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10)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10화(210/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10화
210. 직원을 잘 뽑았어.
던전에 있던 이틀간.
민도준이 잡은 괴수의 수는 약 3,000마리.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쉬지 않고 사냥한 결과였다.
그러다 보니 믿기 어려운 업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저, 정말 100레벨이나 올린 거 맞아요?”
“예. 랭킹에 나와 있지 않습니까? 3,100레벨이라고.”
“던전 한 번에 100레벨 올렸다는 이야기는 듣도 보도 못해서…….”
정혜원은 여전히 얼떨떨한 얼굴이었고 길버트는 무슨 얘기를 하길래 이렇게 놀라나 궁금한 표정이었다.
‘하긴 놀랄 만도 하지. 나도 놀랐으니까.’
보통 S급 던전에 이틀 동안 들어가서 올릴 수 있는 레벨은 2 정도.
특성이 좀 좋다 싶으면 5레벨도 올릴 수 있고, 아주 좋으면 10레벨까지도 가능하다.
그럴진대 이틀 만에 100레벨을 올렸다?
역사상 그렇게 올린 헌터는 단연코 없었다. 불가능하기도 했고.
‘강한 건 둘째치고 일단 경험치부터가 3배로 뻥튀기되니 빠를 수밖에.’
정혜원이 자신을 괴물 보듯 쳐다보는 것도 이해가 갔다.
“민도준 헌터님, 저 여자분이 왜 저렇게 보는 겁니까?”
“제가 보여준 힘을 보고 그러나 봅니다.”
“하긴. 저도 헌터님의 실력을 보고 많이 놀랐었죠. 하하!”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길버트.”
“예. 헌터님의 앞날에 항상 행운이 따르길.”
길버트와 인사하고 헤어지는데 정혜원이 따라붙었다.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시나요?”
“예.”
“그럼 같이 가요. 혹시 티켓 예약 안 하셨으면 제가 사드릴…….”
“이미 왕복으로 예약해놔서요.”
대부분의 헌터들은 돌아오는 티켓을 미리 끊지 않는다.
던전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래서 티켓을 끊을 때 왕복보다는 즉석에서 발권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헌터는 애초에 왕복으로 끊었단 말이지.’
그 말은 던전에서 죽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는 뜻이리라.
정혜원이 다시 한번 경외감 어린 눈으로 민도준을 바라봤다.
“그럼 전 이만.”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도 그녀는 붙잡지 못했다.
왠지 혼자만의 휴식을 방해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깐 호기심이 생겨서 같이 갈까 했었는데 생각해 보니 민폐 같기도…….’
아쉬운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괜찮다.
‘언젠가 다시 만날 기회가 있겠지.’
같은 S급 헌터였으니 어떻게든 마주칠 기회는 또 생길 것이다.
* * *
주말에 스케줄이 없던 민도준은 모처럼의 휴식을 취했다.
이윽고 눈 깜짝할 새에 찾아온 월요일.
민도준이 아침 일찍 사무실을 찾았다.
오늘은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좋은 아침입니다, 헌터님!”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박동윤이었다.
“일찍 오셨네요.”
“그럼요. 사장님한테 점수 좀 따려면 일찍 와야죠.”
“축하합니다. 확실히 점수를 따셨네요.”
안 그래도 박동윤에게 할 말이 있었는데 잘 됐다.
“동윤 씨, 제가 이번에 S급 던전을 다녀왔잖아요.”
“그렇죠. 가서 100레벨이나 올리셨죠.”
“음? 언제 조회해 보셨어요? 랭킹 조회는 사무실 컴퓨터로만 할 수 있을 텐데?”
“지금 인터넷에 헌터님에 대한 기사가 쫙 퍼졌는데. 모르셨어요?”
인터넷에 들어가 보니 정말로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홍대 영웅 민도준. S급이 되고 나서 고른 첫 던전은 죽은 자들의 도시.] [3,000레벨 민도준. 적정 레벨 3,800인 죽은 자들의 도시. 무사 클리어.] [속보! 스무 번째 S급 헌터 민도준. 이틀 만에 100레벨 올려.]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경이적인 기록에 헌터 업계 발칵!]‘벌써 기사가 올라왔군.’
이틀 만에 100레벨을 올린 사실이 퍼질 거라는 건 예상한 결과였다.
기자들이 S급 헌터의 첫 행보를 주목하지 않을 리 없었으니까.
더구나 홍대 영웅이자 마검사로 유명한 헌터라면야…….
‘다만 이렇게 빨리 기사가 올라올 줄은 몰랐지.’
우후죽순으로 기사가 생긴 걸 보니 확실히 인기가 늘어나긴 했나 보다.
“지금 헌터님 레벨업 속도를 두고 업계에서 난리예요. 이대로라면 랭킹 1위는 시간문제라고 하던데요?”
“그래요?”
맞는 말이다. 현직 S급 헌터들 중에 민도준만큼 빠른 레벨링을 보여주는 헌터는 없었다.
‘단순 계산이지만 S급 던전 여섯 번만 돌아도 국내 랭킹 1위는 그냥 찍겠어.’
어쩌면 올해 안에 세계 랭킹 1위를 찍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번에 100레벨을 올리고 나서 느낀 건데 S급 던전이 저한테는 너무 시시하더라고요.”
“…….”
S급 던전이 시시하다니.
적어도 이제 막 S급을 찍은 헌터가 할 말은 아니었다.
“그래서 말인데 동윤 씨가 솔로잉으로 돌 던전을 찾아줬으면 해서요.”
“솔로잉이요?”
“네. 4,000레벨 이상의 S급 던전 중에 지원자가 없는, 즉 솔로잉을 돌기 좋은 그런 던전이 필요합니다.”
한마디로 현재의 수준에 걸맞은 강력한 던전이 필요하다는 소리.
“음. 그런 곳을 찾기가 쉽진 않을 거 같은데…… 그래도 사장님의 지시이니 어떻게든 찾아보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직원님.”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며 마정석 감별사 한상준이 들어왔다.
“오셨어요?”
“안녕하십니까, 길드장님! 이런 좋은 직장에 다닐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사표 쓰고 나오니까 속이 다 시원하네요!”
“이렇게 기뻐하시는 걸 보니 진작에 데려올 걸 그랬나 봐요.”
“하하! 늦게라도 찾아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이걸 보고도 좋은 직장이라는 말이 나올까요?”
민도준이 인벤토리에서 아이템들을 꺼냈다.
와르르르-
족히 수백은 되어 보이는 숫자에 한상준의 입이 떡 벌어졌다.
“이, 이게 다 뭡니까?”
“제가 그동안 모은 아이템들도 있고 길드원들을 위해 구매한 아이템들도 있습니다. 몇 개는 대여 장비로 쓰고 나머지는 팔아서 길드 운영 자금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허허, 이렇게 많은 아이템이라니. 과연 준비성이 철저하십니다.”
한상준이 감탄했지만 사실 준비한 거라곤 없었다.
‘그동안 팔 시간이 없어서 갖고 있던 아이템들을 이렇게 처리하게 될 줄이야.’
대부분이 헌터들에게서 빼앗은 아이템들.
길드원들을 위해 구매한 아이템은 없었다.
‘인벤토리에 아직 이만큼의 아이템이 더 있다는 걸 알면 얼마나 놀랄까?’
사실 너무 많이 꺼내면 안 될 거 같아서 절반만 꺼낸 것이었는데 반응을 보니 잘한 듯싶다.
‘덕분에 일손을 덜었군.’
인벤토리에 아이템이 쌓여 있는 건 팔 시간이 없어서였지 추적당할 걸 염려해서가 아니었다.
‘아이템에 일련번호가 적혀 있는 것도 아니니 꼬리가 밟힐 일은 없어.’
산처럼 쌓인 아이템들을 보고도 한상준은 싫은 내색 한 번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일거리가 많아서 잘릴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며 좋아했다.
한상준이 아이템들을 분류하고 전산에 등록하는 작업을 하는 사이, 마지막 직원이 도착했다.
매니저로 채용된 채소현이었다.
“안녕하세요, 길드장님.”
“반갑습니다. 이로써 전 직원이 다 모였군요.”
민도준은 채소현에게도 업무 지침을 일러줬다.
“소현 씨가 담당하실 헌터들은 200레벨, 780레벨의 여성 헌터들입니다. 이쪽으로 불렀으니 곧 있으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예고한 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길드원들이 나타났다.
황의철과 황다연, 현수아였다.
“어떻게 된 거예요? 셋이 같이 들어오고?”
“문 앞에서 우연히 만났어요.”
“도준아, 정말 나랑 같이 사냥하기로 한 사람이 이분이야?”
“응. 저번에 한 번 봤었지?”
“그렇긴 한데…….”
황다연이 말끝을 흐렸다.
‘이 여자는 도준이 널 좋아하고 있다고.’
저번에 길드에 넣어달라고 떼를 쓰는 걸 보고서야 알아챘다.
이 여자도 자기처럼 도준이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경쟁자랑 파티를 맺어야 한다니…….’
같은 대상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파티를 맺기가 껄끄러운 게 사실이었다.
물론 민도준도 둘의 마음을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 한편으론 걱정도 들었다.
‘나 때문에 머리채 잡고 싸우는 건 아니겠지?’
그저 매니저인 채소현이 중간에서 잘 중재해주길 바랄 따름이었다.
“자, 그럼 어색한 분위기도 풀 겸 다 같이 점심식사나 할까요?”
* * *
직원을 구하고 본격적으로 길드를 운영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길드 마스터의 자리에 앉아 굴러가는 사정을 지켜본 결과,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직원을 잘 뽑았어.’
그도 그럴 것이 시키지 않아도 일거리를 찾아서 할 정도로 직원들이 열정적이었다.
게다가 경험자들이다 보니 딱히 가르쳐줄 것도 없었다.
뭐든 척하면 척이었다.
‘솔직히 길드 운영은 처음이라 걱정되긴 했었는데 다행이군.’
무엇보다 잡일에 신경 쓰지 않고 던전 공략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편하고 좋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사람 써서 운영할 걸 그랬네.’
직원들 월급이 들어가긴 하겠지만 하루에 몇십억도 우습게 버는 민도준으로선 아까운 축에 들지도 못했다.
“아, 길드장님. 오셨습니까?”
“일찍 나오셨네요. 박동윤 팀장님.”
박동윤에게는 운영팀장의 직책을, 한상준에게는 품질팀장의 직책을 부여했다.
매니저인 채소현은 헌터관리팀장이었다.
‘팀원은 없지만 뭐…… 그럴싸한 직책 하나씩은 있어야 할 테니.’
앞으로 팀원이 생길 정도로 길드 규모가 커질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박동윤 팀장님. 전에 얘기했던 솔로잉 가능한 던전은 아직 못 찾으셨어요?”
“예. 아직…….”
“흠, 그럼 또 파티원들이랑 돌아야겠네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일반 던전도 레벨업하기 나쁘지 않으니까요.”
현재 민도준의 레벨은 3,240.
S급이 된 지 2주밖에 안 됐다는 걸 고려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였다.
‘그래도 저번처럼 이틀 만에 100레벨을 올린 거에 비하면 느린 편이야.’
마음 같아선 더 빨리 올리고 싶었지만 솔로잉을 돌 만한 던전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놀고만 있을 순 없어서 이런저런 던전들을 돌고는 있지만…….’
난이도가 낮으니 강함에 비해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신경민은 아직도 연락이 없네.’
높은 레벨의 던전으로 알아보겠다고 해놓고 소식이 없다.
‘때가 되면 연락하겠지.’
여유 있게 기다리기로 한 민도준이 박동윤에게 물었다.
“길드원들은요? 벌써 던전으로 이동했나요?”
“네. 한 20분 전에 채소현 팀장이랑 같이 출발했습니다.”
“무슨 던전으로 갔는데요?”
“리틀 스네이크 던전입니다.”
“오, 생각보다 센 곳으로 갔네요?”
리틀 스네이크는 적정 레벨 350 정도의 C급 던전.
210레벨인 황다연이 들어가기엔 벅차다고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뭐, 현수아 씨가 있으니 문제 될 건 없겠지만.’
그보다 걱정되는 건 따로 있었다.
‘둘이서 잘 지내고 있으려나?’
아무래도 속사정을 알다 보니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박동윤 팀장님이 보기에 어때 보여요?”
“예? 뭐가요?”
“저희 길드원 두 사람 말이에요. 사이가 좋아 보이나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무래도 같이 다니니까 좋지 않을까요?”
“흠…….”
잘 모르는 박동윤의 모습에 민도준은 자신이 너무 무신경했음을 깨달았다.
‘선생님의 딸인데 신경 좀 써줘야겠지?’
민도준이 즉시 채소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길드장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팀장님. 지금 운전 중이신가 봐요?”
-네! 길드원들 데리고 청계산 던전으로 가고 있습니다.
“도착하시면 일단 들어가지 말고 대기하세요.”
-예? 왜요?
민도준이 씩 웃었다.
“어떻게 사냥하고 있나 참관할 겸 저도 들어가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