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08)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08화(208/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08화
208. 죽은 자들의 도시
중국 쓰촨성 야안시.
이곳에 S급 던전인 죽은 자들의 도시가 있다.
이른 아침부터 S급 헌터들이 모이는 이유는 이 때문이었다.
‘아직 다 안 모였나?’
집결지에 도착한 민도준의 시야에 다섯 명의 헌터들이 보였다.
최대 열 명이 들어갈 수 있으니 아직 절반밖에 안 모였다.
“안녕하십니까.”
민도준이 리더로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리더의 얼굴은 홍세연이 건네준 파일철에 있었기에 이미 알고 있었다.
“민도준 헌터님?”
리더 진가륜도 민도준의 얼굴을 알아봤다.
그러나 진가륜은 민도준과 달리 놀란 기색이 역력했는데 다름 아닌 유창한 중국어 발음 때문이었다.
“중국어 할 줄 아세요?”
“예. 조금 할 줄 압니다.”
“발음을 보면 조금이 아니신 거 같은데…….”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중국인이라고 헷갈릴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아, 우선 제 소개를 해야죠. 저는 진가륜이라고 이번 레이드의 리더를 맡고 있습니다. 레벨은 3,960이고요.”
“저는 민도준입니다. 레벨은…….”
“이제 3,000 되셨죠?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유명하시잖아요.”
싱글벙글 웃으며 아는 척을 하던 진가륜이 이어서 멤버들을 차례대로 소개했다.
전부 다 중국인이었다.
“혹시 다섯 명이 고정팀인가요?”
“맞습니다. 저희 다섯 명은 한 팀으로 그동안 주기적으로 호흡을 맞춰왔죠.”
“그럼 나머지도…….”
“나머지 인원은 아닙니다. 각자 다른 나라에서 개개인으로 지원을 받았죠. 슬슬 오고 있네요.”
약속 시각이 가까워지자 파티원들이 하나둘 나타나 자기소개를 했다.
인도에서 한 명, 네덜란드에서 한 명.
국적을 가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또 어느 나라에서 오려나?’
그다음으로 나타난 사람은 영국인으로 민도준도 아는 얼굴이었다.
“길버트.”
“오, 민도준 헌터를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흡혈귀의 밤에서 인연을 맺었던 그와 다시금 파티를 하게 됐다.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길버트의 레벨은 3,500대.
적정 레벨이 3,800인 이곳을 공략하기엔 조금 이른 감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3,800레벨에 가까운 사람은 저 사람뿐이잖아?’
민도준의 시선이 리더인 진가륜에게 향했다.
고정 멤버라는 그의 팀원들도 3,500레벨을 겨우 넘기는 정도였으니…….
“리더님. 전체적으로 레벨이 낮아 보이는데 일부러 이렇게 짠 건가요?”
“그럴 리가요. 선착순으로 지원을 받다 보니 레벨이 낮게 잡힌 모양입니다.”
그러나 민도준은 진가륜의 말을 믿지 않았다.
‘지원을 받으면서 레벨이 낮은 줄도 몰랐다고? 헛소리도 정도껏 해야지.’
대체 어느 멍청한 리더가 자국의 던전을 공략하는데 레벨도 안 보고 지원을 받는단 말인가?
‘일부러 낮은 레벨로 골라 받은 모양이야.’
3,000레벨인 자신을 받아준 것도 모종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민도준의 이러한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진가륜이 이마의 땀을 닦는 것은 단순히 더워서가 아니었다.
‘3,000레벨밖에 안 되는 주제에 감이 좋네.’
그는 팀원을 고를 때 일부러 낮은 레벨들만 골랐다.
‘그래야 내가 파티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 테니까.’
파티에서 돋보이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있겠지만 진가륜은 특히 심했다.
‘파티원들이 괴수를 잡느라 고전하고 있을 때 내가 나서서 처리한다면? 날 더 우러러보겠지?’
그가 리더로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관심받고 싶어서.
소위 말하는 관심종자였지만 티 내기 싫어하는 관심종자였다.
‘내가 파티원 중에서 제일 강하니 기여도도 차지하기 좋고 말이야. 흐흐.’
그의 계획엔 저렙들 사이에서 경험치를 독식하겠다는 치밀한 계산마저 깔려 있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죽은 자들의 도시는 제가 열 번도 넘게 공략한 경험이 있으니 제 지시에만 따라주시면 무난히 공략할 수 있을 겁니다. 하핫!”
어깨를 세우며 우쭐대는 진가륜의 모습에 민도준은 그제야 상대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었다.
‘관심받고 싶어서 그런 거였나?’
경력이 10년쯤 되다 보면 별별 사람을 다 만나게 마련.
민도준이 진가륜 같은 부류를 보지 못했을 리 없었다.
‘자기보다 낮은 레벨로 구성한 것과 은근히 즐기는 듯한 태도를 보면 확실히 대장 노릇 하고 싶어서 그런 것 같군.’
의중을 파악했지만 딱히 그것 가지고 나무랄 생각은 없었다.
‘나한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야.’
남이야 무리에서 왕 노릇을 하든 말든 신경 쓸 일은 아니다.
‘난 그저 경험치만 벌어가면 돼.’
그때 진가륜이 다가와 말했다.
“그런데 민도준 헌터님, 영어도 할 줄 아셨어요?”
“네.”
“와…… 그 나이에 3개 국어를 할 줄 아시다니. 대단하신데요?”
길버트와 대화하는 걸 본 진가륜이 연신 칭찬을 마다하지 않았다.
‘자기가 관심종자인 걸 숨기려고 괜히 날 띄워주는 건가?’
자신의 심리가 간파당한 줄도 모른 채, 진가륜이 계속해서 칭찬했다.
“한국인은 여러모로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그 작은 나라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오는지. 아, 그러고 보니 파티원 중에 한국인이 한 명 더 있었던 거로 아는데…… 마침 저기 오네요.”
고개를 돌린 민도준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는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정혜원?’
회귀 전에 배신하지 않은 유일한 동료가 눈앞에 있었다.
‘언젠가 마주칠 거란 생각은 했는데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아는 체를 할 순 없었다.
‘갑자기 친한 척을 하면 미친놈 취급받기 딱 좋겠지.’
전생과 달리 초면이다 보니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단발머리의 그녀가 파티원들 앞에서 영어로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한국의 정혜원입니다. 레벨은 3,530이고요. 직업은 무투가(Fighter)입니다.”
영어를 잘 모르는 사람도 무투가란 말을 알아듣곤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투가는 마검사만큼이나 보기 드문 직업이었으니까.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무투가 장비와 스킬은 다른 직업에 비해 드랍률이 낮지. 그만큼 비싸기도 하고.’
그러한 희소성 때문에 장비나 스킬들의 가격이 다른 직업에 비해 10배 이상 비쌌다.
성능은 별반 차이가 없는데도 말이다.
한마디로 돈이 많아야 고를 수 있는 직업.
‘혜원이야 애당초 다이아몬드 수저로 태어났으니 돈 따윈 문제 될 게 없겠지.’
정혜원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현 그룹 회장의 손녀라는 건 가까운 지인들만 아는 비밀이었다.
‘일단 아는 체는 하지 말아야겠어.’
그렇게 가만히 있는데 오히려 정혜원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민도준 헌터님 되시죠? 홍대 영웅으로 유명한.”
“아, 예.”
“영상은 잘 봤어요. 정말 잘 싸우시던데요?”
“그 정도는 혜원 씨 앞에선 어린애 장난 수준에 불과하죠.”
“제 실력을 아세요?”
알다마다.
하지만 민도준은 애써 모른 척했다.
“랭킹 3위나 되시는 분이니 저보단 셀 거 아닙니까.”
“랭킹이 높다고 꼭 강한 건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죠.”
“제가 레벨이 높아서 랭킹 3위지, 한국에 저보다 강한 분들은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전 세계적으로 보면 말할 것도 없고요.”
예나 지금이나 겸손한 모습을 보니 민도준이 저도 모르게 실소를 지었다.
“뭐가 웃기세요?”
“아, 아닙니다. 그쪽 성격이 제가 아는 친구와 너무 닮아서요.”
“제 성격이 어떤데요?”
“뒤끝 없고 털털하면서 자신을 낮출 줄 알고 강하기까지 하죠. 괴수에 대한 증오심은 말할 것도 없고요.”
정혜원이 깜짝 놀랐다.
“제가 괴수를 증오하는 건 어떻게……?”
“오해 마세요. 제 친구의 성격이 그렇다는 거니까.”
“…….”
“혜원 씨도 비슷한가 보죠?”
“예…… 매우 비슷하네요.”
그렇게 잠깐 대화하는 사이, 열 명의 파티원들이 모두 모였다.
“자, 이제 들어갈 겁니다. 장비 착용해주세요.”
진가륜의 말에 헌터들이 S급 아이템들로 무장했다.
“오, 저게 그 비싸다는 무투가 장비인가?”
“너클 하나에 200억이 넘는다며?”
“그건 A급일 때고, S급 너클은 1,000억이 넘겠지.”
사람들이 수군거렸지만 정혜원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장비를 품평하는 거야 하루 이틀도 아니니.’
매번 던전에 들어갈 때마다 주목받는 그녀였다.
너클이란 게 쉽게 볼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었으니.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너클의 착용감을 점검하던 정혜원은 문득 너무 조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지?’
고개를 들어보니 사람들이 노골적으로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자신의 뒤쪽을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와아…….”
딱 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장비들로 무장한 민도준 때문이었다.
특히 예술적인 건 방향에 따라 색깔이 바뀌는 검붉은 색의 검이었다.
“그 검 뭐예요?”
“…….”
직설적으로 묻는 정혜원을 보며 민도준이 허허 웃음만 지었다.
“실례였나요? 죄송해요.”
“괜찮습니다.”
엑스칼리버라고 말해봤자 모르겠지만 굳이 밝히고픈 생각은 없었다.
“한손검 중에 저런 무기도 있었나?”
“때깔이 장난 아닌데……?”
“딱 봐도 비싸 보이는 검이야.”
또 다른 EX급 아이템인 타른헬름도 착용 중이었지만 투명한지라 보이지 않았다.
“크흠, 장비 착용했으면 이만 들어갑시다.”
진가륜이 애써 불편한 마음을 숨기며 파티원들을 이끌었다.
관심종자인 그로선 사람들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몰리는 걸 바라지 않았다.
[야안시 죽은 자들의 도시 던전]-난이도 : S
-인원 제한 : 최소 5명, 최대 10명
-입장 제한 : 레벨 3,000 이상
-공략 목표 : 제한 시간 내 생존
-실패 페널티 : 없음
-제한 시간 : 48시간
-던전 브레이크까지 남은 시간 : 312시간 51분 24초
“갑시다!”
그렇게 열 명의 S급 헌터들이 던전 안으로 입장했다.
* * *
츠으읏- 탁!
던전 땅을 밟은 헌터들은 당황했다.
바닥이 진흙처럼 질척거렸다.
게다가 코를 찌르는 악취 때문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물론 민도준과 진가륜을 비롯한 몇몇 경험자들은 예외였다.
“처음 들어오신 분들은 이 환경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이틀 동안 지내야 하는 곳이니까요.”
진가륜이 어색한 영어 발음으로 이어 말했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팀은 두 개 조로 나누겠습니다. 저희 중국팀을 A조, 나머지를 B조로 정하겠습니다.”
알아들었는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길을 아니까 A조가 선봉에 서겠습니다. B조는 천천히 따라오며 후방을 맡아주세요. 특히 바닥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언데드들이 예고도 없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거든요.”
그 말에 헌터들의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세상에 바닥에서 튀어나오는 괴수라니.
이러면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지 않은가?
“하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지 않습니까? 여차하면 도와줄 테니 별 탈은 없을 겁니다.”
여유로운 웃음을 지어 보인 진가륜이 의기양양하게 선봉에 섰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계획대로 A조가 앞장서고 B조가 뒤따랐다.
B조인 민도준은 뒤에서 설렁설렁 걸었다.
다들 긴장한 얼굴로 주변을 살피는 것에 비하면 한없이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탯을 확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근력 : 10,107 체력 : 10,796
-순발력 : 12,265 마력 : 14,344
‘모든 스탯이 1만을 넘어가다니.’
실로 아름다운 수치가 아닐 수 없었다.
‘전장의 화신 버프가 없어도 엄청나게 강하잖아?’
아직 제대로 된 힘을 테스트해 보진 않았지만 수치상으로는 저스틴 워커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였다.
“전투 준비!”
키아아악-!
전방에서 흉측한 외모의 구울 세 마리가 나타났다.
쾅-! 쾅-!
서걱! 서걱!
중국팀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구울들을 처치했다.
그중에서 가장 활약이 돋보인 건 리더인 진가륜이었다.
촤촤촤촤촥!
그의 쾌검이 지나갈 때마다 구울들의 살점이 떨어졌다.
너무나 순식간에 처리한 탓에 B조가 활약할 틈은 없었다.
‘훗, 놀라기는.’
멍하니 쳐다보는 B조를 바라보며 진가륜은 전율을 느꼈다.
이 맛에 리더 자리를 끊지 못한다.
“긴장의 끈을 놓지 마세요. 언제 뒤에서 나타날지 모르니까요.”
쿨한 척 B조에게 조언까지 남긴 진가륜이 다시금 전진했다.
그의 조언대로 B조는 긴장을 놓지 않았다.
오직 민도준만 제외하고.
‘이 사람은 긴장되지도 않나? 왜 이렇게 여유로워 보이지?’
정혜원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민도준을 쳐다봤다.
표정부터 걸음걸이까지 긴장감이라곤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 후방을 살피지도 않는 것이 마치 용병들에게 보호받는 귀족이라도 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고개를 돌렸다가 우연히 보게 된 진가륜이 이맛살을 구겼다.
‘뭐야? 저 사람. 남들은 열심히 후방을 살피고 있는데 혼자서 이쪽을 쳐다보고.’
진가륜이 주의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가가려던 그때, 민도준이 고개를 돌렸다.
구울들의 접근이 기척 감지 특성에 걸린 것이다.
키아아아악!
아까보다 많은 여섯 마리의 구울이 후방을 덮쳤다.
B조가 전투에 대비해 자세를 잡으려던 찰나.
번쩍-!
섬광과 함께 구울들이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뭐, 뭐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일행들도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민도준이 지나가자마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