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0)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0화(20/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0화
20. 도움 요청
“도와주십시오, 헌터님! 저희 헌터님이 위험합니다!”
담당자가 재차 민도준에게 부탁했다.
그러자 당사자보다 박동윤이 더 당황했다.
“아니, 다짜고짜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이러면 저희 헌터님이 불편…….”
“전 괜찮습니다.”
민도준이 담당자를 쳐다봤다.
“진정하시고 차근차근 말씀해 보세요.”
“이럴 시간이 없어요! 빨리 가서 도와줘야……!”
“상황을 알려주셔야 도와드리든 말든 하죠.”
그제야 담당자가 진정하고 상황을 설명했다.
“전 플래티넘 길드의 매니저 배성훈이라고 합니다.”
각 길드에는 매니저가 있다.
헌터 관리센터의 담당자처럼 헌터를 서포팅해 주는 일반인이었다.
“아, 길드 관계자셨구나.”
태연하게 말했지만 민도준은 내심 놀라고 있었다.
‘플래티넘 길드면 정태식이 있는 곳이잖아?’
정태식은 민도준이 다음으로 복수하려고 점찍어둔 대상이었다.
‘잘됐군.’
민도준이 매니저의 말을 경청했다.
“오늘도 평소처럼 길드원 셋을 데리고 던전을 공략하러 왔는데 시간이 지나도 나오질 않는 겁니다. 보통 같으면 1시간 남기고 나왔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무슨 일이 생겼군요.”
“저도 그런 것 같아서 입구를 확인해 봤죠. 그런데 초록색으로 되어 있는 겁니다!”
던전 입구의 포탈은 상황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
평소에는 파란색, 입장하면 보라색, 던전 브레이크가 진행 중이면 붉은색으로 변한다.
그리고 초록색은 내부에서 도움을 요청했을 경우에 해당한다.
“도움 요청이군요.”
도움 요청이란 말 그대로 던전에 들어간 각성자가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150레벨 이상의 던전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일반적으로 던전은 한 번 들어가면 다른 누군가가 도중에 들어갈 수 없지만 도움 요청이 온 경우엔 예외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도움 요청이란 것이 안 좋은 상황에서만 발생하잖아요?”
도움 요청을 하려면 자신을 제외한 파티원이 모두 사망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두 명이 죽었나 보군요.”
“네…….”
죽음 말고는 다른 이유가 없었다.
입구가 초록색으로 변했다는 건 그만큼 안 좋은 의미였다.
“들어간 사람들 레벨이 몇이죠?”
“251, 253, 254입니다.”
셋 다 250레벨이 넘은 숙련자들.
맨티스 던전에 도전하기엔 무리 없는 레벨이었다.
‘그런데도 파티가 전멸에 처할 정도의 위협이라면…….’
기갑 맨티스.
‘놈이 나타난 게 분명해.’
그 경우밖에 없었다.
‘마침 잘됐군.’
민도준의 눈이 반짝였다.
“헌터님, 성함이?”
“민도준입니다.”
“민도준 헌터님. 제발 저희 헌터님 좀 도와주세요.”
그가 민도준의 손을 꼭 잡고서 부탁했다.
“도움 요청이 들어온 지 20분이 지났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헌터님, 도와주십시오!”
그때 박동윤이 미간을 찌푸리며 끼어들었다.
“이보세요. 왜 자꾸 저희 헌터님을 끌어들이는 거예요? 누가 보면 시간 지나면 죽는 줄 알겠어요. 페널티만 받고 나올 뿐인데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 그래도 사람이 둘이나 죽었잖아요. 자세한 건 몰라도 위급한 상황이 분명하다고요!”
“그렇다고 저희 헌터님이 들어가는 건 아니죠! 도움 요청에 응하는 것도 입장 기회를 써버리는 건데!”
박동윤의 말대로 도움 요청에 응하면 입장한 것으로 처리된다.
이유야 어쨌든 던전에 들어간 거니까.
“한 번 들어가면 재입장까지 12시간이 걸려요. 그쪽 같으면 들어가고 싶겠어요? 사냥할 시간도 얼마 안 남은 던전을?”
“그, 그래도 사람 생명이 달린 일인데 도와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저희는 그쪽 파티 뒤치다꺼리나 하자고 여기 온 게 아니에요. 남들처럼 온전히 사냥하려고 온 거라고요.”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그만들 하세요.”
둘 사이를 제지한 건 민도준이었다.
“제가 결정하면 되는 일 아닙니까?”
“맞습니다. 헌터님이 저분에게 딱 부러지게 말씀해 주세요.”
“헌터님, 제발…….”
민도준은 한참 전부터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들어가겠습니다.”
도움 요청에 응하기로.
왜냐하면 던전에는 그가 원하는 보스가 있었으니까.
물론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플래티넘 길드가 내게 빚을 지게 만들면 정태식과 만날 수 있다.’
복수를 위한 계산이 깔린 밑밥이기도 했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헌터님!”
벌써부터 구출이라도 한 것처럼 매니저가 연신 머리를 숙였다.
“감사 인사는 구출하고 나서 하세요.”
그리 말한 민도준이 입구로 걸어가면서 장비를 착용했다.
츠으으으읏-
그 결정에 박동윤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따라붙었다.
“아니, 헌터님. 안 도와줘도 되는데 왜 굳이…….”
“사람 목숨이 달린 일 아닙니까?”
“…….”
그 말에 박동윤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그저 생명을 경시하지 않는 민도준의 인성에 대해 감탄할 따름이었다.
‘요즘 사람 같으면 이해득실 다 따질 텐데. 참 인성이 바르단 말이야?’
박동윤뿐만 아니라 군인과 매니저도 그 말을 들었는지 감격 어린 눈길로 민도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남들의 시선과 달리 민도준은 철저하게 이득을 따지는 사람이었다.
‘보스는 내가 잡는다. 그리고 길드원도 구출해서 길드가 내게 빚을 지게 만든다.’
사람 목숨 운운한 건 단지 그럴싸한 명분을 위해 내뱉은 말일 뿐이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평상시라면 입구에서 막혔겠지만 민도준은 안쪽까지 들어갔다.
그리고 새하얀 빛과 함께 사라졌다.
도움 요청 상태였기에 입장이 허가된 것이다.
“휴우.”
그가 들어가는 모습을 본 길드 매니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헌터 한 명이 구조하러 갔으니 남아있는 길드원은 무사할 것이다.
“어? 그러고 보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는지 매니저가 박동윤에게 물었다.
“저기, 다른 헌터님들은 안 계세요?”
“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사냥하러 오셨다면서요. 팀으로 오신 거 아니에요?”
“팀이라뇨. 그런 거 없습니다.”
“아.”
매니저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오셨구나. 다른 사람이랑 파티하려고.”
“파티 같은 거 안 해요.”
“네?”
“저희 헌터님은 혼자 들어가는 걸 좋아하십니다.”
파티를 안 한다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 그럼 솔로잉을 하신다는…….”
“네.”
매니저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박동윤이 우쭐대며 말했다.
“운 좋은 줄 아세요. 그쪽은 지금 역대급으로 강한 헌터님의 도움을 받고 있는 거니까.”
* * *
던전에 들어온 민도준이 처음으로 한 건 공략창을 열어보는 일이었다.
-공략 달성도 : 맨티스 110/120마리
-남은 시간 : 36분 11초
‘10마리만 더 잡으면 성공이군.’
민도준은 보스를 잡을 뿐만 아니라 공략까지 끝낼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나까지 페널티를 받긴 싫으니까.’
던전에 들어온 이상 민도준도 파티원이다.
공략에 실패하면 똑같이 페널티를 받을 수밖에 없다.
‘뒤늦게 들어왔는데 페널티를 받아야 한다니.’
상당히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움 요청을 무시한다.
그저 나 몰라라 방관하기 일쑤.
그야 당연했다.
이득은 적고 리스크는 컸으니까.
‘하지만 보스를 잡을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보스를 잡고 얻는 보상을 생각하면 리스크 따위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그렇다고 실패할 생각은 없지만.’
보스도 잡고 공략도 성공시키는 것.
그것이 최선이었다.
차선은 공략이라도 성공해 페널티를 받지 않는 것이었고.
‘맨티스 몇 마리는 일단 잡아놔야겠군.’
계산을 끝낸 민도준이 무기에 버프를 건 채 이동했다.
* * *
“헉, 헉.”
갑옷을 입은 여성이 숲길을 내달렸다.
20대 초반의 앳된 외모.
플래티넘 길드의 현수아였다.
“하아, 하아.”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정도로 뛰고 또 뛰었다.
‘더 이상은 못 뛰어.’
그녀가 나무에 기대며 숨을 골랐다.
그러다 불현듯 20분 전에 벌어진 일이 떠올랐다.
-끄아아악! 사, 살려줘!
-수아야! 너라도 도망쳐!
기갑 맨티스.
녀석이 나타나는 순간 지옥이 찾아왔다.
갈가리 찢겨지는 동료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선했다.
“흑, 흐윽…….”
뒤늦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도망치느라 슬퍼할 새도 없었는데 지금은 울 수 있었다.
‘찬영 오빠, 세찬 오빠…….’
길드에서 유독 자신을 잘 챙겨주던 오빠들.
비록 한 살 차이였지만 듬직하고 친오빠 같은 사람들이었다.
레벨이 비슷한 탓에 항상 같은 파티로 움직이며 호흡을 맞췄었는데…….
‘다 끝났어.’
부질없는 짓이었다.
기갑 맨티스 앞에서 팀워크 따윈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
그저 압도적인 격차로 종잇장처럼 찢겨나갈 따름이었다.
‘무서워…….’
생각만으로도 무서웠다.
그만큼 보스의 강함은 압도적이었다.
놈이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지만 마주치기 두려웠다.
이대로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기를 바랐다.
‘남은 시간만 버티면 돼.’
앞으로 30분.
그 정도만 버티면 던전에서 나갈 수 있다.
비록 페널티로 아이템 파괴는 면하지 못하겠지만 아무렴 좋았다.
세상에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으니까.
어쨌거나 당장은 안심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자신에게 접근하는 맨티스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키이잇!
“앗!”
놈이 달려드는 순간에야 알아차렸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가시돌기가 그녀의 목에 박혀 들었으니까.
퍼엉-!
키잇!
하지만 우려했던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무형의 힘이 맨티스를 5미터 뒤로 튕겨냈으니까.
그녀의 A급 특성, 생존 보호막이 발동된 것이다.
“아아.”
상황을 파악한 현수아가 식겁한 표정을 지었다.
위기의 순간 발동되는 그녀의 특성이 없었다면 지금쯤 싸늘한 시신이 되었을 것이다.
‘너무 방심했어!’
이곳은 전쟁터다.
괴수들로 가득 찬 던전에 안전지대란 없다.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그녀가 검을 들었다.
어느새 몸을 일으킨 맨티스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내가 잡을 수 있을까?’
보호막이 충전되기까지는 하루가 걸린다.
특성의 효과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
덜덜덜-
검을 쥔 손이 자기도 모르게 떨렸다.
두려움이 엄습했다.
맨티스와 1대1을 해 본 경험은 있지만 그때는 특성이 활성화되었던 상황.
보호막이 있고 없고는 그 마음가짐부터가 다르다.
까딱하면 죽을 수도 있었으니까.
키이익!
그 두려움을 읽었는지 맨티스가 자신 있게 달려들었다.
까앙!
검으로 앞다리를 막아낸 현수아가 놈을 밀치며 횡으로 베었다.
키잇!
상처를 입은 놈이 뒤로 물러났다.
그 틈을 타 훈련한 대로 스킬을 시전했다.
‘소드 댄싱!’
준비 자세가 조금 길지만 강력한 스킬.
때문에 타이밍만 맞으면 맨티스를 도륙 낼 수 있었다.
슈슈슈슈슉!
화려한 검격이 연이어 맨티스의 몸을 베었다.
하지만 자잘한 상처만 냈을 뿐 치명적인 피해는 줄 수 없었다.
‘얕아……!’
몇 번이고 훈련한 콤보였지만 성급했던 탓인지 타이밍이 안 맞았다.
괜히 맨티스의 화만 잔뜩 돋우고 말았다.
키이이잇!
녀석이 가시돌기를 세우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결국 끝까지 서 있는 사람은 현수아였다.
“하아, 하아. 이겼어.”
접전 끝에 맨티스 한 마리를 처치했다.
소드 댄싱을 실패하고도 이기기는 처음이었다.
그것도 특성이라는 안전장치가 없는 상태에서는.
‘한 마리는 겨우 이겼지만 또 나타나기라도 하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키잇!
맨티스가 기습적으로 나타났다.
한 마리도 아닌 두 마리가.
‘아…….’
순간 앞이 깜깜해지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맨티스 두 마리가 앞다리를 휘두르는데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
‘이렇게 끝나는구나…….’
무력감에 온몸이 굳어버렸다.
촤아악!
고통은 의외로 느껴지지 않았다.
키이이이익!
맨티스의 고통에 찬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때까지도 그녀는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뭐 하세요? 정신 차리세요!”
“핫!”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눈앞이 밝아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조각난 맨티스가 연기로 변하고 있었다.
“멀뚱히 서서 뭐하는 겁니까?”
그리고 웬 남자가 이쪽을 보며 꾸짖고 있었다.
다름 아닌 민도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