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18)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18화(218/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18화
218. 드러난 악행
머리를 맞고 정신없는 와중에도 이한석은 들었다.
고문이라는 말을.
누구를 고문하겠다는 건지는 바보가 아닌 이상 알 수 있었다.
“크윽,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세……!”
일부러 큰소리를 내며 도움을 청하던 이한석이 입을 꾹 다물었다.
자신의 목젖에 회칼이 닿았기 때문이다.
“소리치면 죽는다.”
“…….”
이한석의 눈동자가 골목 어귀를 향했다.
‘제발, 제발 누군가 지나가 줬으면……!’
하지만 평일 자정에 가로등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사, 사여주세요. 시키느 거 뭐드지 하게요.”
칼에 베일까 봐 목젖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며 목숨을 구걸했다.
다행히 상대도 바로 죽일 생각은 없던 모양.
오히려 감사하게도 살 방안을 마련해줬다.
“잔금 50억. 지금 당장 계좌로 입금해. 그럼 맹세코 살려주지.”
이한석은 바로 모바일 뱅킹으로 금액을 보냈다.
“좋아. 확실히 들어왔군.”
괴한이 목젖에서 칼을 떼자 이한석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감사합니다. 감…….”
그러나.
찌이익-
청테이프로 입이 봉해지자 이한석의 눈동자가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그런 눈으로 볼 것 없어. 살려준다는 약속을 어기진 않을 테니까.”
“살려주긴 살려줄게. 근데 우리가 고문한 뒤에도 살고 싶다는 말이 나올까? 킥킥킥.”
“읍읍!”
이한석이 발악해봤지만 괴한의 악력에 붙잡혀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단순한 일반인이 아니라 헌터임이 분명했다.
“꽉 붙잡고 있어. 발버둥 치다가 잘못 찔려서 죽기라도 하면 재미없으니까.”
“오케이. 대신 빨리하고 교대해주는 거다?”
“당연한 소릴.”
“야, 막내. 넌 저쪽 골목 가서 망이나 봐.”
“선배님. 저한테도 기회 주실 거죠?”
“아, 알았으니까 빨리 가서 보라고. 누가 오기라도 하면 다 X되는 거니까.”
괴한이 회칼을 들고서 이한석에게 접근하자 발악은 심해졌다.
“읍읍! 읍읍읍읍!”
“뭐라 말하는진 몰라도 풀어주진 않을 거야. 우리가 그동안 굶주려 있어서 말이지.”
푹-!
“으그으으으읍!”
회칼이 이한석의 어깻죽지에 들어갔다가 나왔다.
“흐흐, 그래. 이 감촉. 사람 찌르는 이 맛에 중독되면 정말 참기가 힘들단 말이야.”
“으그그그!”
“벌레처럼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덤이고 말이야.”
푹!
“흐그으으으!”
인적 드문 골목길에서 무자비한 고문이 이어졌다.
살인에 굶주려 있던 괴한들은 이한석을 찌르고 베며 그 반응을 즐겼다.
‘아이 씨, 나도 즐기고 싶은데.’
셋 중 막내인 탓에 망이나 봐야 했던 괴한이 투덜거렸다.
‘나도 같이 찌르면 안 되는 거야? 이런 외진 길목에 누가 온다고.’
함께 즐기고 싶었지만 선배의 명령이니 어쩔 수가 없었다.
바로 그때.
“어?”
망을 보던 괴한은 시야가 흐려짐을 느꼈다.
강한 충격이 후두부를 강타한 것도 그와 동시였다.
‘어, 어떤 새…….’
털썩-
망을 보던 괴한이 의식을 잃은 사이, 한창 즐기고 있던 괴한이 소리쳤다.
“막내야! 망은 잘 보고 있냐?”
“이 새끼 왜 대답이 없어?”
두 괴한이 막내가 있던 골목 어귀를 바라봤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새끼가 망보다 말고 어디로 간 거야?”
“야, 스톱.”
칼로 허벅지를 찌르려던 괴한이 또 다른 괴한의 말에 움직임을 멈췄다.
“뭔가 이상하다.”
“…….”
묘한 분위기를 감지한 두 사람이 회칼 대신 다른 무기를 꺼냈다.
암살자의 주 무기인 단검이었다.
“조심해. 누군가 있는 거 같다.”
아니나 다를까.
“이 자식들 감이 좋은데?”
골목 양쪽에서 두 명씩, 도합 네 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손에 쥔 냉병기는 물론 옷차림도 평범하지 않은 걸 보면 헌터임이 확실했다.
“공무원 헌터 개새끼들…….”
“이런. 누가 누구한테 개새끼라는 거야?”
“지금 쓰레기 짓을 벌이고 있는 게 누군데.”
갑작스레 나타난 공무원 헌터들은 상황부터 파악했다.
‘단검을 쥔 걸 보니 용의자는 암살자 클래스일 확률이 높아.’
‘암살자라면 은신과 그림자 밟기로 도주할 우려가 있어. 퇴로를 확실하게 차단해야 해.’
‘피해자는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상황. 섣불리 다가갈 순 없어.’
‘일부러 빈틈을 보여서 녀석들이 달려들도록 유도해야 해. 피해자가 다치지 않게 안전거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판단을 끝낸 헌터들은 포위하듯 다가오다가 다른 곳에 시선을 두며 빈틈을 보였다.
그러자 예상대로 암살자들이 은신을 쓰고 그림자 밟기로 거리를 좁혔다.
하지만 공무원 헌터들이 한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면.
스릉-
괴한들은 도주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피잇- 핏!
“큭!”
두 사람의 합공에 공무원 헌터가 팔뚝에 상처를 입었다.
목을 노린 것에 비하면 비교적 경미한 부상이었다.
“으랴아아!”
열 받은 헌터가 즉시 해머를 휘둘러 반격했다.
퍼억-! 퍽!
“녀석들이 쓰러졌다! 붙잡아!”
암살자들을 제압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출동한 공무원 헌터들은 모두 1,000레벨이 넘었던 것에 비해, 암살자들은 이제 막 750레벨을 넘은 수준이었기 때문.
“용의자 두 명, 제압 완료!”
“아까 망보고 있던 놈까지 세 명이지?”
“그렇습니다!”
제압이 끝나자 골목길에서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헌터 협회 범죄수사과와 응급구조사들이었다.
“피해자 상태부터 체크하세요.”
팀장 김상엽의 지시에 응급구조사들이 이한석에게 달려갔다.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는 그의 모습은 흡사 죽은 것처럼 보였다.
“여기저기 상처가 많습니다만 숨은 붙어 있습니다.”
“빨리 이송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얼른 데려가세요.”
김상엽의 허락이 떨어지자 이한석이 들것에 실렸다.
‘다행이야. 피해자를 살릴 수 있어서.’
제때 신고가 들어왔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살인이 날 뻔했다.
‘신고를 믿고 공무원 헌터들을 대동하길 잘했어.’
헌터로 보이는 세 명의 괴한이 칼로 찌르고 있다는 신고가 아니었더라면 이렇게 완벽하게 대처할 순 없었으리라.
“헌터님들. 용의자들 신병은요?”
“셋 다 기절시켜서 도망가지 못하게 철저히 묶어놨습니다.”
“혹시라도 위협적인 행동을 한다면 그 즉시 사살해도 좋습니다.”
“그야 당연하죠.”
헌터들은 시한폭탄과도 같았기에 엄격하게 진압하지 않으면 또 다른 사고를 불러올 수 있었다.
“지금은 위험하지 않은 게 확실한 거죠?”
“그렇습니다. 방금 기절시켰으니 한동안은 일어나지 않을…….”
말을 하던 공무원 헌터가 돌연 눈을 크게 떴다.
“크으윽!”
기절시킨 암살자들이 눈을 뜬 것이다.
뭐가 그리 고통스러운지 머리를 부여잡으며.
“이, 이런. 다시 기절시켜야……!”
공무원 헌터들이 당황하는 찰나, 암살자들이 인벤토리에서 작은 쇠 구슬을 꺼냈다.
“저, 저건!”
“마력탄!”
붉어지는 마력탄을 보니 이미 발동시킨 모양.
이제 5초 후면 주변이 쑥대밭으로 변할 것이다.
“전부 피하세요!”
“다 골목에서 나가요!”
헌터들의 다급한 외침에 사람들이 혼비백산하여 도망쳤다.
암살자들은 자신의 운명을 아는지 눈을 감았다.
콰아아아앙-!
세 개의 마력탄이 터지자 골목길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콜록, 콜록.”
김상엽이 연기를 손으로 휘저으며 상황을 파악했다.
“이, 이런 젠장. 피해자마저 죽다니.”
근처에 있던 이한석이 폭발에 휩쓸려 새까맣게 타버렸다.
마력탄을 터뜨린 장본인들이야 말할 것도 없었고.
‘위치를 보니 피해자를 제거하려고 일부러 터뜨린 것 같아.’
용의자도 피해자도 다 죽어버린 기막힌 상황.
불행 중 다행이라면 그 외에 다른 사람은 다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놈들, 대체 정체가 뭐야?’
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보며 김상엽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흑해 길드의 집무실.
쾅!
안광현으로 변신한 민도준이 책상을 치며 분개했다.
“협회에 잡힐뻔했다는 게 사실이냐?”
“그, 그게…….”
오랜만에 분노한 보스를 보며 김재원이 안절부절못했다.
“아무도 모르게 조심히 처리한다고 했는데 목격자가 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신고를 받은 협회에서 공무원 헌터들을 대동하고 나타났고 하마터면 잡힐뻔했다고?”
“예. 다행히 마력탄을 터뜨려 자폭하긴 했습니다만…… 문제는 협회에서 범행을 목격했습니다. 이한석의 시신도 가져가 버리고…….”
“그 말은 우리 흑해 길드가 노출될 위험에 처했다는 게 아니냐?”
“그, 그렇습니다.”
빠드득-
이를 갈던 민도준이 김재원에게 소리쳤다.
“밖에 애들 다 집합시켜!”
“예!”
김재원이 허둥지둥 집무실을 나가자마자.
씨익-
민도준의 입가엔 언제 화냈냐는 듯 미소가 피어 있었다.
‘계산대로다.’
사실 헌터 협회에 신고를 넣은 사람은 민도준 자신이었다.
그렇다면 부하들을 시켜 이한석을 죽이라 해놓고 왜 신고를 넣었느냐?
세간에 흑해 길드의 악행을 알릴 필요가 있었으니까.
‘앞으로 1년 후면 흑해 길드의 존재가 알려진다. 그런데 내가 지금처럼 활동을 중단시켜버리면 흑해 길드는 역사 속에서 사라지고 말아.’
회귀 전과 다른 미래가 펼쳐지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특히 흑해 길드라는 거대한 집단의 존재가 사라지는 일이라면 더더욱.
그때문에 미래와 마찬가지로 흑해 길드의 존재를 드러낼 필요가 있었다.
‘그보다 가장 큰 이유는 범죄자 새끼들의 범행이 드러나지 않는 게 꼴 보기 싫어서지만.’
사람들도 알 권리가 있다.
대한민국에 흑해 길드라는 더러운 집단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이다.
‘범죄수사과 팀장 김상엽이라면 흑해 길드의 짓임을 밝혀낼 수 있겠지.’
시신의 신원이 이한석인 걸 알아내고 추적하다 보면 흑해 길드의 존재는 드러나게 되어 있다.
‘하마터면 부하들이 기절 당해서 일이 수포로 돌아갈 뻔했지만…….’
자신이 패러사이트로 고통을 준 덕분에 부하들이 깨어나서 자폭할 수 있었다.
‘특성 3개를 날려버리긴 했지만 아깝지 않다. 어차피 F급 특성이었으니.’
이번에 죽은 부하 셋의 특성은 F급.
버려도 아깝지 않은 수준이었다.
“보스. 분부대로 길드원들을 집합시켰습니다.”
김재원의 말에 민도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무실을 나서자 바짝 긴장한 얼굴로 도열해 있는 부하들이 보였다.
‘김재원까지 총 14명인가?’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숫자였다.
“간밤에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작전 수행 중 협회에서 들이닥친 것이다.”
“…….”
“그로 인해 흑해 길드가 세간에 노출될 위기에 처했다. 그동안 비밀리에 꼭꼭 숨겨왔던 우리 길드가 말이다.”
민도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구냐? 누가 협회에 신고를 넣었지?”
“…….”
“비밀리에 수행한 작전이 이렇게 쉽게 들통날 리가 없다. 내부에 고발자가 있지 않은 한.”
약간의 웅성거림이 들렸지만 민도준이 발을 굴려 분위기를 장악했다.
쾅-!
“누구냐? 누가 신고한 게야? 자수하면 광명 찾는다.”
“…….”
길드원들이 긴장한 얼굴로 침묵했다.
당연히 신고자가 나올 리가 없었다.
신고한 건 민도준이었으니까.
“그래. 안 나오겠다, 이거지?”
민도준이 고통의 단계를 조절했다.
‘흑해 길드원 전원. 3단계로.’
그러자 자리에 있던 길드원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악!”
“아아악!”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두통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길드원들이 바닥을 뒹굴며 자지러졌지만 죽은 사람은 없었다.
‘이것이 패러사이트의 위엄……!’
민도준의 의지에 따라 고통이 멈췄다.
“헉, 허억…….”
“신고자가 누구냐? 자수해라.”
“…….”
“안 나오면 다시 간다.”
고통이 또다시 시작됐다.
“으으아악!”
“흐아아아!”
말하지 않는 한 명 때문에 단체 기합을 받는 격이었다.
“안 나와? 이래도?”
나올 리가 없음에도 민도준은 일부러 고통을 줬다.
‘이렇게 길들여놔야 길드에 불만을 품지 않겠지.’
존재하지 않는 신고자의 존재는 괴롭힐 명분으로 딱이었다.
그렇게 세 번을 더 반복하고 나서야 민도준이 괴롭히기를 그만뒀다.
“헉, 헉!”
“허억, 헉.”
녹초가 된 길드원들이 바닥에 대 자로 뻗어버렸다.
“일어나라.”
민도준의 그 한마디에 길드원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일어났다.
“누가 우리 길드에 불만을 품고 신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불만을 품지 마라. 시키면 시키는 대로 명령에 따라라. 무슨 이유든지 간에. 알겠냐?”
“예! 명심하겠습니다!”
이제 더 이상 길드원들의 눈빛에서 불만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잘 훈련된 병사들의 눈빛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