만큼 호구처럼 보이냐? 이 X발놈아?”
헌터의 압박감이 일반인인 고두식을 짓눌렀다.
“감히 S급 헌터를 상대로 그런 기사를 써? 죽으려고 환장한 거 맞지?”
“죄, 죄송합니다! 살려주세요!”
“잘못을 빌기엔 이미 늦었어. 너 때문에 이미지도 망가지고 계약도 불발이 됐거든.”
“제가 곧바로 기사를 지우고 해명 기사를 쓰겠습니다. 그러니 목숨만은…….”
“그딴 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이미 대중들이 기사를 믿고 돌아섰다는 거야. 네 X같은 욕심 때문에.”
“저, 저는 단지 민도준 헌터가 준 정보를 토대로…….”
“새끼가 또 민도준 탓으로 돌리네. 쯧.”
어떻게든 살 방법을 강구하는 고두식을 보며 김필영이 혀를 내둘렀다.
“그런다고 네가 살 수 있을 것 같아? 어쨌거나 조회 수 뽑아먹으려고 기사를 쓴 건 너잖아. 그러니 뒈지는 건 당연하지 않겠어? 민도준 그 새끼야 당연히 죽일 거고.”
“그, 그건 제 손가락이 멋대로…….”
빠악-!
뒤통수를 가격당한 고두식은 억 소리도 못 냈다.
그만큼 말도 못 하게 아팠다.
“이게 어디서 상황파악도 못 하고. 장난치냐, 개새끼야?”
“아, 아닙니다.”
고두식은 억울했다.
목숨이 오가는 심각한 상황에 장난을 칠 리가 없지 않은가.
그저 핑계를 대며 상황을 모면하려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헛말이 나왔을 뿐이다.
“하다 하다 손가락 탓하고 자빠졌네. 뒤질라고.”
“살려주십시오. 흑흑…….”
급기야 눈물까지 보였지만 애당초 동정심이 통할 상대가 아니었다.
“살려주면? 경찰에 신고할 거 아니야?”
“저, 절대 아닙니다! 목숨만 살려주시면 이 은혜를 평생 간직하고 살아가겠습니다. 정말입니다!”
“너처럼 거짓말하는 새끼를 어떻게 믿으라고?”
고두식이 계속해서 목숨을 구걸했지만 단단히 밉보였는지 김필영은 들은 체도 안 했다.
“우진아, 드럼통 준비됐냐?”
“형님, 드럼통이 왜 필요합니까?”
최우진의 손에서 거대한 배틀 액스가 나타났다.
“그냥 토막 내서 여기다 묻어버리면 되죠.”
“사, 살려주십시오! 으헝헝!”
눈빛을 보아하니 장난이 아니었다.
눈물범벅이 된 고두식이 애타게 주변을 둘러봤다.
그 모습을 본 김필영이 비웃음을 머금었다.
“뭐하냐?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소리치게?”
“…….”
“아무리 찾아봐라. 이 근처는 쥐새끼도 얼씬하지 않을걸? 그리고 목격자가 나타나면 우리가 가만히 놔둘 거 같아?”
김필영이 허공에 단검을 그으며 멱따는 시늉을 했다.
“목격자 따위는 다 죽여버리면 그만이야. 그러니 헛된 희망 품지 말고 얌전히 뒤지도록.”
“흐윽흑…….”
고두식이 절망에 고개를 떨궜다.
그의 말마따나 희망은 없었다.
‘대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된 건지…….’
헌터를 너무 만만하게 봤다.
그들은 상식 이상의 괴물이었다.
‘특종을 얻었다고 좋아할 게 아니었어.’
기사만 내지 않았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터.
‘이게 다 민도준 헌터 때문이야.’
그 헌터가 준 정보 때문에 목격자도 없는 곳에서 생을 마감하게 생겼…….
‘잠깐! 목격자라면 한 사람 있잖아?’
문득 떠오른 생각이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어, 어쩌면 살 수 있을지도 몰라.’
도끼를 들고 다가오는 거한의 모습에 고두식이 다급한 얼굴로 김필영을 쳐다봤다.
“자, 잠깐 제 얘기 좀 들어보세요.”
“살려달라고 빌어봤자 소용없다니까?”
“모, 목격자가 있는데도 절 죽일 셈이에요?”
“목격자?”
김필영이 경계의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이런 인적이 드문 곳에 목격자가 있을 리가 없었다.
“새끼가, 목격자가 어디 있다는 거야?”
“거기 말고 위에요.”
고두식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김필영이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X발, 이제는 하다 하다 인공위성을 목격자로 지목하네?”
“그, 그게 아니라 지켜보고 있다고요. 민도준 헌터가.”
이해하지 못하는 김필영 무리를 향해 고두식이 사정을 설명했다.
혼자서만 앓던 속사정을.
‘민도준 헌터가 좋아하진 않겠지만 어쩔 수 없어. 당장에 살고 봐야지.’
고두식이 그동안 민도준에게 당했던 고통과 원격으로 감시당한 일 등을 털어놓았다.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저는 민도준 헌터에게 목숨을 저당 잡혔습니다. 말을 듣지 않으면 원격으로 고통을 받았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기사를 쓰라고 하니 어찌 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억울하다는 듯 하소연했지만 김필영은 여전히 믿기 어려운 눈치였다.
‘원격으로 고통을 주고 감시하는 능력이 있다?’
터무니없는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네 말은 민도준 헌터가 지금 이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있으니 건들지 마라?”
“그, 그렇…….”
콰-앙!
최우진이 신경질적으로 도끼를 내려찍었다.
도끼날 바로 옆에는 고두식의 얼굴이 있었다.
“히이이익!”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X벌, 나랑 형님이 만만해 보이냐? 과거에 조폭이었다고 하니까 멍청해 보여?”
가만히 있던 최우진이 나서자 김필영이 피식 미소 지었다.
“우진이 이 새끼, 빡돌았네. 그러게 거짓말을 할 거면 그럴싸하게 해야지, 왜 멀쩡한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 기자 양반.”
“거짓말 아닌데…….”
고두식으로선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보니 오히려 역효과만 나버렸다.
“필영 형님, 저희 아직 시간 있죠?”
“엉.”
“그럼 저 새끼 좀 갖고 놀겠습니다.”
“그래라.”
최우진이 도끼를 집어넣고 회칼을 꺼냈다.
그러더니 무서운 눈으로 고두식에게 접근했다.
“우진이가 사시미를 꺼내게 만들다니. 기자 양반, 사람 잘못 건드렸어.”
김필영이 혀를 차면서도 입가에 조소를 머금었다.
도끼 대신 회칼을 들었다는 건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이겠다는 뜻이었으니까.
최우진이 악귀와 같은 얼굴로 말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새끼가 누군지 알아? 머리 나쁘다고 무시하는 너 같은 새끼들이야.”
“예? 저, 전 무시한 게 아니라…….”
스걱-!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다는 듯 최우진이 손을 놀리자.
“끄아아아악!”
끔찍한 고통과 함께 고두식의 살갗이 떨어져 나갔다.
“고작 이거 갖고 왜 그래? 이제 시작인데.”
“끄아아아…….”
“일단 팔뚝 살부터 얇게 회 떠 주마.”
천천히 갖고 놀 생각에 히죽 웃던 그때.
“……!”
최우진이 별안간 행동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비명을 지르는 와중에 갈대밭을 헤치는 소리가 들린 것이다.
“누구야?”
김필영과 최우진의 시선이 한 곳을 향했다.
샤박샤박-
갈대를 꺾으며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다름 아닌 최우진의 형, 최우현이었다.
“우현이?”
“형?”
아는 사람이라 일단은 안심했지만 두 사람의 얼굴에 의아함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필영 형님, 저희 형도 불렀어요?”
“아니. 네가 던전에 들어가 있을 거라고 해서 안 불렀는데?”
두 사람이 의아해하는 동안 최우현이 지척까지 다가왔다.
“형, 여긴 왜 왔어?”
최우진이 회칼을 내리며 물었지만 고두식이 계속해서 시끄럽게 굴었다.
“끄으으으……!”
“X벌, 형님들 대화하는데 시끄럽게. 닥치고 있어라.”
“끄흐으으…….”
“닥치고 있으라고!”
손찌검하려는 듯 팔을 들어 올리자 최우현이 손목을 붙잡았다.
탁-
“형?”
최우진은 자신을 막아서는 쌍둥이 형의 모습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형이 이럴 사람이 아닌데?’
최우진이 아는 형은 방관자였다.
사람을 죽이든 고문하든 절대로 나서는 일 없이 무심한 눈초리로 쳐다보기 일쑤였다.
조폭 시절부터 그랬다.
‘그런 형이 날 막…….’
순간 최우진은 등골이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형이 내 손목을 잡았다고?’
그러고 보니 손목을 잡은 손에서 무시 못 할 힘이 느껴졌다.
팔을 빼보려고 힘을 줘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마법사인 쌍둥이 형이 이런 근력을 지녔을 리 없다.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최우진의 표정이 돌처럼 굳어졌다.
“……너 누구야?”
“형한테 너라니. 혼나고 싶어?”
얼굴은 자신의 형이 분명했지만 목소리는 전혀 달랐다.
퍼어억!
발차기에 맞고 날아간 최우진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목소리가 다르다는 걸 깨닫자마자 회칼을 찌르려고 했는데 그보다 상대의 발길질이 더 빨랐다.
“크으윽…….”
거구인 자신을 힘으로 압도하다니.
손목을 잡았을 때부터 느꼈지만 만만치 않은 힘이었다.
“오냐. 어디 한 번 해보자.”
츠으으읏-
최우진의 손아귀에 배틀 액스가 쥐어졌다.
감히 형의 얼굴을 사칭하다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야! 왜들 이래? 형제끼리!”
최우진과 달리, 김필영은 여전히 상대를 최우현으로 알고 있었다.
각도 상 발차기 장면을 보지 못한 탓에 마법으로 튕겨낸 거라 생각했다.
“필영 형님! 저 새끼 우리 형 아니에요!”
“야! 아무리 화나도 그렇지 하나뿐인 가족을 손절하는 발언은…….”
“그게 아니라 진짜 우리 형 아니라고요! 저 새끼 얼굴만 바꾼 가짜예요!”
“뭐?”
그게 가능하냐는 눈빛을 지어 보이던 김필영은 마법을 쓰는 최우현을 보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너 뭐 잘못 먹었냐? 우현이 맞잖아!”
최우진은 대답할 새도 없이 몸을 날렸다.
바람의 칼날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왔으니까.
하지만 간신히 피한 줄 알았던 칼날들이 방향을 바꿀 줄은 그도 생각지 못했다.
촤좌좌좌좌좌좍!
“크으으읏!”
살갗이 떨어지는 고통에 최우진이 신음을 흘렸다.
그 와중에도 속으론 놀람을 금치 못했다.
‘장비를 착용했는데도 대미지가 뚫고 들어오다니……!’
힘이 좋아 영락없이 전사일 거라 생각했는데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 정도 대미지면 우리 형보다도 마력이 높을지도…….’
최우현의 얼굴에 전에 없던 긴장감이 떠올랐다.
‘내 상대가 아니야. 도망쳐야 해.’
몇 번 상대해보진 않았지만 저번에 민도준을 만났을 때처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김필영과 합심하더라도 이길 수 없음을.
‘잠깐, 민도준?’
최우진이 알기로 민도준은 마검사다.
근력과 마력을 동시에 올리는.
‘눈앞의 저놈도 마찬가지야.’
상대 역시 힘과 마법.
어느 것 하나 무시할 수 있는 대미지가 아니었다.
‘게다가 기자가 민도준을 언급했었지.’
자신을 원격으로 감시하고 있다며 헛소리를 해댔지만…….
‘만약 그게 헛소리가 아니라면?’
눈앞의 상대가 민도준이라는 의심을 해볼 수 있었다.
‘어쨌거나 도망쳐야 해.’
상대의 정체는 아무렴 상관없었다.
일단은 살아남는 게 우선이다.
‘싸우려거든 형이랑 함께 싸워야 해.’
쌍둥이 헌터는 따로 있을 때보다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
여기저기 피가 튀었지만 다행히 사지는 움직일 수 있었다.
그렇게 도망갈 궁리를 하고 있는데.
“너희들! 그만 싸우지 못해?”
김필영이 아직도 상황파악을 못 하고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서로 피를 튀기며 싸울 것까진……!”
푸욱-
순간 김필영의 눈동자가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우…… 우현아?”
다름 아니라 최우현의 검이 자신의 가슴을 꿰뚫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