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Absorpt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1)
특성흡수 헌터사냥꾼-21화(21/447)
특성흡수 헌터사냥꾼 21화
21. 기갑 맨티스
민도준의 꾸짖음에도 현수아는 아무 말도 못했다.
그녀는 지금 보스를 본 것처럼 놀란 상태였다.
‘저, 정말로 온 거야? 지원군이?’
보스를 피해 도망쳤을 때 그녀는 활성화된 도움 요청 버튼을 보고 알았다.
자신을 지키려던 오빠들이 결국 죽었음을.
버튼은 자신을 제외한 파티원들이 모두 사망해야지만 활성화되니까.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버튼을 눌렀다.
사실 도움을 바라고 누른 것은 아니었다.
그저 위기상황 매뉴얼에 따라 반사적으로 눌렀을 따름이다.
‘그런데 정말로 오다니…….’
도움 요청을 보내긴 했지만 정말로 올 거라곤 기대하지 않았다.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이었으니 자신이라도 도와주길 망설였을 것이다.
현수아는 일단 눈앞의 남자에게 머리를 숙였다.
“가,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대체 왜 그런 거예요?”
민도준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미간을 구겼다.
“전투 중에 넋을 놓는 건 목을 내미는 것과 같습니다. 설마 죽고 싶었던 겁니까?”
“아아, 그건 아니고…….”
“당황해서 몸이 굳었다. 무력감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뭐 그런 말을 하려는 거면 당장에라도 등록증 반납하고 헌터 활동 때려치우세요. 자격 미달이라는 소리니까.”
민도준이 평소답지 않게 독설을 내뱉었다.
연기 따위가 아니었다.
정말로 화나고 답답해서 하는 소리였다.
‘헌터가 되기로 마음먹었으면 괴수의 팔 하나라도 가져갈 생각을 해야지.’
괴수에 대한 복수심이 상당한 그로서는 현수아의 나약한 정신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죄, 죄송합니다.”
당황한 현수아가 얼떨결에 사과했다.
“됐고, 그쪽이 도움 요청한 길드원입니까?”
“아, 네! 플래티넘 길드의 현수아라고 합니다. 성함이……?”
“민도준입니다.”
“아, 민도준 씨.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어쩌다 이렇게 된 겁니까?”
“아, 그게…….”
민도준은 자세한 경위를 들을 수 있었다.
‘역시 기갑 맨티스 때문이었군.’
놈이 나타난 바람에 이 사달이 벌어진 것이었다.
“어디 있습니까?”
“네? 어떤……?”
“기갑 맨티스 말입니다.”
“아,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뒤도 안 돌아보고 뛰었는지라…….”
“그래도 대강 위치는 알 거 아닙니까.”
“음….”
주위를 둘러보던 현수아가 한쪽을 가리켰다.
“저쪽인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따라오세요.”
민도준이 먼저 걷자 현수아가 얼떨결에 따라붙었다.
“어, 어디 가세요?”
“어디 가긴요. 당연히 보스 잡으러 갑니다.”
“네?”
그 말에 현수아가 우뚝 멈춰 섰다.
민도준이 뒤를 돌아봤다.
“안 따라오세요?”
“보스를 잡겠다니…… 농담이시죠?”
“농담 아닙니다만.”
“보스는 못 잡아요. 절대로 불가능해요.”
“잡을 수 있습니다.”
“아니요! 민도준 씨가 뭘 몰라서 그래요. 녀석은 상상 이상으로 강하다고요!”
현수아의 얼굴엔 두려움이 어려 있었다.
“평범한 보스라고 여기면 큰코다쳐요. 적어도 C급 헌터는 와야 해요. 하물며 혼자서는 절대로…….”
“그럼 저 혼자 다녀올 테니 여기 계세요. 인근의 맨티스는 전부 잡았으니 안전할 겁니다.”
왈가왈부하기 싫었던 민도준이 몸을 돌렸다.
현수아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니, 대체 왜?”
이해되지 않는다는 얼굴을 하던 그녀가 황급히 따라붙었다.
사지로 걸어가겠다는 사람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민도준 씨가 강하다는 건 알겠어요. 맨티스 두 마리를 순식간에 해치웠으니까요. 하지만 보스는 달라요. 절대 쉬운 상대가…….”
“쉽다고 한 적 없습니다.”
“…….”
“잡을 수 있다고 했지.”
기갑 맨티스는 민도준에게도 쉽지 않은 상대였다.
그렇다고 못 잡을 상대도 아니다.
회귀 전에 몸으로 부딪치며 놈의 공격 패턴을 전부 파악했으니까.
“무서우면 안 따라오셔도 됩니다.”
그리 말한 민도준이 현수아를 무시하고 성큼성큼 걸었다.
“하아…… 대체 무슨 자신감인지…….”
마음 같아선 무슨 수를 써서든 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민도준의 고집도 만만치 않아 보였기에.
“같이 가요!”
이제는 뛰어가는 민도준을 그녀가 뒤쫓았다.
그래도 목숨을 구해준 은인인데 이대로 보낼 순 없었다.
‘여차하면 내가 도와줘야 돼.’
자신이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했다.
‘설마 보스가 아직 있겠어?’
보스를 또 만날 것 같진 않았기에.
과연 예상대로였다.
“여기가 맞습니까?”
“네…….”
막상 보스를 만났다는 장소로 와 보니 아무도 없었다.
그저 핏자국과 몇몇 살점들만 보일 뿐.
‘이곳에서 파티원들을 먹어치운 모양이군.’
모든 괴수는 식인을 기본으로 한다.
때문에 던전에서 죽는 것만큼 비참한 일이 없다.
“…….”
핏자국과 살점을 본 현수아의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잊고 싶은 장면들이 떠올라 그녀를 괴롭혔다.
“잊지 마세요.”
“……!”
그때 민도준이 다가와 낮은 어조로 말했다.
“기억하세요. 그들의 죽음을. 얼마나 비참하게 죽었는지 괴수와 싸울 때마다 상기하세요. 그게 당신을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겁니다. 복수심은 좋은 장작이니까.”
“…….”
민도준의 조언은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현실을 피하려고만 했던 현수아가 한동안 살점을 주시했다.
사지가 찢기는데도 도망가라며 소리치던 오빠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어. 정말 바보 같을 정도로.’
오빠들의 희생을 떠올리자 가슴속에서 복수심이 타올랐다.
‘강해져야 해. 적어도 누군가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마음가짐을 바꾸자 눈빛부터 달라졌다.
잊고 있었던 초심을 되찾은 기분이었다.
현수아가 민도준을 쳐다봤다.
만난 지 몇 분 안 됐지만 알 수 있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강한 사람이라는 걸.
‘마치 베테랑 헌터를 보는 느낌이야.’
그녀의 눈에 어느덧 신뢰가 깃들었다.
“민도준 씨. 이제 어떡하죠? 보스도 없는데 이만 공략을 끝내야…….”
“보스는 기다리면 나타날 겁니다.”
“네?”
잠시 후.
끼르르릿-
민도준의 예상대로 보스가 나타났다.
온몸이 기계로 이루어진 기갑 맨티스였다.
‘역시 놈이 살점을 남기고 그냥 갔을 리가 없지.’
민도준은 처음 살점을 본 순간 알아차렸다.
보스가 다른 맨티스들을 꾀어내기 위해 살점을 미끼로 남겼다는 것을.
‘놈은 배가 고프면 동족을 먹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니까.’
끼르르릇-
민도준 일행을 발견한 기갑 맨티스가 기괴한 소리를 냈다.
마치 동족보다 맛있는 음식이 나타나서 기쁘다는 듯이.
“아아…….”
반면 현수아의 얼굴은 공포로 가득 찼다.
막상 마주하니 그때의 위압감에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 이길 수 없어.’
강해지겠다고 마음먹기 무색하게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뒤로 물러나 있어요.”
현수아가 정신을 차린 건 이때였다.
“괜히 방해되지 말고.”
민도준의 침착한 목소리에 굳어 있던 몸이 움직였다.
“도, 도준 씨. 지금이라도 같이 도망치는 게…….”
“현수아 씨.”
민도준의 목소리는 전과 달리 싸늘해져 있었다.
“그런 나약한 마음가짐은 전투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민도준이 검을 들었다.
“괴수를 상대할 땐 죽는 한이 있더라도 팔 한쪽은 가져가겠다는 각오로 임하는 겁니다.”
우우웅-
검신이 푸르스름하게 빛났다.
파직- 파직-
어깨 위로 전격의 창이 생성되자 검신에도 스파크가 튀었다.
‘와라.’
민도준이 보스에게 검 끝을 겨누었다.
끼르르릇!
그 행동이 같잖다는 듯 기갑 맨티스가 달려들었다.
앞다리에 달린 강철 칼날을 휘두르면서.
하지만 번개보다 빠를 순 없는 법.
파지지지직-!
먼저 튀어나간 라이트닝 스피어가 보스의 몸통에 꽂혔다.
딱히 몸통을 노린 것은 아니었다.
온몸이 기계인 기갑 맨티스는 어디를 맞추든 상관없다.
전류가 전신을 타고 흐를 테니까.
끼르륵!
짜릿한 고통에 달려오던 기갑 맨티스가 삐걱거렸다.
어딘가 불편한 움직임.
감전 효과가 적용된 것이다.
‘전격 마법을 먹이면 높은 확률로 감전에 걸리지.’
기갑 맨티스의 첫 번째 약점이었다.
타앗!
민도준이 검을 세우며 달려들었다.
까앙!
쇠와 쇠가 부딪치는 소리.
끼르!
콧방귀라도 끼듯 소리를 내던 녀석이 앞다리의 칼날을 휘둘렀다.
후우웅-
잽싸게 피한 민도준이 다시 한번 검을 내지른다.
깡!
전신이 강철이라 그런지 전혀 대미지를 받지 않는 모습.
끼끼끼!
이제는 비웃음마저 짓던 보스가 앞다리를 풍차처럼 돌렸다.
분쇄기처럼 회전하는 칼날.
현수아의 파티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그 공격이었다.
타닷!
하지만 민도준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공격 범위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쿨타임이 돌아온 라이트닝 스피어를 다시 한번 먹였다.
파지지직-!
끼- 끼르르!
또다시 삐걱거리며 걷는 보스.
아까보다 둔해진 느낌이었다.
민도준이 재차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까앙!
앞다리로 막은 기갑 맨티스가 반격했지만 둔해진 움직임으로 맞출 수 있을 리 만무.
휙-
간단하게 피하고.
까앙!
다시 아무 부위나 때렸다.
‘이다음은 풍차 공격.’
민도준이 뒤로 훌쩍 물러났다.
예상대로 보스가 앞다리를 풍차처럼 회전시키고 있었다.
아까와 같은 패턴.
‘한 번 더 라이트닝 스피어.’
파지지직!
끼- 끼- 끼!
또 한 번 전격의 창을 맞추자 기갑 맨티스가 눈에 띄게 느려진 모습을 보였다.
이때다 싶은 민도준이 지체 없이 튀어나갔다.
깡-!
까앙!
휙-
까앙!
놈의 공격을 피하며 마구잡이로 두들겼다.
그러자.
[기갑 맨티스의 방어막이 파괴되었습니다.]원했던 알림이 들렸고.
서걱!
민도준이 휘두른 검이 기갑 맨티스의 앞다리를 잘라냈다.
끼루루루루루-!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었는지 녀석이 남은 앞다리를 휘두르며 발광을 했다.
‘방어막만 깨부수면 평범한 맨티스나 다름없지.’
감전되면 일시적으로 움직임이 느려지고 방어막이 약해진다는 점.
그 점이 기갑 맨티스의 두 번째 약점이었다.
물론 움직임이 돌아오면 방어막도 다시 단단해진다.
때문에 녀석을 공략할 땐 전격 마법으로 약화시킨 뒤 곧바로 타격을 가해야 한다.
대미지를 받지 않는 것 같아도 우직하게 때려야 한다.
‘그렇다고 전격 마법 없이 때리면 오래 걸리겠지만.’
전격 마법이 핵심이란 사실을 모르기에 대부분의 헌터들이 애를 먹는 것이다.
끼르릇!
남은 앞다리를 휘두르며 달려오는 보스를 민도준이 스치듯 지나갔다.
주르륵-
기갑 맨티스의 배가 갈라지며 내장이 쏟아져 나왔다.
끼- 끼루-!
서걱-
비명을 지르려던 기갑 맨티스의 머리가 허공으로 치솟았다.
툭-
그리고 원했던 알림이 떠올랐다.
[기갑 맨티스를 처치하였습니다!] [봉인된 에메랄드 반지가 나왔습니다.]