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15)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15화(215/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15화
215. 헬파이어
민도준은 가장 먼저 신경민을 죽이기로 했다.
‘쿠데타를 꾸민 주범이자 모든 일의 원흉. 그리고…….’
차예린을 죽인 개새끼.
그거면 충분했다. 죽여야 할 이유로는.
[복수 특성 효과로 대미지가 2배 증가합니다.] [헌터 사냥꾼 특성 효과로 대미지가 2배 증가합니다.]우우웅-
엑스칼리버에 버프를 두른 뒤 신경민의 목에 갖다 댔다.
그때까지도 신경민은 반응이 없었다.
초점이 없는 밀랍 인형처럼 우두커니 서 있기만 했다.
환각 트랩에 걸린 탓이었다.
‘이대로 목을 내려치면 자신이 죽었는지도 모르겠지.’
누구에게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를 것이다.
‘내가 받은 고통을 네놈도 느껴봐야 할 텐데……!’
아무것도 모른 채로 마음 편히 죽을 신경민을 생각하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심지어 억울하기까지 했다.
고작 이런 마무리를 위해 여태까지 달려왔나 싶어서.
‘그래도…… 죽여야 한다.’
검을 쥔 손에 힘을 주는 그때.
“그만!”
별안간 신경민이 버럭 소리쳤다.
“그만하라고요!”
“…….”
놀란 민도준은 순간 신경민이 환각을 풀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초점이 없는 그의 눈동자를 보고 아직 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환각 상태에서 말하고 있는 건가?’
환각은 일종의 꿈이다.
그렇기에 꿈결에 잠꼬대하는 것처럼 환각 상태에서도 이처럼 말이 튀어나올 수 있었다.
“거짓말하지 말아요!”
다소 격앙된 목소리.
무슨 환각을 보고 있는지 신경민이 계속해서 소리쳤다.
“우리 부모님이…… 그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셨을 리가 없다고요…….”
‘보아하니 가장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보고 있나 보군.’
저번에 식사할 때 듣기로 신경민은 부모님을 교통사고로 잃었다고 했다.
‘고통스러울 만하군. 허무하기도 할 테고.’
어느 날 괴수들이 나타나 자신의 부모님을 죽인 것과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엄마, 아빠가 없으면 나랑 혜리는 어떡하라고. 흐흐흑…….”
신경민이 서럽게 울어댔다.
실제로 눈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환각 속에서는 눈이 부을 정도로 울고 있으리라.
‘부모님이 없고 믿고 의지할 사람이 한 사람밖에 없었다는 점에선 나랑 많이 닮았단 말이지.’
신경민이 동생인 신혜리를 아끼듯이 민도준도 차예린을 아꼈다.
‘그런데도 예린이를 그렇게 무자비하게 죽였단 말이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고통을 알면서도 그렇게 죽였다는 것을 민도준은 용서할 수 없었다.
‘감성팔이를 해봤자 소용없다. 뭐가 됐든 네놈이 쿠데타를 일으킨 악인이라는 데엔 변함없으니까.’
민도준이 다시금 검을 들이밀었다.
눈빛에선 살기가 흘러나왔다.
‘잘 가라.’
죽일 마음을 먹은 그때.
“하하하!”
갑자기 웃는 신경민의 모습에 민도준은 김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이번엔 행복했던 기억이냐?’
민도준이 검을 내렸다.
‘그래. 어떤 기억인지나 보고 죽이자.’
잠시 처형을 보류한 민도준은 신경민이 말하기를 기다렸다.
“너랑 이렇게 놀아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누구랑 놀고 있나 본데?’
“민도준 헌터가 아니었으면 너랑 이렇게 웃고 떠들 일도 없었을 거야.”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민도준은 환각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간만에 동생과 시간을 보내는 모양이군.’
하나뿐인 여동생이었기에, 신경민으로선 잃을 뻔했던 여동생과 보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신경민에겐 내가 은인이나 다름없겠지.’
자신이 황의철을 따르는 것처럼, 신경민도 자신을 믿고 따르는 것처럼 보였다.
‘나 같아도 그럴 거야. 쿠데타가 벌어진 순간에 누군가 나타나서 예린이를 구해준다면 아마 평생의 은인으로 생각하고 감사하며 살겠지.’
어쩌면 이번 생은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신경민을 포섭했으니 말이다.
‘만약 그런 거라면? 나는 복수를 그만두어야 할까?’
배신을 당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치자는 마음으로 복수의 대상들을 죽여왔다.
하지만 미래가 바뀌었다면?
쿠데타는 일어나지 않고 차예린도 녀석들이 건들지 않는다면?
‘그걸 모르니까 미리 싹을 잘라두려는 거잖아. 일말의 위험마저 없애기 위해서.’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민도준도 은연중에 알고 있었다.
전생에 대한 복수는 일종의 화풀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상대가 악인인지 아닌지를 파악하며 합리화할 구실을 찾은 것이었다.
자신의 살인이 정당성을 찾을 수 있도록.
“젠장.”
민도준이 검을 내렸다.
아직 신경민은 악행이라 할 만한 짓을 저지르지 않았다.
‘전부 예정일 뿐이야.’
그동안 죽인 복수 대상들은 하나같이 악행을 저지른 자들이었다.
‘악행을 확인하지 않고 죽인다면 그동안 지켜온 룰을 어기는 셈이 된다.’
룰도 룰이지만 신경민을 살려두는 이유는 하나가 더 있었다.
‘놈을 죽이면 쿠데타를 일으키는 이유를 알아낼 수 없어.’
고통스러웠던 기억과 행복했던 기억을 봤을 때 신경민의 삶에서 여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했다.
민도준의 삶에 차예린밖에 없었던 것처럼.
‘그런 녀석이 7년간 잠수하고 나타나더니 난데없이 쿠데타를 일으킨다?’
아끼는 사람이 있음에도 쿠데타를 일으킨다는 것부터가 이해되지 않는 일이었다.
‘체계를 무너뜨리고 한 나라의 왕으로 군림한다고 여동생이 좋아할까? 그 정도로 생각이 없는 놈은 아닐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쿠데타를 일으키려 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이대로 놈을 죽인다면 영영 모르겠지.’
만약 놈을 죽이고도 쿠데타가 일어난다면?
그리하여 차예린이 다시 위험에 빠진다면?
민도준으로선 멘붕이 아닐 수 없다.
‘그럴 가능성도 없진 않으니 신경민을 살려두고 좀 더 지켜봐야 해. 어쩌면 쿠데타에 배후가 있을지도 모르니.’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결론을 내린 민도준은 결국 신경민을 살려주기로 했다.
강혁수도 마찬가지였다.
‘악행을 저지르지 않은 이상 누구도 죽여선 안 돼.’
놈들이 전생과 달리 일말의 오점도 없는 선한 사람이라면 죽이지 않겠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악행을 저질렀다면…….’
그 즉시 해충으로 판단하고 목을 날려버리리라.
그것이 복수라는 화풀이를 살인으로 정당화하는 방법이었다.
‘당장에 목숨은 살려주지. 대신…….’
민도준이 신경민과 강혁수의 머리에 손을 대었다.
‘내 감시에서 벗어날 순 없을 거야.’
[대상의 머리에 기생충을 심었습니다.] [감염 대상 : 19/20] [감염 대상 : 20/20]신경민과 강혁수에게 패러사이트를 걸었다.
‘고두식과 갈지훙이 죽어서 딱 두 자리가 남아 있었는데 잘 됐군.’
대놓고 패러사이트를 걸었음에도 두 사람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여전히 환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른 파티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환각을 풀어주려면 보스를 잡아야겠군.’
민도준이 보스룸 앞에 섰다.
파티원들이 저 모양이었으니 나설 사람은 민도준밖에 없었다.
‘계획대로 보스를 독식할 수 있겠군.’
애초에 보스까지 염두에 두고 파티원들을 데려온 것이었다.
[고대 마법의 사원 보스룸에 입장하셨습니다.] [보스를 처치하기 전까지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나갈 생각이라곤 코빼기도 없던 민도준이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 * *
[고대의 대마법사를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 +6,600,000] (기여도 100%) [레벨이 올랐습니다!] [S급 마정석이 나왔습니다.] [S급 마정석이 나왔습니다.] [S급 마정석이 나왔습니다.] [대마법사의 지팡이가 나왔습니다.] [스킬북 : 헬파이어가 나왔습니다.]고대의 대마법사를 처치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가뜩이나 잡몹을 잡아 전장의 화신 버프가 풀 스택으로 쌓여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지팡이는 좋지만 나한테 필요 없고…… 내게 필요한 건 이거지.’
민도준은 획득한 아이템 중에서 스킬북을 꺼냈다.
[스킬 – 헬파이어]-등급 : S
-효과 : 고통스러운 화상을 입힌다.
-대미지 : 마력의 1,000%+화상 효과로 대미지의 20%
-사용 제한 : 레벨 3,000 이상
-설명 : 지옥의 업화로 보다 고통스러운 화상 대미지를 준다. 죄인들을 벌하기에 좋은 스킬이다.
‘남은 스킬 슬롯은 이걸로 채워야겠어.’
이로써 필요한 스킬은 모두 배웠다.
‘아이템도 갑옷만 빼면 완벽해.’
아직도 A급인 호랑이 가죽 갑옷을 입고 있었지만 광폭화를 버릴 순 없었다.
‘전설의 갑옷이 있긴 하지만 광폭화에 비할 바는 아니니까.’
마력의 핵으로 강화하면 몰라도 그냥 입기에는 광폭화가 너무나 사기다.
[보스를 처치하였습니다.] [잠시 후 밖으로 이동합니다.]보스룸에서 나온 민도준의 눈에 파티원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아직도 멈춰 있는 걸 보니 환각이 안 풀렸나?’
그런 생각도 잠시.
시차가 있었는지 파티원들의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왔다.
환각이 풀린 것이다.
“여, 여긴……?”
“아까 그 사원이잖아?”
환각에서 깨어난 팀원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연신 두리번거렸다.
“분명 꿈을 꾼 거 같았는데…….”
“어? 저도 그랬어요.”
“저도요!”
“그 말은 다들 공략 도중에 잤다고요?”
“뭐지? 그게 가능한가?”
파티원들은 그저 꿈을 꾼 줄로만 알았다.
‘환각이나 꿈이나 별 차이가 없긴 하지만.’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건 오직 민도준뿐이었다.
“도준 씨도 꿈꾸셨어요?”
신경민의 물음에 민도준이 얼떨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허…… 단체로 꿈을 꾸다니. 이게 무슨 일이지?”
“이곳에 무슨 마법적 장치라도 되어 있던 걸까요?”
“그런가 보네요. 단체로 슬립 마법에 걸린 걸 보면. 그나마 다친 사람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신경민과 강혁수는 모를 것이다.
하마터면 민도준에게 죽을 뻔했다는 사실을.
“정신 차리고 다시 공략하죠.”
일행들이 다시금 공략을 이어갔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눈앞에 보스룸이 있던 줄도 모른 채.
* * *
“수고하셨습니다.”
3일 만에 공략은 순조롭게 끝이 났다.
던전에서 나온 파티원들은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도준 씨,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예.”
신경민의 그룹에 들어온 민도준은 이제 주기적으로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신경민, 강혁수. 두 사람의 목줄은 확실하게 확보했어.’
패러사이트까지 걸어놓은 터라 원격으로 편하게 감시할 수도 있다.
‘이제 저스틴 워커와 서진철의 행방만 확보하면 돼.’
패러사이트까진 바라지 않는다.
유령 늑대로 냄새라도 기억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런데 신경민의 그룹에 서진철이 없던 것은 의외란 말이지.’
같은 S급인 데다 고등학교 동창이면 서로 모를 수가 없을 텐데 말이다.
‘신경민을 감시하다 보면 뭔가 걸리겠지.’
서진철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집에 도착한 민도준이 침대에 몸을 뉘는 그때.
지이잉- 지이잉-
서랍 속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민도준의 핸드폰이 아닌, 안광현의 핸드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