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04)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04화(204/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04화
204. 약점이 보인다.
[신경민]-설명 : 1995년생 헌터. 현재 레벨은 3,570. 엠페러 길드 소속이며 직업은 마법사다.
-전투방식 : 마법과 염력을 병행하며 싸우는 스타일. 기본적으로 염력으로 움직임을 묶은 뒤 마법을 명중시킨다. 때에 따라 염력을 공격용으로 쓰기도 한다.
-약점 : 마법사의 단점인 스킬 딜레이를 염력으로 보완하고 있어 약점이 없는 것 같지만 염력을 쓰면 정신력이 소모된다. 되도록 많은 염력을 사용하도록 유도하면 정신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민도준이 놀란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약점 간파가 보인다?’
그동안 물음표로 표시됐던 신경민의 약점이 보였기 때문.
‘그 말은 녀석의 전투력이 나보다 아래라고?’
민도준의 전투력은 약 170만.
모르긴 몰라도 신경민은 그 이하가 확실했다.
‘약점이 안 보여서 엄청 높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A급이던 나랑 엇비슷한 수준이었잖아?’
민도준은 이미 3,800레벨이 넘는 허지평을 죽인 전적이 있다.
그에 비하면 신경민의 레벨은 3,500으로 낮은 편.
‘레벨로 강함을 따질 순 없겠지만 어쨌거나 싸워도 꿇릴 이유가 없었군.’
약점 간파가 보이니 더 이상 망설일 이유도 없었다.
‘녀석을 죽일 수 있어.’
복수할 힘이라면 이미 충분히 갖춘 상태.
‘아마 랭킹 2위인 강혁수도 약점이 보이겠지. 탱커인 녀석이 신경민보다 강할 리는 없으니.’
그 아래 복수 대상인 랭킹 4위 서진철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저스틴 워커는 직접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나머지는 전부 죽일 수 있어.’
그런데도 민도준은 신경민에게 칼을 겨누지 않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놈을 죽이면 꼬리가 밟힐 수도 있어.’
당장에 신경민이 실종된다면 경찰은 그의 행적부터 조사할 것이다.
‘차 타고 어디로 갔는지 CCTV부터 확인하겠지.’
여기가 아무리 인적이 드물다곤 하지만 근처의 CCTV에 찍히지 않았을 리 없다.
‘내가 택시를 타고 이곳에 온 것 역시 찍혔을 수도 있고.’
그리되면 신경민을 죽인 용의자로 몰릴 테고 증거는 없더라도 앞으로의 복수에 지장이 생긴다.
‘아직은 복수할 때가 아니야. 참아야 해. 직감이 말해 주고 있어.’
복수하려거든 뒤탈이 없는 장소에서 깔끔하게 처리해야 한다.
민도준이 복수심을 가라앉히고 있을 때 신경민이 물었다.
“도준 씨, 차 갖고 오셨어요?”
“아니요.”
“그럼 제 차 타고 가시죠. 집까지 모셔다드릴게요.”
거절하려던 민도준은 굳이 신경민을 밀쳐낼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고로 위험한 적일수록 가장 가까이에 두라고 했으니.’
그런 생각에 민도준이 미소를 지었다.
“그럼 감사하죠.”
“타시죠.”
조수석에 타자 신경민이 운전대를 잡았다.
곧이어 맥라렌이 굉음을 내며 도로를 달렸다.
“각성하신 지 2년도 채 안 됐는데 벌써 S급이라니. 어떻게 그렇게 빨리 올릴 수 있었던 거죠?”
“다 경민 씨가 제공한 던전 덕분이죠, 뭐.”
“하하. 그리 말해 주시니 감사합니다만 저도 압니다. 빠르게 성장하신 이유가 헌터님이 강해서라는 걸.”
“그래 봤자 랭킹 1위이신 경민 씨에 비할까요.”
“에이, 랭킹이 전투력 순은 아니잖아요. 솔직히 말해서 도준 씨가 저보다도 훨씬 강하신 것 같습니다. 그간의 행적을 봐도 그래요. S급 보스 솔로킬에 무한의 탑 1위에 네임드 보스 사냥까지. 저는 그렇게까지는 못합니다.”
신경민의 칭찬에도 민도준은 기분 좋게 웃을 수 없었다.
그의 속내를 알 길이 없었기에.
그래서 물었다.
단도직입적으로.
“절 찾아오신 진짜 이유가 뭡니까?”
“진짜 이유라뇨. 아까도 말했다시피 S급이 되신 걸 축하해주러…….”
“그럼 다른 할 말은 없는 거죠?”
“……사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오긴 했습니다.”
신경민이 뒤늦게 진짜 목적을 말했다.
“S급도 되셨는데 저랑 같이 파티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파티요?”
“네. 단순히 일회성이 아닌, 주기적으로 함께하는 파티요.”
대부분의 S급 던전은 레벨 제한이 3,000 이상으로 고정이다.
즉, S급이 되면 거의 모든 던전에 들어갈 수가 있다.
그렇기에 S급 헌터들은 서로서로 뭉치게 마련이었다.
매번 새로운 멤버와 파티를 하는 것보다 아는 사람끼리 호흡을 맞추는 게 훨씬 사냥이 편할 테니까.
회귀 전의 민도준도 그랬다.
길드는 제각각이지만 매번 같은 멤버의 S급 헌터들과 호흡을 맞추며 던전을 돌았다.
스케줄이 맞지 않는 날도 있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모여서 사냥을 했다.
그런 면에선 일종의 동호회나 마찬가지였다.
“지금 저희 길드장님을 포함해서 몇몇 S급 헌터들과 주기적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거든요. 여기에 헌터님이 오시면 전력 강화하기 딱 좋은데…….”
“흠…….”
신경민의 제안에 민도준이 고민했다.
아니, 고민하는 척을 했다.
곧바로 수락해버리면 자신의 의도가 들통날까 봐.
‘이건 기회야. 복수의 대상들이 모인 그룹에 들어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현재 복수 대상은 저스틴 워커, 신경민, 강혁수, 서진철. 이렇게 4명뿐.
그중 신경민과 강혁수는 냄새를 기억해서 위치를 알고 있지만 나머지는 모른다.
‘쌍둥이 헌터의 정보에 의하면 신경민과 서진철이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했으니 아마 같은 그룹일 확률이 높겠지.’
동창인 데다 랭킹 4위인 서진철을 신경민이 포섭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신경민의 그룹에 들어가면 서진철을 만날 수 있어.’
민도준이 서진철에 관한 관심을 숨긴 채 은근슬쩍 물었다.
“다른 S급 헌터들도 있다고요?”
“그럼요.”
“몇 명이나 있는데요?”
“저랑 길드장님을 제외하면 두 명이 더 있습니다. 여기에 헌터님까지 들어오면 다섯 명으로 딱 알맞은 인원이 되죠.”
“생각보다 적네요?”
“S급 던전의 최소 입장 인원이 다섯이다 보니 그렇습니다. 이보다 많으면 5인만 들어가는 S급 던전에는 못 들어가는 사람이 생길 테니까요. 다른 그룹들도 다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민도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도 물어본 건 인원을 늘릴 생각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들어보니 그럴 생각은 없는 것 같군.’
마음 같아선 서진철이라는 헌터가 멤버로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나중에 죽였을 때를 대비해서 서진철과는 철저하게 거리를 두어야 한다.
다른 복수의 대상도 마찬가지였다.
‘놈들이 죽었을 때 괜한 의심을 받지 않도록 일정 거리를 두는 편이 좋아.’
적을 가까이에 두라곤 했지만 너무 가까이에 두면 도리어 의심받기에 십상이다.
“어때요? 저희 파티에 들어오실 생각이 있으신지?”
“음. 나쁘지 않은 것 같네요.”
나쁘지 않은 게 아니라 최고의 상황이었다.
복수하기 위한 발판을 알아서 마련해 줬으니.
신경민이 기뻐하며 말했다.
“좋습니다! 그러면 내일 당장에라도 헌터님과 함께 들어갈 던전을 물색…….”
“내일은 안 됩니다. 던전 약속이 잡혀 있어서요.”
신경민과 던전을 돌기 전에 홍세연이 잡아준 던전부터 들어가야 했다.
“아, 그러세요? 어떤 던전인데요?”
“죽은 자들의 도시요.”
“예? 벌써 거기에 들어가세요?”
S급 던전의 입장 레벨이 똑같다지만 난이도마저 같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헌터들은 직접 부딪쳐보고 적정 레벨을 부여하는 수밖에 없었다.
죽은 자들의 도시의 적정 레벨은 3,800.
파티원 전원이 3,800레벨의 평범한 S급 헌터일 경우 무난하게 깰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 곳을 3,000레벨이 되자마자 공략하기로 했다니.
“제가 한창 공략하고 있는 곳이 죽은 자들의 도시인데…….”
생각보다 빠른 진도에 신경민이 당황했다.
‘하긴 얼마 전에 3,500레벨인 흡혈귀의 밤도 다녀오셨으니…….’
다녀왔다 뿐이랴.
그곳의 네임드 보스까지 솔로로 잡은 민도준이다.
그런 강자에게 3,800레벨 던전이면 적당하리라.
‘아니, 어쩌면 그조차 부족할지도…….’
왠지 더 상위의 던전을 돌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도준 씨, 그럼 다음 주는 시간 괜찮으신 거죠?”
“네.”
“알겠습니다. 그때는 도준 씨 수준을 생각해서 더 높은 레벨의 던전으로 알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신경민과 던전 약속을 잡은 민도준은 집이 아닌 수호 길드 앞에 세워달라고 말했다.
황의철이 할 말이 있다며 길드에서 보자고 한 탓이었다.
“그럼 들어가세요, 도준 씨.”
“경민 씨도요.”
굉음을 내며 사라지는 신경민의 뒷모습을 보며 민도준이 눈살을 찌푸렸다.
‘참, 요란하게도 퇴장하네.’
자신처럼 평범한 차나 타고 다닐 것이지 시끄럽게 스포츠카를 타다니.
‘당최 알 수가 없단 말이야.’
자동차 얘기가 아니었다.
저렇게 호의적으로 굴던 신경민이 돌연 쿠데타를 일으킨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이번 생은 어쩌면 미래가 달라지는 게 아닐까?’
회귀 전에 쿠데타가 일어났다고 이번 생도 같은 일이 일어나리란 보장은 없었다.
‘그래도 위협은 미리 제거하는 것이 좋지.’
위협인지 아닌지는 지나 봐야 안다고 해도 가능성이 있기에 복수를 멈출 생각은 없다.
‘응?’
길드 사무실을 찾은 민도준이 돌연 걸음을 멈췄다.
문 앞에 네 명의 사람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뭐 하는 사람들이지?’
약점 간파로 확인한 정보에 의하면 모두 헌터들이었다.
그것도 낮은 레벨의 F등급의 헌터들.
“아!”
“헌터님 오셨다!”
민도준을 기다렸는지 네 명의 헌터가 반색하며 달려왔다.
“안녕하세요, 헌터님!”
“누구시죠?”
“아, 저희는 헌터님의 열렬한 팬입니다.”
“팬이요?”
“네. 민사모라고 팬카페도 있는데, 모르셨어요?”
‘민사모는 또 뭐야?’
민도준이 인상을 찌푸리려다가 말았다.
어쨌거나 자신의 팬이라지 않은가?
“그래서요? 여기서 뭐 하시는 거죠?”
“당연히 헌터님 뵈려고 찾아왔죠.”
“홍대를 구한 영웅을 실물로 뵙게 되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다들 열렬히 칭찬하고 있었지만 민도준에겐 입에 발린 소리로 들릴 따름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직감이 말해 주고 있었다.
팬이라서 온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어서 왔다는 것을.
“용건이 뭡니까?”
직설적인 물음에 살짝 당황하던 네 사람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본심을 털어놓았다.
“사실은 헌터님께 조언을 듣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조언이요?”
“네. 저희가 각성한 지 얼마 안 된 헌터들이거든요.”
“아무것도 모르는 풋내기들이죠.”
“헌터님도 아시겠지만 지금이 직업을 정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잖아요?”
“그런데 헌터님의 영상을 본 거예요.”
“홍대에서 도마뱀들을 사냥하는 모습이 어찌나 멋지던지. 크으…….”
“한눈에 반했다니까요?”
“저도 영상 보고 민사모에 바로 가입했다 아닙니까?”
“그래서 말인데 저희에게 마검사에 대한 노하우 좀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염치없지만 부탁드립니다.”
“헌터님을 따라 최고의 마검사가 되고 싶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네 사람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고개를 숙였다.
민도준으로선 참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나 마검사가 될 수 있다면 회귀 전의 나도 진즉에 했겠지.’
헌터들이 마검사가 되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약하니까.
하지만 민도준이 보여준 마검사는 상식의 틀을 깨는 마검사였다.
수십 마리의 암석 도마뱀을 단번에 처치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보여줬으니까.
민도준을 보면 마검사의 인식이 바뀔 만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마검사라는 특성 덕분이지 다른 이유는 없었다.
‘내가 마검사 특성을 가지고도 다른 직업을 택했으면 지금 같은 대미지는 나오지 않았겠지.’
물론 마검사 특성이 워낙 사기적이라 다른 직업을 해도 유리했겠지만 엄청나게 강해지진 못했을 거다.
‘설마 이 사람들에게 마검사 특성이 있진 않겠지.’
마검사 특성을 가진 사람이 또 있다면 군말 없이 사냥부터 했을 터.
굳이 찾아와서 육성법을 알려달라고 하지도 않을 거다.
‘마력만 올려도 충분히 셀 테니까.’
민도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마검사 말고 다른 직업 고르세요.”
“네? 왜요?”
“평범한 특성을 가진 헌터는 마검사가 되어봐야 쓰레기 취급을 받을 뿐입니다.”
“아…… 그 말은 마검사 전용 특성이 있다는…….”
“네. 마검사 전용 특성이 있어야지만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아무나 마검사가 될 순 없습니다.”
특성의 효과는 밝히지 않았지만 특성의 존재는 알려줬다.
그래야 일찌감치 포기하고 갈 테니까.
예상대로 헌터들이 실망한 기색으로 돌아갔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특성을 바꿀 수는 없는 법이었으니까.
그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