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12)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12화(212/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12화
212. 고대 마법의 사원
신경민과 약속을 잡은 민도준이 길드 사무실로 돌아왔다.
“길드장님 오셨어요?”
“박동윤 팀장님, 저 던전 잡혔습니다.”
“던전이요? 무슨……?”
“이란에 있는 [고대 마법의 사원]입니다.”
“예?”
민도준이 말한 던전의 적정 레벨은 4,000 정도.
생각보다 고레벨의 던전에 박동윤이 놀랐다.
“저도 못 찾은 던전을 벌써 구하신 겁니까? 4,000레벨 이상의 솔로잉 가능한 던전을?”
“아니요. 솔로잉으로 가는 게 아닙니다. 파티로 갈 겁니다.”
“파티요? 누구랑…….”
“신경민 헌터와 강혁수 헌터랑 가기로 했습니다. 그 외에 두 명이 더 있다고 하는데 누군지는 모르겠고요.”
“헉! 신경민, 강혁수면 국내 랭킹 1, 2위잖아요?”
초등학생도 안다는 우리나라 최고 헌터들의 이름이 나오자 박동윤이 전율을 금치 못했다.
의외의 인맥에 놀란 것은 덤이었고.
반면 민도준은 뭘 그런 걸 가지고 놀라냐는 듯 심드렁했다.
‘국내 랭킹 1위가 뭐 대순가? 세계 랭킹 1위쯤은 돼야지.’
아무리 국내 랭킹 1위라도 헌터들의 배신을 막을 순 없다.
그 사실을 몸소 체험한 민도준이었기에 국내 랭킹 1위라는 감투가 그리 부러워 보이지 않았다.
‘이번 생은 세계 랭킹 1위를 목표로 한다.’
그래서 누구도 넘볼 수 없을 만큼 강해지리라.
감히 배신을 시도할 생각조차 들지 않게끔.
“어, 언제 가기로 하셨습니까?”
“내일 밤 11시에 만나기로 했으니 늦어도 오늘 저녁에는 비행기를 타야 합니다.”
“헐, 이렇게 갑자기…….”
박동윤이 부랴부랴 티켓을 예약하려 하자 민도준이 그럴 필요 없다는 듯 손을 저었다.
“티켓은 이미 예약했습니다. 신경민 헌터가 끊어줬거든요.”
“아.”
“시간 되면 이쪽으로 데리러 온다고도 했습니다. 팀장님은 그저 기록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몇 시간 후, 예고대로 신경민이 맥라렌을 끌고 나타났다.
부르르르릉-
“밖이 요란한 걸 보니 도착했나 보네요. 그럼 다음 주에 뵙시다.”
“무사히 공략하고 오십시오, 길드장님!”
밖으로 나가자 신경민이 해맑은 미소로 반겼다.
자신이 어떤 운명에 처해 있는 줄도 모른 채.
“타세요, 헌터님. 짐은 저한테 주시고요.”
민도준의 짐을 트렁크에 실은 신경민이 운전대를 잡았다.
부와아아아앙-!
출발과 동시에 신경민이 민도준에게 사과부터 했다.
“이렇게 갑자기 연락드려서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늦었죠?”
“무슨 일 있었습니까?”
“일은요. 단지 도준 씨 수준에 걸맞은 던전을 찾느라 좀 늦었습니다. 평소에는 3,800레벨 이하의 던전만 골라가거든요.”
“그러면 경민 씨도 이번에 가는 던전이 처음이라는 소립니까?”
“예.”
그 말에 민도준이 속으로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좋아. 처음 들어가 보는 생소한 던전이라면 죽어도 이상하지 않겠군.’
높은 레벨의, 그것도 처음 겪어보는 던전이라면 어떤 사고가 발생해도 납득할 터.
신경민이 이곳에서 죽는다 하더라도 이상하게 여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강혁수도 죽일지 말지는 고민해 봐야겠어.’
기왕 들어온 김에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이 좋겠지만…….
‘랭킹 1, 2위가 같은 날에 죽어버리면 의심 사기 십상이니.’
복수를 이어가기 위해선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다른 헌터들은요? 집결지에서 만나기로 했습니까?”
“아니요. 공항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이따가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려니 고개를 끄덕이던 민도준이었지만 무심한 표정과 달리 속으로는 한껏 기대하고 있었다.
‘팀원 중에 서진철이 있기를.’
신경민과 고등학교 동창이었으니 있을 확률이 높다.
‘만약 서진철까지 있으면 하루 만에 세 명의 복수를 성공시킬 수 있어.’
신경민과 강혁수뿐이라면 둘 다 죽일지 말지 고민이 들겠지만 서진철까지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세 명을 한날한시에 죽일 수 있으면 그거야말로 베스트지.’
뒷감당하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하루 만에 세 명이면 나쁘지 않은 도박이었다.
“다 왔습니다.”
인천 공항에 도착한 두 사람이 주차를 끝내고 올라가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경민아! 민도준 헌터님!”
강혁수가 반색하며 다가와 두꺼운 손으로 악수를 청했다.
“헌터님, 반갑습니다. 전에 식사를 하고 나서 처음 뵙는 거죠?”
“그러네요.”
“헌터님이랑은 꼭 한번 파티를 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소원 풀이를 하네요. 하하하!”
호탕하게 웃는 강혁수를 따라 민도준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속마음은 겉보기와는 아주 달랐다.
‘이놈이 정혜원한테 그렇게 찝쩍거린댔지?’
이민지에게서 들은 정보 때문인지 전보다 더 안 좋게 보였다.
그게 아니더라도 복수의 대상인 강혁수에게 좋은 감정은 없었지만.
그보다 민도준은 아직 오지 않은 다른 팀원들에게 더 관심이 있었다.
‘두 명이 더 있다고 했지.’
마침 신경민이 궁금했던 부분을 물어봐 줬다.
“길드장님, 다른 팀원들은요?”
“조금 전에 도착했다고 문자 왔더라. 좀만 기다려봐.”
이윽고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민도준의 얼굴에 실망이 어린 것도 그와 동시였다.
‘서진철은 없군.’
신경민과 친한 사이라면 팀에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둘 다 모르는 얼굴이었다.
‘고등학교 동창이라면서 왜 팀에 안 넣은 거야? 쯧.’
서진철이 왔으면 하루 만에 세 건의 복수를 끝낼 생각이었는데 기각해야겠다.
‘어쩔 수 없지. 강혁수와 신경민으로 만족하는 수밖에.’
강혁수가 도착한 팀원들을 소개했다.
“이쪽은 랭킹 5위 박광진이고요, 여기는 랭킹 6위 김기율입니다.”
“반갑습니다.”
민도준이 두 사람과 악수를 했다.
회귀 전에도 보지 못한 얼굴들이었다.
‘상위권 랭커 중에 내가 모르는 얼굴이 있었다니.’
하긴 1년 6개월밖에 안 지난 지금은 전생으로 치면 막 B급을 달성한 시기였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랭킹에서 내려오거나 죽었다면 모를 수밖에 없었다.
찰칵- 찰칵-
어느새 몰려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댔다.
‘하긴 내로라하는 헌터들이 한자리에 모였으니…….’
랭킹 1, 2위에 5, 6위. 거기에 홍대 영웅으로 유명한 민도준까지 있었으니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늦기 전에 얼른 가시죠.”
그렇게 꾸려진 한국 최강의 파티가 이란행 비행기에 올랐다.
* * *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도착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렸다.
‘지루해 죽는 줄 알았어.’
두바이를 경유해서 15시간이나 걸렸으니 민도준이 불평하는 것도 당연했다.
‘직선거리로는 얼마 안 되는 거 같은데 은근히 오래 걸렸단 말이야.’
유령 늑대라는 초고속 비행체를 타면 2시간 이내에 도착하겠지만 공적인 자리였으니 흔적은 남겨둬야 한다.
“여기입니다.”
차를 타고 2시간을 달려 카샨이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이곳에 S급 던전인 고대 마법의 사원이 있었다.
던전 입구에 이르자 경계를 서던 군인이 소총을 들고 다가왔다.
“누구십니까? 이곳은 출입 금지 구역입니다.”
영어로 말하면 대화할 수 있었지만 강혁수는 그럴 필요도 없다는 듯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아, 한국에서 온 S급 헌터 팀이군요?”
서류를 확인한 군인이 잽싸게 겨눴던 총구를 내렸다.
S급 헌터를 위협하는 짓은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총 따위로 S급 헌터를 위협할 수도 없겠지만 말이다.
“얼른 들어가시죠.”
철조망을 열어주자 헌터들이 안으로 들어섰다.
[카샨시 고대 마법의 사원 던전]-난이도 : S
-인원 제한 : 최소 3명, 최대 5명
-입장 제한 : 레벨 3,000 이상
-공략 목표 : 제한 시간 내 생존
-실패 페널티 : 없음
-제한 시간 : 72시간
-던전 브레이크까지 남은 시간 : 202시간 31분 12초
“장비부터 착용하고 들어가죠.”
강혁수의 말에 헌터들이 빠르게 변신을 마쳤다.
민도준도 손에 엑스칼리버를 들었다.
그 과정에서 팀원들의 시선을 끌었지만 무기에 관해 물어보는 이는 없었다.
예의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준비됐으면 가볼까요?”
이윽고 다섯 명의 헌터들이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 * *
대부분의 S급 던전의 공략 목표는 생존이다.
제한 시간 내에 버티기만 하면 되니 어려울 건 없었다.
그러나 괴수를 잡고 경험치를 얻고자 한다면 움직여야 했다.
그렇기에 각 던전의 목표는 생존임에도 엄연히 공략법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그리고 고대 마법의 사원은 고레벨 던전 중에서도 공략하기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곳이었다.
“다들 적정 레벨이 4,000인 던전에는 처음 들어와 보실 겁니다. 저도 그러니까요. 그렇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사전에 공략법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들어왔으니 위험한 상황은 생기지 않을 겁니다.”
탱커이자 무리의 리더 역할을 맡은 강혁수가 팀원들을 안심시켰다.
물론 유일한 경험자인 민도준에게는 불필요한 일이었지만.
‘음?’
그때 민도준의 눈에 어떤 장면이 포착됐다.
강혁수와 신경민이 눈빛을 교환하는 모습이었다.
‘이놈들 봐라?’
연인도 아니고 남자끼리 눈빛을 마주칠 일은 많지 않다.
뭔가를 꾸미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내가 당할 거 같나?’
약점 간파로 두 사람의 전투 스타일과 약점은 이미 파악한 상황.
‘약점 간파가 없었더라도 막을 자신은 있지만.’
두 사람이 갑자기 기습을 한다 해도 민도준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죽음의 일격을 3회 막아주는 후둥이의 축복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타른헬름으로 90%의 대미지를 반사할 수도 있으니.’
가만히만 있어도 역습까지 가능하니 기습 따위가 두려울 리 없었다.
‘무슨 꿍꿍이인지 몰라도 어디 한번 해봐라.’
민도준은 앞서가는 일행들을 따르며 두 사람의 행동을 관찰했다.
신경민과 강혁수가 힐끔 자신을 쳐다볼 때는 일부러 시선을 돌리며 모른 척하기도 했다.
그때 앞장서던 강혁수가 손을 들어 일행들의 걸음을 세웠다.
“전방에 적 하나 발견.”
눈앞에는 3미터의 인간형 괴수가 자신의 키만큼 기다란 창을 들고 서 있었다.
고대의 경비병이라는 괴수였다.
“일단 제가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시범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강혁수가 방패를 세우며 돌진했다.
콰앙-!
다소 무모해 보이는 돌진이었지만 위력만큼은 무시할 수 없었다.
3미터의 거인인 경비병이 휘청거릴 정도.
“흐아압!”
강혁수가 도발의 함성을 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창을 휘둘러보기도 전에 경비병의 온몸에 상처가 새겨졌다.
“오오.”
지켜보던 팀원들이 입을 벌렸다.
강혁수의 검이 경비병의 갑옷 사이사이를 베며 대미지를 주고 있었다.
“역시 리더님.”
“괜히 랭킹 2위가 아니야.”
박광진과 김기율이 감탄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강혁수가 강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화려한 퍼포먼스는 보지 못했다.
쿠웅-
고대의 경비병이 갑옷 사이로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갑옷은 단단하니 이렇게 틈새를 공략하시면 쉽게 잡을 수 있습니다.”
별거 아니라는 듯 말한 강혁수의 시선이 민도준에게 향했다.
‘흐흐, 탱커인 내가 이 정도로 강할 줄 몰랐겠지?’
사실 신경민과 강혁수가 민도준과 파티하려는 이유는 하나였다.
엠페러 길드로 들어오고 싶도록 그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여태 식사를 하고 친분을 쌓은 것도 모두 영입을 위해서였다.
‘이 정도면 민도준 헌터도 놀랄…… 줄 알았는데 안 놀랐네?’
민도준은 기대와 달리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무표정한 반응에 놀란 건 강혁수였다.
강혁수가 신경민에게 눈짓을 줬다.
‘이제 네 차례야.’
‘알겠습니다. 길드장님.’
눈빛으로 그런 대화를 나눈 뒤 다시 전진을 시작.
“적 둘 발견!”
경비병 둘이 나타나자 이번엔 신경민이 앞으로 나섰다.
파지지지직-
지팡이 끝에서 생성된 전류가 경비병의 투구 속으로 정확히 꽂혀 들어갔다.
실로 정밀한 마법 컨트롤이었지만 염력으로 얼굴을 멈춘 덕분에 가능한 묘기였다.
쿵-!
경비병 하나가 쓰러지고 남은 경비병이 창대를 세우며 달려들었다.
그러나.
콰드득!
달려오던 경비병의 목이 360도로 회전하더니 그대로 고꾸라졌다.
“역시! 신경민 헌터님의 트레이드 마크, 염력!”
“저렇게 강력한 염력을 자유자재로 다루시다니. 크으…….”
엄지를 치켜세우며 감탄하던 들러리들을 뒤로하고 신경민이 민도준을 쳐다봤다.
‘어떠십니까. 제 실력이.’
그러나 이번에도 민도준은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회귀 전에 신경민이 사냥하는 건 숱하게 봐왔던지라 놀랄 것도 없었다.
“음.”
신경민이 난감한 기색으로 강혁수를 바라봤다.
‘어쩌죠, 길드장님? 실력을 어필했는데도 안 통하는 것 같은데요?’
‘어째서지? 어째서 우리 실력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 거야?’
두 사람이 당황해하는 사이, 들러리 취급을 받던 박광진이 놀란 표정으로 민도준의 어깨너머를 가리켰다.
“뒤, 뒤에 또 있어요! 조심해요!”
방심한 틈에 나타난 경비병이 민도준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달려들기 무섭게.
스걱-
경비병의 신체가 두 쪽으로 갈라졌다.
“…….”
갑옷째로 갈라진 경비병의 시체에 일행들이 입을 벌렸다.
누가 그랬는지는 명확했다.
민도준의 검이 지나가자마자 벌어진 일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