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11)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11화(211/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11화
211. 참관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고 했던가?
리틀 스네이크 던전으로 향하는 차 안에선 한창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홍대에서 던전 브레이크 터졌을 때 수아 너도 있었다고?”
“네. 팀장님도요?”
“응. 사람들이 떼 지어 도망가길래 무슨 상황인 줄도 모르고 도망쳤는데 알고 보니 던전 브레이크가 터졌다지 뭐야?”
“일찍 대피하셔서 천만다행이네요.”
“수아 넌?”
“난 괴수가 난입하는 바람에 도망치지도 못하고 싸워야 했어.”
“괜찮았어? 암석 도마뱀은 지금도 힘든 상대 아니야?”
“그렇지. 근데 한 마리 정도는 잡을 만하더라구. 문제는 그 뒤에 나타난 세 마리였지만.”
“세 마리나 나타났다고?”
“어떻게 빠져나왔어?”
두 사람의 물음에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던 현수아가 미소를 지었다.
“때마침 길드장님이 나타나서 구해주셨어요. 그 강했던 암석 도마뱀들이 단번에 허물어지더라니까요?”
민도준의 활약상에 황다연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럼 그때 이후로 도준이를 생명의 은인으로 생각한 거야?”
“아니. 이건 최근에 그런 거고, 그거에 관한 스토리는 또 따로 있지.”
“뭔데? 무슨 스토린데?”
“그때가 길드장님을 처음 만났을 땐데, 내가 한창 맨티스 던전을 돌고 있을 때…….”
세 사람의 수다는 끊이지 않았다.
저마다 민도준과의 관계가 얽혀 있었기에 그에 관한 에피소드만으로도 몇 시간이고 떠들 수 있었다.
그만큼 세 사람은 일주일 만에 몰라보게 친해진 상태였다.
민도준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같이 던전에 들어가는 현수아와 황다연은 동갑이라며 말까지 놓았다.
민도준이 본다면 괜히 걱정했다며 이마를 칠 만한 상황이었다.
“어, 잠깐만. 전화 온다.”
중간에 대화를 끊은 채소현이 운전 중에 전화를 받았다.
이윽고 통화를 마친 그녀가 뒷자리에 전했다.
“길드장님이 던전에 도착하면 일단 대기하라는데?”
“예? 왜요?”
“어떻게 사냥하나 참관하시겠대.”
“정말요?”
“그럼 길드장님이랑 같이 던전에 들어간다는 말이에요?”
“그렇지.”
오랜만에 민도준과 던전에 들어간다는 생각에 현수아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내 의중을 파악하곤 쓴웃음을 지어야 했다.
“다연이는 좋겠네.”
“응? 뭐가?”
“길드장님이 참관하는 이유가 너 때문이잖아. 잘 사냥하고 있나 챙겨주려고.”
“나 때문 아닐걸? 엄밀히 따지면 우리 아빠 때문이지.”
황다연도 알고 있었다.
민도준이 자신을 챙겨주는 데엔 아빠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날 살려준 것도 아빠의 딸이기 때문이지 아니었으면 아깝게 비약을 쓰진 않았겠지.’
어디까지나 추측이었지만 사실이라고 해도 서운해할 필요는 없었다.
애당초 그리 친했던 사이도 아니었으니.
‘이유야 어쨌든 상관없어. 생명의 은인이라는 건 변함없으니까.’
도움을 받았고 그로 인해 생긴 감정은 황다연도 어찌할 수 없었다.
“다 왔어. 얘들아.”
청계산에 도착한 세 사람이 던전 앞에서 기다렸다.
20분 정도 기다리자 공략을 끝낸 남자 헌터 셋이 밖으로 나왔다.
이제 들어갈 차례였지만 현수아와 황다연은 민도준이 올 때까지 대기했다.
그때 장비를 착용했음에도 들어가지 않는 모습이 의아했는지 남자 헌터가 말을 걸었다.
“뭐해요? 안 들어가요?”
“일행을 기다리고 있어서요.”
“일행이면 여자?”
둘 다 여성인 걸 보고 넘겨짚은 모양이지만 틀렸다.
“아니요. 남자요.”
“허허, 누군지 몰라도 그 남자는 좋겠네. 이렇게 아리따운 여성분들과 2대1로 파티를 하니.”
정말 부러워서 그러는 건지 비꼬는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했다.
남자들이 대놓고 자신들의 몸매를 훑어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흠, 얼굴, 몸매. 무엇하나 흠잡을 것 없는 분들이 위험하게 헌터 일은 왜 하시는 걸까?”
“그러게. 그러다 잘못되면 남자친구가 엄청나게 속상해할 거 아니야.”
“지금 기다리는 헌터가 남자친구일 거 같은데.”
“어? 그럼 양다리?”
그 무례한 언사에 여성들이 정색했다.
이상한 오해를 받기 전에 정정할 필요가 있었다.
“남자친구 아니거든요?”
“어? 그럼 남자친구 없어요?”
“이렇게 예쁘신데 없을 리가 있나?”
“없는데요.”
“그럼 내 여자친구 하실래요?”
“야, 너 여친 있잖아.”
“아이 씨. 넌 이럴 때마다 꼭 초를 치더라?”
“차라리 저랑 사귀시죠. 얘네 중에 제가 레벨이 제일 높으니까요.”
“레벨만 높다고 능사가 아니지. 스킬이 좋아야지.”
“크크큭.”
낄낄거리며 웃는 세 사람의 모습에 황다연이 어이없다는 듯 끼어들었다.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뭐가요?”
“대놓고 저희 희롱하셨잖아요.”
“희롱이라니. 저희가 언제 그랬다고?”
“아까 음흉한 눈빛으로 쳐다본 것도 그렇고 지금도 스킬이니 어쩌니 이상한 소리해댔잖아요.”
“허허, 저희가 음흉한 눈빛으로 봤다고요? 어이가 없네.”
“내 눈빛 원래 이런데?”
“이거 눈빛이 원래 이런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나?”
남자들이 합심해서 시치미를 뗐다.
“그리고 스킬이 뭐가 어때서요?”
“말 그대로 스킬을 말한 건데 이상한 쪽으로 오해하시네.”
“음란마귀가 쓰인 건 내가 아니라 이 여성분 같은데?”
“난 이런 스타일 좋아. 밝히는 여자, 좋잖아?”
“뭐라고요? 이런 ㅆ…….”
발끈한 황다연의 입에서 막 욕설이 나오려던 그때, 현수아가 막아섰다.
“그만해.”
“아, 왜? 저런 놈들은 쌍욕을 시전해줘야 정신 차린다고.”
“뭐? 쌍욕?”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실실거리던 남자들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이 쌍년이 보자 보자 하니까 우리가 만만해 보이냐?”
“얼굴 좀 예쁘다고 빨아줬더니 X발 선을 넘네?”
“뭐? 이 씨……!”
황다연은 현수아와 달리 참을성이 없었다.
대놓고 욕지거리를 들은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그녀가 아니었다.
하지만 어딘가를 가리키는 현수아의 눈짓에 황다연은 분노가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X발년아. 왜 욕을 하다 말아? 어디 한번 주둥이 나불거려봐. 뒤지게 맞고 싶으면.”
“…….”
“왜? 막상 하라니까 못하겠냐? 좀 전까지만 해도 쌍욕 할 것처럼 굴다가 왜 얌전해졌지?”
“그야 내가 왔으니까.”
제삼자의 목소리에 남자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기 무섭게 반대쪽으로 되돌아갔다.
짜악! 짜악! 짝!
세 명의 헌터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뺨을 부여잡고 넘어졌다.
누가 때렸는지도 보지 못했다.
그저 얼얼하다 못해 턱이 나간듯한 뺨을 어루만질 뿐이었다.
“길드장님!”
“괜찮으세요?”
“네. 저흰 괜찮은데…….”
현수아가 남자 헌터들을 내려다봤다.
세 사람 모두 입가에 피를 흘리며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일어나라.”
민도준의 명령에 헌터들은 곧장 반응하지 못했다.
콰앙!
발 구르기를 시전하자 땅이 갈라지며 흙이 튀었다.
“엄살 부리지 말고 일어나.”
뒤늦게 정신을 차린 헌터들이 아픔도 잊고 벌떡 일어섰다.
“왜 맞았는지 알지?”
민도준의 목소리에 고개를 든 헌터들이 하나같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TV에서 본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S, S급 헌터 민도준?”
콰앙-!
다시 한번 발을 구르자 땅이 갈라졌다.
“어디서 반말이야.”
“죄, 죄송합니다. 미, 민도준 헌터님.”
“됐고, 내가 왜 때렸는지 알지?”
‘민도준 헌터가 때린 거였어?’
누구한테 맞았는지도 못 봤지만 정황상 민도준 헌터가 때린 모양이다.
“모르…….”
“압니다! 압니다!”
어느 눈치 빠른 남자가 재빨리 대답하며 앞서 말하려던 동료를 노려봤다.
‘병신새끼. 몰라도 안다고 해야지!’
만약 모른다고 대답했으면 단체로 줄초상 났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다고 왜 맞았는지 모를 만한 상황도 아니었고.
‘설마 기다리고 있다던 일행이 S급 헌터일 줄이야…….’
하필이면 건드려도 벌집을 건드려버렸다.
“알면 말해봐. 왜 맞았는데?”
“허, 헌터님의 동료들에게 시비를 걸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잘 아네. 그럼 맞을 짓 했다는 걸 인정하는 거지?”
“예.”
이럴 때는 빠른 인정만이 목숨을 구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당장에라도 죽일 것 같던 민도준의 표정이 조금은 풀렸다.
아주 조금은.
“다른 놈들은 대답이 없네?”
“이, 인정합니다.”
“인정합니다.”
남자들은 살기 위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일단락된다면 다행이었지만 민도준은 놈들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맞을 짓을 했으니 한 대 더 때려도 할 말 없겠지?”
“…….”
조금 전의 귀싸대기를 한 대 더 맞는다?
끔찍하게 아프겠지만 그걸로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있다면 못 맞을 것도 없었다.
“아, 알겠습니다. 맞겠습니다.”
“잘못했으니 맞아야지요.”
“그래. 깔끔하게 한 대만 더 때릴게.”
체벌은 순식간이었다.
퍼퍼퍽!
배를 맞은 헌터들이 무릎을 꿇었다.
“우웨에엑!”
토사물을 게워내는 것은 덤이었다.
“왜 뺨이 아니라 배를…….”
“뺨 때린다는 말은 안 했다.”
“우욱…….”
약간의 배신감을 느끼며 구토하던 남자들이었지만 그들은 몰랐다.
민도준이 사실은 급소를 때리려다가 참았다는 사실을.
“다 토했으면 이제 사과하고 꺼져라. 행여나 나한테 맞았다고 신고할 생각일랑 하지 말고. 뒤지기 싫으면.”
“며, 명심하겠습니다.”
“죄, 죄송했습니다.”
남자들이 고개를 숙이고 돌아서려고 하자 민도준이 불러세웠다.
“지금 누구한테 사과하는 거야? 사과받을 사람은 따로 있거늘.”
“아…….”
대상이 틀렸음을 깨달은 남자들이 현수아와 황다연에게 허리를 굽혔다.
“성희롱해서 죄송했습니다.”
“다시는 그럴 일 없을 겁니다.”
“그냥 앞으로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황다연이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마주치기 싫은 건 남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시비를 걸던 헌터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민도준이 흉살 같던 표정을 풀었다.
“다들 괜찮으세요?”
“네. 길드장님 덕분에 스트레스가 풀리네요.”
“고마워, 도준아. 네가 아니었으면 화병 나 돌아버렸을 거야.”
다들 통쾌하다는 반응이었지만 민도준은 왠지 모를 부족함을 느꼈다.
‘그런 쓰레기들은 아예 죽여버렸어야 했는데.’
길드원들이 있기에 망정이지 보는 사람이 없었다면 정말로 죽였을지도 몰랐다.
‘감히 우리 길드원들한테 시비를 걸다니. 내가 다 열 받네.’
문득 엠페러 길드와 파티를 맺던 과거가 떠올랐다.
‘그때 파티원들이 엠페러 길드원한테 잘 보이려고 온갖 아부를 떨어댔었는데…….’
그만큼 개개인의 강함도 중요하지만 길드의 명성도 무시할 것이 못 됐다.
‘언젠가는 수호 길드도 그런 날이 오기를.’
그래서 길드원들이 어딜 가도 무시당하지 않기를.
“가시죠.”
그런 생각으로 민도준이 길드원들과 던전에 들어갔다.
* * *
4시간쯤 지나자, 포탈의 색이 파란색으로 바뀌며 민도준 일행이 밖으로 나왔다.
“길드장님!”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채소현이 다가와 물었다.
“참관은 어떠셨어요?”
“음…….”
뭐라고 말해야 할까?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자 채소현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왜요? 문제가 너무 많나요?”
“아니요.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둘의 사이는 친자매처럼 좋았다.
사냥도 정해진 공략대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놀란 건 생각보다 현수아가 강했다는 거야.’
고작 800레벨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실력.
‘참관할 필요도 없었어.’
조언이라도 해줄 생각으로 들어온 것이 무안할 지경이었다.
‘이제 다연이는 믿고 맡길 수 있겠군.’
모든 것이 완벽하게 돌아갔다.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이제 나머지 놈들에게 복수만 성공시키면…….’
그때였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신경민의 전화가 걸려온 것은.
-헌터님. 던전에 계셨어요? 이제야 통화가 되네.
“예. 잠깐 들어갔었습니다. 근데 무슨 일이시죠? 혹시 전에 말한…….”
-맞습니다. 던전이 잡혔습니다.
‘드디어 신경민과 던전을 도는 건가?’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놈을 죽일 때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