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99)
특성흡수 헌터사냥꾼-199화(199/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199화
199. 유일한 목격자
헌터 시대가 열리고 난 지 1년 후.
최우현, 최우진 형제가 각성했다.
쌍둥이라서 동시에 각성한 것은 아니었다.
쌍둥이라도 1,000분의 1의 확률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그런 탓에 쌍둥이 둘 다 헌터가 될 확률은 지극히 낮았다.
무려 100만분의 1의 확률.
부모가 있었다면 경사 났다고 동네방네 자랑했을 만한 일이지만 형제는 고아였다.
태어난 지 며칠도 안 돼서 부모로부터 버려졌다.
경제적으로 키우기 힘들다는 이유였다.
부모라는 울타리가 없었기 때문일까?
두 형제는 어릴 적부터 말썽도 많이 부리고 일탈도 자주 했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조폭이 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얼마나 제멋대로 살아왔는지.
얼마나 하류 인생을 살아왔는지.
하지만 그것도 헌터가 되기 전까지만이다.
헌터로 각성한 형제는 10년이 흐른 지금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다.
조폭에서 영웅으로.
천민에서 귀족으로.
하류 인생을 살던 그들에게는 분에 넘치는 신분 상승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고두식의 기사가 올라오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우현 씨, 기사 보셨어요?”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S급 던전.
사냥 후 휴식 시간을 갖던 최우현은 별안간 다가와 기사 얘기를 꺼내는 리더 때문에 기분이 언짢았다.
“예. 봤습니다.”
“정말이에요? 과거에 조폭이었다는 게?”
“조회 수 뽑아먹으려고 자극적으로 쓴 기사입니다. 조만간 명예훼손으로 소송 걸 예정입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요? 왜 이런 기사가 나온 거죠?”
“저야 모르죠. 근데 그게 사냥에 문제라도 있나요?”
“지금 파티원들 사이에서 말들이 많아요. 조폭이랑 같이 사냥하는 건 불안하다면서.”
“조폭이 왜요? 설마 뒤통수라도 칠까 봐요?”
“그것도 그렇고 범죄자나 다름없잖아요? 그냥 존재 자체가 싫다는 거죠.”
한국인 리더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조폭이 아니더라도 기분이 언짢을 법한 상황.
그럴진대 실제 조폭이었던 최우현의 기분은 어떨까?
한마디로 X 같았다.
‘개 놈의 새끼들. 범위 마법으로 싹 다 죽여버리고 싶네.’
마음 같아선 그랬지만 최우현은 동생과 달리 감정을 표출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저 분노를 참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속뜻을 물었다.
“그래서요? 뭐 어쩌겠다는 겁니까?”
“파티원들이 불안해하니 이 시간부로 파티에서 빠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뭐요? 그럼 저보고 지금부터 솔로잉하라 이겁니까?”
“잘 이해하셨네.”
흡족하게 웃는 리더의 눈알에 당장에라도 아이스 스피어를 박아버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대신 입 밖으로 분노를 드러냈다.
“지금까지 잘만 사냥해놓고 무슨 개소리입니까?”
“워우, 진정하세요. 조폭처럼 왜 이러세요. 무섭게.”
말은 무섭다고 했지만 리더의 입가엔 명백한 비웃음이 걸려 있었다.
“지금까지 잘만 사냥한 게 아니라 불안해도 꾹 눌러 참아온 거죠. 그런데 더 이상은 안 되겠습니다. 조폭에게 등을 맡기기엔 영 불안해서요.”
“아니, 그 기사 거짓이라고요.”
“거짓이든 아니든 불안하다는 거엔 변함이 없어서요.”
“마법사더러 솔로잉을 하라는 건 사냥하지 말라는 소리 아닙니까?”
전사나 암살자와 달리 육체적 능력이 떨어지는 마법사에게 솔로잉은 비효율적이다.
범위 마법을 갖고 있다면 더 그렇다.
체력이 낮은 마법사가 몰이 사냥을 할 순 없으니 말이다.
더구나 마법이 빗나가기라도 하면 목숨이 위험해지기도 한다.
“그건 제 알 바 아니고요.”
리더의 냉정한 말에 최우현이 눈을 치켜떴다.
‘이 새끼, 내가 대미지가 높아서 경험치를 다 가져가니까 수작 부리는 건가?’
확실히 최우현의 기여도는 다른 헌터들보다 우위에 있었다.
그래 봤자 약간이었지만 최우현의 눈엔 말 같지도 않은 이유로 자신을 따돌리는 것처럼 보였다.
“파티원들과 합의된 사항입니까?”
“당연하죠.”
슬쩍 눈길을 돌리자 리더의 어깨너머로 보였다.
자신을 경멸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파티원들의 모습이.
‘아…… 진심 살인 마렵다.’
조폭 시절 이후로 살인에 손 뗀 지 10년이나 됐지만 따지고 보면 아직 공소시효도 지나지 않은 시간.
첫 살인의 쾌감을 아직도 잊지 못한 최우현이 가까스로 살인 충동을 억눌렀다.
‘마음 같아선 전부 죽이고 싶지만 그러긴 힘들겠지…….’
두세 명쯤은 기습으로 죽일 수 있겠지만 아홉 명이나 되는 파티원을 전부 죽이는 건 불가능했다.
‘동생이라도 오면 몰라도.’
하지만 동생인 최우진은 지금 김필영과 함께 원흉인 고두식을 처단하는 중.
텔레포트를 쓰고 던전에 들어올 일은 없을 것이다.
‘텔레포트를 쓸 수 있다는 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니까.’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슈우욱-
“어?”
동생인 최우진이 텔레포트로 던전에 들어온 것이다.
그것도 남들이 다 보는 앞에서.
“헉! 뭐야?”
“저거 사람이야? 사람이 나타난 거야?”
“잠깐, 저 사람 최우진 아니야?”
“맞네, 맞아. 도끼 전사 최우진!”
“그런데 어떻게 들어온 거지?”
“은신 쓰고 몰래 따라 들어왔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입장 인원이 10명인데 그게 가능하겠어?”
“어? 그러고 보니 지금 인원이 11명이네?”
웅성거림 속에서 최우현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X발, 망했다!’
하필이면 파티원 전원이 지켜보는 앞에서 텔레포트를 쓰다니.
‘내가 던전에 들어가 있을 땐 쓰지 말라고 누누이 말했건만!’
최우현이 예고도 없이 찾아온 동생을 쏘아봤다.
그러나 상처투성이인 동생의 몰골을 보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튼튼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동생이 다친 모습은 웬만해선 볼 수 없었기에.
“야, 어쩌다 이렇게…….”
“형, 큰일 났어.”
최우진이 주변을 둘러보더니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필영 형님이 죽었어.”
“뭐?”
동생의 말은 사실이었다.
다급히 확인해 본 랭킹에 김필영의 이름은 없었으니까.
“어떻게 된 거야?”
“그 기자 새끼를 죽이려는데 갑자기 누군가 난입했어.”
“누군가라니. 얼굴도 못 본 거야?”
“못 본 게 아니라 변장하고 있었어. 형의 얼굴로.”
이게 무슨 소린가.
자신의 얼굴로 변장을 했다니?
“특수한 마법인지 아주 감쪽같았어. 처음엔 정말로 형인 줄 알았다니까?”
“그래서. 그 녀석이 필영 형님을 죽이고 너도 이렇게 만든 거야?”
“응. 반지 덕분에 가까스로 도망쳐왔지만 말이지.”
“하…….”
최우현이 이마를 짚었다.
‘이거 기자가 경찰에 증언해 버리면 빼박 교도소행이잖아?’
웬 오지라퍼의 등장으로 일이 꼬일 대로 꼬여버렸다.
그때 최우진이 소곤거렸다.
“너무 걱정 마, 형. 기자는 내가 죽였으니까.”
“아, 그래?”
“그리고 우리 공격한 새끼 누군지 알 거 같아.”
“누군데?”
“민도준이야. 전에 말한 적 있지? 길드에 찾아갔었다고.”
최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필영의 부탁으로 겁박하러 갔다가 힘의 차이만 느끼고 돌아왔다고 했다.
“그 새끼가 그때 일로 보복하려는 게 틀림없어.”
일리 있는 소리였다.
“그럼 유일한 목격자인 민도준 그놈만 죽이면 상황은 수습할 수 있겠네?”
“그렇지.”
다행이었다.
아직 수습할 길이 남아 있어서.
최우현이 안도의 숨을 내쉬는 그때.
“이봐요. 둘이서 뭘 그렇게 속닥거려요?”
리더가 재수 없는 상판을 들이밀었다.
“당신 도끼 전사 최우진이죠? 이 사람 동생.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요?”
최우진이 대답은 안 하고 아니꼬운 표정을 지었다.
“형, 이 새끼 뭐야?”
“우리 파티 리더.”
“뭐? 이 새끼? 너 지금 이 새끼라고 했냐?”
욕설을 듣자마자 리더가 분개했다.
“이 X발 조폭 새끼가 지금 누구더러 새끼래?”
“형, 이 새끼 죽여도 돼?”
동생의 폭탄 발언에 최우현은 웃음이 나올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았다.
황당해하는 리더의 표정이 볼만했기 때문이다.
‘누가 쌍둥이 아니랄까 봐. 어쩜 나랑 이렇게 생각이 똑같냐?’
일단 속내를 숨긴 최우현이 동생을 야단쳤다.
“그게 무슨 소리야? 너 미쳤어?”
“왜? 텔레포트 하는 거 봐버렸잖아. 들키지 않으려면 수습해야지.”
“야, 지금 본 사람만 몇 명인데…….”
“기껏해야 아홉 명 아니야? 전부 3,000레벨 초반이고. 우리 둘이면 충분히 죽이고도 남겠는데?”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 혼자서 아홉 명을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동생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져.’
쌍둥이의 특성은 함께 했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하는 법이었으니까.
“이 조폭 새끼들이 지금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야?”
형제의 대화를 면전에서 들은 리더가 기가 찼는지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웃음기가 사라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배틀 액스를 꺼내든 최우진이 선공을 날렸기 때문이다.
콰앙-!
“이 X발…….”
간신히 방패를 들어 막았지만 리더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상상 이상의 대미지를 체험했기 때문이리라.
“형, 여기 있는 애들 싹 다 죽이면 되지?”
“야, 밖에는 뭐라고 말하게.”
“보스가 나타났다고 둘러대면 되지. 뭐 문제 있어?”
“아니.”
최우현이 씨익 웃었다.
“나도 저 새끼들 죽이고 싶던 참이야.”
* * *
집으로 돌아온 민도준은 김필영에게서 빼앗은 특성을 확인했다.
[특성 – 치명타]-등급 : A
-설명 : 물리 공격 시 일정 확률로 대미지 4배 효과. 확률은 운에 따른다.
불친절한 설명에 민도준이 눈살을 찌푸렸다.
‘어느 정도 확률인지는 알려줘야지.’
결국 직접 써봐야 아는 셈이었다.
‘운에 따른다고 했으니 나는 좀 높게 나오지 않을까?’
행운의 부적이 있으니 그나마 높은 확률을 기대해 볼 수 있으리라.
특성 말고는 별다른 소득이 없던 민도준이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러고는 핸드폰으로 찍은 영상을 넣고 편집했다.
시야 한쪽에 추적 스킬 메시지를 켜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영상을 편집하며 쌍둥이 형제가 던전에서 나오길 기다린 끝에.
꼬박 하루 만에 반응이 왔다.
‘약 3,600㎞라……. 거의 1시간 10분은 달려야 도착하는 거리군.’
어딘지는 몰라도 최대한 빨리 쫓아가야 한다.
녀석들을 놓치기 전에.
편집한 영상을 태블릿 PC에 옮겨 담은 민도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우야, 가자.’
[크헝!]* * *
이른 새벽.
던전을 공략하고 나온 쌍둥이 형제가 주위를 둘러봤다.
“쥐새끼 한 마리 없는지 조용하네?”
“그 흔한 군인도 배치하지 않았으니.”
다른 나라와 달리 베트남은 던전을 지키는 군인이 없었다.
그저 자율적으로 공략하고 관제에 기록하는 시스템이었다.
쌍둥이 형제가 아홉 명의 파티원들을 거리낌 없이 죽인 것도 이런 허술함을 알기 때문이었다.
“기록할 때 보스에게 죽었다고 하면 땡인가?”
“대충 쓰면 나중에 다시 쓰라고 연락 올 거야.”
“그럼 어떡해?”
“소설 좀 써야지.”
최우현의 미소에 최우진도 따라 웃었다.
“이제 만족해, 형?”
“뭐가?”
“사람 죽인 거. 그동안 죽이고 싶어 했잖아.”
“너 어떻게 알았냐?”
“내가 형을 몰라? 눈빛만 봐도 알지. 기자 죽이러 간다고 했을 때 엄청나게 부러워하는 눈빛이던걸?”
“새끼. 형 마음도 다 알고. 많이 컸다?”
“내가 원래 형보다 크잖아. 전체적으로.”
최우현이 낄낄 웃었다.
살인을 저지르고 난 그의 기분은 현재 최고조에 달했다.
묵혀 있던 스트레스가 한방에 풀리는 기분이었다.
특히 재수 없던 리더의 눈알에 아이스 스피어를 박아넣었을 때의 기분은 첫 경험만큼이나 짜릿했다.
“이제 어떡할 거야, 형?”
“어떡하긴 뭘?”
“민도준 죽일 거야?”
“당연하지. 현재로써 남은 유일한 목격자인데.”
“그러고 보니 그 새끼, 기자를 죽인 거랑 텔레포트를 쓴 것까지 전부 봐버렸네?”
“그래. 그러니 그놈만 죽이면 다 해결되는 거야.”
“그전에 경찰서에 가서 진술하면 어떡하지?”
“바보가 아닌 이상 그 새끼 말을 믿는 경찰은 없을 거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최대한 빨리 찾아내서 죽여야지.”
“어떻게 찾을 건데?”
“일단 그 새끼 길드부터 찾아가 봐야지.”
그러나 1시간 후.
형제들은 애써 찾을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민도준이 알아서 찾아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