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13)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13화(213/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13화
213. 고대의 기사
믿지 못할 광경에 가장 놀란 것은 강혁수였다.
‘경비병을 갑옷째로 베어버리다니……?’
직접 싸워본 그로선 경비병들의 갑옷이 얼마나 단단한지 알고 있었다.
갑옷째로 신체를 토막 내려면 얼마나 높은 대미지가 드는지도.
‘대미지가 얼마나 높기에…….’
놀라기는 다른 파티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대박! 마검사님. 지금 한 방에 죽인 거예요?”
“난 검이 지나가는 것도 못 봤어.”
랭킹 5, 6위인 헌터들이 연신 감탄하며 민도준을 쳐다봤다.
네임드 보스도 솔로킬했다는 민도준의 명성이야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본 건 처음.
신경민 역시 좀처럼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도준 씨. 3,200레벨 맞아요? 대체 어떻게 그런 움직임을?”
“그냥 빠르게 움직인 거죠, 뭐.”
대수롭지 않은 척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대수롭지 않았다.
그냥 무기에 버프를 두르고 휙 베어버린 게 전부였으니까.
그렇다고 민도준이 이들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실력을 보여주면 놀랄 줄은 알고 있었지.’
자신이 레벨에 비해 강하다는 건 당연히 알고 있던 사실.
그렇기에 민도준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력을 드러낼까, 말까?’
솔직히 경비병을 베기 전까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었다.
자신의 강함을 드러낼지 말지를.
‘실력을 숨기면 의심을 덜 받을 수 있어.’
지금처럼 힘을 드러내는 것과 달리, 던전 초입부터 힘숨찐 컨셉을 유지한다면?
나중에 신경민과 강혁수를 죽였을 때 의심을 덜 받을 수 있었다.
예전에 복수하면서 몇 번 써먹었던 방법.
‘단순히 생각하면 숨기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인기가 없었을 때의 경우.
‘명성이 생긴 지금은 통하지 않는 방법이야.’
네임드 보스를 솔로킬한데다 이틀 만에 100레벨을 올릴 정도로 강한 헌터가 갑자기 약한 척을 한다?
오히려 힘을 숨기는 것이 더 수상해 보일 수도 있다.
‘실력을 어느 정도는 드러내야 해.’
전부는 아니더라도 소문대로 보스를 잡을 만큼의 강함을 드러낼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너무 드러냈나?’
고작 잡몹 한 마리 잡았을 뿐인데 과분한 관심을 받고 있었다.
파티원들의 시선이 따가울 정도.
“사냥 안 하실 거예요?”
“아, 해야죠. 가, 갑시다.”
일행이 다시 걸음을 옮기자 민도준이 그 뒤를 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비병 셋이 나타났고 일행들이 무기를 들며 경계했다.
그런데 앞서와 달리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그저 힐끔거리며 민도준의 눈치만 살폈다.
“왜 그러십니까?”
“다들 민도준 헌터님이 잡아주길 바라는 모양입니다.”
강혁수의 말대로라는 듯 파티원들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세 마리에 겁먹었을 리는 없고. 내 실력을 더 보고 싶은가 보군.’
일행들의 의중을 파악한 민도준이 기꺼이 앞으로 나섰다.
준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어느 정도 힘을 드러내기로 마음먹기도 했으니.
서걱- 스걱- 서걱!
툭- 툭- 툭!
검이 번쩍일 때마다 경비병들의 머리가 떨어졌다.
갑옷째로 자르면 또 놀랄 것 같아서 깔끔하게 목만 베었다.
하지만.
“정확하게 목만 베다니…….”
“빠르고 정교해.”
파티원들이 보기엔 그마저도 놀라울 따름이다.
“솔직히 헌터님이 저보다 강하실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국내 최강이라고 불리는 신경민조차 민도준의 실력을 인정했다.
강혁수도 말은 안 했지만 속으로 연신 감탄하고 있었다.
‘대단해. 정말 경민이 보다 센 거 같아.’
신경민의 강함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봐왔기에 비교할 수 있었다.
‘아무리 경민이가 염력을 쥐어짠다 해도 이렇게 쉽고 빠르게 죽이진 못해.’
한마디로 압도적인 실력 차에 강혁수가 전율했다.
‘전투력을 기준으로 랭킹을 매겼으면 국내 1위를 달성하고도 남았겠군.’
강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강혁수의 눈에 열망이 깃들었다.
‘어떻게 해서든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겠어!’
최강의 파티를 만들어 괴수들을 사냥하는 것.
그것이 강혁수가 바라는 이상향이었다.
‘그러고 보니…….’
강혁수는 문득 경비병 한 마리를 잡고 의기양양 해하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아, 씨 쪽팔려…….’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으려 했다는 사실에 강혁수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때.
“리, 리더님, 저기 좀 보세요!”
파티원들의 다급한 외침에 강혁수가 고개를 들었다.
절그럭- 절그럭-
그그그그극-
온몸을 미끈한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가 거대한 투핸드소드를 끌며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던전에서 준 보스급이라고 알려진 고대의 기사였다.
“저, 저놈을 벌써 마주치다니…….”
“리더님 왜요? 강한 놈인가요?”
파티원의 물음에 강혁수가 보기 드물게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공략을 보면 엄청나게 강한 녀석이라고 나옵니다. 갑옷은 차원이 다르게 단단한 데다 보다시피 경비병처럼 틈새조차 없습니다. 약점이 없다는 말이죠.”
“…….”
“그나마 마법에 약한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그것도 몇 번 맞다 보면 내성이 생겨서 전혀 대미지가 박히지 않는답니다.”
“헐…….”
“뭐 그런……!”
물리 공격도, 마법도 통하지 않는 괴수라니?
“그 정도면 보스 아닙니까?”
“보스는 아닙니다. 보스치고는 둔한 면이 있어서 준 보스급으로 취급받는 녀석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보스를 본 사람이 없으니 사실상 보스라고 봐야겠지요.”
“아…….”
모든 던전에는 보스가 있다.
그러나 이곳 고대 마법의 사원은 아직 보스가 밝혀지지 않았다.
아무도 보스의 모습을 못 봤기 때문이다.
“준 보스급이라면 할만하지 않을까요?”
“아니요. 공략에서도 저놈을 본다면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했습니다. 괜히 시간만 날린다고요.”
“하긴 대미지도 안 박힌다는데 무슨 수로 잡아…….”
이미 전의를 상실했는지 파티원들은 무기를 내리고 도망칠 준비를 했다.
오직 민도준만 제외하고.
“도준 씨? 뭐 하세요?”
앞으로 나서는 민도준의 모습에 신경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잡으시려고……?”
“다들 나서지 마세요.”
저 경험치는 내 것이니까. 라는 말은 속으로 삼켰다.
‘내 힘을 테스트하기 좋은 기회야.’
웬만하면 힘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지만 이런 좋은 기회를 날려버릴 순 없었다.
‘딱 지금 정도의 수준으로만 상대해주지.’
온 힘을 발휘할 생각도 아니다.
고작 준 보스급에 전력을 다할 필요는 없으니.
‘딱 버프 두 개로만 상대해주마.’
민도준의 검신에 무지갯빛 오러가 깃들었다.
거기에 엘리멘탈 소드로 화 속성을 부여했다.
화르르륵-
앞서 강혁수가 말한 대로 상대가 마법에 약하다는 공략 정보는 사실이었다.
‘한 번 당하면 내성이 생긴다는 것도 사실이고.’
정확히는 그 속성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것이었다.
‘따라서 놈을 잡으려면 여러 가지 속성을 섞어야 하지.’
그런 면에서 원하는 속성을 마음대로 부여할 수 있는 엘리멘탈 소드는 기사를 잡기에 제격이 아닐 수 없었다.
“민도준 헌터님!”
고대의 기사를 향해 달려가는 그 모습이 무모해 보였는지 동료들이 소리쳤다.
민도준을 발견한 기사가 머리 위로 검을 치켜들었다.
콰앙-!
흙먼지가 일었다.
바닥에 양손 검을 내리꽂은 기사의 모습이 보였다.
다행히 그 무지막지한 일격을 피한 듯 민도준은 멀쩡했다.
“헌터님! 지금이라도 빨리……!”
콰앙-!
또다시 폭음이 이어졌다.
소리만 들어도 얼마나 강한 힘으로 때렸는지 알 수 있었다.
“한 대만 맞아도 죽겠어. 이거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야, 두 눈 똑바로 뜨고 제대로 봐봐.”
박광진의 말에 김기율이 다시 한번 전투를 지켜봤다.
콰앙-!
“어?”
다시금 폭음이 들렸지만 고대의 기사가 낸 소리가 아니었다.
녀석은 이제 막 검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뭐, 뭐야? 민도준 헌터님이…… 압도하고 있어?”
민도준의 검이 갑옷을 때릴 때마다 알루미늄 캔처럼 우그러들었다.
“그, 그럼 처음부터 기사가 때려서 난 소리가 아니라…… 민도준 헌터님이 때려서 난 소리?”
콰앙-! 콰앙-! 콰앙-!
민도준은 비교적 여유롭게 기사의 공격을 피하며 반격을 먹였다.
공격할 때마다 무기의 속성을 바꿔주니 모든 공격이 유효타로 들어갔다.
콰앙-! 콰앙-! 콰아앙-!
가끔 치명타 특성이 터져 물리 대미지가 4배로 증가할 때면 우그러드는 게 아니라 구멍이 뚫렸다.
계속해서 찌그러지던 기사의 갑옷이 구멍 나고 결딴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고대의 기사를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 +1,650,000] (기여도 100%) [S급 마정석이 나왔습니다.] [S급 마정석이 나왔습니다.] [S급 마정석이 나왔습니다.] [고대 기사의 방패가 나왔습니다.] [스킬북 : 거인의 강타가 나왔습니다.] [파티 룰에 따라 자동으로 룰렛을 돌립니다.] [획득자는 민도준입니다.]아이템을 본 민도준이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나한테 쓸모있는 건 없군.’
중간 보스라 그런지 경험치도 생각보다 별로였다.
‘물론 쉽게 잡은 것에 비하면 많이 주는 편이지만.’
민도준은 기사를 잡으며 칼질의 횟수를 세어봤었다.
‘총 16방 만에 죽였군.’
아무런 마법도 쓰지 않고 오직 버프를 건 평타만으로 잡은 결과였다.
‘만약 마법까지 총동원했으면 원콤에 잡았을지도.’
자신의 힘을 어느 정도 확인한 민도준은 테스트 결과에 만족했다.
그러나 파티원들에겐 이 상황이 그저 어이없을 따름이었다.
‘고대의 기사를 이렇게 간단히…….’
‘보스를 솔로킬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어.’
16번이나 칼질을 했지만 시간상으론 3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파티원들로선 어어? 하고 놀라면서 보다가 상황이 끝나버린 셈이었다.
“대, 대단합니다! 헌터님.”
“최고였어요!”
파티원들은 최고의 무력을 보여준 민도준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신경민과 강혁수의 눈빛에는 전에 없던 존경심마저 담겨 있었다.
‘그렇게 쳐다보지 마라. 너희는 어차피 오늘 죽으니까.’
고대 마법의 사원은 아직 보스의 존재가 밝혀지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민도준은 알고 있었다.
보스룸이 어디에 있는지.
‘파티원들을 보스룸으로 데려간다. 그 후에 복수를 실행한다.’
이곳 던전의 보스는 고대의 대마법사였다.
그래서인지 보스룸 앞에는 마법 트랩이 깔려 있었다.
‘걸리는 사람에게 각자 환각을 보여주는 트랩이지.’
가장 고통스러운 과거를 보여주기도, 가장 행복했던 때를 보여주기도 한다.
‘보스룸에 들어가려면 무조건 걸리게 되어 있어서 피할 수도 없지.’
이 점을 이용하여 민도준은 파티원들을 보스룸 앞까지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그래서 저마다 환각을 보게끔 만들 계획이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벗어나지 못할 거야.’
환각을 깨는 것에도 방법이 있다.
하지만 미래를 아는 민도준 말고는 알 길이 없을 것이다.
‘환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 남은 시간 동안 계속해서 그곳에 있어야 하지.’
그때, 혼자서 환각을 깬 민도준이 여전히 환각에 빠져있는 두 사람을 죽인다면?
‘그야말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 있는 거지.’
환각으로 눈과 귀가 막혀버렸으니 두 사람이 죽어도 다른 파티원들이 알 길은 없을 것이다.
‘기껏해야 던전 공략이 끝나고 환각에서 빠져나오고 나서야 알게 되겠지.’
그렇다 해도 민도준이 죽였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보스의 함정에 죽었을 거로 생각하겠지.’
그야말로 파티원들의 눈을 피해 완벽하게 처리하는 방법이었다.
‘이제 파티원들을 보스룸까지 데려가 볼까?’
계획을 세운 민도준이 남몰래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